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잘 갑니다. 2012년이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도저히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도 지나가고, 이런 기쁜 시간이 왔네요.
저는 직장 7년차이고, 두아이의 아빠입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은 자금팀입니다. 자금과 회계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에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1. Prologue
세무사 시험을 도전하는 직장인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직장인 여러분 왠만하면 세무사 시험에 도전하기 보다 현재의 일에 만족하십시오.안타깝게도 세무사 시험은 여러분들에게 그렇게 만만한 도전이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전해서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위험이 늘 상존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실패의 위험 때문에 많은좌절을 버텨야 했습니다.
정 도전하시겠다면 정말 죽을 각오로 해야 합니다. 누구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당신을 향해 어떠
한배려도 해주지 않습니다. 단지,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만이 있을뿐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무리애를 써서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무래
도 전업수험생보다 시간적, 심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튼, 개인적으로 제 후배나 동료들
이 도전하겠다고한다면 말리고 싶은 사람입니다.
2. 1차 시험
사실 세무사를 해보고자 하는 생각은 꽤 오래 되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무척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한번 취득하고자 하는
굳은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2010년 6월에 학원 종합반의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경영학을 전공했고, 회계는 간간히
보는 (그렇다고 주로 보지는 않는)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해서 동영상 강의를 들었습니다.1.6~1.8배속으로 들으면 왠만큼 길다해도 1시간이면 1강의 정도는 다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남들이 곤히 잠든 시간에 30분 정도를 할애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아무리 경영학을 전공하고, 업무와 약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해도, 시험공부는 시험공부입니다. 다시
말해서 들을때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책을 혼자보고 있노라면 거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여러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각 과목별로 3번씩을 들은 것 같습니다. 3번쯤 들으면 강사님의 농담하는것조차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11월 정도까지 각 과목들, 회계원리(1회), 중급회계(3회 이상), 원가/관리회계 (3회 이상),
세법개론(4~5회),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퇴근후 집에서, 주말에도 늘 이어폰을끼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떤 강사는 좋고, 어떤 강사는 나쁘고... 물론 강사들 사이에도 차이가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내가 이해하느냐 입니다. 이는 강사의 질보다는본인의 의지, 그리고 반복의 힘입니다. 우선 자신이 강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본인이 얼마나 반복해서 학습했는지 자문해 보는 게 우선 순위 입니다.
강의를 반복해서 듣다보니, 일정부분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을 가져오더군요. 하지만, 객관식 문제를 풀려고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다 허상이었습니다. 막상 아는 것 같은 문제인데, 풀면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의 해결책은 반복이었습니다. 똑같은 문제를 3번 정도 풀고 나면, 결국모르는 문제는 모르지만, 대부분은 풀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1차 과목 중에는 전략 과목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회계학은 원가/관리회계에 집중해야 하고,
세법개론은 일명 잡법들에 집중하고, 재정학과 선택과목(저는 민법)은 무조건 고득점 해야 합니다.
잘 모르는 부분은 동영상을 다시 듣기도 하고, 해서 반복, 반복하다 보면 바보 도가 터지는 느낌과 함께
이해가 됩니다.
가장 힘든 부분은 반복입니다. 새로운 책으로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막 생겨날지라도 절대 그리하시면안됩니다. 직장인은 시간이 없기 떄문에 같은 책으로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수험서이건 상관없습니다.
한번 선택했다면 끝을 보아야 합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합니다.
