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일 제50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ㆍ제36회 CPA 합격ㆍ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Ⅰ. 들어가며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11시, 나는 학원 강의실에 앉아 모의고사를 한참 풀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
로는 밖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캐럴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하지만, 모의고사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또렷
하게 들렸고 그것은 분명 즐겁게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열린 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왔기 때문
에 나는 슬쩍 일어나 창문 두어 개를 조용히 닫았다. 아니, 어쩌면 그 캐럴 소리가 듣기 싫어서 창문을 닫아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오면서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각 같은 장소에서 모의고사를 보고 있었음에도, 나 말고도 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을 위해 하루쯤 쉬어도
괜찮을 그 날에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뭔가 울컥하는 마음은 감추기 어려웠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외로움은 쉽게 참아내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어쩌면 그 외로움이라는 것도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 생긴 감정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애인이 없어서, 아니면 가을이 되면 느껴지는 허전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럼에도 이 외로움을 감당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외로움이라는 것도 결국 ‘고시생’이라는 상황이 만
들어낸 감정일 뿐이고 그렇다면 ‘고시생’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하루빨리 합격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감정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로움을 참아내려면 하루하루를 더 충
실히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내가 사법시험 합격생이고 그것도 수석합격자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적어도 앞으로 당분간은 그러한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
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상적인 직업은 법조인이라는 생각에 도전”
Ⅱ. 결심 그리고 시작
사법시험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하고 공군장교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재학 중에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여 삼일회계법인에서 잠시 근
무한 후 군복무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전역 후에도 돌아갈 직장이 있었고, 전문직이라는 나름대로 안정
된 직업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된 것은, 부모님과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정한 나의 이상적인 직업의 모습에 법조인이 보다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공인회계사도 훌륭한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좀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
었고, 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직업을 원했다. 그리고 그
것이 법조인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학부과정에서 배운 경영학이나 공인회계사 준비과정에서 익힌 회계
지식이 법조인으로서의 활동에 보탬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쉽게 사법시험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결국은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군복무 중이라는 상황도 수험생
활에 장애가 될 것 같았고, 장교라는 직책 덕분에 일과 후에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도 놓치기 싫었다. 좀더
놀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사법시험을 시작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막상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
년 2월 중순,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대학시절 항상 붙어 다니던 정헌이와 얘기하던 중에 그 친구도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각자 판검사가 되기로 약속했다.
Ⅲ. 1차시험
1.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그렇게 결심을 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정보를 수집한 끝에 2005년 3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문제는 법학학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방송통신대학은 이미 접수가 끝난 상태였고, 독학사를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독학사로 35학점을 모두 취득하기가 부담스러워서 헌법, 민법, 형법만 취득해서 30학점
을 채우고, 모자라는 학점은 중앙대와 경기대의 사회교육원 과정을 들으면서 각 3학점씩을 채우기로 결정
했다.
당시에는 군복무 중이었고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 출근 전과 점심시간을 활용했고 퇴근
후에는 서울대 경영대학 도서관에서 강의테이프를 들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복습할 시간은 없었고,
그냥 앉아서 테이프만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복습을 안한다는 것은 강의를 듣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
는 데도 그 때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복습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독학사 시험은 모두 합격했고, 다음
해 1차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전역을 하고 난 후의 해방감 때문이었는지, 대학 때의 친구들이 다시 뭉쳐서
신이 나서인지, 하루 중 공부하는 시간보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면서
매일 왕복 3시간을 길에 허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만심
이었던 것 같다. 9월부터 학원의 진도별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진도를 쫓아갔지만,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하
나도 없었다. 그 전까지는 강의테이프를 듣기만 했을 뿐 복습을 한 번도 안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도별 모
의고사가 끝날 때쯤 헌법, 민법, 형법, 국제법 모두 제대로 본 책이 하나도 없었다. 공부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1차시험 합격을 1년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긴장감 없이 시험에 임했고, 시험장의 살벌한 분위기에 놀랐다. 문제를 푸는 그 순간에도 지금까지
뭔가 잘못 공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문제를 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
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채점을 했지만, 결과는 그 전년도 합격점보다 평균
8점이 낮았다.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조금의 미련도 없었고 지난 1년을 반성하
고 또 반성했다.
