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광의 15기’로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한 ‘권소현’이라고 합니다. 72년생이고요, 은광여고와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결혼 5년차의 주부로 시험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수학학원의 강사였습니다.
수험기간동안 공부방법이란 나름대로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에 따라서 달리 형성되는 것이므로 최고점수를 받았다하여 저의 방법이 반드시 가장 좋은 것으로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하나의 경험담과 참고자료라 생각하시고 이 글을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저의 수험생활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으시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 수험생활입문…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선배언니가 평가사라는 신선한 직업을 추천하였고 결혼한 주부로서 특별한 경력도 없이 30대의 나이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국가고시 뿐 이라는 판단과
또 전문직에 대한 매력에 끌려 고심끝에 도전장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직업상 수리적인 감각이 좀 있는 편이었고 글씨속도가 빨라 평가사 시험에서 승산이 있다는 주변 지인들의 분석에 힘입어 용기를 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동산에 대해 남달리 높은 관심을 키워 왔던 터라서 시험공부 내용이 지루하지 않았고 수험가의 분위기도 사시등 다른 고시와 달리 화기애애(?)하여 이 공부를 시작한 뒤 단 한번도 수험생활에 뛰어든 것을 후회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감평 시험은 2차 과목수가 적은 편인데 그것도 결심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래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과목이 적은 만큼 위험분산이 어렵고, 깊이 파는 공부를 하는 경쟁자들이 많을 수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어느 고시보다도 2차 경쟁이 치열한 것이 감정평가사 시험의 특징입니다.
특히 실무과목은 다른 고시에는 없는 독특한 과목으로 제게는 감평 공부를 시작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 다른 고시는 수학 공부한 것을 써먹을 과목이 하나도 없기에 - 전형적인 문과 타입의 많은 분들이 정복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실무 과목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셔서 공부를 시작할지말지를 판단 할 때 또는 시간배분이나 장기 플랜을 짜실 때 활용하셔야 합니다.
3. 고시생으로서의 3년 그리고 공부방법론
<1년차>
집에서 강의 테입을 듣고 개별스터디를 하면서 일차과목을 하나씩 공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는 내용을 읽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분철을 해서 문제부분은 버리고 내용부분만 묶어서 반복하여 읽는 방법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① 경제학은 정병렬 문제집과 강의 테입으로 공부했고 문제보다는 주로 이론과 그래프로 이해 중심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② 회계학은 천승호, 김영호 문제집을 풀었고 다들 권장하시듯 버릴 부분을 버린 뒤 문제풀이의 반복으로 공부했습니다.
③ 민법은 조병욱 교재로 했는데 판례중심으로 출제경향이 바뀌어가고 있어서 나도연 교재로 판례를 보충해서 보았고
④ 부관법은 조병욱교재에 부족한 내용은 법전을 참고하여 보충했습니다.
⑤ 영어는 개인편차가 큰 편인데 저는 대체로 다른 고시에 비해서 많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 판단되어 시간절약을 위해 난이도에 맞는 수준의 단어암기와, 쉬운 독해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월드컵이 있는 해라서 독서실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1차 시험을 무난히 통과하고 그해의 2차는 준비부족으로 시험도중 중도하차를 했으며, 9,10월은 집안일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다가 11월에 다음 2차 준비를 위해 신림9동에 들어왔습니다.
<2년차>
11월에 공부를 시작하여 개별스터디를 구하지 못해서 난감했습니다. 개별스터디 면접도 떨어지고 막막하여 인터넷에 글을 올려 직접 모집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름아름으로 모인 구성원들과 다행히 마음이 잘 맞아서 2년차 끝까지 거의 시험 하루 전날까지도 스터디를 하면서 함께 보조를 맞추었습니다.
