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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U Prof. Wins Schmidt Science Polymath Award

Prof. Oded Rechavi one of first winners of prestigious prize, which is defined as "an experiment in extreme curiosity-driven innovation"

english.m.tau.ac.il

 

schmidtfutures.com/

 

Homepage - Schmidt Futures

Advancing society through technology, inspiring breakthroughs in scientific knowledge, and promoting shared prosperity.

schmidtfutures.com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건,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자세히 보다 보면, 다시 보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두고 '재발견(Re-discovery)한다'고 말합니다.

오래전 아이슬란드에서는 달을 '글라므(glamr)'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후에 달빛 요정을 가리키는 글람(glam)이 되었죠.

달빛요정 글람은 인간에게 글람사이트(glamsight)를 선사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이는 사물을 실제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마법의 시력입니다.

'재발견'은 일상에 글람사이트를 장착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시선을 통해,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입니다.

한국어판 서문_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한 해를 위하여
저자의 글_ 일단 일어나라! 두 배로 근사한 삶을 원한다면

제1부. 아침 5시의 놀라운 힘


제1장. 아침 5시, 기적이 찾아온다
아침 5시의 기적이 주는 놀라운 혜택 / 당신만의 기적을 찾아서 / 아침식사 전에 하루를 지배할 수 있는가 / 기초를 다지는 네 가지 약속 / 이 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 혁신과 기대에 관한 짧은 메모 / 솔직한 조언_실컷 늦잠을 자보자


제2장. 인생의 목표를 찾아서
편안함은 위대한 포부의 적 / 아침형 인간이 얻는 놀라운 혜택 열 가지 / 솔직한 조언_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자


제3장. 열정적으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는 효과적인 7단계 / 빠르고 편리한 요령 /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 나 일어났어요. 그 다음은요? / 솔직한 조언_더 이상 알람 버튼을 누르지 말자



제2부. 아침 5시 설계도


제4장. 기초 세우기
자기계발의 세계 / 내 안에 숨은 최고의 모습 / 생산성을 높이는 7단계 / 1단계: 원대한 인생 목표 설정하기 / 솔직한 조언_믿음을 잃지 말자


제5장. 새해 다짐은 잊어라
장기적인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 / 지금 가장 중요한 것 / 2단계: 분기별 계획표 / 내가 작성한 분기별 계획표 / 자신만의 분기별 목표 설정 방법 / 정리와 반복 / 솔직한 조언_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자


제6장. 평생 지속하는 습관
습관과 분기별 계획표 / 3단계: 고정 습관 / 매일 반복하는 습관을 큰 그림과 연결하기 / 솔직한 조언_철저하게 규칙을 지켜라


제7장. 이상적인 아침 설계하기
4단계: 이상적인 일과 / 아침 일과의 네 가지 유형 / 이상적인 아침 일정 설계 / 솔직한 조언_지나치게 이상적인 일정을 버려라


제8장. 끝내주는 생산성 전략
5단계: 생산성 전략 / 생산성 전략 종합 정리 / 솔직한 조언_많은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제9장. 뛰어난 성과 검토
6단계: 진행 상황 검토 / 일일 검토 / 주간 검토 / 월간 검토 / 분기별 검토 / 연간 검토 / 솔직한 조언_포기해야 할 때를 알자


제10장. 아침 5시 전문가
7단계: 고급 전략 / 솔직한 조언_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즐겨라



제3부. 아침 5시 실행 프로젝트

제11장. 아침 5시 실행 계획
아침 5시의 기적 30일 / 최종 요약: 3단계로 요약하는 아침 5시의 기적 / 솔직한 조언_지배란 우리가 매일 하는 의사결정이다


제12장.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길 시간
아침 5시 도구상자 / 아침 5시 전문가에게 필요한 팁 여덟 가지

부록_당신의 아침을 바꿔줄 액션 플랜




1. 복잡계 
 

 1) 복잡계 개론 
 

 2) 신과학 복잡계 이야기

 

3) 물리학 강의






2. 복잡계 핵심 개념 (자기조직화 임계성)


  1) 자연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3. 복잡계+경제학


  1) 경제학 혁명
 

  2) 자기 조직 경제(폴 크루먼의 20년전 강의)





4.복잡계+예측
 

1) x이벤트
 

2)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3) 부의 기원







5. 복잡계+생태,생물학?
 

1) 보이지 않는 지능
 

2) 급변의 과학
 

3) 동시성의 과학, 싱크 SYNC






6. 복잡계 + 사회
 

1)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2) 사회적 원자
 

3) 대중의 직관
 

4)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7. 복잡계 창발성인 군중심리, 다중지능 (대중의지혜)

 

1) 군중심리 (구스타프 르봉)

  

2) 대중의지혜 (제임스 서로위키)






8. 기타
 

1) 다시 만들어진 신 

 

2) 딥 심플리시티(Deep Simplicity) - 복잡성, 카오스, 프랙탈 등의 내용을 골고루 설명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하자


정치경제학으로 접근하자


즉,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경제현상으로 분석하지 말고 그 배후에 있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맥락속에서 파악하자는 의미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 문제를 도덕의 잣대로 분석하기 보다는 냉철한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애기한다.



내용에 있어서는 기존의 부동산 서적과 대체로 큰 차이가 없으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탁월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p.s) 이 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의 의미를 알게 된 것도 부수적 성과이다.


