Ⅰ. 들어가며
제가 평가사공부를 시작하던 때가 나이 스물아홉살인 1998년 초여름 5월이었습니다. 그 후 횟수로 4년, 만으로 3년 3개월여만에 서른세살이 되어서야 12회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저도 수험기간중 월간 감정평가사(구 부동산고시)의 합격수기를 거의 빼먹지 않고 읽으면서 때로는 위로 받으며, 때로는 너무 쉽게 합격한 사람의 글을 읽고 분한 심정도 느꼈습니다. 이제 막상 합격수기를 쓰게 되면서 저는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저의 지리한 수험생활에서 비롯된 많은 과오와 이 시험에서 합격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평가사공부를 시작하게된 동기
저는 1999년 1월에 다니던 직장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간에 꿈꿔왔던 유학을 준비하고자 영어학원도 수강하며, 토플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도 다녔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IMF가 터지던 해였고 환율은 2배 가까이 폭등하였던 시기인지라 저의 유학에 대한 꿈도 물거품이 되어가던 중 친한 친구의 “2개월이면 된다”는 권유에 힘입어 3년이 넘게 걸린 평가사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대책없는 입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Ⅲ. 수험과정
1. 9회 1차시험
저의 전공은 일어일문학입니다. 다시말해, 우리시험과는 조금의 관련성도 없는 어문학도출신으로 1차과목을 접하다 보니 전과목의 내용이 무슨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노량진의 모학원에서 최종점검을 수강했었는데, 1차가 2개월남은 상황에서 한번도 접하지 않았던 과목을 공부한다는 것과, 국가고시라고는 한 번도 준비해본 경험이 없었던 저로서는 새벽을 넘기는 강의시간을 참아내기가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1차시험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시험장에 들어갔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습니다.
2. 10회 1차시험
9회 1차시험에서 불합격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 저는 그해 9월부터 동차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름대로 2차와 1차의 시간을 배분하여 학원수강도 병행해 가면서 내년의 동차를 준비해갔습니다. 그러다 그해 12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200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기본서를 중심으로 탐독해 나가니 생소한 내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개별스터디와 학원스터디에서 공부하면서 자신감도 조금은 붙게 되었습니다. 다만, 수리에 약한 저의 특성상 회계학은 언제나 불안한 과목이었습니다. 전년에 모학원의 새벽까지 진행되는 집중강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봉천동에 있는 학원으로 옮겨서 1차를 수강하였고 드디어 10회 1차시험을 치루었습니다.
그러나 회계학에서 37.5점으로 총점을 넘기고도 과락을 맞는 바람에 떨어지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에는 눈앞이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아내는 임신중이었고 처가와 친가에서 제게 거는 기대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심각하게 공부를 중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강력한 설득과 집안어른들의 권유로, 다시한번 시작하기로 마음먹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3. 11회 1차시험과 2차시험
역시 이번에도 저는 동차를 준비했었습니다. 나름대로 쌓인 구력도 있고 시험에 대한 전체적인 감도 약간은 있었기에 공부자체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만, 수험기간이 길어지면서 공부에 대한 리듬이 늘어지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부분에 있어서 심적으로 힘들어 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서른한살에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매일 계속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날이 많아졌고 방황하는 날들도 늘어가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휩싸여 있는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으로 시간만을 죽여 가고 있었던 때도 많았었습니다. 이때 저를 붙잡아 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아내와 가족들의 사랑어린 시선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역시 저는 지친 상태에서 1차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시험이후 각 학원에서 강사들이 제시한 답안을 기준으로 할 때 경제학에서 1개 또는 2개가 모자랐었기에 1차이후의 그 소중한 1달간을 포기한 상태로 보내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결과는 경제학 40점으로 간신히 과락을 면할 수 있어서 2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만, 보름이란 기간동안 1차준비로 소홀히 했던 2차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2차시험을 그나마 최선을 다해 썼지만 시험장을 나올 때 이미 저는 불합격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4. 12회 2차시험
11회 2차시험까지 치른후 저는 무너진 가정경제를 조금이나마 회복해 보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모보습학원에 수학강사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수리감각을 중학교 수학수준에서부터 만회해보고자 하는 약간의 계산도 깔려있었던 그 강사생활을 12월의 2차 발표때까지 했었습니다. 지금생각해 보면 어리석기 그지없는 판단이었고 그 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하였더라면 하는 후회가 듭니다.
1월부터 모학원의 스터디를 수강하면서 처음으로 2차만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면서 또한 처음으로 나만의 서브노트를 작성해 나갔습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두툼한 2권의 서브노트를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 뿌듯한 생각이 들지만 그것을 만들 당시에는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회의도 많이 가졌었습니다.
