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의 발견

저자
배상문 지음
출판사
북포스 | 2014.08.21
형태
판형 규격外 | 페이지 수 364 | ISBN
ISBN 10-8991120792
ISBN 13-9788991120792

 

 

책소개

100개의 비유를 만나다, 100개의 문을 열다!

디지털은 문학보다는 수학에 가까운 세계이다. 문학과 수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순을 대하는 태도에 있는데, 수학에서는 모순을 용납하지 않지만 문학은 그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도 그에 가깝다. 문학은 디지털 세계에 함몰되어 정답과 오답 찾기에만 길들여진 머리를 바꾼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문학의 자리에 ‘비유’를 놓아도 좋다.

『비유의 발견』은 독서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다독가인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고심해서 만들어 놓은 100개의 비유를 정리한 책이다.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비유이지만, 읽다보면 감각의 문이 하나씩 둘씩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잘 만들어진 비유를 통해 자기만의 비유를 찾기 위해 세계를 더 골똘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될 것을 권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배상문
저자 배상문은 1977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열한 살 이후로는 줄곧 대구에서 살고 있다. 열여덟 살 때 스티븐 킹의 《신들린 도시》를 읽고 충격을 받은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갖게 된 ‘제대로 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욕망에 오늘날까지 붙들려 있다.
10년이 넘도록 해마다 1,000여 권의 책을 읽으며 다독(多讀)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른바 생체실험(?)을 해 오고 있다.
스티븐 킹,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나쓰메 소세키, 김원우, 이동하, 윤흥길, 이창동, 김승옥, 이태준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 창작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http://blog.naver.com/uvz
출간한 책으로는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2009), 《아이디어 에러디어》(2011), 《창작과 빈병》(2012)이 있다.

목차

머리말

- 문학은 모순을 견디는 힘을 길러 준다. 이것이 누군가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문학의 진정한 가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서 결론이 뭐야? 여기에선 이런 애기를 허다니 저기에선 저런 애기를 하네. 어떤 말이 정답인 거야? 답답해 죽겠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게 돕니다. 디지털 세계에 함몰되어 정답과 오답찾기에만 길든 머리를 바꾼다. 실제 세계에는 정답보다 현답을 요구하는 일이 훨씬 많다. 현답은 정답과 오답 사이의 어정쩡한 지점을 가로지른다. 2분의 1이나 5분의 3도 포획 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비유를 들을 때, 우리는 갑자기 하나의 세계가 육박해 들어옴을 느낀다. 감각의 문이 벌컥 열리는 경험을 한다. 더 많은 문을 가진 사람이 더 넓은 인생의 폭을 갖는다. 세계를 100개의 문으로 감각하는 사람과 1,000개의 문으로 감각하는 사람이 같은 수준일 수 없다. 보통 더 많은 문을 가진 사람이 더 현명한 사람이 된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의 양 보다 감각의 양을 쌓아야 한다. 지식인 중에 지혜로워 보이는 인물이 드문 까닭은 그 때문이다. 감각의 경험치가 부족한 것이다.

 

 


제1부 행복 없이도 산다
since 2002 | 최신작 | 생나무 | 불행 | 불안 | 가짜 | 꾀꼬리 | 불편한 진실 | 동전의 양면 | 골룸 | 샤덴프로이데 | 비교 | “부자 되세요!” | 질투 | 느낌 | 골프공 | 고독 | 비 오는 날 | 정신적 땀구멍 | 자유 | 자연산 | 괴짜 | 왼손잡이 | 잔치 | 상식

제2부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남이다!
비밀 | 사생활 | 여시아문 | 감정이 배제된 소리 | 혼잣말 | “설날 아침 같은 영화” | 소통 | 머리냄새 | 마음의 시차 | 오해의 인큐베이터 | 뒤끝 | 서로 뜯어먹고 산다 | 상처(1) | 상처(2) | 개미 | 물동이 | 이끼 | 대표명사 | 가해자, 피해자, 수혜자 | 내재된 폭력성 | 쇠팔걸이 | 버려진 에너지 | 사생아 | 생략된 존재 | 창피

