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위험을 대충 계산하는가?
심리학자가 밝히는 숫자와 통계의 함정
▶ 내용 소개
최근 연달아 두 건의 스캔들이 터졌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차영 전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친자 확인 소송’ 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이 두 사건의 진위를 밝혀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유전자 검사다. 현대에는 DNA 지문을 활용한 유전자 검사가 친자 관계를 밝혀주는 데 거의 확실한 수단이 되었다. 또한 친자 확인뿐만 아니라 성범죄, 살인 사건 등 많은 부분에서 유전자 검사를 신뢰한다.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저자 게르트 기거렌처는 1980년대 중반이 돼서야 DNA 지문이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신뢰도가 높은 방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DNA 지문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범죄 사례에 적용했을 때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나의 DNA가 범죄 현장의 DNA 흔적과 일치한다?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은 살인죄로 기소돼 법정에 출두했다. 당신의 DNA가 희생자에게서 찾아낸 DNA 흔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치가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10만 분의 1입니다.” 이 증언만 듣고도 당신은 곧 감옥에 가게 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똑같은 정보를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면 어떨까? “10만 명 중에 1명꼴로 DNA 일치가 관찰됩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꽤 많은 사람이 살인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성인 인구 100만 명이 사는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DNA 표본과 일치하는 사람이 이 도시에 10명 정도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제 DNA ‘일치’라는 증거는 당신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려워진다. 이렇듯 숫자를 말하는 방식을 바꾸면 진실이 보인다. 기거렌처는 “기술에는 심리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대단한 기술이라고 해도 그것이 품은 불확실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착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술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계의 거장이자 ‘올바른 선택’에 관해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그 해결책을 내놓는다.
죽음과 세금 말고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총 3Part로 나뉜 이 책은 먼저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죽음과 세금 말고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HIV 양성 반응 후 에이즈 환자들과 콘돔 없이 섹스를 했는데 몇 달 후에야 첫 검사 결과가 위양성이었음이 밝혀진 20대, 자신의 환자에게는 유방촬영술을 권하지만 직접 받겠냐는 질문에는 ‘No’라고 답하는 부인과 전문의, 흡연의 위험성이 확실시 된 후에도 온갖 재력을 쏟아부터 수십 년 동안 대중을 속여온 거대한 산업 단체, 독일 정부 고위층의 “독인은 광우병 청정 지역입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근거 없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었는지…. 저자가 늘어놓은 실례들은 말 ‘그대로 피부에 와 닿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확실성에 대한 환상, 위험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고 그런 착각을 부추기는 너무나 거대한 집단들에 대한 공포가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각을 불러온다.
그녀는 반드시 양쪽 가슴을 절제해야만 했을까?
Part2에서는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해 ‘확실한 것은 없다’고 자답한다. 그리고 유방암 검진, 에이즈, 폭력, 재판, DNA 지문,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해 하나하나 깊이 있게 논의한다. 특히 챕터5에서는 최근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술로 세간의 화제가 된 유방암 검진, 고위험군, 유방절제술 등에 대해 다룬다. 10명 중 1명은 유방암에 걸린다는 대중화된 문장에 우리가 얼마나 쓸데없는 공포를 느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방 검진의 불확실성에 대해 ‘까발린다’. 실제로 60여 명의 의료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소에서 ‘(만약 남성이라면 여성이라 가정하고)유방촬영술을 받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부인과 전문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도 YES라고 하지 않았다는 일화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챕터 9와 10에서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전문가들,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이 어떻게 숫자를 착각하고, 그 착각이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고 또 진짜 범죄자를 얼마나 쉽게 풀려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그들이 언제나 들이미는 ‘수치’ ‘숫자’ ‘통계’ ‘확률’ 등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껏해야 17세기 중반에 등장한 확률 이론은 진화적으로 우리에게 맞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 시작부터 우리에게 익숙했던 ‘자연 빈도’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쉽고 직관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계산맹을 속일 기회란 무궁무진하다
Part3에서는 계산맹 상태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숫자를 읽을 줄 아는 몇몇이 그렇지 않은 우리를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연구비 획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숫자를 사용하는 연구자들, 손실을 이익처럼 보이게 보도자료를 만드는 법, 사회적 불안을 불러일으켜 돈을 버는 법 등. 계산맹의 수는 어마어마하며, 이들을 속일 기회란 무궁무진하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서 개안해서 누군가를 속여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속아왔는지를 명백히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가!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바보였구나’ 하는 상실감만 남기고 끝내지 않는다. 저자는 실제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2시간 동안 표현 방법을 바꾸는 방식(확률에서 자연 빈도로)을 알려주고,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테스트해보았다. 그 결과는 정말 놀라운데, 겨우 10퍼센트 정도였던 정답률이 90퍼센트로 올라갔다. 이렇듯 그가 지적한 위험들에 비해 해결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실행하기 쉽다. 단지 어려운 표현 방법을 버리고 마음이 알아볼 수 있는 쉬운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도처에 산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거장의 탁월함뿐만 아니라 신진 학자의 아이디어를 겸비한 이 책은 책 한 권을 읽는 수고만으로 평생을 바꿔놓을 가치 있는 변화를 선물한다. 스스로를 신뢰하지만 숫자에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합리적이라 생각했지만 잘못된 판단을 한 적이 있다면, 잘못된 소통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 의사나 검사 전문직 종사자라면, 아니 전문가가 아닌 그 누구라도,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 추천사
기거렌처는 위험과 불확실한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에 대해 연구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약점을 한탄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흐릿한 사고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를.