12회의 수험기간중에 역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페이스를 유지해 가는 일이었습니다. 오랜기간을 공부하다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세상에 자기자신을 콘트롤해가는 것처럼 힘든일이 없을 겁니다. 가족이 있다고는 하나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외로움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때도 많은 정신적인 방황을 했었습니다만 함께 공부했던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모든 것을 참고 끝까지 견뎌냈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선발인원이 대폭 늘어서였는지 지리하고도 지리한 수험생활은 끝이나게 되었습니다.
Ⅳ. 합격에 관한 노하우
먼저, 시험의 특성에 대해서 파악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시험은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2년차로 단번에 합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1차의 가장 큰 특성은 ① 제한된 시간내에 풀어야 한다는 것, ② 과락이 없어야 한다는 것, ③ 평균 60점이 넘어야 한다는 것, ④ 객관식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제시한 ①~④번 까지의 항목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①번의 경우 시간제한에 대한 준비를 위해 시간을 정해두고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②번과 ③번의 경우, 자신있는 과목과 그렇지 못한 과목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여(예를 들면 저는 회계학은 40분을 소요해서 50점을 득점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공부시간을 배분하고 ④번의 경우, 다풀지 못하더라도 더 득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등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차의 가장 큰 특성은 제한된 시간내에, 10장의 시험지에, 손으로 글을 써서, 다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관식이기 때문에 내용의 암기가 필요하고, 효율적인 암기를 위해 목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손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글씨체와 속도등이 중요하게 됩니다. 시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배점을 고려해야 하고, 글쓰는 속도가 빨라야 하며 한 두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배점을 고려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학원을 잘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1차의 경우에는 학원에서 검증된 강사를 선택하여 그를 믿고 따라가면서 복습과 예습을 병행해 간다면 커다란 낭패없이 1차를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돈이 아까워서, 또는 학원을 믿지못해서, 또는 자신감에 넘쳐서 1차를 혼자서 스스로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학원은 나름대로 1차에 대한 노하우와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전문집단이고 또한 감평에서는 1차에서 학원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얻기 때문에 1차강의에 대한 배려는 상당합니다. 따라서 여러학원의 스케줄표와 과목별 강사에 대한 정보수집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의 진도에 맞는 강의를 선택하여 수강하고 빼먹지 말고 끝까지 소화해 나간다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2차의 경우는 역시 학원에서 주관하는 스터디그룹을 추천해 드립니다. 저의 경우는 노량진과 봉천동소재의 학원에서 총3년간의 스터디를 했었는데, 1년차 스터디때에는 워낙 잘하는 사람도 많고 스터디도중 오가는 대화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좌절하기도 했고 스터디를 빼먹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2년차 스터디때에는 약간의 구력도 생기고 해서 나름대로 스터디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터디에서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스터디를 빼먹거나 충실히 하지 못하게 되면 역시 다음해에 또다시 그 일을 반복해야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있었습니다. 잘 모르더라도 2기와 3기때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스터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합격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결국은 학원을 잘 이용하라는 말이 되었습니다만 사실입니다. 학원의 스케줄을 파악하고 여기에 자신의 진도를 맞춰서 공부해나가는 방법이 저처럼 스스로 공부하기가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물론 혼자 공부해서 합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보통의 능력을 가진 수험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잘 조절해 나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험생활은 외롭고 고달픈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저는 무척이나 자아가 나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4년을 공부하게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기컨트롤 부족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공부가 잘 될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우리시험은 적어도 2년이란 시간은 보내야지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고 그 기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건강에 대한 부분과 심적인 부분의 양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합니다.
건강의 부분에서는 저는 운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헬스든 수영이든 산책이든 달리기든 자신의 몸상태에 적당한 운동을 선택해서 매일 조금의 시간을 할애해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겠구요, 심적인 부분에서는 꼭 필요한 휴식시간은 확보하고 공부가 안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는 과감하게 잠깐의 여행도 권유하고 싶습니다. 지방이 고향이신 분은 부모님을 만나고 오는 것도 공부에 대한 의지를 굳게 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Ⅴ. 수험교재
1. 1차교재
■경제학 : 정병렬 경제학
■회계학 : 김영호 회계학
■민법 : 조병욱 민법
■부동산관계법규 : 조병욱 부동산관계법규
2. 2차교재
■실무:학원스터디자료, 신체계감정평가실무, 최신감정평가론, 안정근실무
■법규:학원스터디자료, 손성태, 서정욱, 유해웅
행정법교재 :김동희, 김남진, 박윤흔
■이론:학원스터디자료, 전영주, 김세중, 안정근이론
Ⅵ. 맺으며
인간은 통상 나약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수험기간중에 수험생은 스스로에 대한 한계상황에 놓여진 존재로서 한없이 나약해 질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래봤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없는 나약함 속에서도 저는 한가지만은 놓지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합격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합격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나약하지만 견딜수 있었고 때로는 스스로도 놀라리만치 커다란 힘을 발휘할 때도 있었습니다. 합격에 대한 믿음은 수험생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희망이고 이런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간다면 많은 좌절과 실패끝에서 마지막에 성공의 단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끝은 패배해서 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해서 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