“기본서와 사례집 위주로 공부”
2. 2006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1) 공부과정
막상 1차시험의 결과가 발표되고 나니 여러 감정이 겹쳐졌다. 상당히 낮은 점수라고 생각했던 내 점수가 커
트라인에서 불과 평균 1.5점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에, 답안지 마킹 실수와 어이없는 실수만 없었어도
합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수한 문제보다 찍어서 맞춘 문
제가 많고, 지난 1년간 공부시간보다는 친구들과 이야기한 시간이 더 많았으며, 근거 없는 자만심과 나태함
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져도 될 것 같았다. 이때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울대입구역에 자취방을 마련했다. 공부장
소가 학교 도서관이었고 학원강의를 듣지 않을 생각이어서 신림동에서 자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1차시험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후사법의 맛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후사법을 모두 공부하기에는 기본삼법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고 1차시험이 불안했다. 그래서
후사법 중에서 민소법과 행정법만을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민법도 2차 사례집을 풀어보
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년에 대한 반성이 무색하게도 캠퍼스의 봄바람은 지나치게 따뜻했고, 내 굳은 결
심도 봄눈처럼 녹아버렸다. 가끔은 월드컵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민소법 강의테이프를 듣고 약간
의 복습을 한 것, 행정법은 복습도 없이 강의테이프만 한 번 들은 것, 민법교안을 강의테이프를 들으면서 1
회독한 것이 그 해 상반기까지의 초라한 결과물이었다.
7월 중순이 지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때가 되어서야 겨우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헌법, 형법, 민
법 순으로 3주 내지 4주씩 기본서와 판례집을 봤다. 헌법은 강의테이프를 다시 들었고, 민법은 민법교안 외
에 기본서를 읽었다. 9월이 되어 학원에서 진도별 모의고사를 시작했지만, 10월이 되어야 기본삼법에 대한
1회독이 끝날 것 같았고, 그 후에도 빠르게 1회독 후에 진도별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10월
에 접어들면서 기본삼법의 1회독이 마무리되었고 그 후 11월 20일경까지 판례집 위주로 기본삼법을 빠르게
1회독하였다. 그리고 진도별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했다. 이때쯤 공부장소를 집으로 옮겼다. 잠자는 시간 외
에 버려지는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여름부터 스톱워치로 공부시간을 확인하고 수첩에 기록
하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공부하니 학교에서보다 2시간 가까이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진도별 모의고사 3회분을 풀고 오후와 저녁에는 복습을 했다. 여름에는 7~8시간 정도 공
부하던 것에서 점차 공부시간을 늘려서 이때에는 11~12시간 정도 시간을 확보했다.
진도별 모의고사를 한 번 풀고 말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당일 복습 외에 한 과목이 끝날 때마다 다시 한 번 빠르게 풀어보았다. 결국 1월 초가 되어서야 진도별 모의고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남은 기간은 40일 정도였다. 과목별로 기본서와 판례집을 봤다. 진도별 모의고사
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약 30일 동안 기본삼법과 국제법을 기본서와 판례집을
각각 1회독하였다. 그 다음에는 2~3일씩 1회독, 마지막에 1일씩 보았다. 마지막에는 주로 판례집을 위주로
공부했다.
시험 전날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할 수도 없었다. 그때까지 시험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고 시험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
었다. 걱정이 되면 될수록 더욱더 잠들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시간 정도 겨우 눈을 붙이고 시험장으로 향했
다. 정신력으로 하루를 버티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었다. 처음 접해보는 8지선다형 문제는 쉽지 않
았고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채점을 해보니 다행히도 83점을 조금 넘는 점수를 받았
다는 것을 확인했고, 드디어 2차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2) 공부방법
1차시험은 무엇보다도 학설대립보다는 판례와 조문이 중요한 것 같다. 우선 기본서를 읽을 때에도 중요한
판례는 별도로 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판례 중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선별하는 능력
이 필요한데, 사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를 스스로 판단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한 가지 방법은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여름에 형법을 공부하면서 기출문제를 함께 풀었고, 기출문제를 푼 후
에는 기출된 지문을 기본서에다 작은 점을 찍으면서 표시를 해두었다. 10년간의 기출문제를 검토했을 뿐인
데 어떤 판례는 5회 이상이나 출제된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판례를 판단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2차 사례
집을 풀어보는 방법이 있다. 특히 형법과 민법은 1차시험에서도 사례형 문제가 상당수 출제되고 그 배점 또
한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2차 사례집을 풀게 되면 이러한 문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례집에서 문제화되는 판례는 그 사안뿐만 아니라 그 논리의 흐름까지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는 것이다.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한 판례가 사례화되는 경우가 많고, 또 학설대립과 함께 판례의 입장으로 인
용된 판례는 대법원의 기본적인 태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시간이 부족하여 형법 사례
집은 풀지 못했지만, 상반기에 민법 사례를 읽어본 것이 판례 사안을 기억하고, 판례의 기본 태도를 암기하
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민법 판례집을 읽을 때 기본이 되는 판례와 부수적인 판례, 예외적인 판례
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조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부를 하다보면 중요한 조문은 저절로 외워지게
마련이지만, 평소에 그리고 시험 직전까지도 조문을 가까이할 필요가 있다. 조문은 그대로 문제화되기 때
문이다. 1차시험 직전 3일전에 큰맘 먹고 하루 종일 민법과 헌법의 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었
다. 그 때 조문을 읽으면서도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시험을 보면서 그 효과를 실감
할 수 있었다. 그 때 조문을 읽지 않았으면 여러 문제를 틀렸거나 적어도 고민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
했을 것이다.