 





프롤로그 집중의 기술이 인생을 바꾼다

제1장.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



왜 타고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10년간 15만 명이 배운 기적의 집중력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목표를 향해
실행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귀찮고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하나?
마음 단련까지는 필요 없다
하고 싶은 것? NO! 해야 하는 것? OK!
하고 싶은지 하기 싫은지 생각하지 마라
목표를 꼭 정해야 할까?
목표가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할 때
동기부여가 지속되지 않는 두 가지 이유
순서를 바꾸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집중력이란 대체 무엇인가?
한순간에 한 지점에 모든 힘을 모아라
만약 내가 약체 야구팀 감독이라면
귀찮음을 버리고 일단 시작하라




제2장. 잃어버린 집중력을 깨워라
힘,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
집중하기 위해서는 편안함이 관건이다
긴장하는 사람은 집중을 못한다
연습할 때만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라
코는 뇌의 라디에이터
코로 숨 쉬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단숨에 집중력을 높이는 자세
당신의 자세를 돌아보라
마이너스×마이너스〓플러스법
긴장 상태를 더해서 편안함을 찾는 법
집중력을 위해서는 심호흡도 필수
유능한 인재들의 5, 3, 8 심호흡법
왜 실리콘밸리에서는 명상을 할까?
시야를 넓히는 눈 운동
시야를 넓힐 때 주의할 점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기술

제3장. 책상 앞에 앉아 곧바로 집중하는 기술
집중하려면 시선을 모아라
집중을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집중력 카드가 결과를 바꾼다
잔상은 집중 상태를 알려 주는 척도
집중력 카드의 일석이조 효과
공부하기 전에 습관처럼 쓰는 카드
첫 다섯 글자는 1초씩 읽기
집중력 카드가 없을 때는 손에 있는 점으로
테니스 공을 겹쳐 쌓을 수 있는가?
공 쌓기도 집중의 기술
성공했다면 승리의 포즈를!
오감을 모아서 집중하기
세 가지 소리를 찾으면 집중력이 생긴다
집중에 도움을 주는 소리의 효과
쿡 찌르는 향기의 놀라운 효과
틀린 그림 찾기를 하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집중력을 높이는 To Do 리스트 작성법
나만의 집중 요령을 찾아라 




4장. 집중의 시간을 늘려라
집중력을 지속시키는 사소한 습관
밥알을 세면서 먹어 보자
눈을 빨리 움직이면 두뇌 회전도 빨라진다
자신의 행동을 생중계하라
상대방의 한쪽 눈을 보며 이야기하라
아침 운동으로 몸과 머리를 상쾌하게
짧은 낮잠의 특별한 효과
쓸데없는 정보는 막아 버려라
일하는 중간중간 서서 일해 보라
할 일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라

에필로그 앞으로의 시대, 집중력이 관건이다!





이 책은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거꾸로교실을 다루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의 교사였던 존 버그만의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 거꾸로교실은 지금은 미국은 물론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꾸로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교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저자는 책에서 거꾸로교실의 탄생에서부터 거꾸로교실에 담긴 뜻, 그리고 구체적인 활동 등을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거꾸로교실과 함께 '배움을 스스로 조직하는 아이들'(수가타 미트라, 인도),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칸 아카데미'(살만 칸, 미국), 일본에서 시도되어 기적의 교실로 불렸던 '슬로 리딩'(하시모토, 일본) 등도 살펴보고 있다. 이들 다양한 교육과 학습 모델들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지도방식이 뭔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그 대안을 찾는 데 주력하였다. 특히 아이와 교사의 관계 그리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물음과 다양한 사례의 소개는 여전히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치우쳐 있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거꾸로공부의 방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책쓰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책쓰기’가 어떻게 아이들을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으로 이끌어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진정한 배움의 길로 이끌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또한 가정에서 자녀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거꾸로 공부’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천재 의사 키워낸 홈스쿨링 노하우'란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처음엔 그냥 천재 이야기겠지 하며 지나치려는데,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암기와 기록하기 훈련이었다고 합니다. 그 일부를 옮겨 봅니다. 




그의 하루 공부는 언제나 수학으로 시작됐다. (중략)



야노 씨가 말하는 '똑똑한' 공부란 '적게 공부하고 많이 남기는' 공부. 그 첫 번째 비결은 암기 훈련이었다. 


진씨는 야노 박사의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회상하기' 방법을 자주 이용토록 했다. 책의 일부분을 읽게 한 뒤 그 내용을 바로 노트에 써보거나 말하는 방식. 교과서뿐 아니라 성경, 불경의 글귀나 다른 도서를 읽을 때도 이 방법을 활용했다. 


암기훈련만큼 중요한 것이 '노트정리'. 공부하면서 의문이 드는 점과 꼭 기억할 점을 노트에 꼼꼼이 적었다. 놀이를 하다가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첩에 곧바로 적도록 했다. 야노 박사는 지금도 주머니 속에 작은 수첩을 넣고 다닌다.  


http://news.donga.com/3/all/20120723/47976191/1




핵심은 '암기와 기록'이라는 것. 



자신에 맞게 그 방법을 적용하는 것.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내 손으로 내 수첩에 기록해서 그 내용을 언제 어디서나 깡그리 암기하는 것.  

[문화]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6년 02월 05일(金)

이어령 “한국정치, 右클릭하고 左회전하니 곳곳서 접촉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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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해방 이후 지속돼 온 한국 문화권의 체제-반체제 갈등 속에서 비(非)체제를 선언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그가 쏟아낸 수많은 창의와 저술은 그런 ‘체제에 질문하는 삶’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 전 장관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이어령,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시인, 전 논설위원, 명예교수, 전 문화부 장관, 전 문학잡지 주간, 문명비평가, 문화기획자….

그가 이제껏 가졌던 직함들을 나열하자면 훨씬 길어진다. 어느 하나도 그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타이틀로는 모자란다. 각각의 것 앞에 ‘당대 최고’를 붙인다면 또 어느 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도 없다.

