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

한겨레 | 2016.02.11 20:36 

  

[한겨레]잠깐독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유유·1만2000원


통찰의 크기는 고려할 수 있는 가짓수와 비례한다. 통찰은 배려다. 배려의 목적은 피해와 불편을 덜 끼치는 것이다. 글은 통찰의 오랜 집. 승부처는 곳곳에 있다. 제목, 첫 문장, 관점, 표현, 구조, 매력…. 그중 퇴고는 결정적이다. 퇴고 작업 중에서 문장을 다듬고 바로잡는 교정은 쓰는 이가 글과 독자에게 배려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20년간 단행본 교정 교열을 한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글의 기본값인 맞춤법뿐 아니라 글의 완결성을 최댓값까지 높이는 비법도 알려준다. 교열은 훈수다. 그런데 훈수꾼 말이 꽤 객관적이고 일리가 있다. 구경하는 마음은 사심이 덜하니까.





책은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을 여럿 지적한다. 첫째, ~에 대한(대해). “‘대한’을 선택해 쓴 게 아니라 ‘대한’에 기대 표현한 것뿐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 교열 뒤. ‘노력에 걸맞은 대가, 노력에 합당한 대가’. 어떤가. 둘째, ~ 같은 경우, ~ 같다. 분명하게 해두기엔 복잡하고 불분명한 일이 많은 현대에 걸맞은 관용어지만 남용은 피곤하다. 셋째, ~에 의한, ~으로 인한. “‘의하다’는 ‘따르다’로 쓸 수 있고 ‘인하다’는 ‘때문이다’ ‘비롯되다’ ‘빚어지다’로 쓸 만하다.” 이런 표현은 “더 정확히 쓰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악습이다.



어감도 교열 대상. ‘사랑한다’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의미라면 ‘사랑을 한다’는 다른 무엇이 아닌 ‘사랑을’ 한다는 의미다. ‘이, 저, 그’ 같은 지시대명사를 많이 쓰면 문장은 이리저리 방황한다. 방향감각이 일반 이상으로 섬세한 시각장애인이 독자일 수도 있고.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와 술어”라는 지은이는 이 기율이 흐려지면서 문장이 나빠진다고 본다. 문장의 주인은 주어와 술어이고, 언어의 주인은 언중이다. 언중은 살아서 계속 변한다. 그래서 정답은 없다. 쓰는 자는 고려하는 일의 프로가 되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할 뿐.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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