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글머리에
2002년 12월 13일 오후. 전년도에는 2일전 정도에 합격소식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혹시 또 떨어진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싸여 있을 때 스터디 팀원이었던 정민씨에게 떨리는 전화 목소리로 ‘합격’이라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순간 멍해지는 느낌은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감정평가사 시험을 처음 도전하면서 부동산 고시의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나도 올해는 합격수기의 주인공이 되어야지 하고 꿈을 가져왔었다.
그러나 그 꿈은 한해 두해 늦춰지면서 남들이 써놓은 합격수기 부분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열등감, 아니 질투심이 더 컸을까?
그후 2002년 1월부터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각오로 그 동안 4년여의 나의 공부방법론의 잘못을 인식하기 위해 부동산고시의 합격수기를 읽어보았다. 이때 느낀 교훈은 합격은 공부기간과 관계없고, 배우는 사람은 자존심을 세울 때와 버릴 때를 알자는 것이다.
저의 두서 없이 써 내려갈 글을 읽고 단 한사람이라도 합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저의 수험생활, 공부방법, 수험생의 자세 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Ⅱ.격동의 4년
1. 1999년 1월부터 7월
영어가 시험과목에 없다는 매력(?)과 시험과목도 1차는 4과목 2차는 3과목이라는 표면적으로 적은 과목 수에 끌려 감정평가사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우선 1차과목은 전공이 경제학이었고, 공인중개사 공부를 한 경험이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따라서 봄까지 2차과목을 공부하고 이후 1차를 공부하면 1년 또는 2년안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계획을 가졌다.
따라서 2차의 ‘가나다라’도 모르는 상태에서 S학원의 그룹스터디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 나의 어설픈 계획은 깨지기 시작하였다. 20명 내외의 수험생이 교실에서 그룹과외처럼 기초부터 가르쳐 주리라 생각했는데 첫 시간부터 시험을 보고,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었고 단지 팀원들간의 회식자리에 참여하는 정도로 거의 포기상태였고, 결국 1개월만에 도망치듯이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3월까지 어영부영 지내다가 우선 1차시험에 합격하자라는 각오를 하고 7월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하여 합격하였다.
2. 1999년 8월부터 2000년
짧은 기간 내에 1차합격이라는 기쁨으로 8월부터 12월까지는 인생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친구들과 어울렸다. 1차는 4과목이지만 2차는 3과목밖에 안된다는 단순한 계산에서 였다.(전년도의 실수를 잊은 채) 2000년 1월에 다시 S학원 스터디그룹에 지원하였다. 역시 전년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스터디 3기까지 버텼다.
물론 학원 모의시험에서 상위권 등수 안에 들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시험을 치루고 나서는 왠지 느낌이 좋았다. 그어렵다는 실무를 시간 내에 다 풀고, 법규도 어느 정도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게 썼다. 단, 이론에서 자신 있게 쓴 문제가 하나도 없어서 불안하기는 하였으나 100점분량은 채웠으니 과락을 넘기면 합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2000년 12월 합격자명단을 확인한 결과 나의 이름은 없었다. 실무․법규는 60점대를 육박하는 성적을 얻었으나 이론에서 우려했던 과락이 나왔다. 너무 허무했고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많은 양을 흘린 것 같다.