한 가지로 명료하게 묶어낼 수 없다는 그 지점에 그의 정체성이 있는 건 아닐까. 끝없는 창의성과 ‘워커홀릭’의 열정은 거기서 나온다.

스스로 말하듯, 아웃사이더로 인사이더의 삶을 살아온 사람 이어령. 그가 아스팔트만 달려왔다고 본다면 뭘 모르는 것이다. 그가 문화 권력을 비판하고 스스로 권력이 됐다고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친체제와 반체제로 문단이 갈릴 때 그는 비체제를 선언했다. 문학은 어떤 체제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질상 자기 패거리를 만들지 못하며, 펜을 잡은 ‘두 손가락’의 힘으로 고독과 싸우며 새 길을 열어 온 사람이다.

존재적 외로움이야말로 그를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했으며, 한국인이면 첫손가락에 꼽는 ‘거대 지식인’으로 끌고 온 동력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은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할 때마다 항상 이어령의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제시한 시각을 인용한다. 밖에서도 이어령을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보고 있다.

 

 

연령대를 넘어 가장 폭넓은 세대의 멘토인 이어령을 지난 1월 22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연구소 이름과 관련해서 먼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현안부터 물었다.



―얼마 전 북한이 수소폭탄이라 주장하는 핵실험을 했고, 우리 정부는 중국과 두텁게 관계를 쌓았다고 해왔는데, 실제 중국의 행보는 기대에 한참 어긋납니다. 일본과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여전히 껄끄럽고요. 한·중·일 관계가 우리의 미래와 관련해 여러모로 어렵게 합니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내가 지금 여기 있는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라는 이름에 있어요. 아시아시대를 예견하고 2008년에 발족했지요.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의 대륙세력이 커지면 불가불 해양세력과 충돌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대륙의 중국과 해양의 일본이 아시아의 패권 경쟁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그 사이에 낀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습니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살리지 않으면 그 존재감도 소멸됩니다. 여기에서 지정학(지오폴리틱스·Geo Politics)을 지문화(지오 컬처·Geo Culture)로 대전환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중국과 일본의 대립과 충돌로 향하는 패권 경쟁을 가위, 바위, 보의 게임처럼 대륙과 해양 사이 반도의 존재를 회복하고 강화시켜 삼항순환의 상생 패러다임으로 이끌어가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제 생각만이 아니라 자크 아탈리(프랑스 미래학자·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공동체가 생기게 되면 베이징(北京)이나 도쿄(東京)가 아니라 서울에 그 본부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름은 사고(思考)의 집이죠. 그래서 저는 동아시아란 말 대신 한중일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한국인의 역할이 충돌을 상생으로 향하는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불선 삼교 일체와 융합을 이야기한 고운 최치원 선생의 접화군생(接化群生)의 비전이지요.”

―정부나 정치권이 우리의 생존이 걸린 한·중·일 문제에 예측과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도 듭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폐선을 사들였을 때 정치계는 물론이고 언론도, 학계도 주목한 사람이 없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초음속기가 발진할 수 있는 항모로 구축돼 남중국해의 분쟁해역에 출현했을 때, 그제야 우리는 자다가 깬 사람처럼 야단들을 합니다. 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나기 8개월 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이머징 바이러스(emerging virus)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신문지상에 발표했지만 그러나 누구도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지요.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자 그제야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졌지요. 북핵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미리 그런 사태가 올 것을 알았어야 해요.”

―한·중·일의 비교문화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중국 사람이 좋아하는 꽃은 모란, 일본은 벚꽃, 한국은 무궁화지요. 다 다르지만 3국을 이어주는 꽃이 하나 있어요. 매화예요. 아무런 통일성이 없는데 매화는 통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세 나라를 비교해, 의자가 세 다리를 가져야 안전하듯이 문화적으로 공통의 것을 찾는 게 시작이에요.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많아요. 그게 지식인의 역할이죠. 공통의 문화기반을 가짐으로써 패권 없는 아시아를 만들고 중국, 한국, 일본이 상생할 수 있는 것이에요. 최근에 ‘한중일 공통 808자’를 선정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자화자찬 같지만 중요한 일을 한 것이지요. EU가 왜 EU가 됐어요? 정치, 경제가 만든 게 아니고 문화였어요. 한·중·일 공통의 기반을 만드는 저수지를 만들어야지. 물을 끌어다가 논에 주느냐, 밭에 주느냐는 정치, 경제가가 할 일이고.”

―말씀하신 김에, 현실 정치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안 했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선량(選良)들이 화급한 국제 정세나 민생보다는 여전히 진보·보수 타령에다가 자리 보존에 급급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데, 한 말씀해 주시지요.

“한국 정치는 후미등만 켜고 질주하는 자동차와도 같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슈가 항상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가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색깔 논쟁을 하던 때에는 그래도 단순하지만 분명한 선택이 있고, 소박하지만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우클릭하고 좌회전하고, 좌클릭하고 우회전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많아 도처에서 접촉사고나 충돌이 발생합니다. 표를 찍는 유권자들도 헷갈려 ‘멘붕’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큰 선거를 치를 때 당명을 바꾸거나 분당하는 일이 잦은 것도 모두가 후미등의 깜빡이를 잘못 켰거나 위장한 데서 비롯되는 일도 많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길을 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밝혀주는 전조등인데 결국 한국의 정치차(車)에는 후미등의 후향성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소돔의 성이 불타고 있을 때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다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었습니다. 위기의 시대에는 미래의 입법자라는 시인이나 예술가처럼 미래를 투시하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하는 전조등의 정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미래를 예측해온 상상과 창조의 아이콘인데요. ‘창조학교’도 만들었고요. 창조성에 대해 말씀하신다면요.

