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 지음
역자
안천 옮김 역자평점 0.0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17.08.11
형태
페이지 수 216 | ISBN
ISBN 10-8955619421
ISBN 13-9788955619423
 
 
‘어렵다’고 정평이 난 책들이 있다.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에서 다루는 ‘어려운 책’은 현대 사상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세계적 명성의 사상가들이 쓴 개념·철학서이다. 가볍고 묵직한 메시지를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이른바 ‘쉬운 책’도 유의미한 독서가 될 수 있지만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는 이 ‘어려운 책’을 읽는 행위에서 ‘독서’의 본질 추구를 꾀한다. 또한 독서노트를 쓰는 노하우, 관련 사상 계보의 독서 목록, 자유로운 독서법 등 ‘어려운 책’을 무탈하게 독파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을 일러 준다.



이 ‘기술’을 익히면 못 읽을 거라 섣불리 예단했던 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지레 겁먹지 않고, 편견을 거두면 어렵다고 소문난 형이상학적 명저들을 내 욕망과 마주 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타인의 생각을 내게 이식하는 행위다. 인류는 이것으로 발전했다.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에는 사상의 계보를 밟아가는 동시에 타파하는 지적 투쟁이 늘 함께했다. 형이상학으로 무장한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으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어가며




[기술편]
01 기본적인 사고방식
‘안다’는 것 / 번역의 문제 / ‘닫힌 책’과 ‘열린 책’ / ‘외부 참조’가 필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 / ‘등산형’ 책과 ‘하이킹형’ 책 / 책의 시퀀스 패턴 / ‘비판적 읽기’와 ‘동조적 읽기’ / 본서의 기본 방침 / 독서에 걸리는 시간




02 준비
책 선택하기 / ‘책장 보기’의 기술 / 흥미에 따라 분야를 세분화한다 / 인터넷 검색이라는 방법 / 책의 ‘유형’을 정한다 / 구입할 책을 정한다 / 읽는 ‘태도’를 정한다




03 책 읽는 법 - 첫 번째: 통독
언제 읽을 것인가, 어디부터 읽을 것인가 / 우선 통독한다 / 독서 노트의 ‘외형’을 만든다 / 메모를 하면서 통독한다 / 독서 노트는 ‘언제’ 적을 것인가 / 책의 ‘유형’을 추측한다 / ‘통독’만으로 충분한 책도 있다 / 전혀 모를 때, 재미없을 때




04 책 읽는 법 - 두 번째: 상세히 읽기
모른다는 것을 ‘느낀다’ / 모르겠는 이유를 생각한다 / 대처법1 용어의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2 논리 관계의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3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 대처법4 저자의 주장을 그려 볼 필요가 있을 때 / 열린 책을 읽는 법 / 도저히 알 수 없을 때1 - 일단 포기한다 / 도저히 알 수 없을 때2 - 누군가에게 묻는다




05 한 차원 더 높은 책 읽기
습득한 지식을 더 큰 지식의 구조 안에 위치시킨다 / ‘읽지 않는’ 독서를 통한 정보 수집 / 테마에 관한 지도를 만든다 - ‘포괄적 읽기’와 ‘종단적 읽기’ / 테마에 따라 읽어 간다 - ‘계통적 읽기’ / 저자 저작의 전체 지도를 만든다 - ‘저자 읽기’ / 저자와 머릿속이 같아진다 - 궁극의 동조적 읽기 / 비판적 읽기 / 다른 분야나 다른 책과의 관련성을 지도로 만든다 - ‘관련지어 읽기’와 ‘병행해서 읽기’ / 마치며 - 사상에 ‘생명’을 불어넣자




[실전편]
06 독서 노트 작성 예
들뢰즈Goilles Deleuze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청갈색책》
워프Benjamin Lee Whorf 《언어, 사고, 그리고 실재》
아담Jean-Michel Adam 《이야기론》




07 대표적인 어려운 책 가이드
데리다Jacques Derrida 《유한책임회사》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에티카》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논리-철학 논고》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일반언어학 강의》
프로이트Sigmund Freud 《정신분석 강의》
푸코Michel Foucult 《말과 사물》
라캉Jacques Lacan 《에크리 Ⅰ·Ⅲ》
들뢰즈Gilles Deleuze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낭시Jean-Luc Nancy 《코르푸스》
지젝Slavoj Zizek 《까다로운 주체》

옮긴이 후기

 

 

왜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까?



