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도 곧 지나갑니다
이 종 원
(제13회 감정평가사 자격시험 최종합격)
Ⅰ. 전반전
제가 “감정평가사”를 처음 접한 것은 1999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리나 지도, 지형 등 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와 관련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를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학창시절이 끝날 때까지 도대체 저의 관심분야를 사회에서도 지속시킬 만한 영역을 찾지 못했고, 더욱이 IMF시절을 맞아 단순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조차 만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복잡다난한 사회생활을 거친 후 학문의 길을 가거나 아니면 다른 계획실행을 위한 시간을 벌 요량으로 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던 중 “감정평가사”시험 권유를 받았으나, 당시는 시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마음속에 남겨둘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집안형편도 어려워지고 제 자신으로도 더 이상 세상에의 두려움으로 허송세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해져, “감정평가사”시험을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졸업이후 딱히 진로가 없이 방황하던 저였기에, 못미더워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너무 컸지만, 도저히 다른 것을 해볼 마음의 힘이 전혀 없었기에, 그저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질책을 모두 들으며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해 1차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단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2000년 3월 대학원을 휴학하였습니다.
큰 마음먹고 모 학원 상담실을 찾자, 출신학과도 본 시험과 무관하고 시기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하여 다음해를 준비할 것을 권유하더군요. 그러나 저로서는 다음해고 뭐고 그 해에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3~4월간 오전반 수업을 들은 후 저녁때까지 학원의 빈강의실을 전전하며 공부하다 다시 저녁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초발심으로 별고민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다가, 어느샌가 다시 타성에 젖어 합격하겠다는 일념을 놓고 합격여부를 고민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시기는 5월인데 못풀어본 문제도 많이 밀렸고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더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심란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어 다시 힘을 내어 마무리를 한 끝에 생각보다는 우수한 성적으로 1차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Ⅱ. 후반전
5월 중순까지도 불안한 상태에 있다가 한번 마음의 힘을 내어 밀어붙인 끝에 좋은 결과를 얻자, 아예 2차까지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한 경우였죠. 학원에서 2차 기본강의를 듣고 교재는 적당히 골라서 무조건 문제연습만 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때가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듯 싶습니다. 정말 많이 쓰고 연습했지만 45일만에 2차 합격은 좀 무리였죠. 그래도 마지막까지 죽어라고 쓰고 서울대를 나왔습니다.
사실은 2000년 가을부터 2차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그나마 좀 안정적으로 합격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다음해 1월부터 시작되는 학원스터디를 들으면 된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무문제나 좀 베껴보는 정도로 그해를 보냈습니다. 따라서 2001년 스터디에 들어서자마자 쫒아가기에 바빠 아무 정신도 없을 정도였고, 답안쓰는 요령조차 스터디시작 1개월여가 지나서야 겨우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곧 고수가 되어 합격권에 들거라는 생각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론․법규야 숙제 열심히 하고 스터디에서 문제풀어보는 동안 약간의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지만, 실무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기본문제집을 풀면서 다른 실무팀장들의 문제도 얻어 풀었는데, 덕분에 보는 문제의 양은 엄청났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로 머리는 점점더 복잡해졌습니다. 1주일 동안 죽어라고 풀고 베끼고 해도 막상 스터디에 오면 왜그리 문제파악이 안되는지… 스터디에서 실무시간만 끝나면 답답한 마음에 끊었던 담배도 다시 물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 적도 많았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을지 감도 잡지 못했습니다. 누구하나 속시원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을 저혼자 하나하나 알아가야 했습니다. 그나마 4월부터 아는 형과 개별스터디를 하게되면서 실전감각을 조금씩 채득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3기 스터디에 접어들자 이론과 법규는 점수가 나오든 안나오든 대충 쓰게 되었는데, 실무만은 매번 뒷북을 치고 있었습니다. 즉 스터디시간에는 잘 못풀고 집에 돌아와서 몇 번이고 연습해보는 일상을 반복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늘 쫒아다닌다는 불안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6월 중순이 되자 실무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기 시작했는데, 당시 집중호우로 집이 물에 잠겨 며칠간 정신없던 차에 다시 또 쫒기는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3기 스터디가 끝나고 최종 sub를 작성하면서 정리하던 중에 사정이 생겨 시험 1주일 전에 이사를 해야했고, 안정감과 불안감이 되풀이되던 중 시험일은 다가왔습니다.