“누구나 창조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창조인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교육하고 육성하는 쪽이 유효할 것입니다. 한국의 비극은 천리마는 있는데 그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잡스를 알아보고 그가 학생 시절부터 도와준 명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부러워해야 합니다. 왜 맨토링시스템의 창조학교를 만들었겠어요? 정치가들의 이슈가 김구,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DJ), 노무현 묘에 가느냐, 마느냐예요. 왜 정치가 과거에만 목을 맵니까. TV를 틀어봐도 ‘응답하라’야. 전부 과거 얘기야. ‘응답하라’는 책임을 묻는 거잖아요. 국회 청문회도 ‘응답하라’예요. 응답하라 스트레스에 걸려 있어요. 응답하다라는 것이 영어로 리스폰드(respond)이고, 리스폰서빌리티(responsibility)가 책임이죠. 미래라는 것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고 질문을 하는 거예요. 질문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응답할 자가 없어. 그럼 뭐야, 만들어야 해요. 심판의 반대가 창조야.”

 

 

―‘창조경제’니 해서 정부와 기업도 창조를 여러모로 고민하는데요.

“미래를 좌우하는 첨단산업은 대개가 다 무지와 규제 때문에 기지개를 켜지 못합니다. 드론과 3D 프린터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경우 한국은 중국, 대만보다도 뒤지고 있습니다. 일본만 해도 드론을 날릴 수 있는 특별구를 만들어 요코하마(橫濱)시에서는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주고 있지요. 만약 우리가 농촌 지역만이라도 규제를 풀어 드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논이나 과수원의 병충해 발생지를 정확히 촬영해 그곳에만 농약을 뿌려 비용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고 청년 일자리도 생깁니다. 농업과 공업이 공생하고 오락산업까지 영향을 주는 일석삼조, 사조의 성과를 낼 수 있지요. 세계 드론 대회를 열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활용해 드론의 예술 문화를 창조하는 중심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센서가 달린 스마트 젓가락을 휴대전화와 연계하면 매일 먹는 식품의 중금속 오염, 염분과 당분 측정 등 빅데이터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암 등 온갖 식품공해로 인한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의 의료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젓가락질을 모르는 구글과 애플을 이길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가 열리는 겁니다.”

―현재 신자유주의가 빈부격차를 극단으로 몰며 세계를 옥죄고 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도 ‘금수저, 흙수저’에 ‘헬조선’을 말하는 지경입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쇼크 이후 금융 자본주의가 벽에 부딪혔을 때 저는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으로 ‘산업=금융’의 물질자본주의에서 생명 공감을 밑천으로 삼는 자본주의 문명론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인적자본에서 사회자본 그리고 문화자본과 자연자본으로 확산시키고 통합하는 생명자본 개념을 제창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요즘 폐해가 있다고만 생각하지, 그보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환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잊고 있어요. 사회주의도 있었고, 히틀러, 일본 제국주의도 있었단 말이죠. 그것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그래도 마지막 살아남은 게 자본주의예요. 리먼 쇼크 이후에 삼척동자가 봐도 금융, 돈 먹고 돈 먹는 카지노 자본주의예요. 이걸, 물질자본주의를 생명자본주의로 돌리는 얼터너티비티(alternativity)밖에 없어요. 사람이 살려 하는 것을 살림살이라고 하는데, 나는 살림살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한국 사람은 뭐가 밑천이야? 자식이, 인간이 밑천, 그게 생명사상이에요.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말하는데, 해방되고 선진국 대열 10위권 내에 그래도 턱걸이한 나라가 있나요? 상대적으로 평가해야죠. 젊은이들이,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고. 진짜 지옥이 뭔지 가르쳐 줄까요? 포기하는 게 지옥이야. 진짜 지옥은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 거예요.”


―책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라)를 말씀하시고 했는데, 죽음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정리하고 계신지요.

“그래서 내가 문학을 하게 된 거예요. 나는 6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어머니 코에다 손을 대서 숨 쉬는 거 확인하고 잠들곤 했어요. 6세 때부터 끝없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한 거죠. 죽음 앞에서 권력이 어디 있고, 돈이 무슨 소용인가, 누구나 공평해요. 그러니까 나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안 죽을 순 없지만 죽음 이상의 가치를 만들지 않는 한 사형선고 받은 채로 사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소위 메멘토 모리, 이런 것들이 계속 문학에서 머무르게 한 것이고, 세속적 가치관보다 존재론적 사유를 하게 한 거예요. 마지막에는 종교문제로 들어간 것이죠.



그런데 딸(이민아 목사·2012년 작고)이 죽고, 외손자가 죽고, 나도 몇 번씩 수술을 하고 보니까, 이제는 모색하는 단계는 지났고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야말로 세속적 언어라도 남겨야겠다고 ‘한국인 이야기’ 10권 저술에 착수한 거예요. 유언을 쓰듯. 난 자서전은 절대 안 써요. 왜 남들이 내 변명 들어주고, 나 잘난 얘기를 해요. 내가 만난 이웃들,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 의미가 뭐였는지에 대해 남기고 싶어요. 내가 일제강점기, 6·25전쟁, 독재시대 등 가혹한 시대를 살았는데, 이제는 감사하고 있어요. 내가 그 시절에 안 살았다면 제국주의가, 전쟁이, 독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버림받은 세대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하나님이 선택을 하셨구나. 문학 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삶이었다는 거예요.”



―2007년으로 기억합니다만, 병고를 겪으면서도 밝게 살아가는 따님 이민아 목사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기독교 신자가 됐지요. 당시 언론들이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따님이 세상을 떴는데, 신앙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건 없는지요.