사고를 넓히는 ‘독서’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렵다’고 정평이 난 책들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어려운 책’은 현대 사상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세계적 명성의 사상가들이 쓴 개념·철학서이다. 가볍고 묵직한 메시지를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이른바 ‘쉬운 책’도 유의미한 독서가 될 수 있지만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는 이 ‘어려운 책’을 읽는 행위에서 ‘독서’의 본질 추구를 꾀한다. 또한 독서노트를 쓰는 노하우, 관련 사상 계보의 독서 목록, 자유로운 독서법 등 ‘어려운 책’을 무탈하게 독파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을 일러 준다. 이 ‘기술’을 익히면 못 읽을 거라 섣불리 예단했던 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지레 겁먹지 않고, 편견을 거두면 어렵다고 소문난 형이상학적 명저들을 내 욕망과 마주 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타인의 생각을 내게 이식하는 행위다. 인류는 이것으로 발전했다.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에는 사상의 계보를 밟아가는 동시에 타파하는 지적 투쟁이 늘 함께했다. 형이상학으로 무장한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으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읽는 법’을 알면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다




‘독서법’ ‘책을 잘 읽는 법’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SNS식 짧은 문장 트렌드, 시각을 자극하는 미디어 혹은 정보의 홍수에서 콘텐츠의 원형을 찾고자 하는 욕망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단기적 성취 욕망일 수도 있다. 이 책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의 저자 다카다 아키노리에 의하면 독서는 기술이다. 서점 판매대에서 눈에 띄는 표지의 책을 고르거나, 신문 서평, 유명 팟캐스트나 공중파 예능 방송에 출연한 방송인의 추천 도서 목록을 따르는 것도 독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읽기 전 어떤 책을 읽을지 고심하는 단계부터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른바 책을 고르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필요’ ‘나의 배경 지식’ 등 내 욕망에 견줘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야 한다. 이때 나에게 ‘맞는 책’은 반드시 쉬운 2차 교양서, 안내서일 필요는 없다. 내 흥미의 방향성과 ‘키워드’가 일치하다면 그것의 철학적 속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상가들의 유명 저서, 즉 ‘어려운 책’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다. 현학적이고 고답적으로 보이는 ‘어려운 철학 책’은 저자가 깊이 묵히고 숙성한 사고의 소산물로서 그 지난한 논리 과정을 밟다 보면 내 삶과의 연결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그때 ‘어려운 책’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뜬구름이 아니게 된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도구로서 ‘내 책’이 된다.





‘어려운 책’을 읽는 이유 : 지식의 계승
사상의 뿌리를 가늠하는 개인의 힘



저자에 의하면 독서란 기본적으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쓴 서적의 내용을 자기 머릿속에 흡수하는 작업이며 타인의 사고를 자기 안에 이식하는 작업이다.(본문 12쪽) 동인이 어디에 있든 ‘독서 행위’의 기본은 이것이다. 10번 반복해서 읽어도 ‘모르는’ 책이 있고, 처음 몇 쪽만 슥 읽고도 ‘알아’ 버리는 책도 있다. 우리는 아무리 읽어도 잘 ‘모르는’ 책을 능력 밖의 ‘어려운 책’이라 단정하고 스스로의 독서 지평에 제한 선을 그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 부서지지 않는 나만의 사상으로 무장한 성벽을 세우기 위해서일까, 남에게 뒤지지 않는 지적 능력을 경쟁적으로 취하기 위해서일까. 저자 다카나 아키노리는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의 세세한 욕망을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다만 선인들이 이끌어온 사상의 역사와 우리의 현재를 가만히 연결한다. 그 연결선에는 ‘읽기’라는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의 지식을 이어받는 도구, 그리고 시야를 넓히는 도구로서의 독서의 의미에 깊이 천착한다. 부딪히고 깨어지는 자기 투쟁으로서의 독서를 옹호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흥미의 방향만 일치시킨다면 내가 선택한 어려운 책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응원한다. 인류 지성의 역사에서 다음 역사로의 단절과 이음의 길목마다 이러한 ‘읽기 행위’가 있었다는 굳건한 믿음을 저자는 이렇게 설파한다.