Ⅳ. 2차시험
1. 2007년 3월부터 6월까지
(1) 공부과정
1차시험을 비교적 잘 봤다는 기쁨도 잠시, 바로 2차시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예비
순환 과정을 수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원을 다닌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강
의테이프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전년도 예비순환 혹은 1순환 강의테이프로 공부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2006년 상반기에 민소법을 1회독하고 행정법 강의를 한 번 듣기는 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
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원 예비순환의 진도에 맞춰서 강의테이프를 듣되, 학원에서 기본삼
법 강의를 하는 기간에는 기본삼법에 별도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후사법을 한 번 더 복습하는 것으로 계
획했다. 7법을 모두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본삼법은 1차시험 준비하던 실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강의테이프를 듣고 바로 복습하는 방법으로 후사법을 공부했다. 중간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겨우 학
원진도와 거의 동시에 후사법의 1회독을 마칠 수 있었다. 이때에는 평균 9~10시간 정도 공부했던 것 같다.
5월 중순경 공부장소를 다시 집으로 옮겼다. 동차합격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막판에 몰
아쳐서 동차합격을 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음을 의식한 탓인지 집에 가자마자
긴장이 풀어져 버렸다. 평균 11시간 정도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후사법의 내용은 너무나 생소했고 방금 본
내용도 돌아서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겨우 1회독을 더 한 채로 시험장을 향했다.
첫 2차시험을 보면서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답안지를 구경하고 처음으로 답안지를 작성했다. 공부하면서 한
번도 답안지 작성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빈 칸을 안 남기려 노력했다. 마치
2차시험 경험이 있는 수험생인 것처럼 시험장에서는 시험을 마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답안을 작성했
다. 하지만, 후사법은 모두 10~25점 정도의 문제는 백지로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0월에 불합격과
성적을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합격은 당연히 예상한 것이었지만, 전과목 면과락을 했다는 것
이 놀라웠다. 점수는 커트라인에서 평균 2.1점 정도가 부족했다.
(2) 공부방법
첫 2차시험을 준비하면서, 너무나도 생소한 후사법을 접하면서, 수험생들이 스스로 합격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나의 경우에 과락을 면한 과목 대부분은 표준점수제에 의해서 점수가 변환된 덕을 본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어떠한 내용이라도 써서 제출하면 최소한의 점수라도 받을 수 있고 그러한 점수가 쌓여
서 과락을 면하고 합격권에 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그 내용이 논점을 일탈한 내용
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 점수는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2차시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백지로 제
출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비록 그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지라도, 동차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마지
막 시험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합격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합격이 가
능하다고 생각한다. 10월에 성적을 확인하면서 중간에 합격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운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동차합격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또한 아무리 첫 2차시험이라 하더라도 답안지 작성연습은 필수적인 것 같다.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
로 답안지를 한 번도 작성해보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첫 헌법 시간에 답안지를 작성하면서 언제 한 줄
을 띄워야 할지, 답안 작성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전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한 문제를 풀고 나니
시간이 20분밖에 남지 않아 한 문제는 거의 목차 위주로 결론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말았다. 답안작성연습
은 자신의 글 쓰는 속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암기와 답안작성 연습이 중요”
2. 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 공부방법
초시에 대한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신림동에 자취방과 독서실을 마련했다. 그
때부터는 학원 강의를 듣고 모의고사를 통해 답안작성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림동에서 공
부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싶었다.