여튼 그렇게 12월부터 3월 시험직전까지 계속 반복해서 3~4회독 정도 하다보면 모르는 몇몇 문제들을
빼고는 풀 수 있게 됩니다. 4월부터는 모의고사 시즌입니다. 이때 회사에서 하도 야근이 많아서 거의 공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겨우 주말이나 좀 볼 수 있는 정도... 여튼, 1차 시험의 관건은 시간이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통해서 (주요 서점에 가면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지들을 살 수 있습니다.) 시간 배분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해서 1차시험은 평범한 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1차 시험을 칠 무렵 첫쨰
아이가 태어나 진짜 별로 놀아주지도 못해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다행히 합격을 해서 그나마 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2. 2차 시험 (동차)
1차시험은 객관식이고, 다음날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바로 2차시험에 도입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1차시험 끝나고 '나는 직장인이니까, 내년 유예를 노리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절대적으로1년을 허비하는 길입니다. 직장인이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동차를 하셔야 합니다. 설령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2차 시험은 회계와 세법, 단, 두개의 과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세법이 3과목이긴 하지만요.
동차 때, 방법은 1차시험과 동일했습니다. 강의를 죽도록 들었습니다. 최소 재무회계(3회), 원가/관리회계(2회), 세무회계(3회), 세법학(4~5회). 세법학 강의는 MP3로 녹음해서, 언제 어디를 가든지 간에 귀에 꽂고 다녔습니다. 사실상 몇 회를 들었는지 알수 없을만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무회계/세무회계는 손으로 풀어볼 수밖에 없는 과목입니다. 집중적으로 강의를 들은 이후에 문제를풀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모의고사 형식으로 된, 파이널 교재를 열심히 풀었지만, 시간적인 한계를 이기기에는힘들었습니다. 그래서 3회 정도 밖에는 풀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세법학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단 한번도 전체를 써본적이 없습니다. 단지, 개요만 여러번 반복해서 쓰고,
책만 여러번 보았습니다.(최소 5회 이상) 그러나 세법학은 손이 반응하는 것이지, 눈이 반응하는 과목은 아니더군요.
여튼, 동차를 보고는 아주 잘 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지만, 40.5의 커트라인처럼 저도 여느 수험생과 동일하게 세법학1부를 과락함으로써 불합격의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회계학1,2부와 세법학2부는 상당한 점수를 맞은 것으로 보아 직장인이라고 해서 동차는 무조건 불합격이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10.6월 ~'11. 7월) 준비한 것 치고는 상당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실패의 원인은 세법학을 손으로 써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세법학까지 손으로 썼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재무회계/세무회계를 잘 풀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동차를 노리기 위해서는 1차 시험을 치기 이전에 세무회계를 연습하는 것 입니다. 세무회계는 1차 시험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2차 시험에서는 필수적인 과목이므로 다른 과목과 달리 선행학습이 필수입니다.
이와 달리 세법학은 휘발성 과목입니다. 동차를 보고 유예를 볼려고 생각한 순간 가장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과목입니다. 그러므로 1차 시험 이전에 세법학을 보는 것은 시간 낭비에 가깝습니다. 전략적인 선택을 위해서 세무회계를 먼저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의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3. 2차 시험 (유예)
동차를 떨어지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둘째가 100일 정도가 되었을 때에 발
표가 났는데, 결과는 '불합격'. 불합격 발표를 받고 1개월이 지나기 전에 아내에게 유예를 준비하겠
노라고 얘기를 했더니, 한참을 울면서, '안하면 안되겠어?'라고 하더군요.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지 알기 때문에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아이들이 자기 전까
지 아이들과 놀아주겠노라고 굳은 약속과 함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체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체력은 국력... 이말이 정답입니다. 결국 시험의 핵심은
마지막 3개월에 모든 승부가 납니다. 모든 에너지를 이때에 쏟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저는 '11. 8월 ~ '12. 3월까지 격력한 운동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2~3회 정도, 체력이 말도 못하게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15분을 넘기지 못하던 운동시간을 1시간을 넘기고도 웃으면서 나올만큼... 직장인이라 해서 이에 예외는 아닙니다. 결국 마지막은 체력싸움입니다. 공부는 강사들이 가르쳐 주지만, 체력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체력이 핵심입니다. 절대 소홀이 하시면 안 됩니다.