‘모른다’와 ‘안다’ 사이
우리는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



기술을 터득하면 우리는 ‘어려운 책’을 읽어 낼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소한 메모 습관, 통독의 단계에서 필요한 책의 개괄적 지도를 그려보는 작은 기술들이 우리의 독서를 효율적으로 돕는다. 암기식 문제 풀이 시험에 대비하며 책 옆에 펼쳤던 학창시절의 노트와 다르다. 오로지 저자의 글 앞에 마주 선 ‘나’만을 위한 메모와 책 지도이다. 저자에게 있어 독서는 매우 능동적 행위이다. 내 안의 욕망과 견줘 저자의 메시지를 대할 때 ‘비판적 읽기’와 ‘동조적 읽기’ 사이(본문 23쪽)에서 가늠자를 들이대고, 놓고를 반복해야 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예비 조사 - 책 선택 - 통독 - 상세히 읽기〉라는 독서의 기술, 4단계 룰을 제시한다.



책은 난이도와 내 이해 수준에 맞춰 정한다. 저자는 책을 고르는 선택 과정도 ‘독서’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책에는 읽는 내내 ‘그래서 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그 답을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열린 책’과 저자가 확고한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논리를 구축한 ‘닫힌 책’이 있다. 우리는 내가 진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가며 그 방향성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이 생략된 독서는 본래의 의미를 잃기 쉽다.(본문 29쪽) 이러한 준비 과정 뒤 〈통독〉의 단계를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책 내용 전체를 개괄하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는 통독 다음에 두 번째 ‘읽기’(〈상세히 읽기〉단계)에 돌입할 때, 우리는 이 두 번으로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완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장이 보여도 주눅 들면 안 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1장을 뒤로하고 2장을 넘긴다.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물론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쉽게 쓰일 수 없는 표현이다. 책을 통해 ‘안다’라는 것은 책에 쓰여진 개념을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을 내포한다.(본문 13쪽) 모른다고 메모한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멈추는 것 또한 독서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른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감각’을 동반한다. 실생활에서 동떨어진 잘 쓰지 않는 개념어와 그 개념어의 정의를 따로 세운 저자의 생각 줄기를 천천히 더듬는다. ‘예로 들면 어떤 것이 있지?’ 하고 추상적 철학 개념들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스스로 떠올려 보는 자문자답도 시도한다.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으로 그 ‘모르겠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그 부분을 ‘이해 못하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용어의 이해가 부족할 때는 용어 설명의 부분으로 돌아가거나 메모를 참조한다, 논리 관계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도식화를 그리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모른다’는 사실을 천천히 느끼는 것이다.




읽기의 기술 :
‘어려운 책’ 초심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조언



현대사상 평론가인 저자는 7장 ‘대표적인 어려운 책의 가이드’에서 나름의 관점으로 먼저 읽기 좋은 명사들의 책 계보와 도움이 될 만한 몇몇 참고 문헌도 함께 추천하며 독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어려운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트겐슈타인과 스피노자를 향한 ‘아마추어가 선호하는 철학자’라는, 학계와 학계 밖에서 이루어지는 세간의 평가를 가감 없이 알려주거나, 또한 ‘스피노자의 아이들’로 표현되는 라캉, 데리다 등을 소개하면서 네그리가 남긴 말 “스피노자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는 말도 소개한다. 독자들은 어렴풋하게 내 인생과 크게 접점이 없는 권위자로만 접했던 철학자들의 관계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데리다의 《유한책임회사》를 읽기 위해서는 《HOW TO READ 데리다》라는 보조텍스트격 독서를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스피노자의 경우 해설서가 아닌 《에티카》와 같은 저서에 직접 도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소쉬르의 경우 언어학의 계보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일반언어학강의》를 샅샅이 읽기 보다는 뛰어난 입문서나 90분 정도의 강의면 충분하다는 주관적 평가와 함께 사실 소쉬르는 저서보다는 말로 풀어냈던 ‘강의’에 아직 중요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고 느끼는 연구자들이 많아 강의록이 많이 번역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학계 트렌드도 친근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에는 대학에서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이 작성한 독서 노트가 샘플로 실려 있다. 저자가 추천하는 ‘읽기의 기술’ 중 ‘저자 읽기’라는 것이 있다. 특정 사상가의 사상을 내 것으로 하고 싶을 때 한 저자의 저서들을 ‘포괄적으로 읽는’ 독서가 가능하다. 반드시 철두철미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내 흥미에 따라 효율적으로 독서 행위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저자 읽기’에는 저자의 사상이 변천하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읽는 ‘종단적 읽기’도 가능한데, 꼭 인문학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해설서랑 안내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이렇게 저자의 사상을 따라갈 수 있다.