실무문제지를 받아들고 전반적인 검토를 하는데 긴장된 탓인지 문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서술형부터 쓰고 다시 1번 40점짜리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일단 풀기 시작했지만, 도무지 두 눈이 다 막힌 것 같이 아무리 글을 읽어도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고, 급기야 공시지가 자료조차 못보던 것을 나중에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시험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고, 조금지나자 답안지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새 답안지를 받아든 때에는 이미 60분이 경과하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내면의 소리는 포기하지 말라고 저를 이끌었습니다. 다시 종전 잘못 쓴 답안지를 찬찬히 수정하여 20여점이나 채우지 못한 채 실무시간을 마무리 했고,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제 기분은 지옥을 몇 번이고 오락가락 한 듯 했습니다. 실무시간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탓인지 이론․법규시간에는 아는 문제도 잘 대처하지 못했으며 결국 한 두장의 빈장을 남긴채 12회 시험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실무 1번이 유난히 어려웠다는 분석을 듣고 합격에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은 채 12월까지 기다렸습니다. 다시 수험서를 잡는 대신 평소 관심분야였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웹편집 및 웹호스팅 등을 익히면서 세상에 대해 공부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발표날 확인해 보니 커트라인에서 5점정도가 부족하더군요. 제 실력이 부족했고, 눈도 막혔고, 마음도 약했고 등등 불합격한 원인을 충분히 납득했지만 그날 밤은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다음날 마음을 굳게 먹고 같은 스터디팀원으로서 합격한 유경․영배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와 함께 내 답안이 그들에 비해 부족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8과목이었습니다.
Ⅲ. 연장전
뜻밖에도 실무에서 정리가 되어 답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스럽게 머리에 집어 쳐넣은 문제들이 4개월여 머리를 쉬는 동안 나름대로 정리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아직도 문제에 따라 눈이 막혀 자료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수는 거듭되었습니다. 몇 달간 고민을 하다가 과 후배와의 개별스터디를 통해 차츰 극복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론․법규도 초년도보다는 많이 내용이 익어있었고, 이에 2차는 오히려 수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1차가 문제였습니다. 영어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일단은 긴장한 채 고급난이도를 위주로 대비를 했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생소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학원 강의를 들으며 정리하였습니다. 결국 1차과목은 2달여만에 익숙함을 찾았지만, 1차강의에 2차 스터디 및 실무 개별스터디까지 하느라 너무도 힘이 들었습니다. 3월쯤 되자 ‘떨어지면 떨어졌지 더 이상 강의는 못듣겠다’싶어서 듣다만 강의는 테이프를 사서 정리하였고, 1차는 최종점검강의를 수강하면서 마무리 하였습니다. 회계학이 예상외로 생소하게 출제되어 긴장되었지만, 나머지 과목은 별 어려움없이 처리하였고, 1차시험을 치른 이틀 후부터 2차에만 전념하였습니다. 1차준비를 위해 잠시 접어두는 동안, 실무는 다시금 머릿속에서 정리되었고, 나머지 과목들도 4기 스터디과정 중에 비교적 잘 마무리 한 끝에 시험일이 다가왔습니다.
역시 실무시간은 굉장히 긴장되었습니다. 다행히 문제가 잘 파악되었지만 혹시나 실수하지 않았을까하는 불안감도 많았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다시는 실무 때문에 마음졸이는 일은 없게 되기를 빌 정도였습니다. 이론․법규시간은 역시 몇몇 문제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문제에 밀리지 않고 적당히 쓸 수 있었습니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생각보다 문제의 의도대로 답안을 구성한 느낌이 들었고, 결국 발표일에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Ⅳ. 공부방법 및 참고교재
1. 동차로 준비하시는 분은 영어와 실무를 우선적으로 정리하셔야 합니다. 영어는 각종 시험에서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중요 과목이므로 어렵게 준비하시는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제가 주로 본 교재는 셀파모의고사 및 셀파토플입니다.
2. 기타 1차 교재로는
경제학 : 정병렬 문제집, 최근 문제집
회계학 : 천승호 문제집
민법 : 김준호 문제집
부동산관계법규 : 공민달 기본서 및 문제집 등입니다.
3. 2차 중 실무과목은 결과적으로 시중에 나온 거의 모든 문제를 풀어본 셈이 되었으나, 마지막 년도에는 신체계실무의 유형별문제 부분만 5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반복하였습니다. 기타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핵심, Plus, 4인공저, 정해감정평가실무 및 기출문제집, 안정근 실무 등이 기본적인 교재라고 생각됩니다. 이론은 안정근 이론, 법규는 김동희 행정법을 주로 보았으나 마지막 년도에는 Sub를 위주로 정리하였습니다.
4. 2차과목의 경우 가능하면 Sub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론의 경우 ‘막판에 이론 때문에 발목잡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여서, 스터디진도에 맞추어 미리미리 내용을 소화하지 않으면 시험 직전에 정리할 분량이 너무나 많아져 낭패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Ⅴ. 감사의 글
함께 공부했던 장칠성․남유정․이응진씨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확실성 없는 일에 매진하고 있어도 도와주고 격려해 주신 부모님․동생 및 일가분들과, 주변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비록 당분간 고단하게 될 터이지만 언젠가 기쁨의 과실을 안게 될 수험생 여러분들께 격려를 드립니다. 이 순간도 곧 지나갑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수험생활은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또하나의 장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더욱 강인하고 아름답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늘 새롭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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