제3부 말랑말랑하게 나이 드는 법
슬픈 동물 | 한가로움 | 잉여 | 무용성 | 영양가 | 콩나물 | 회로 | 5퍼센트 | 궤도 | 역사 | 문학 | 역사와 문학 | 깊은 바다 | 빗자루 | 캐릭터 | 시와 인생 | 브레이크 | 쓰러질 줄 안다 | 말랑말랑 | 힘 빼기 | 선배 | 권위주의 | 가족주의 | 국가주의 | 전체주의

제4부 틀에 박힌 사람이 되자
포인트 | 남의 신발 | 동지 | 기도(1) | 기도(2) | 물음표 | 상상력 | “두 번 본 것” | 명료함 | 향수 | 여백 | 제한하기 | 없는 게 장점 | 미루기(1) | 미루기(2) | 프라이팬 이론 | 한 번에 하나씩 | ‘하지 말라’ | 속옷 뒤집어 입기 | 로스팅 | 허물벗기 | 취향 | 위험한 모험 | 나만의 1등 | 2층

상세이미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4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인류사 최고의 소통 기기들을 가지고서도
소통 능력은 왜 갈수록 더 떨어질까


배달되어 온 신문을 펄럭펄럭 넘겨가며 읽지 않더라도, 침 발라 우표를 붙여 보내 온 편지가 아니어도 우리는 ‘알 만한 것은 다 알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것도 손끝으로 톡 건드리는 것만으로 말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든 심지어 지구 반대편 뒷골목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에 대해서든, 모두가 자기 생각을 내놓고, 그것은 모두에게 ‘전달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된다. 그 공개된 생각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견이 꼬리표처럼 실시간으로 따라붙는다. 이 공방전을 만약 화살표로 나타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온통 얽히고설킨 화살표투성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참 잘 통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도리어 곳곳이 꽉 막힌 불통의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이유를, 오히려 멋지게 발달한 소통 환경에서 찾는다. “인터넷은 디지털로 짜인 그물이다. 씨줄인 0과 날줄인 1로만 엮여서 그물코가 매우 성글다. (…)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라. 찬성과 반대. 공감과 비공감. 추천과 비추천. 올려와 내려. 철저한 이분법의 세계다. 아무리 둘러봐도 2분의 1을 위한 버튼은 보이지 않는다.”



사고하는 방법의 차이가 의사 전달력의 차이다
‘공감의 남발’보다 중요한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생뚱맞게 들릴지 몰라도 소통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두 사람이 만나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소통이 된다. (…) 소통을 잘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잘 아느냐 하는 게 아니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그런 자신을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첨단 소통 기기가 인간의 소통 능력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도리어, 넘쳐나는 가십 정보 탓에 안으로 향해야 할 시선을 자꾸만 빼앗기고 만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잡식을 잡식하며 지적 허영에 빠지는 동안 내면은 점점 비어간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부끄러움이라는 것도 모르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몸과 마찬가지로 정신도 딱딱해진다. “일상의 권위주의자, 익숙한 표현으로 ‘꼰대’가 된다.”

 

 

 


몸에 탄력이 있어야 젊다고 할 수 있듯이 정신도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해야”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주 쓰는 반대쪽으로 뻗어”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너는 틀렸고 나만 옳다고 상대편에 날카로운 화살표를 쏘아대기 전에 정신의 근육을 반대쪽으로도 써봐야 한다. 그래야 그간 수없는 투망질로도 건져내지 못했던 2분의 1들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책속으로

모든 동물은 공통으로 밥에 대해서 생각한다. 유독 인간만이 밥 이외의 것도 생각한다. 일생을 밥과 그것을 사 먹을 수 있는 돈밖에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시인도 비 오는 날에는 사냥 생각을 접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그 증거가 당신과 나 아닌가. 우리는 비 오는 날 공상에 잠겼던 원시인의 창작물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실재가 아니다. 원시인이 만들어 낸 허구다.
― 71쪽, 「비 오는 날」 중에서