_뉴욕 타임스
이 기발한 책에서 학생, 교수, 의사, 환자, 변호사와 그들의 고객, 정치가, 유권자 모두가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지은이 소개
게르트 기거렌처 Gerd Gigerenzer
독일 최고의 두뇌집단이라 불리는 막스플랑크협회의 인간개발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 소장이다. 2009년부터 계산맹 퇴치를 위한 하딩센터(Harding Center for Risk Literacy)를 운영하며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와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의사소통법을 연구하고 있다. 판사, 의사, 언론인,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위험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거장의 탁월함뿐만 아니라 신진 학자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겸비한 기거렌처는 행동과학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91년에는 미국과학진흥협회상을, 2002년에는 독일 과학서적 저술상을 수상했다.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으며 버지니아 대학교 로스쿨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생각이 직관에 묻다』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휴리스틱이 우리를 스마트하게 만든다Simple Heuristics that make us smart』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출간했다.
▶ 옮긴이 소개
전현우
서강대학교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했다. 자연종(natural kinds)과 위험, 철도, 전력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메일 commensurability@gmail.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non_organ
황승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있다. 건강 불평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고, 질병 위험을 숫자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관심이 있다.
이메일 cyberdoc73@gmail.com
블로그 http://cyberdoc.tistory.com
▶ 차례
Part 1 무엇이 진실인가
Chapter 1 불확실성
Chapter 2 확실성에 대한 환상
Chapter 3 계산맹
Chapter 4 개안
Part 2 확실한 것은 없다
Chapter 5 유방암 검진
Chapter 6 충분한 설명에 따른 동의
Chapter 7 에이즈 상담
Chapter 8 학대받는 아내
Chapter 9 공판과 전문가
Chapter 10 DNA 지문
Chapter 11 폭력 예측
Part 3 위험을 계산하는 법
Chapter 12 계산맹 상태는 어떻게 악용되는가
Chapter 13 흥미진진한 문제들
Chapter 14 명료한 사고 연습
▶ 책 속으로
확실성에 대한 환상은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선전될 수 있다.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이 영국·아일랜드·포르투갈·프랑스·스위스에서 유행하자 독일 정부는 독일이 BSE 청정 지역임을 선포했다. 영국의 소고기는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고, 소비자들은 정육점에서 독일산 소고기를 찾았다. “독일 소고기는 안전합니다.” 이 주장은 독일 농민연맹 회장, 농무부 장관 그리고 다른 부서 장관들에 의해 반복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단지 소망이 반영된 문구였다. 2000년 독일에서 BSE 검사를 시행하여 광우병이 발견되자, 대중들은 이를 아주 놀라운 일로 받아들였다. 장관들에게는 사퇴 압력이 가해졌고 소고기 가격은 폭락했으며, 다른 나라들은 독일 소고기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독일 정부는 독일 소가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환상이 너무 강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_25쪽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널리 처방되는 프라바스타틴을 투여하자 사망 위험이 22퍼센트 감소했다. 이는 오늘 미국 심장의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기념비적 결과로서 발표될 것이다.” 프라바스타틴의 효과는 다른 의학적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비교 위험도 감소(relative risk reduction)’의 형태로 보도되고는 한다. 그러면 ‘22퍼센트’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을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프라바스타틴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1000명 중 220명 정도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참이 아니다. (…) 비교 위험도 대신 쓸 수 있는 다른 생각 도구로는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해당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로 이득을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 이 생각 도구를 사용하면 111명의 사람이 5년 동안 이 약을 먹을 경우 1명만 이득을 보고 110명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프라바스타틴은 페니실린이나 다른 항생제처럼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았다. _53~54쪽
