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합격한 사람입니다만, 요즘 일이 한가해져서 문득 지난 자료들을 뒤적거리다가 작년초에 적어 놓은 글을 발견하곤 2차가 얼마남지 않은 이즈음... 고생하시는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심리적 도움이 될까해서 편집하여 올려봅니다. 이미 잘 아시는 관점일수 있겠지만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공감되지 않으면 무시하시고요...(어디까지나 제 개인 경험과 생각이랍니다^^)
논술형 2차 시험(이론, 법규)에 임하는 자세 중 중요한 사고방식의 하나가 출제자 입장이 되라는 것이지요...
아마 이맘때 쯤이면 2차 수험생 여러분들의 머릿속은 "두려움과 불확실성과 의심스러움"으로 잼(jam)상태가 되어 있겠지요. 공부해도 하는 것 같지 않고 안해도 그닥 차이도 없는 것 같고... 이런 시기라면 쉬는 시간에 부지런히 출제자와 심상교류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 시점에 그분들이 움직이고 있기도 하지요.
저는 출신이 직장 경력자이고, 공공기관과 관련하여 서술식 문건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좀 있어서 다량의 답안을 채점하는 출제자의 심정을 좀 이해하는 편입니다.
1. 출제위원들은 수험생이 사는 동네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출제위원들은 학계나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입니다. 즉, 신림동 학원 강사시거나 스터디팀장이나 다년차 고수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출제에 임하여 수험생이 사는 동네의 문법과 달리 행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매번 막상 문제지를 접할 때마다 낯선 당혹감에 휩싸이는 이유입니다.
- 용어는 학계나 업계에서 항상 쓰는 용어를 쓰되, 학원에서 강조하듯 의의 같은 것에 목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들은 의의를 정형적으로 외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크게 이상한 논리를
적지 않는 한) 개념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적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유사한(=천편일률로 느껴지는) 서술형태에 따르는 것에 짜증 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수험자가 별
생각없이 학원에서 가르치는 논리에 함몰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
다.
(출제위원들은 수험가의 강사분들보다 당연 비교우위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수험가 논리에 대해 본능적 반감을 갖고 있을지 모릅니다..)
- 예상 문제를 규정하는 것보다는 예상 문제 가능성을 놓고 폭넓게 외연을 넓혀 사고하는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예상 문제는 거기서거기지만 출제자의 생각은 항상 (기존 출제 선례에서) 뭔가 새로운 구석이 없나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수험자의 자세는 어느 경우에도 탄력적으로 응용이 가능하도록 개념 정도만 심도 깊게 이해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what if..? 하면서 생각과 논리를 마구 키워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평가이론은 하나의 이론을 현실 평가에 폭넓게 적용하는 방법론이며, 평가법규는 나라에서 규정한 한 줄의 법률을 얼마나 잘 해석하여 현실 보상평가에 적용하느냐 하는 방법론에 다름아니겠지요.
2. 채점위원들도 사람입니다.
어느 채점위원이고 당초에 굳은 마음으로 엄정하고 세세하게 평가하리라 다짐합니다. 수험생 하나하나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하지만 자기 일을 갖고 있고 제한된 시간내에 빡시게(?) 해야 하는 사람인지라 점차 고달픈 것에는 못견딥니다...
제 경험상, 초기 10~20% 정도는 정말 정밀하게 체크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양적 한계"와 "시간적 한계" 및 "채점의 감(感)"이 결부되면서, 시놉시스만 보고도 본문 내용의 질이 판단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더군요..
이를 우리 시험에 대입한다면, 일부 수험생의 답안지는 (경험 많은 수험자가 판단한대로) 채점될 것입니다만... 상당수의 답안지 채점은 서와 결이 충실하면 내용은 목차만 보고 점수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이건 어디까지나 제 방식의 유추일 뿐, 실제 채점이 관행이 그렇다는 것으로 오해마시길...) 이런 채점법이 갖는 약점은 본문 내용에서 법 조문을 달리 쓰거나 내용이 전개 논리의 디테일이 다소 산으로 갔다해도 채점자는 그것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오판이 섞인 디테일을 생각하며 감점을 괴로워했는데 의외로 그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바로 그런 채점상 한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반대로 스터디에서와 마찬가지로 디테일을 제법 잘 표현했는데도 알아주지 않았다는 불만을 갖는 경우에도 역시 채점자가 그 디테일을 자세히 봐주지 못한 탓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복불복'은 주관식 논술 시험에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험생은 출제위원이 꼼꼼히 채점하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우선 채점자가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는 답안 작성법에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시장은 이론일 뿐, 현실은 불완전한 것처럼... 성적평가제도 역시 불합리한 한계를 배태하고 있음을 차라리 일찍이 인식하고 대응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3. 채점위원의 feel을 생각해야 합니다.
학원가에서는 문제별 배점 및 채점에 무척 공정을 기합니다. 그러나 실전의 채점위원들은 결과적으로
볼 때 다소 주관적인 채점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학원가에서는 채점 내역에 대해 그때그때 수험생의
피드백을 받으므로 채점을 객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전 채점에서는 채점자의 판단여지가 중시되고 (소
송까지 가지 않는 한) 수험생과 직접 접할 일이 없으므로, 문제당 당초 배점 및 점수주는 범위를 벗어나 채
점자의 주관성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채점자가 중시하는 문제 1,2번에 높은 가점 내지
는 감점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채점자가 그리 중시하지 않는 문제3,4번에서는 다
소 서술력이 떨어져도 감점이 크지 않거나 열심히 잘 써도 가점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출제자 내지는 채점자가 애착을 갖는 (출제의 예술성이 발휘되는...) 부분은 문제 1,2번
이 됩니다. 이 부분에 목숨 걸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충분히 출제의도를 숙고하시고, 일단 쓰
기 시작하면 자기만의 언어와 논리로 쓰려고 노력하되, 어느 경우이건 일단 나가면 일관성있게 나가고 절
대 우왕좌왕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됩니다(확신범처럼...). 최근의 출제 경향은 "복수의 출구"를 만들어
놓되, 어느 경우이건 일관된 논리로 출구를 빠져나가는 자에게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
입니다.
남은 기간은 새롭게 뭘 더 알려고 하지 말고, 정신력 강화 훈련이나 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험은 일종의 출제자(채점자)와의 기싸움이라는 생각입니다. 기 죽는 순간... 글씨에 흔들리는 모습이 투영되고...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무너져가는 게 채점자 눈에 읽힙니다. 반대로 기가 살아 있으면... 다소 논리가 흔들려도 확신범의 눈빛에 검사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럼... 파이팅입니다^^
p.s) 배점을 채우라는 의미는 채점위원에게 주관적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주라는 말이겠지요.. 해당 문항에 답을 비어있으면 점수를 주고 싶어도 근거가 없으므로.. 간단 명료하게 쓰는 훈련은 컨셉을 파악하고 적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일텐데 이는 아무래도 상당기간 그러한 사고 훈련을 요하겠지요.
최근 경향을 보면 채점위원은 장수 채우는 것보다 핵심에 근접하는 능력을 훨씬더 중시하는 느낌이고.. (동기들간 결과를 대략 종합해봤을 때, 장수와 점수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비문법 문장은... 채점시 글쓴이 주장 파악에 혼선을 일으키므로 채점자의 feel을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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