 



물리적인 시차만 있는 게 아니다. 심리적인 시차도 있다. (…)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전화 받기에 곤란한 시간만 아니면 상대도 그럴 거라고 미뤄 짐작해 버린다. 이쪽에 해가 중천에 떠 있으면 그쪽도 마찬가지이므로 별생각 없이 일단 통화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대낮이라고 모두 전화를 받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그쪽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쪽도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착각이다. 우리는 가끔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학교 동창이나 군대 동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저쪽에서는 막 반갑다고 난리인데 사실 나는 썩 반갑지 않다. 그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이라서 이제 추억 속의 인물일 뿐 굳이 다시 연락을 하며 지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반갑다 만나자 밥 한번 먹자 이렇게 나오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 127~128쪽, 「마음의 시차」 중에서

뒤끝 보존의 법칙도 성립한다. ‘솔직을 빙자한 무례’를 범하는 사람 곁에는 반드시 그로 인해 골병이 드는 사람이 있다.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아서 감히 표현을 못 하고 있을 뿐이지. 자기가 ‘뒤끝이 없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뒤끝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을 곡해하면 안 된다. 꽁한 마음을 품었다가 나중에 복수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마음에 상처를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뒤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애초에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는다.

 


자신을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무례함을 솔직함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상처받는 능력이 모자라는 자는 본인이 행복한 대신 반드시 그만큼의 불행을 주위에 떠넘긴다. 내 몫의 불행은 내가 떠안는 것이 세상에 대한 예의다. 동시에 내 몫의 행복은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왔다는 ‘진실’을 상기하는 일도 중요하다.

 


― 134쪽, 「뒤끝」 중에서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남자가 절규한다. “저는 그저 회사를 위해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죄란 말이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했으니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회사는 원래 충성의 대상이 아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절대로 회사에 자신의 영혼을 맡기지 않는다. 회사가 그럴 만한 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진즉 안다.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으니 대책을 미리미리 세운다. 지금 튼튼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자식을 해외로 조기유학 보내지 않는다. 대책 없이 있다가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회사에서 잘리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간다.


― 183쪽, 「슬픈 동물」 중에서

 

 


내가 약하고 외롭고 슬프고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희망’은 더욱 간절한 무엇이 된다. 정치꾼들은 그 점을 잘 이용한다. ‘오징어떼’를 한목에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눈부시고 화려한 불을 하나 켜 두면 가장 약하고 외롭고 슬프고 괴로운 오징어부터 모여든다. 가난한 노동자가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그런 심리다. 일단 노동자 정당은 강렬한 불을 켜 놓을 정도의 자금력도 인원 동원력도 없다. 그에 반해 부자 정당은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데다 미디어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는다. 왜 계급 투표를 안 하느냐고 힐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약한 자가 강한 쪽에 줄 서는 건 생존 본능에 가깝다. 오징어에게 계급은 멀고 본능은 가깝다.


― 265쪽, 「전체주의」 중에서

 

 

 

 


누가 음식에 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할까? 지금 한창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다. 그에게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음식을 마음껏 먹으라고 한다면? 꿈에 삼겹살이 등장하진 않을 것이다. 욕구가 충족되면 갈망도 퇴색된다. 푸드 칼럼니스트가 되려면 맛집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이어트 상황처럼 음식과 완전히 단절된 혹독한 경험이 일정 부분 있어야 한다. 정확한 정보는 경험에서 오지만 강렬한 필력은 결핍에서 나올 수 있다. 연애편지 고수는 연애 고단자가 아니다. 얼굴이 미남이라든가 해서 연애를 쉽게 할 수 있는 사내가 연애편지 따위를 잘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핍이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 307쪽, 「제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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