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1. 개미와 매미: 이야기와 비가역적 시간
2. 말과 말지기: 우화의 수사학
3. 늑대와 학: 강자의 논리
4. 우물에 빠진 여우와 염소: 사기꾼의 조롱
5. 매와 비둘기: 약속과 권력
6. 궁수와 사자: 꾀 많은 영웅 혹은 사부아르-페르
7. 해와 바람: 힘과 척도
8. 여인과 살찐 암탉: 심술에 관하여
9. 여우와 신 포도: 이중의 실패담
10. 아이와 늑대: 자기목적적 싸움
11. 「여우와 신 포도」에 대한 보론: 욕망과 능력
12. 늙은 사냥개: 의지와 능력
13. 「늙은 사냥개」에 대한 보론: 바보와 영웅
14. 토끼와 거북: 두 도전
15. 병든 사자와 사슴: 욕망과 믿음
16. 아기 사슴과 엄마: 공포와 용기
17. 파리들: 쾌락과 생존
18. 목마른 새 이야기: 욕망과 이성
19. 고기를 물고 다리를 건너는 개: 욕망의 회의주의
20. 돌을 낚은 어부들: 기쁨과 즐거움
21. 여우와 사자: 두려움과 오만
22. 잡초와 채소: 자연 선택과 인간 선택
23. 늑대와 개의 싸움: 개는 왜 다양한가?
24. 목자와 늑대: 길들이기에 대하여
25. 헤르메스와 나무꾼: 모방자와 심판자
26. 양치기의 장난: 알림과 거짓말
27. 데모스테네스와 당나귀: 호기심에 대하여
28. 농부와 아들들: 일과 놀이
29. 사람과 사튀로스: 비유의 탄생
30. 손버릇 나쁜 의사: 무의식적 코드와 해석
31. 배부른 여우: 의미의 전이
32. 늑대, 엄마 염소, 새끼 염소: 언어와 현실, 또는 우화와 동화 (1)
33. 늑대, 엄마 염소, 새끼 염소: 언어와 현실, 또는 우화와 동화 (2)
34. 시골쥐와 서울쥐: 의미의 의미
35. 「시골쥐와 서울쥐」에 대한 보론: 가치 대상과 가치 체계
36. 헤르메스와 테이레시아스: 패러디로서의 우화 (1)
37. 협잡꾼: 패러디로서의 우화 (2)
38. 여주인과 하녀들: 인과 관계와 목적론적 관계
39. 나그네와 도끼: 응보담의 문법 혹은 불연속성의 연속성
40. 날개 잘린 독수리와 여우: 교훈의 해체

참고 도서
에필로그




오후 4시의 희망
   
      김(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간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 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있었네
     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
     서류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
     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블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
     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
      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
      한 번 꽃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 정연한가
     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꼬리를 무는 국어 지식과 우리말 어휘 12,000가지

대화하듯 문답으로 풀어가는 우리말에 대한 궁금증

최종희 지음|622쪽|25,000원|원더박스

세계화 시대에 당신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말 실력이다

그리고 국어 실력도 어휘력이 좌우한다!

언어 실력 향상에는 풍부한 어휘력이 필수이다국어도 언어의 하나인 이상예외일 수 없다영어를 배우기 위해 누구나 Vocabulary 22000』 등 어휘집 공부를 해봤을 것이다유독 국어에 대해서 어휘력의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것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국어도 어휘력을 늘리지 않으면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다국어사전에는 50만 여 단어를 수록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는 3천 단어 수준에 불과하다영어는 1만 단어프랑스어는 3만 단어가 일상어휘로 쓰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빈약한 어휘력이 국어의 풍요로움을 얼마나 제한하고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열공 우리말》은 우리말에 대한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유형별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한 우리말 어휘 공부의 보고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국어 지식과 우리말 어휘 공부
130개의 문답으로 국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친절한 우리말 강의
초보자부터 우리말 실력을 키우려는 독자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구성

어떻게 우리말 어휘력이 열 배로 늘어나나?