“딸애는 죽을 때도 참 의연했어요. 죽음아, 너 오너라, 한 번 해보자, 웃어가면서. 의사가 3개월 남았다고 하니 씩 웃었어요. 그러고서 책 세 권을 썼잖아요. 나는 인간이 안 죽을 순 없지만 죽음보다 강할 수 있다는 걸 우리 딸에게서 봤어요. 죽기 직전까지도 세계를 긍정하고,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나는 밤마다 하나님을 원망하거든. 나는 절대로 지성에서 못 벗어나요. 욥처럼. 처음에는 욥처럼 나도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세례를 받은 후 외손자가 그리고 내 딸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세 번이나 큰 수술을 받는 재앙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누구 하나 순탄한 길을 걸었는지. 다 순교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런 불행들이 기독교를 천 년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지요. 예수님처럼 아무 죄도 없는 분이 죄인으로 형틀에서 돌아가셨는데 하물며 죄 많은 사람이 겪는 고통은 당연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밤중에도 열 번 속으로 외칩니다. ‘주여 날 버리시나이까.’”



―선생님은 20대부터 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60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수없이 냈습니다. 선생님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어릴 적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형님들이 방학 동안에 가져온 책들을 초등학교 2, 3학년 때 다 볼 수가 있었어요. 남들이 동화 읽을 때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니 뇌세포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어요. 어머니는 밤낮 책을 읽어주셨고, 형들은 방학 때 오면 서울에서 본 영화 얘기를 해줬는데, 호기심에 가득 찬 초등학생이 대학생들과 어울려서 대화를 나눈 거예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는 기회였어요. 내가 세계 규모의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여러 번 했잖아요. 내가 독서만으로 배운 거라면 그 사람들 앞에서 말 못해요. 그때의 상상력으로 하니까 상대가 아무리 노벨상을 탄 사람 앞이라도 가능한 거죠. 아버지는 지적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었어요. 당시로선 첨단산업, 벤처인 비닐하우스를 하시고 했거든요. 아버지의 지적 호기심에 어머니의 문학적 상상력, 형님들과의 대화가 나를 만들었죠.”





―‘이어령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평생을 산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내가 하나밖에 없는 삶인데 왜 남을 되풀이해서 살아요. 강박관념이지, 트라우마. 나는 항상 새것을 하지 않으면 못 움직여요. 가령 참치는 헤엄을 쳐야 물을 빨아들여 호흡합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도 헤엄을 쳐요. 나한테 있어서 산소라고 하는 것은 창조, 그게 멈추면 죽어. 나는 내 지문이 남들과 다르듯, ‘온리 원(only one)’을 추구했어요. 모방하거나 되풀이하면 나는 존재하지 않죠. 나를 아주 잘 표현했는데. 그게 없었으면 나는 쓰러졌을 것이야. 이걸 나만의 강박관념이 아니라 온 국민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끝으로, 독자들은 선생님이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으로 보는데, 선생님 자신은 ‘아웃사이더이면서 인사이더로 살아왔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평생 대학교수로, 언론사 논설위원으로, 수많은 위원장, 고문, 장관까지 지냈으니, 사람들은 내가 레드카펫 위를 지난 줄 알아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는 가혹한 시절이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문경에서 영어교사 생활한 건 모르죠. 또 내가 30대에 승용차를 사서 다녔는데, 남들은 내가 과시하는 것으로 봐요. 당시 대학과 언론사를 같이 하며 마감에 맞추려 어쩔 수 없어 차를 산 거예요. 나는 평생을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았어요.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죠. 더군다나 한국처럼 모든 것이 정치화되고 분파된 데서 외톨이로, 모든 적에게 둘러싸인 곳에서 내 편 없이 살았어요. 이아무개 편이 누구인가 물어봐요. 한 사람도 없어. 그 안에서 손가락 두 개 가지고 팔십까지 살아온 것이 그게 파란만장의 삶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문단 정치 밖에 있었고, 언론계도 오래 있었지만 나를 언론인이라고 하는 사람 있어요? 대학에서도 학과장도 해본 적이 없어요. 평생 나는 인볼브(involve)된 적이 없어요. 항상 손님처럼 살았어요. 나는 내가 한국인인가 할 정도로 한국을 비판하고 한국 바깥에서 살아오고 그랬어요. 5∼6년 주기로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바깥에 가서 살지 않으면 못 견뎠단 말이지.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거야, 고독한 아웃사이더. 만약 내가 인사이더로 매몰됐으면 지금 평범한 늙은이, 글 써서 돈 몇 푼 벌어 집 한 채 자식들한테 물려주는 많은 사람 중 하나였을 거예요.



남들은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예요. 우물을 파다가 물이 나오면 다른 우물을 팝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우물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생에 대한 갈증 그 자체인 것입니다. 지적 호기심, 충족은 오히려 죽음이지요. 목마르지도 않은 사람에게 물을 퍼마시게 하면 그게 바로 ‘물고문’이에요. 그래서 80세 먹은 피터 팬처럼 살지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로 살아요.”



인터뷰 = 엄주엽 문화부장 ejyeob@munhwa.com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 지음
역자
안천 옮김 역자평점 0.0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17.08.11
형태
페이지 수 216 | ISBN
ISBN 10-8955619421
ISBN 13-9788955619423
 
 
‘어렵다’고 정평이 난 책들이 있다.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에서 다루는 ‘어려운 책’은 현대 사상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세계적 명성의 사상가들이 쓴 개념·철학서이다. 가볍고 묵직한 메시지를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이른바 ‘쉬운 책’도 유의미한 독서가 될 수 있지만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는 이 ‘어려운 책’을 읽는 행위에서 ‘독서’의 본질 추구를 꾀한다. 또한 독서노트를 쓰는 노하우, 관련 사상 계보의 독서 목록, 자유로운 독서법 등 ‘어려운 책’을 무탈하게 독파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을 일러 준다.