1순환 때에는 학원 강의를 모두 수강했다. 강의를 들은 후에는 반드시 복습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에는 그 전에 미리 그 부분을 보거나 일요일에 보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세
웠다. 각 과목별로 사례집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진도에 맞춰서 기본서를 읽기에도 버거웠기 때문에 대부
분 사례를 푼다기보다는 눈으로 읽기만 했다. 형법과 행정법은 사례집을 미처 읽지도 못했다. 학원을 다니
다보니 공부시간을 많이 확보하기 힘들었다. 평균 6시간 이상 공부한 것 같다.
2순환 때에는 대부분 모의고사를 치르고 강평을 듣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만 1순환 때 사례집을 보지 못한
형법과 행정법은 학원의 사례강의를 수강했다. 모의고사 및 강평반을 수강하는 경우에는 학원 다니느라 허
비하는 시간을 줄여 혼자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고, 사례강의를 듣는 경우에는 학
원강사들의 사례풀이 요령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2순환 때부터는 과목별로 배정되는 시간이 상
당히 짧아져서 그 진도를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2순환 초기에는 주로 심야에 하는 모의고사 및
강평반을 수강하였는데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공부시간을 조금 늘릴 수밖에 없었다. 모의고사 및 강평반
을 듣는 경우에는 8시간 이상 공부했다. 심야반을 수강하고 새벽에 잠들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대신, 아
침식사를 하지 않고 시간을 확보했다. 원래 위염을 앓고 있었는데, 공부시간을 늘리고 새벽에 잠들고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탓인지 12월말쯤에 갑자기 다시 위가 심하게 아파왔다. 결국 3일 정도 공부를 하지 못했
다. 다행히 연휴가 끼어있어서 진도는 크게 밀리지 않았지만, 앓고 난 후에는 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공부
시간을 1시간 정도 줄여야 했고 그 이후에는 몇 달간 약을 먹으면서 생활해야 했다.
3순환 때에는 모의고사만 보는 방법을 택했다. 학원 강의를 들으면 그 순간에는 내용이 모두 이해되는 듯했
지만, 혼자서 다시 복습하지 않는 한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기본서를 정독하고 사례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이때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평균 10시간 가까이 공부했다. 하지만 학원의 진도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조금더 천천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한 번이라도 더 반복하기 위해서는 학원의 일정에 따르
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조금 덜 중요한 부분을 빠르게 읽고 지나가게 되더라도 진도를 밀리지 않는 데 초
점을 맞췄다.
5월이 되자 학원에서는 4순환 모의고사가 시작되었다.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감각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는 생각이 들었고,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 것이 조금은 불안했지만, 한 시간이라도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때에는 다시 공부장소를 집으로 옮겼는데, 친구의 도움으
로 모의고사 문제와 해설을 우편으로 받아서 읽어보고자 했다. 물론 받아놓기만 하고 읽을 시간까지는 없
었다. 이 시기에는 보통 4-2-1로 계획을 세운다고 하여 나도 이 일정을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4일 만에 한
과목의 기본서와 사례집을 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과목별로 기본서 혹은 사례
집 하나만을 선택했고 그것 위주로 공부했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훑어보면서 빠진 부분만을 보충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과목에 따라 6일이 걸린 경우도 있고 대신 형법이나 헌법을 3일에 보도록 해서 겨우 5일씩
진도를 맞추게 되었다. 2주 정도가 남았을 때 한 번이라도 책을 더 읽고 싶었다. 그래서 7법을 1.5일씩 1회
독, 그 다음에는 0.5일씩 1회독을 하여 가까스로 2회독을 하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공부하기 힘들었다. 5월에는 12시간 정도, 6월에는 12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확보하였다.