제시어 하나에서 꼬리를 물고 수십 가지 관련 어휘 익히는 구성 

《열공 우리말》은 하나의 제시어에서 시작해 그에 대한 궁금증과 지식을 풀어가면서 관련되는 수십 가지 우리말 어휘를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예를 들어 302쪽의 담배 항목을 보자이 책은 먼저 찾아온 손님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며 인사를 나누는 옛 풍습에서 나온 대객초인사(對客初人事)’라는 말을 설명한다피우면 걱정 근심을 잊는다는 뜻으로 망우초(忘憂草)’, 심심풀이로 피우는 풀이라서 심심초’ 등 담배 자체를 일컫는 어휘를 익힐 때쯤이면 어느덧 담뱃대’, ‘물부리’, ‘고불통’ 등 흡연 기구에 대한 낱말을 지나 골초’, ‘철록어미(담배를 쉬지 않고 늘 피우는 사람을 놀리는 말)’, ‘담배씨네 외손자(성질이 매우 잘거나 마음이 좁은 사람의 비유)’ 등 흡연자를 지칭하는 낱말과 담배씨로 뒤웅박을 판다’ 같은 흡연에서 비롯된 속담과 관용어까지 익힐 수 있다결국 담배라는 제시어에서 시작한 설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담배와 관련한 낱말속담 등 45가지 우리말 어휘를 상세히 이해하는 구성이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흡연 예절이 있어 “술상을 앞에 놓고 노소가 같이 즐기는 일은 있어도 담배만큼은 맞담배질하지 않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 앞에서 맞담배질(서로 마주 대하여 담배를 피우는 짓을 낮잡는 말)을 하다가는 버릇없는 놈이라고 혼쭐나기 마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예의 규범이죠. ‘맞담배’와 발음이 유사한 막담배는 “품질이 좋지 아니한 담배”인데, 예전에 시골 아낙네나 머슴들이 많이 피우던 살담배(칼 따위로 썬 담배)로 유명했던 상표명 풍년초가 그런 막담배라 할 수 있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을 놀림조로 ‘골초’라고 하는데, 실은 골초의 으뜸 의미는 “품질이 낮은, 쓰고 독한 담배”라는 뜻이랍니다. 막담배보다도 못한 담배이니 골초는 막담배의 사촌쯤 되려나요. (304쪽)

넓고 깊은 우리말의 바다를 헤엄치는 기쁨

파도치듯 밀려오는 한국어 지식의 향연


열공이라 해서 학교 졸업한 지 언젠데 다시 공부냐며 부담부터 느낄 필요는 없다.

《열공 우리말》은 수록된 130개의 문답 하나하나가 우리말 산책 칼럼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보면 주인공 이강모와 허효원의 첫날밤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신부 효원은 다리속곳, 속속곳, 단속곳, 고쟁이를 입고 그 위에 또 너른바지와 대슘치마, 무지기를 입고서 마지막으로 다홍치마를 입은 것으로 되어 있지요. 모두 해서 여덟 가지인데, 겉치마인 다홍치마를 빼도 속옷만 자그마치 일곱 가지가 됩니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대로 “몇몇 겹으로 싸고 감”은 탓에 신부는 마치 옷을 “갑옷처럼 입고 앉은”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대슘치마, 무지기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나면, 무지기를 입고서 그처럼 앉아 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요. (412쪽)

이 책에는 또한 마디마디에 60여 항목의 을 두어 우리말에 관한 뜻밖의 재미와 정보를 선사한다‘역사로 보는 우리말 팔자’(24쪽), ‘성서에 북한어 표기가 상당수 들어간 까닭’(99쪽), ‘한자어의 경제적 조어 능력’(124쪽), ‘한국인 열의 아홉이 실수하는 외래어’(267쪽), ‘엉덩이/궁둥이/방둥이는 어떻게 다를까?’(288쪽), ‘마블링과 소고기 등급 이야기’(495쪽), ‘탕과 국은 어떻게 다른가?’(540쪽), ‘낱말 안에서 글자의 순서’(589쪽),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말’(591쪽), ‘옥스퍼드 콤마’(602쪽) 등 평소에 궁금하거나 알쏭달쏭했던 문제들, 한국어의 현황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흥미진진한 외전(外傳)처럼 펼쳐진다.