이 ‘기술’을 익히면 못 읽을 거라 섣불리 예단했던 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지레 겁먹지 않고, 편견을 거두면 어렵다고 소문난 형이상학적 명저들을 내 욕망과 마주 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타인의 생각을 내게 이식하는 행위다. 인류는 이것으로 발전했다.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에는 사상의 계보를 밟아가는 동시에 타파하는 지적 투쟁이 늘 함께했다. 형이상학으로 무장한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으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어가며




[기술편]
01 기본적인 사고방식
‘안다’는 것 / 번역의 문제 / ‘닫힌 책’과 ‘열린 책’ / ‘외부 참조’가 필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 / ‘등산형’ 책과 ‘하이킹형’ 책 / 책의 시퀀스 패턴 / ‘비판적 읽기’와 ‘동조적 읽기’ / 본서의 기본 방침 / 독서에 걸리는 시간




02 준비
책 선택하기 / ‘책장 보기’의 기술 / 흥미에 따라 분야를 세분화한다 / 인터넷 검색이라는 방법 / 책의 ‘유형’을 정한다 / 구입할 책을 정한다 / 읽는 ‘태도’를 정한다




03 책 읽는 법 - 첫 번째: 통독
언제 읽을 것인가, 어디부터 읽을 것인가 / 우선 통독한다 / 독서 노트의 ‘외형’을 만든다 / 메모를 하면서 통독한다 / 독서 노트는 ‘언제’ 적을 것인가 / 책의 ‘유형’을 추측한다 / ‘통독’만으로 충분한 책도 있다 / 전혀 모를 때, 재미없을 때




04 책 읽는 법 - 두 번째: 상세히 읽기
모른다는 것을 ‘느낀다’ / 모르겠는 이유를 생각한다 / 대처법1 용어의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2 논리 관계의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3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4 저자의 주장을 그려 볼 필요가 있을 때 / 열린 책을 읽는 법 / 도저히 알 수 없을 때1 - 일단 포기한다 / 도저히 알 수 없을 때2 - 누군가에게 묻는다




05 한 차원 더 높은 책 읽기
습득한 지식을 더 큰 지식의 구조 안에 위치시킨다 / ‘읽지 않는’ 독서를 통한 정보 수집 / 테마에 관한 지도를 만든다 - ‘포괄적 읽기’와 ‘종단적 읽기’ / 테마에 따라 읽어 간다 - ‘계통적 읽기’ / 저자 저작의 전체 지도를 만든다 - ‘저자 읽기’ / 저자와 머릿속이 같아진다 - 궁극의 동조적 읽기 / 비판적 읽기 / 다른 분야나 다른 책과의 관련성을 지도로 만든다 - ‘관련지어 읽기’와 ‘병행해서 읽기’ / 마치며 - 사상에 ‘생명’을 불어넣자




[실전편]
06 독서 노트 작성 예
들뢰즈Goilles Deleuze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청갈색책》
워프Benjamin Lee Whorf 《언어, 사고, 그리고 실재》
아담Jean-Michel Adam 《이야기론》




07 대표적인 어려운 책 가이드
데리다Jacques Derrida 《유한책임회사》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에티카》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논리-철학 논고》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일반언어학 강의》
프로이트Sigmund Freud 《정신분석 강의》
푸코Michel Foucult 《말과 사물》
라캉Jacques Lacan 《에크리 Ⅰ·Ⅲ》
들뢰즈Gilles Deleuze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낭시Jean-Luc Nancy 《코르푸스》
지젝Slavoj Zizek 《까다로운 주체》

옮긴이 후기

 

 

왜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까?



사고를 넓히는 ‘독서’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렵다’고 정평이 난 책들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어려운 책’은 현대 사상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세계적 명성의 사상가들이 쓴 개념·철학서이다. 가볍고 묵직한 메시지를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이른바 ‘쉬운 책’도 유의미한 독서가 될 수 있지만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는 이 ‘어려운 책’을 읽는 행위에서 ‘독서’의 본질 추구를 꾀한다. 또한 독서노트를 쓰는 노하우, 관련 사상 계보의 독서 목록, 자유로운 독서법 등 ‘어려운 책’을 무탈하게 독파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을 일러 준다. 이 ‘기술’을 익히면 못 읽을 거라 섣불리 예단했던 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지레 겁먹지 않고, 편견을 거두면 어렵다고 소문난 형이상학적 명저들을 내 욕망과 마주 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타인의 생각을 내게 이식하는 행위다. 인류는 이것으로 발전했다.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에는 사상의 계보를 밟아가는 동시에 타파하는 지적 투쟁이 늘 함께했다. 형이상학으로 무장한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으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읽는 법’을 알면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다




‘독서법’ ‘책을 잘 읽는 법’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SNS식 짧은 문장 트렌드, 시각을 자극하는 미디어 혹은 정보의 홍수에서 콘텐츠의 원형을 찾고자 하는 욕망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단기적 성취 욕망일 수도 있다. 이 책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의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에 의하면 독서는 기술이다. 서점 판매대에서 눈에 띄는 표지의 책을 고르거나, 신문 서평, 유명 팟캐스트나 공중파 예능 방송에 출연한 방송인의 추천 도서 목록을 따르는 것도 독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읽기 전 어떤 책을 읽을지 고심하는 단계부터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른바 책을 고르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필요’ ‘나의 배경 지식’ 등 내 욕망에 견줘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야 한다. 이때 나에게 ‘맞는 책’은 반드시 쉬운 2차 교양서, 안내서일 필요는 없다. 내 흥미의 방향성과 ‘키워드’가 일치하다면 그것의 철학적 속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상가들의 유명 저서, 즉 ‘어려운 책’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다. 현학적이고 고답적으로 보이는 ‘어려운 철학 책’은 저자가 깊이 묵히고 숙성한 사고의 소산물로서 그 지난한 논리 과정을 밟다 보면 내 삶과의 연결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그때 ‘어려운 책’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뜬구름이 아니게 된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도구로서 ‘내 책’이 된다.