(2) 공부방법
2차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암기와 답안작성연습인 것 같다. 물론 암기를 위해서는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머릿속 내용을 답안에 옮기기 위해서는 이해만으로
는 부족하다. 학원 강사들이 알려주는 두문자는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스스로 두문자는 만들지는 않았
다. 두문자를 만드는 능력도 부족했고 두문자 자체를 외우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개념이나 판례의 중요문구
는 문장 자체로 외우려고 하였고, 특히 판례의 경우는 판례문구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려서 암기하려고 노
력했다. 문장 자체로 암기할 경우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 대신 적어도 시험 전날 본 문구는
거의 비슷하게 답안에 작성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 시험은 모의고사와 달랐고, 최대
한 법률용어를 활용해서 원문 그대로를 옮기고자 노력만 하고 원래 의도와 달리 교재의 문구를 그대로 옮
기지는 못했다. 그것이 두문자가 되었든 문장 자체를 암기하는 방법이 되었든 적어도 개념과 판례만큼은
문장 그대로 옮기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1순환부터 3순환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든 모의고사를 응시하였다. 모의고사를 본다는 것 자체
가 약간의 긴장감을 주었고,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올 때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다시 생겨났다. 모의고사 점
수는 대부분 잘 나왔지만, 사실 여기에는 비밀이 있었다. 늘 시간을 초과해서 답안을 작성했던 것이다. 1시
간 시험에는 10분 정도, 2시간 시험에는 15~20분 정도 시간을 초과했다. 시간 내에 작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는 내용이 나왔을 때에는 아는 만큼 모두 적어보고 싶었고,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소설이라도 창작해보고 싶었다. 시간을 초과해서 혼자 빈 강의실에 마지막까지 남
아있던 때도 몇 번 있었다. 시간 초과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물론 몇몇 문제는 시간이 부족해서 더 자세히 쓰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결론
위주로 답안을 작성하기도 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제출한 과목은 없었다. 모의고사를
보는 것의 최대 장점은 답안지 작성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1순환 때에는 모의고사 자체
가 부담스러웠고 옆에 있는 책을 들춰보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답안작성이 거듭되면
서 어느 순간부터는 모르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적어도 답안지는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실제 시험에서 과목마다 한 문제정도는 모의고사에서 접해본 것과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는 것 같다. 워
낙 많은 모의고사를 치르다 보니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눈으로 사례집을 읽어본 것과 내 손으로 답안을 작성
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굳이 학원 모의고사가 아니더라도 답안작성연습은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
각한다.
3. 시험장에서
1차시험 전날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던 반면 이상하게도 2차시험 때에는 그 긴장감이 덜했다. 오히려 긴장
되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할 정도였다. 시험 직전이 되어서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입실해야 하는 마지막 순
간까지도 복도에 나와서 책을 읽으면서 하나라도 더 머릿속에 남기려고 노력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1문
과 2문의 문제를 모두 읽었다. 글 쓰는 속도를 감안할 때 개요를 짜는 데 2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
다. 대부분의 과목을 시험 시작 20분 후부터 정신없이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최대한의 속도로 쓰지 않으
면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형법과 민법의 경우에는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
다. 그 두 과목은 개요를 짜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고 남은 시간 동안 급하게 쓰느라 작은 실수도 많았
던 것 같다. 평소에 글씨를 못 쓰는 편은 아니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제대로 쓰기 힘들었다. 긴장감으로
손과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시간에 쫓기어 글을 쓰게 되어 난생 처음 보는 글씨가 나왔다. 답안을 제출하
기 전에 눈으로 훑어보면서 채점위원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는 생각에 만족해야 했다.
나흘 동안의 시험을 치르면서 잠은 3시간씩 잤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는 충분히 자야 할 것 같았지만, 하
나라도 더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절대 버티지 못할 텐데 나흘 동안에는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었는지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전날 무조건 다음날 과목을 모두 보려고 했지만, 형법은 전혀 보지 못
하고 아침에 2시간 정도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첫 날보다 둘째 날 못 본 것 같았고, 날이 갈수록 더 못
본 것 같았다. 시험 점수라는 것이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음 과목을 공부하면서
도 지난 시험에 대한 잡념을 떨쳐버리는 것은 힘들었다. 악몽 같은 나흘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Ⅴ. 3차시험
2차시험의 합격자 명단이 공개되었다.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 경상남도 진주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었
다.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부모님과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렸고, 합격을 확인했다. 예비군 훈련 중이어
서 합격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처음 며칠 동안은 합격의 기쁨을 친구들과 나누는
데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곧 면접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여기저기 면접설명회도 참석했다.
면접대비를 위해서는 시사적인 주제에 대한 견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지난 몇 개월간 잊어버린 법률
지식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시사적인 주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작년과 올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논
쟁거리를 찾아서 각각의 논거를 정리하기도 했다. 또 7법을 빠르게 훑어보려고 했지만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어서 결국 헌법, 민소법, 형소법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면접을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1차시험만큼이나 긴장이 되었다. 결국 면접 전날도 한 시간 정도밖
에 잠을 자지 못했다. 다행히 집단면접 주제도 미리 준비한 데에서 나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었고, 개별면
접 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개별면접 때 몇 가지 법률지식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다행히 심층면접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개별면접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질문을 받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모르는 질문
을 받은 경우에도 최대한 그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다. 다만 긴
장감을 없애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하게 면접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과목별 주교재는 하나로 정해”
Ⅵ. 당부의 말
1. 교재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모두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책을 사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참고
도 하지 못하고 대부분 거의 새 책으로 남아 있다. 시험장에서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은 전날 공부한 부분이
거의 전부이고, 전날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책 한 권에 불과하다. 직접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막판 정리를
하면서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평소에도 여러 종류의 책을 보는 것보다는, 과목별로 그것이 기본서가 되었
던 사례집이 되었든 주교재로 삼는 것을 하나씩 정하는 것도 좋은 공부방법일 것 같았다. 모든 교재를 다 보
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겠지만, 막상 마지막에 정리할 때에는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
가 대부분일 것 같다. 아래에 소개하는 책 외에도 여러 권을 구입했지만 그 내용을 시험장까지 가지고 들어
간 책은 다음과 같다.
