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06310.html
최근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이 서비스의 게임성 인정 여부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메타버스 자체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첫 입장을 내놓아 향후 관련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이 받은 ‘메타버스 관련 법률 규정 검토’ 관련 입법조사회답서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를 통해 게임이 제공된다고 해도 메타버스 자체가 게임은 아니므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메타버스는 게임을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 게임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로블록스의 게임성 인정 여부는 국내 관련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미국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아바타를 만들어 직접 게임을 개발하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문제는 이 서비스의 특징이 현행 게임산업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개발한 이용자에겐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로 수익이 돌아가는데, 이 돈을 실제 달러 등의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법은 게임 속 재화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을 띠는 게임을 규제하고 있다.
로블록스가 게임으로 분류돼 게임산업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이 플랫폼의 핵심인 가상화폐 거래와 현금화가 국내 서비스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지난 6월 설립된 로블록스의 한국 법인 매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출시 게임의 사후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로블록스 이슈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쪽은 “(현금) 환전 시스템은 불법적인 요소로 보이긴 하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이용자 간 게임머니 거래가 아니라 이용자가 게임을 만든 개발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라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게임 제작 기능을 추가할 예정인 네이버제트 쪽은 “게임 기반인 로블록스와 달리 제페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격이 크기 때문에 게임 기능을 추가해도 (로블록스의 게임성 논란과) 동일선상의 비교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입법조사처의 해석이 메타버스 게임을 둘러싼 논란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기술 자체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플랫폼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관련법을 적용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법률 규정에 대한 조사회답서를 작성한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체 메타버스 시장에서 게임 서비스는 일부인데, 일부 콘텐츠가 게임과 비슷하다고 해서 메타버스 산업에 게임산업법을 적용할 순 없다는 게 조사회답서의 취지”였다며 “로블록스의 환금성 문제는 메타버스 자체의 특성과 분리해서 봐야 할 것 같다. 로블록스가 게임산업법상 게임의 요건을 갖췄다면, 해당 법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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