‘어려운 책’을 읽는 이유 : 지식의 계승
사상의 뿌리를 가늠하는 개인의 힘



저자에 의하면 독서란 기본적으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쓴 서적의 내용을 자기 머릿속에 흡수하는 작업이며 타인의 사고를 자기 안에 이식하는 작업이다.(본문 12쪽) 동인이 어디에 있든 ‘독서 행위’의 기본은 이것이다. 10번 반복해서 읽어도 ‘모르는’ 책이 있고, 처음 몇 쪽만 슥 읽고도 ‘알아’ 버리는 책도 있다. 우리는 아무리 읽어도 잘 ‘모르는’ 책을 능력 밖의 ‘어려운 책’이라 단정하고 스스로의 독서 지평에 제한 선을 그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 부서지지 않는 나만의 사상으로 무장한 성벽을 세우기 위해서일까, 남에게 뒤지지 않는 지적 능력을 경쟁적으로 취하기 위해서일까. 저자 다카나 아키노리는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의 세세한 욕망을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다만 선인들이 이끌어온 사상의 역사와 우리의 현재를 가만히 연결한다. 그 연결선에는 ‘읽기’라는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의 지식을 이어받는 도구, 그리고 시야를 넓히는 도구로서의 독서의 의미에 깊이 천착한다. 부딪히고 깨어지는 자기 투쟁으로서의 독서를 옹호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흥미의 방향만 일치시킨다면 내가 선택한 어려운 책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응원한다. 인류 지성의 역사에서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의 길목마다 이러한 ‘읽기 행위’가 있었다는 굳건한 믿음을 저자는 이렇게 설파한다.




‘모른다’와 ‘안다’ 사이
우리는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



기술을 터득하면 우리는 ‘어려운 책’을 읽어 낼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소한 메모 습관, 통독의 단계에서 필요한 책의 개괄적 지도를 그려보는 작은 기술들이 우리의 독서를 효율적으로 돕는다. 암기식 문제 풀이 시험에 대비하며 책 옆에 펼쳤던 학창시절의 노트와 다르다. 오로지 저자의 글 앞에 마주 선 ‘나’만을 위한 메모와 책 지도이다. 저자에게 있어 독서는 매우 능동적 행위이다. 내 안의 욕망과 견줘 저자의 메시지를 대할 때 ‘비판적 읽기’와 ‘동조적 읽기’ 사이(본문 23쪽)에서 가늠자를 들이대고, 놓고를 반복해야 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예비 조사 - 책 선택 - 통독 - 상세히 읽기〉라는 독서의 기술, 4단계 룰을 제시한다.



책은 난이도와 내 이해 수준에 맞춰 정한다. 저자는 책을 고르는 선택 과정도 ‘독서’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책에는 읽는 내내 ‘그래서 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그 답을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열린 책’과 저자가 확고한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논리를 구축한 ‘닫힌 책’이 있다. 우리는 내가 진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가며 그 방향성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이 생략된 독서는 본래의 의미를 잃기 쉽다.(본문 29쪽) 이러한 준비 과정 뒤 〈통독〉의 단계를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책 내용 전체를 개괄하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는 통독 다음에 두 번째 ‘읽기’(〈상세히 읽기〉단계)에 돌입할 때, 우리는 이 두 번으로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완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장이 보여도 주눅 들면 안 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1장을 뒤로하고 2장을 넘긴다.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물론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쉽게 쓰일 수 없는 표현이다. 책을 통해 ‘안다’라는 것은 책에 쓰여진 개념을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을 내포한다.(본문 13쪽) 모른다고 메모한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멈추는 것 또한 독서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른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감각’을 동반한다. 실생활에서 동떨어진 잘 쓰지 않는 개념어와 그 개념어의 정의를 따로 세운 저자의 생각 줄기를 천천히 더듬는다. ‘예로 들면 어떤 것이 있지?’ 하고 추상적 철학 개념들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스스로 떠올려 보는 자문자답도 시도한다.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으로 그 ‘모르겠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그 부분을 ‘이해 못하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용어의 이해가 부족할 때는 용어 설명의 부분으로 돌아가거나 메모를 참조한다, 논리 관계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도식화를 그리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모른다’는 사실을 천천히 느끼는 것이다.