《열공 우리말》은 영어 환경에서 도리어 국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모국어를 천착해온 저자의 30년간 우리말 농사의 알곡을 담았다. 1장부터 체계적으로 읽으면 우리말 개념이 바로잡히고어느 페이지나 내키는 대로 펼쳐 읽어도 꼬리를 무는 국어 지식과 어휘 실력을 가외로 얻을 수 있다초심자부터 국어 공부를 제대로 깊게 해보고자 하는 독자 모두에게 넓고 깊은 우리말의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는 기쁨을 알려줄 책이다.

▷ 추천사 

이 책은 우리말의 넓고 깊은 바다를 헤엄치도록 도와준다술술 읽기만 해도 쌓여가는 우리말 어휘 실력은 덤이다.

김남미(서강대학교 교수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저자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고대 미술의 도상학(圖像學, Iconography)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동안독일어·중국어·영어는 자연히 그 나라의 문화와 함께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귀국 후 오히려 모국어 앞에서 자신감을 잃은 나에게 우리말로 생각하는 법을 일깨워준 이 책은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다. 고혜련(단국대학교 교수)

  

신의 언어는 스웨덴어다”, “신은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언어인 독일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유럽인들은 오만하게 자신의 모국어를 상찬했다나도 이런 찬사를 당당히 한국어에 바치고 싶다우리 주위에는 기품 있고 제대로 된 한국어가 귀하다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국어의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다거친 광석에서 금을 뽑아내듯 우리말 실력도 다듬고 키워야 한다._한상권(KBS 아나운서)

  

  

▷ 저자 소개 최 종 희 

언어는 그 사람이라는 소신을 지닌 우리말 연구가이다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 대표이며경기교육청 학교로 찾아가는 인문학’ 강사이다충남 서천에서 나고 자라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다오랜 해외 근무로 영어를 상용하는 이중 언어생활을 경험하면서영어를 잘하려면 우리말부터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임을 깨닫고 국어 공부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퇴직하고 나서 아직 작가용 한국어 사전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사전 편찬에 매달렸다꼬박 5년을 바쳐 완성한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은 현재 국립도서관에 마지막으로 납본된” 중대형 종이 사전이 되었다. 2016년에 쓴 책 『박근혜의 말』은 언어를 통해 정치인의 실체를 분석한 책으로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그 밖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내가 따뜻한 이유』(공저등을 썼고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셀프 혁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전자우편jonychoi@naver.com 블로그네이버/다음 최종희의 생각 변전소




蛙利鷺 唯我無蛙 人生之恨 (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오직 나는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蛙利鷺(와이로)란 흔희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경로(經路)를 통해 상대방에게 금품 내지 물품을 전달하고 '그 댓가로 무엇 인가를 얻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주고 받는 반대 급부(給付)의 성격이 비 정상적인 경우로 통칭(通稱) 하고 있다.



우리가 평상시 자주 시용하고 있는 말은 자명(自明)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일본어 인지 아니면  우리말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리숭한 태도를 취하고 정녕(丁寧) 우리 나라 에서 전래 되어 오는  말  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와이로에 대한 유래에 대하여 잠시 살펴 보면 고려 말의 유명한 학자인 이규보(李奎報)선생께서 몇 번의 과거(科擧)에 낙방(落榜)하고 초야(草野)에 묻혀 살 때 집 대문(大門)에 붙어있던 글이다.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僥倖)히 민가(民家)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酒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한 것이다.


蛙利鷺 唯我無蛙 人生之恨 (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오직 나는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 만큼의 지식(智識)은 갖추었기에 개구리가 뜻하는 걸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주막에 들려 국밥을 한 그릇 시켜먹으면서 주모(酒母)에게 외딴집(이규보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과거(科擧)에 낙방(落榜)하고 마을에도 잘 안 나오며, 집안에서 책만 읽으면서 살아간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증이 발동(發動)한 임금은 다시 그 집으로 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 가기로 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집 주인의 글 읽는 소리에 잠은 안 오고해서 면담(面談)을 신청(申請)하여. 그렇게도 궁금하게 여겼던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 이란 글에 대해들을 수 있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바로 3일 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는 것이다.