처음 2년차 분들은 저처럼 스터디에 들어가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반드시 고수들과 하겠다는 맘을 버리고 성실하고 맘맞는 사람들을 모은다면 2년차뿐인 스터디에서 공부하더라고 합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스터디는 자극과 동시에 안정감을 주고 공부의 리듬을 유지시켜 주며 특히 실무공부에 있어서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년차 2차 시험은 경험 미숙과 막판 관리의 실패로 실무를 제외한 두 과목에서 너무 평범한 점수가 나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실무시험 도중에 답안지를 교체하였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계기가 되어 나머지 두 과목의 점수에까지 영향을 받고 그것이 그해 시험에 떨어지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밖의 패인을 다각도로 분석하였는데, 1년차 때 2차 시험 경험을 하지 않은 점, 스터디에 끌려 다니며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지 않은 점, 막판관리에 철저하지 못하여 시간을 낭비한 점 등등이 패인으로 생각되었습니다.
<3년차>
동차준비로 2년차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분주했는데 우선 시간배분이 관건이라 판단하여, 내가 잘 하는 과목과 그렇지 못한 과목, 난이도가 쉬운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 시간을 많이 투자해도 득이 없을 듯한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 등 과목의 특성을 세분하여 철저하게 점수를 올리는데 유리하도록 시간 투자를 하였습니다.
2월 무렵부터 1차와 2차를 동시에 준비했고 1차는 모의고사를 자주 봐서 처음 1차 때보다 문제풀이를 많이 하였습니다. 모의고사연습의 덕분으로 78점의 평균점수로 1차를 무난히 합격하였습니다.
과목별 전략과 시험당일 날의 돌발 상황을 대비한 전략 등을 구분해서 짜두고 매일 명심하도록 노력 했습니다.
시험은 어찌 되었든 당일 날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도록 초점을 맞추어야하고 막판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결국 시험 날 신분증을 안 가져가는 해프닝을 벌여 막판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나름대로 공부에 관한 전략은 좋았고 제게 적합한 것이어서 3년차 동차로 수석합격이라는 행운을 쥐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과목별로 공부방법을 소개하자면,
①실무
개별스터디 팀원에게 설명을 듣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여 스터디와 독학으로 주로 공부했고 시중의 모든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2년차 때 스터디 시험(법학원 목요반)에서는 줄곧 모르는 문제가 출제되어 적응력과 응용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개별스터디 하는 시간외에는 따로 시간 투자는 하지 않았으나 흐름을 이해하고 문제 푸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였습니다. 특히 자료 분석과 실무관련 부분의 법전을 읽는 것은 꼼꼼히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을 절약하여 이론과 법규 과목 공부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준 제게는 효자 과목이었습니다.
방대한 자료의 해석과 종합능력, 논리적 흐름에 따른 답안 기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를 문제로서만 받아들이자 말고 평가 대상 부동산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그걸 내가 산다면 얼마를 줄지 생각하며 돈의 흐름을 파악하여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신선한 사고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이 반복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이며 절대 단순암기와 무의식적인 자동풀이는 지양해야 합니다.
답안지는 핵심만 추려서 쓰되, 특히 문제에 따라 대상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부각시켜서 표현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터디에서는 답안이 좀 장황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영양가 있다고 자신하는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여 75.5라는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무는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시험지만 보면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특이한 과목이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제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②이론
쉬운 듯 어려운 과목입니다. 사람들마다 성공담과 공략방법이 다 다르고 이렇다할 독보적인 기본서도 없는 듯합니다. 막연히 공부하다가 보면 대체 내가 뭘 알고 있는지 두려워지고 의욕이 상실되곤 했습니다.