읽기의 기술 :
‘어려운 책’ 초심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조언



현대사상 평론가인 저자는 7장 ‘대표적인 어려운 책의 가이드’에서 나름의 관점으로 먼저 읽기 좋은 명사들의 책 계보와 도움이 될 만한 몇몇 참고 문헌도 함께 추천하며 독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어려운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트겐슈타인과 스피노자를 향한 ‘아마추어가 선호하는 철학자’라는, 학계와 학계 밖에서 이루어지는 세간의 평가를 가감 없이 알려주거나, 또한 ‘스피노자의 아이들’로 표현되는 라캉, 데리다 등을 소개하면서 네그리가 남긴 말 “스피노자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는 말도 소개한다. 독자들은 어렴풋하게 내 인생과 크게 접점이 없는 권위자로만 접했던 철학자들의 관계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데리다의 《유한책임회사》를 읽기 위해서는 《HOW TO READ 데리다》라는 보조텍스트격 독서를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스피노자의 경우 해설서가 아닌 《에티카》와 같은 저서에 직접 도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소쉬르의 경우 언어학의 계보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일반언어학강의》를 샅샅이 읽기 보다는 뛰어난 입문서나 90분 정도의 강의면 충분하다는 주관적 평가와 함께 사실 소쉬르는 저서보다는 말로 풀어냈던 ‘강의’에 아직 중요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고 느끼는 연구자들이 많아 강의록이 많이 번역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학계 트렌드도 친근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에는 대학에서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이 작성한 독서 노트가 샘플로 실려 있다. 저자가 추천하는 ‘읽기의 기술’ 중 ‘저자 읽기’라는 것이 있다. 특정 사상가의 사상을 내 것으로 하고 싶을 때 한 저자의 저서들을 ‘포괄적으로 읽는’ 독서가 가능하다. 반드시 철두철미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내 흥미에 따라 효율적으로 독서 행위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저자 읽기’에는 저자의 사상이 변천하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읽는 ‘종단적 읽기’도 가능한데, 꼭 인문학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해설서랑 안내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이렇게 저자의 사상을 따라갈 수 있다.



‘관련지어 읽기’와 ‘병행해서 읽기’도 실용적인 독서 기술이다. ‘관련지어 읽기’는 ‘어딘가에서 봤는데…’ 싶을 때 반드시 메모를 하며, 비슷한 개념의 책을 찾아가는 독서 기술이다. 저자의 조언대로 스피노자의 《에티카》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가 제기하는 문제를 궁극적인 목표 차원에서 공유하는 갤브레이스나 레비 스트로스를 같이 읽어도 좋다. 이 두 축의 독서는 ‘관련지어 읽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책 한 권에서 사고의 과정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병행해서 읽기’는 한발 앞선 ‘관련지어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이미 상세히 읽기를 거친 책 두 권을 병행해서 읽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한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병행해서 읽는’ 편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꼭 한 번에 같은 자리에서 한 책만을 읽는 것이 ‘옳은 독서법’이 아니다.




책을 덮어도 ‘독서’는 끝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상’의 유용성



‘안다’는 것은 그 사상이나 사고방식을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 사상을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사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길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력을 동원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읽는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내용은 가지각색이며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이해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흡수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그때마다 그 현대적 의의를 창조하는 행위가 ‘독서’이다. (본문 108쪽) ‘도서관은 사상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고 도서관 책장에 모셔져 있기만 한 책에 쓰인 사상은 ‘죽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생할 가능성을 품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죽은 사상’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사상은 ‘잠들어’ 있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해 가면서 잠들어 있는 사상이 돌연 의의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깨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독서’이다.



통신공학과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철학과에서는 논리를 사용하는데 그 사용법은 상당히 다르다. 한마디로 통신공학과에서는 불(불 대수를 발명한 사람)이나 섀넌(통신이론의 제창자), 쇼클리(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사람)가 만들어 낸 ‘방법’을 배우면 충분하고 그 사상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 즉 불의 논문이나 섀넌의 논문이 통신공학과에서 ‘필독 문헌’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철학과나 심리학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퍼스가 발명한 ‘방법’만이 아니라 그 ‘사상’까지도 배워야 한다. 이는 이공계 학문과 인문계 학문 중 어느 한 쪽이 뒤떨어져 있다거나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을 통한 정보 전달 및 축적이라는 공학적인 기술과 도구가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기술과 ‘사물’이 고도로 진화하여 인간이 그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거나 의문점 등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나 의문은 과거에 이를 다룬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범주를 뛰어넘는 새로운 어려움을 내포한 문제일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것에 기존의 지식으로만 대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 지성과 이성의 역사는 이처럼 새롭게 직면한 문제나 의문에 대해 그간 축적해 온 지식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지양하면서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독서의 역할은 한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생활에 활용하고, 나아가 이를 현실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살아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사이클’을 위한 중요한 엔진 중 하나인 것이다. (본문 110~112쪽)

 



 

독서란 단순히 책 읽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의 방향성을 가려내고 그 방향성에 따라 실제로 책을 고르는 행위도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어야 할 책을 제대로 파악하고 골라내면 독서라는 활동의 반은 달성한 것과 진배없다. 이런 준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는 올바른 독서가 되지 못할 수 있다



본문 29쪽




독서를 기본적인 교양을 익히기 위한 공부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재미없다고 느껴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재미없다고 느끼는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렇게 계속 읽어 나간다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본문 56쪽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책이라 해도 내용의 70%를 이해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만약 그 책의 80~90%를 이해했다면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은 연구자와 동일한 수준의 이해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번역을 담당한 번역자 본인조차 50%밖에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책 한 권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인 것이다. 전문 서적은 몇 개월에 걸쳐 거듭해서 읽고 한 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작업을 거쳤을 때 조금씩 자신의 지식이 된다는 마음으로 접해야 한다.
본문 58쪽




인류 지성과 이성의 역사는 이처럼 새롭게 직면한 문제나 의문에 대해 그간 축적해 온 지식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지양하면서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독서의 역할은 한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생활에 활용하고, 나아가 이를 현실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중략) 만약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논리학도, 정신분석도, 언어학도, 구조주의도 스스로 발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본문 112쪽




모든 학문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학문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지식의 축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읽기’라는 작업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지식을 계승한다. 그리고 이렇게 계승하고 축적한 지식을 사용하여 미래를 구축한다.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본문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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