백로(白鷺)를 심판(審判)으로 하고서...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노래를 잘 하기는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시합을 제의하다니,


하지만 월등(越等)한 실력(實力)을 자신(自信)했기에 시합(試合)에 응(應)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의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白鷺)한테 갔다주고 뒤를 부탁한 거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白鷺)의 판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인 백로(白鷺)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말은, 이규보(李奎報)선생이 임금한테 불의(不義)와 불법(不法)으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比喩)해서 한 말이다.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 란 말이 생겼다. 와(蛙) 개구리와.   이(利)  이로울 이.  로(鷺) 해오라기로.


백로로 이규보(李奎報)선생 자신(自身)이 생각해도, 그의 실력(實力)이나 지식(智識)은 어디 내놔도 안 지는데 과거(科擧)를 보면 꼭 떨어진다는 것이다.

돈이 없고, 정승(政丞)의 자식(子息)이 아니라는 이유(理由)로...자신은,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 같은 입장이지만 까마귀가 백로(白鷺)한테 상납(上納)한 개구리 같은 뒷거래가 없었기에 번번히 낙방(落榜)하여 초야(草野)에 묻혀 살고 있다고...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선생의 품격(品格)이나 지식(智識)이 고상(高尙)하기에, 자신(自身)도 과거(科擧)에 여러 번 낙방(落榜)하고 전국(全國)을 떠도는 떠돌이인데 며칠 후에 임시(臨時) 과거(科擧)가 있다 해서 한양(漢陽)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궁궐(宮闕)에 들어와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命)하였다 한다.



과거(科擧)를 보는 날,이규보(李奎報)선생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準備)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試驗官)이 내 걸은 시제(詩題)가 “唯我無蛙人生之恨 ” 이란 여덟 자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규보선생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 번 올리고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壯元及第)하여 차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 唯我無蛙人生之恨)란 말이 생겨났다.





울고 있는 가수

허수경 

가수는 노래하고 세월은 흐른다 


사랑아, 가끔 날 위해 울 수 있었니 


그러나 울 수 있었던 날들의 따뜻함 


나도 한때 하릴없이 죽지는 않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돌담에 기대 


햇살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네 


맹세는 따뜻함처럼 우리를 배반했으나 


우는 철새의 애처러움 


우우 애처러움을 타는 마음들 


우우 마음들 가여워라 


마음을 빠져나온 마음이 마음에게로 가기 위해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은 나를 울게 한다 


울 수 있음의 따뜻했음 


사랑아, 너도 젖었니 


감추어두었던 단 하나, 그리움의 입구도 젖었니 


잃어버린 사랑조차 나를 떠난다 


무정하니 세월아,


저 사랑의 찬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집' (문학과 지성사, 1992)





이건 아니잖아! 두 다리로 버티며 떨어지라고 말하려는 순간 기묘하기 짝이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의 손을 뿌리치려고 팔을 크게 휘둘렀는데 아래로 내려오던 내 손이 그 애의 손과 얽혀 버렸다. 이럴 수가! 어느새 내가 이 진흙 원숭이와 손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손을 흔들어 빼내려고 했지만 줄리는 손에 힘을 주고 나를 잡아당기며 “가자!”라고 말했다. 집에서 나온 엄마는 이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중략)



내가 줄리에게 집 구경을 시켜 주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집 구경을 시켜 주기는커녕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줄리에게 싫다고, 당분간 밖으로 나갈 일은 없을 거라고 소리친 뒤 10분쯤 지났을까? 복도가 잠잠해졌다. 또 10분이 지나자 문밖을 내다볼 용기가 생겼다.


- 본문 10쪽 중에서

나는 브라이스를 뒤쫓아 갔고 바로 그때 모든 것이 변했다. 브라이스를 따라가 팔을 잡은 이유는 브라이스가 집 안에 갇히기 전에 잠깐이라도 함께 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브라이스가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략)



그날 나는 첫 키스를 할 뻔했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 브라이스의 엄마가 현관문 밖으로 나왔고 브라이스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볼이 새빨개져서 결국 화장실에 숨어 버렸다.