이론 과목 전체를 꿰뚫는 논리나 중요한 개념을 파악해서 다양한 내용을 유사한 범주로 통합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런 줄기를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 과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각개격파로 전략을 잡고 전체의 줄기를 잡지 못하더라도 하나하나를 정확히 이해하되 최대한 연관되는 내용과 단원을 연결하여 관련된 질문이 나올 것을 대비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면들 돋보이게 하자는 측면에서 그래프화와 수식화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1:1 토론식 공부와 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내 생각대로 답을 적어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③법규
범위가 적다하여 많은 이들의 전략과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전공자들이나 관련 공부를 했던 사람들을 능가하기 어려워 비전공자들에게는 점수 따기 힘든 과목인 것 같습니다. 반드시 처음부터 교수님들의 기본서를 가지고 공부해야 하고 팀장들의 서브내용을 볼 때에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본서의 내용과 함께 보면서 이해해야 정확한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시용 단권화 서브 등도 내용 숙지후 암기용으로는 도움이 됩니다. 저는 묻고 답하는 식의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 여러 사례집의 문제들을 비교하면서 공부했는데 지루하지 않아 좋았고, 개별 스터디를 통한 ‘쓰기 연습’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사시용 교재들을 보면서 고시답안의 객관화를 경험했고, 균형적인 답 쓰기, 목차 연습, 같은 논점을 여러 각도에서 묻고 답하는 연습, 교수님들간 견해 차이 비교, 누구나 쓴 기본적인 내용을 축약하고 독창적인 내용으로 답안을 부각시키는 방법 등 테크닉 적인 면에서의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2년차 때도 암기적인 면에서의 내용 숙지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형식과 틀이 부족했다고 생각되어 3년차 때에는 그러한 측면에서 보관을 많이 했습니다.
암기 시간이 부족하여 막판에는 예상문제를 추려 녹음한 테입을 듣고 외웠습니다.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히 서브를 만들지는 않았고 한 권을 다독하기보다 여러 책을 섭렵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막연하게는 법과목이 좋았고 공부할 때 가장 시간이 잘 가는 과목이기도 했습니다. 3년차 때의 방법은 어느 정도 먹혔는지 예상문제가 비껴갔어도 67.5점을 받았습니다.
4. 당부하고 싶은 점들
1) 공부방법과 전략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짜세요. 절대 남의 방법이 그대로 내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시고요. 그래야 추진력이 생기고 한눈파는 시간이 적어집니다.
또한 중요한 주제별로 반드시 깊이 있는 공부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기출문제 분석과 출제경향분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출제위원급 교수님들의 평상시 강조하시는 내용과 중요저서, 논문 등은 필독을 하셔야 합니다.
2) 막판 한두 달은 고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수험기간의 모든 시기의 공부를 통해서 막판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 두십시오. 꼭 서브를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도록 해주는 어떤 책, 자료 등을 나름대로 모아 두세요. 폭발적인 힘으로 암기하려 할 때 맘에 맞는 책이 없어 방황하신다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3) 실패로부터 배우셔야 합니다. 저도 2년차 때의 실패가 큰 실망을 안겨주고 상당한 자신감의 상실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저 잊고 싶은 기억, 단지 운이 나빠 떨어진 것으로만 치부해 버렸다면 다음 연도에도 선전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이드가 되 줄 수 있습니다.
4) 혹자는 이 시험을 두고 언젠가는 붙는 시험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하다 보면 된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언젠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밤잠을 설치고 계신 것은 아니시지요? 시험기간을 단축하려는 게 모든 고시생의 염원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타이트한 계획과 자기관리, 절제, 훌륭한 전략의 모색은 분명 수험기간을 절약시켜 줄 것입니다. 단기 전략을 짜시고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집중투자를 하시길 바랍니다.
5) 수험가의 여러 소문을 특히 시험 직전의 수많은 정보들, 이런 것들에 초연해 질 수는 없겠지만(저도 역시 많이 시달렸고요) 자신의 실력에 신뢰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실력 없는 사람에게 정보는 무용지물이죠. 예상을 못한 문제를 잘 쓸 수 있게 단련하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예상의 적중률을 높이는데 힘을 분산시키지 마시고요.
끝으로 수험기간 동안 저의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법학원 목요반(류재홍, 박영균, 전규성)의 세분 팀장님들, 또 일요반(3년차때) 팀장님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3년간의 우여곡절을 함께하며 고생했던 개별스터디 팀원들이 16회 시험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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