(1) 1차 교재
헌법 - 정회철 기본강의 헌법, 정회철 판례강의 헌법, 정회철 헌법부속법률
민법 - 지원림 민법강의, 노재호 민법교안, 박기현김종원 핵심정리민법판례
형법 - 신호진 형법요론, 신호진 형법판례총정리
국제법 - 안진우 국제법
문제집 - 진도별 모의고사
(2) 2차 교재
헌법 - 정회철 사례단문헌법연습
민법 - 노재호 민법교안, 박승수 사례집, 지원림 민법강의
형법 - 이인규 형법강의, 이재상 형법케이스바이블, 하태훈 형법사례연습
행정법 - 박균성 행정법강의, 김연태 행정법사례연습
민소법 -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이창한 사례민사소송법
형소법 - 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연습
상법 - 김혁붕 상법신강, 김혁붕 상법사례연습, 황의영 상법사례
2. 시간관리
2006년 여름부터 스톱워치로 하루 공부시간을 확인하고 수첩에 기록했다. 전날보다 10분이라도 더 공부해
야 한다는 생각으로, 때로는 적어도 전날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공부시간 확보를 위해서
잠을 줄여본 적도 있지만, 잠을 줄인 만큼 낮잠을 자거나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아프기도 하는 등 장기적으
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대신 깨어있는 시간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차시험을 준
비할 때에는 적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화장실 한
두 번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3~4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 피로회복을 위해서는 잠을 줄일 수는 없
었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혼자 생활하는 것보다 시간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
3. 마음가짐
길고 외로운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방법이야 각자 자기만의 방식
이 있게 마련이고, 남들의 방식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려면 결국 정
신력이 필요할 것이고 정신력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법시험 자체가 인생의 전부는 아
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에 불과할 뿐이고 사법시험 준비는 목표에 다다
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그 목표의 성취라는 결과보다는 그 성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만큼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사법시험 준비가 당
장 내일 모레 치러야 하는 기말고사가 아닌 이상, 앞으로 까마득히 멀어 보이는 1년 뒤의 시험을 준비하는
것인 이상 중간에 쉽게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지칠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최종 목표
에 다가가는 소중한 과정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
한다. 설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또 어떠한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인가에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까
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그 시기가 다를 뿐”
Ⅶ. 마치며
어릴 때에는 정말 머리 좋은 친구들을 부러워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도 위대하지만 노력하는
사람도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노력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나는 다른 수험생보
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2차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최대한 참고 노력했다고 생각
한다. 노력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고, 다만 그 보상의 시기가 조금 빠르거나 늦을 수
있을 뿐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나의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큰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이 보상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더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합격만으로도 과분한데, 수석합격이라는 영예를 누리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럽고 다른 한편으로
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
도록 하겠다.
합격수기를 마치면서 감사드릴 많은 분들이 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데도 공부 외에는 아무 것
도 신경 쓰지 말라며 전적으로 모든 것을 지원해주셨고 늘 옆에서 걱정하면서 돌봐주신 부모님, 집에서 공
부하는 동안 마음껏 TV도 보지 못했던 누나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한다. 사법시험을 온가족이 준비하는 것
도 아닌데 지난 3년간 함께 마음 졸였던 가족이 없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함께 공부하
면서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준 정헌, 혜진, 승민, 기웅, 재준형, 건형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힘든 수험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긴 수험생활이 외롭지만은 않았고 합격의 기쁨을 함께 나눠줘서 너무나도 고맙
다. 내년에는 이들의 합격의 기쁨을 내가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나라를 지키고 있는 영훈, 회계법인
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우, 용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길수형,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인 승
민, 륜, 대훈, 상오, 이랑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외에도 뒤에서 응원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