- 본문 23~24쪽 중에서


북라이프,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출간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글밥’ 경력자들의 치열한 일상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33가지 조언

출처: 북라이프
2018-02-07 08:30
  • 북라이프가 출간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표지

서울--(뉴스와이어) 2018년 02월 07일 -- 북라이프가 글쓰기와 돈, 예술과 삶 사이에서의 고충과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는 ‘와일드’의 판권을 40만달러(우리 돈으로 4억원)에 팔았다. ‘와일드’는 출간 첫 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고 아마존, <뉴욕 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후 작가인 그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으니 ‘성공’한 걸까. 명성을 얻은 만큼 큰돈을 벌어 ‘신분 상승’ 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와일드’의 선급금은 카드 빚을 갚는 데 몽땅 쓰였고, 책의 첫 인세를 받기 전까지 예금계좌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흔히 성공한 작가들은 글 쓰는 일이 좋아서 한다고 말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만줄라 마틴은 글쓰기와 돈의 본질적 관계에 대해 툭 터놓고 말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온라인 문학잡지 <스크래치>(Scratch)를 창간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성 작가와 신인 작가 33명의 인터뷰와 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등장하는 작가들이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프리랜서로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광고 카피를 쓰거나 편집 일을 하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강의를 맡아 수업 일정에 따라 집필 일정을 조정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작가들도 있고, 이 둘을 병행하는 작가들도 있다. 또 목수 일을 하는 등 출판과 아무 관련이 없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생계유지를 위해 글쓰기가 아닌 본업을 갖는 것에 대한 작가들의 견해도 각양각색이다. 전업 작가가 되는 것도 괜찮지만 현실을 인식하고 대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작가, 본업을 그만두는 것은 공상이고 글 쓰는 삶 이외의 일하는 삶도 중요하다는 작가, 예술가가 본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주장일 뿐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으로만 생계를 유지한다고 말하는 작가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길은 없고 명쾌한 정답이나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현실적인 조언들을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랑을 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

한겨레 | 2016.02.11 20:36 

  

[한겨레]잠깐독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유유·1만2000원


통찰의 크기는 고려할 수 있는 가짓수와 비례한다. 통찰은 배려다. 배려의 목적은 피해와 불편을 덜 끼치는 것이다. 글은 통찰의 오랜 집. 승부처는 곳곳에 있다. 제목, 첫 문장, 관점, 표현, 구조, 매력…. 그중 퇴고는 결정적이다. 퇴고 작업 중에서 문장을 다듬고 바로잡는 교정은 쓰는 이가 글과 독자에게 배려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20년간 단행본 교정 교열을 한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글의 기본값인 맞춤법뿐 아니라 글의 완결성을 최댓값까지 높이는 비법도 알려준다. 교열은 훈수다. 그런데 훈수꾼 말이 꽤 객관적이고 일리가 있다. 구경하는 마음은 사심이 덜하니까.





책은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을 여럿 지적한다. 첫째, ~에 대한(대해). “‘대한’을 선택해 쓴 게 아니라 ‘대한’에 기대 표현한 것뿐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 교열 뒤. ‘노력에 걸맞은 대가, 노력에 합당한 대가’. 어떤가. 둘째, ~ 같은 경우, ~ 같다. 분명하게 해두기엔 복잡하고 불분명한 일이 많은 현대에 걸맞은 관용어지만 남용은 피곤하다. 셋째, ~에 의한, ~으로 인한. “‘의하다’는 ‘따르다’로 쓸 수 있고 ‘인하다’는 ‘때문이다’ ‘비롯되다’ ‘빚어지다’로 쓸 만하다.” 이런 표현은 “더 정확히 쓰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악습이다.



어감도 교열 대상. ‘사랑한다’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의미라면 ‘사랑을 한다’는 다른 무엇이 아닌 ‘사랑을’ 한다는 의미다. ‘이, 저, 그’ 같은 지시대명사를 많이 쓰면 문장은 이리저리 방황한다. 방향감각이 일반 이상으로 섬세한 시각장애인이 독자일 수도 있고.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와 술어”라는 지은이는 이 기율이 흐려지면서 문장이 나빠진다고 본다. 문장의 주인은 주어와 술어이고, 언어의 주인은 언중이다. 언중은 살아서 계속 변한다. 그래서 정답은 없다. 쓰는 자는 고려하는 일의 프로가 되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할 뿐.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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