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가수

허수경 

가수는 노래하고 세월은 흐른다 


사랑아, 가끔 날 위해 울 수 있었니 


그러나 울 수 있었던 날들의 따뜻함 


나도 한때 하릴없이 죽지는 않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돌담에 기대 


햇살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네 


맹세는 따뜻함처럼 우리를 배반했으나 


우는 철새의 애처러움 


우우 애처러움을 타는 마음들 


우우 마음들 가여워라 


마음을 빠져나온 마음이 마음에게로 가기 위해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은 나를 울게 한다 


울 수 있음의 따뜻했음 


사랑아, 너도 젖었니 


감추어두었던 단 하나, 그리움의 입구도 젖었니 


잃어버린 사랑조차 나를 떠난다 


무정하니 세월아,


저 사랑의 찬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집' (문학과 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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