동차의 실패원인이 세법학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법학을 손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판 모의고사집을 구입해서 한번씩 다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세법학 문제들을 다 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아닌 손으로...
그렇게 세법학 문제에 익숙해질 무렵 스터디를 만들었습니다. 직장인 3명, 전업수험생 2명으로 이루어진
스터디그룹은 모두 너무 뛰어나신 분들이 참여해서 정말로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번 모여서,
세법학의 각 과목들을 손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2개의 세법, 마지막에는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이런 식으로 6월 중순까지 진행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2분의 스터디원은 각자 사정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가시고, 마지막으로 3명이서 하다가 스터디그룹은 해산하였습니다. 스터디 그룹은 2월부터 6월 중순 정도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유예생 3명, 3차생 1명, 4차생 1명으로 이루어진 스터디 그룹에서는 주옥같은 정보들이 나왔고, 직장인이라, 정보의 부족 속에 있었는데, 스터디원이 도와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3명의 스터디원 모두 합격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혼자서 할때는 정보도 부족하고 의지도 부족해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스터디에 가면 무조건 손을 써서 함께 토론하다 보니, 세법학에 대해서 어떤 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가 끝나고 학원 세법학 모의고사반을 마지막으로 8주 정도 다녔습니다. 시험치기 마지막 주까지 빠지지 않고, 열심히 손으로 풀어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법학 이야기만 계속 했는데요. 물론 동차때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과목들도 강의를 한 2회 정도씩은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집을 반복해서 4~5회 정도 풀었구요. 그렇게 유예시험을 보았습니다.
시험 성적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문닫기 직전의 점수를 받았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사실 라이센스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합격과 불합격이니, 합격의 기쁨을 누린 것으로 만족합니다.
지금은 진로에 대해 고민이 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도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4. 에필로그
공부란 놈에 대해서...
1. 공부란 녀석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가장 우선입니다. 만약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나에게 얼마나 뚜렷한 목표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남들이 다 놀고 있는 그때에도 공부를 할 수 있고,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보다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뛰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목표의식이 없다면, 그정도의 의지가 없다면 전업수험생이건, 직장인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 두번째는 체력은 국력입니다. 체력을 보장할 수 없다면, 결국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손자병법에 보면,내가 남보다 10배의 군사력이 있다면 포위하여 이길 수 있고, 남보다 2배의 군사력이 있다면 병력을 분리하여 싸울 수 있고, 남보다 우세하다면 전쟁을 해볼만 하며, 남보다 열세라면 피하는 것(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합니다. 체력은 군사력입니다.
군사력이 모자란다면 우선적으로 군사력을 기르는 것이 상책입니다.
3. 세번째는 시험공부는 시험에 나올 것만 공부하는 것입니다. 가끔 어떤 일에 대한 호기심에 이것 저것 찾아보고,살펴보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학문에 대한 관심이지 시험공부는 아닙니다. 시험공부는 시험에 맞게 공부를해야 합니다. 그 이상도 과한 것이고, 그 이하는 부족한 것입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 정말 시험에 나올 것이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 확신해야 합니다. 이는 기출문제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세무사 시험이나, 어떤 시험이나 반복이 가장 힘든 이유입니다. 따라서 이 모든것을 갖추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희 스터디원들이 모두 자질이 뛰어나신 분들이었지만,마지막까지 달린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공부란 녀석은 시작도 쉽지 않지만, 끝은 더 어려운 법입니다. 다들 열심히 하셔서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ps. 민법에 대해서. 저는 공인중개사 민법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민법을 선택한 것이구요. 세무사 민법은 상법보다, 아니 공인중개사 민법보다도 쉽습니다. 물론 법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얼마전에 예셈에 민법 강사님이 자신의 강의를 무료로 공개하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런 분들의 강의만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법이 익숙해진 분이 민법을 공부하는 것은 비추라고 생각합니다. 한 우물을 파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