‘관련지어 읽기’와 ‘병행해서 읽기’도 실용적인 독서 기술이다. ‘관련지어 읽기’는 ‘어딘가에서 봤는데…’ 싶을 때 반드시 메모를 하며, 비슷한 개념의 책을 찾아가는 독서 기술이다. 저자의 조언대로 스피노자의 《에티카》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가 제기하는 문제를 궁극적인 목표 차원에서 공유하는 갤브레이스나 레비 스트로스를 같이 읽어도 좋다. 이 두 축의 독서는 ‘관련지어 읽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책 한 권에서 사고의 과정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병행해서 읽기’는 한발 앞선 ‘관련지어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이미 상세히 읽기를 거친 책 두 권을 병행해서 읽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한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병행해서 읽는’ 편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꼭 한 번에 같은 자리에서 한 책만을 읽는 것이 ‘옳은 독서법’이 아니다.




책을 덮어도 ‘독서’는 끝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상’의 유용성



‘안다’는 것은 그 사상이나 사고방식을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 사상을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사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길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력을 동원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읽는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내용은 가지각색이며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이해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흡수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그때마다 그 현대적 의의를 창조하는 행위가 ‘독서’이다. (본문 108쪽) ‘도서관은 사상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고 도서관 책장에 모셔져 있기만 한 책에 쓰인 사상은 ‘죽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생할 가능성을 품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죽은 사상’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사상은 ‘잠들어’ 있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해 가면서 잠들어 있는 사상이 돌연 의의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깨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독서’이다.



통신공학과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철학과에서는 논리를 사용하는데 그 사용법은 상당히 다르다. 한마디로 통신공학과에서는 불(불 대수를 발명한 사람)이나 섀넌(통신이론의 제창자), 쇼클리(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사람)가 만들어 낸 ‘방법’을 배우면 충분하고 그 사상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 즉 불의 논문이나 섀넌의 논문이 통신공학과에서 ‘필독 문헌’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철학과나 심리학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퍼스가 발명한 ‘방법’만이 아니라 그 ‘사상’까지도 배워야 한다. 이는 이공계 학문과 인문계 학문 중 어느 한 쪽이 뒤떨어져 있다거나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을 통한 정보 전달 및 축적이라는 공학적인 기술과 도구가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기술과 ‘사물’이 고도로 진화하여 인간이 그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거나 의문점 등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나 의문은 과거에 이를 다룬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범주를 뛰어넘는 새로운 어려움을 내포한 문제일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것에 기존의 지식으로만 대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 지성과 이성의 역사는 이처럼 새롭게 직면한 문제나 의문에 대해 그간 축적해 온 지식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지양하면서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독서의 역할은 한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생활에 활용하고, 나아가 이를 현실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살아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사이클’을 위한 중요한 엔진 중 하나인 것이다. (본문 110~112쪽)

 



 

독서란 단순히 책 읽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의 방향성을 가려내고 그 방향성에 따라 실제로 책을 고르는 행위도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어야 할 책을 제대로 파악하고 골라내면 독서라는 활동의 반은 달성한 것과 진배없다. 이런 준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는 올바른 독서가 되지 못할 수 있다



본문 29쪽




독서를 기본적인 교양을 익히기 위한 공부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재미없다고 느껴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재미없다고 느끼는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렇게 계속 읽어 나간다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본문 56쪽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책이라 해도 내용의 70%를 이해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만약 그 책의 80~90%를 이해했다면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은 연구자와 동일한 수준의 이해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번역을 담당한 번역자 본인조차 50%밖에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책 한 권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인 것이다. 전문 서적은 몇 개월에 걸쳐 거듭해서 읽고 한 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작업을 거쳤을 때 조금씩 자신의 지식이 된다는 마음으로 접해야 한다.
본문 58쪽




인류 지성과 이성의 역사는 이처럼 새롭게 직면한 문제나 의문에 대해 그간 축적해 온 지식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지양하면서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독서의 역할은 한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생활에 활용하고, 나아가 이를 현실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중략) 만약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논리학도, 정신분석도, 언어학도, 구조주의도 스스로 발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본문 112쪽




모든 학문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학문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지식의 축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읽기’라는 작업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지식을 계승한다. 그리고 이렇게 계승하고 축적한 지식을 사용하여 미래를 구축한다.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본문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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