3. 2001년 동차도전
불합격의 충격으로 잠시 방황하다가 부모님을 설득하여 1년만 기회를 더 부탁하여 동차 합격을 계획하였다. 1차는 항상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3월까지 2차 위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주위 친구들이 강심장이냐고 1차공부를 하라고 협박(?)하여 4월 중순부터 1차공부를 시작하였다. 더 이상 학교를 휴학할 여건이 안돼서 학교수업,1․2차 수험공부를 병행하다보니 학원수강은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부동산고시 모의고사문제, 학원모의고사문제를 구해서 혼자 연습하였다. 7월 1차시험을 치르고 그날 오후 서울법학원에서 답안을 구해 인근 놀이터에서 채점을 하여보았다. 다른 과목은 70점이상이 나왔는데 관건은 회계학이다. 1번부터 20번까지 현재상황 6문제만 맞았다. 떨리기 시작하여 21번부터는 한 문제 맞출 때마다 기도하며 정답을 확인하였다. 다행이 후반에 선전하여 42.5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이제 2차시험까지 시간이 없었다. 작년에 작성한 엉성한 서브위주로 법규․이론을 공부하였고, 실무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의 스터디 자료를 복사하여 풀었다. 2차시험당일날 1교시 실무시간에 언뜻 보니 내가 자신있는 DCF문제였다.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으나 막상 풀어보니 60분이 경과하여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1교시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려하니 넘어가질 않았다. 집으로 가고싶었으나 친구들의 만류로 3교시 까지 버텼으나 1교시의 충격으로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결과는 실무과락으로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4. 2002년의 Happy ending
정말 더 이상 감정평가사공부를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으나 이때 형수님이 이번엔 자신이 뒷바라지 할 때니 1년만 더 해보라고 권유하였다. 그래서 나는 한번더 하기로 결심하고 기존의 공부장소를 버리고 새롭게 봉천동에 짐을 풀었다. 2002년은 월드컵분위기로 1개월 정도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런 것 같다. 따라서 기본위주로 마무리 정리를 하였고, 2차시험장에 들어섰다.
과욕을 부리지 말자는 다짐으로 시험에 임하였다. 1교시 실무시간에는 완벽하지는 못하나 100점을 다풀고서도 5분 여의 시간이 남았다. 일단과락은 넘겼구나 하는 스스로의 만족을 하고 2․3교시에 임했다.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니 2․3교시도 큰 과오 없이 5분 여의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시험지를 다 채울 수 있었다. 무나하게 시험을 본것같아 시험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어느 해보다 가벼웠고, 결과는 예상보다 좋은 점수로 합격의 영광을 안게되었다.
Ⅲ.과목별 공부방법
1. 개설
지금은 1차시험에 영어가 포함되지만 저는 포함되지 않을 때에만 시험을 보아 영어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하시고, 특히 2차시험을 중심으로 말씀드립니다.
2. 1차시험
1차시험은 5지선다형객관식 문제로서 과락 없이 평균 60점이상이면 합격입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략과목을 잡으시고 취약 과목은 면과락을 목표로 하시는 게 빠른길 같습니다. 모든 과목을 잘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고 평균100점이나 60점이나 차별없는 합격이기 때문입니다.
(1) 민법
과거 민법이 고득점을 위한 전략과목 중 하나였으나 최근 문제난이도가 높아지고, 특히 판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저는 노종천박사 교재와 학원모의고사문제 부동산고시문제등 문제중심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2) 경제학
전공인 터라 큰 어려움이 없었고, 저는 주로 정병렬씨의 경제학연습을 반복하여 공부하였습니다.
(3) 부동산관계법규
공부량이 많은 과목인 것 같습니다. 처음 공부하시는 분은 조병욱교수 강의나 교재가, 어느 정도 공부가 되신 분은 공민달 감정평가사님의 교재 및 강의가 좋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4) 회계학
항상 면과락 목표의 과목이었고, 그래서 김영호회계사님의 교재만 가지고 이해 안되면 통째로 외우는 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천승호회계사님 강의도 좋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3. 2차시험
2차시험은 과목 수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일것같습니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바이블로 삼을 수 있는 확실한 교재가 없는 것 같고 출제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공부방향이 바뀌는 경향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 스터디 기간별 공부방법을 중심으로 말씀드립니다.
(1) 실무
2차시험의 가장 큰 관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실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전체 공부시간을 100이라 할 때 실무의 비중이 50 내지 70% 차지한다고 봅니다.
1) 스터디 1기
실무공부방법 중 많이 푸는 것과 한 문제라도 정확히 푸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기본원리. 이론을 중심으로 한 문제라도 정확히 푸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동료수험생과 토론을 통해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 스터디 2기
이 기간에는 그 동안 쌓아온 기본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해보고, 답안을 돋보이게 하는 테크닉 등을 연구해보며,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3) 스터디 3기
어느 정도 정리할 시간이기에 다시 기본원리 중심으로 돌아가서 유형별 쟁점 등을 파악하여야 하고, 이때 기출문제 분석도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실무이론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합니다.
【참고교재】플러스실무(최창섭, 김성중), 핵심실무(이정훈, 신병기), 부동산고시, 학원스터디자료
(2) 이론
책을 읽으면 알 것 같으나 막상 답안에 쓰려면 생각 안나고, 그 범위도 명확하지 않아 시험전날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는 과목이 이론인 것 같습니다.
1) 스터디 1기
이 기간에는 교수님들의 책을 여러 회독하여 기본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요약서나 서브위주의 공부는 실력향상에 한계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답안의 세부적인 내용의 우수성을 떠나 주어진 시간 안에 배점을 채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스터디 2기
그 동안의 기본서를 통한 지식과 시간 내에 답안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답안의 내용을 좀더 세련되게 작성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고 특히 서론이나 결론의 내용을 좀더 돋보이게 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시중의 다양한 문제를 접하여 기본서 내용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3) 스터디 3기
특히 이 시기에는 시사적인 무제가 많이 제기되므로 동료 수험생들과 협동해서 정리하실 필요가 있고,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방대한 분량을 좁히는 방법,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목차서브를 작성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합니다.
【참고교재】안정근 평가이론, 현대부동산학, 이창석외 3인공저
부동산평가이론, 부동산학개론 은민수 평가사 서브,
김세중서브, 스터디팀장자료
(3) 법규
처음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한번 정리하고 나면 오히려 큰 부담이 없는 과목으로 보입니다.
1) 스터디 1기
행정법공부를 통한 기본기를 다지시고 가장읽기 쉽다고 생각하는 기본서를 선택하여 반복하여 읽어 전체적인 큰 틀을 잡는게 중요합니다. 너무 세부적인 논점에만 빠져들면 숲을 보지못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2) 스터디 2기
사례문제를 통해 구체적 논점을 파악하고 각 논점에 대한 다양한 교수님들의 견해를 찾아보고 이에 따른 각각의 결론을 도출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규를 공부할때는 스스로 수험생일뿐 학자가 아니라는 겸손한자세가 중요합니다.
3) 스터디 3기
중요논점별 문제유형을 정리하여 공부하고, 중요판례를 답안에 실제 옮길 수 있는 분량으로 정리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법전을 자주 읽으시길 바랍니다.
【참고교재】- 류지태감평행정법, 김동희행정법, 이병철행정법
- 류해웅 신수용보상법론, 박평준 토지수용보상법론
- 스터지자료, 부동산고시의 교수님 강평 및 논문
Ⅳ.수험생활의 조언
1. 신앙생활
신앙생활은 외롭고 힘든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것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크리스천이라 힘들 때마다 기도하면서 버텼습니다. 따라서 어떤 종교에 상관없이 선택하여 의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2. 자존심
수험생은 합격이 목표이기 때문에 배우고자 할 때에는 나이, 공부연수, 성별 등에 상관없이 자존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주위에서 평가사에 대한 무지 등으로 인한 상처를 기꺼이 감수하고 합격후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공부에 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여가시간 활용
때로는 1주일에 한번정도 쉬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는 가능한 동료수험생과 등산, 영화감상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실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친구들과의 만남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가 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Ⅴ.맺으며
귀한 공부시간을 쪼개어 저의 두서 없는 합격수기를 읽어주신 수험생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저의 합격과정에서 너무나 감사드릴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기도로 후원해주신 한빛교회 이억희 목사님과 성도 님들, 아낌없는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 당근과 채찍으로 지원해준 형과 형수님, 끝까지 지도해주신 이주석, 김원태, 박시우, 권혁진 팀장님, 나의 영원한 친구 병옥, 병광, 춘곤 등에게 감사드리고, 지금도 합격을 위해 밤낮을 어두운 도서관에서 책을 보시는 수험생여러분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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