에딘버러 유방암검진계획의 임상 담당관이었던 모린 로버츠는 유방암으로 죽기 직전에 유방촬영술 검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실망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이 검진으로 어떤 연령대의 여성에서도 사망률을 낮추지 못할 가능성을 우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의사와 대중에 대한 ‘세뇌’를 강조했다. “국가적인 검사 프로그램을 일종의 복음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무엇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_77쪽
메이요 클리닉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은 639명의 사례를 보면,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적 확실성을 주지는 못했는데 이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서도 7명의 여성이 유방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 치료를 받은 대다수의 여성들은 수명 연장도 없이 삶의 질만 떨어졌다. _116쪽
독일 에센 시에 있는 의사들은 300명이 넘는 여성의 한쪽 유방 또는 양쪽 유방 모두를 절제했지만 이들 대부분에게서 유방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입증되자 어떤 의사는 의무 기록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몸에도 불을 붙였지요. 스웨덴의 한 연구는 4000건의 불필요한 유방 절제술이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1000명 중 1명의 이득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까? _127쪽
의료 분야에서 너무나 자주 반복되는 말이 있다. 바로 ‘지리적 숙명’이라는 문구다. 예를 들어 버몬트 주의 한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8퍼센트가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마을에서는 무려 70퍼센트가 수술을 받았다. 또한 메인 주에서 70대에 접어든 여성들 중 자궁절제술을 받은 비율은 마을마다 20퍼센트 이하에서 70퍼센트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아이오와 주에서는 85세까지 전립선 수술을 받은 남성의 비율이 마을마다 15퍼센트에서 60퍼센트까지 분포한다. 「다트머스 보건의료 지도」는 미국의 각 지역에 따라 외과적 치료의 시행 정도가 놀랍도록 큰 폭으로 변화함을 보여준다. _140~141쪽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성이라면 심장마비가 올 위험이 50퍼센트 높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 기사를 생각해보라. 50퍼센트라는 수치는 아주 충격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것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50세 남성 100명 중 4명꼴로 앞으로 10년 내로 심장마비를 겪을 것이라는 예측에 대비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50세 남성 100명 중 앞으로 10년 내로 심장마비를 겪을 사람의 수가 6명꼴이라는 것을 뜻한다.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것이 곧 비교 위험도 증가치이며 이것이 50퍼센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수치 말고, 두 집단에 속한 남성 중 10년 내에 심장마비를 겪지 않을 사람의 수를 예측해보면 어떨까? 이 값은 96명에서 94명으로 감소, 즉 약 2퍼센트 정도의 감소로 표기될 수 있다. 비교 위험도가 50퍼센트 증가했다고 표현된 바로 그 수치가 이처럼 극적으로 다르게 표기되는 것이다. _276쪽
1960년대에 경구피임약이 도입된 이래로 여성들은 몇 가지 ‘알약 공포’에 시달렸다. 몇 년 전 영국에서는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알렸다. 당국의 공표에 따르면 “데소게스트렐과 게스토덴이 함께 들어 있는 경구피임약은 혈전 색전증의 위험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결과와 상관있다.” 여기서 혈전 색전증이란 혈전이 혈관을 막아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비교 위험도로 표현된 이 경고는 여성들과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주의를 끌었다. 많은 여성들은 문제의 알약을 복용하길 중단했으며, 이는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증가시켰다. 만일 동일한 정보가 절대 위험도 형태로 표현됐다면 이렇게 위험한 부작용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려졌을 것이다. 비교 위험도는 오직 문제의 알약을 복용한 사람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전 색전증에 얼마나 더 걸렸는지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절대 위험도 형태로 정보를 제시할 경우 혈전 색전증의 확률은 여성 1만 4000명 중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한다. 비교 위험도 형태로는 가능성이 두 배나 증가한다. _279쪽
이런 식의 눈속임이 정말로 일어났던 적이 있다. 1970년대 후반 멕시코 정부는 어떻게 ‘비아둑토Viaducto’, 즉 왕복 4차선 고속도로의 용량을 늘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새 고속도로 노선을 만들거나 차선을 하나 늘리는 대신, 정부는 기발하고 예산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방안을 시행에 옮겼다. 4차선 고속도로의 차선을 지우고 왕복 6차선으로 다시 설정하는 방법이었다. 차선이 4개에서 6개로 늘어나면 고속도로의 용량도 50퍼센트 증가한다. 하지만 차선이 좁아진 덕에 교통사고가 늘어났고, 몇 년 뒤 정부는 다시 차선 수를 4개로 줄여야 했다.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차선 수가 줄어드는 것은 용량이 33퍼센트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기반시설이 발전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처음의 증가분에서 나중의 감소분을 빼버렸고, 도로의 용량을 17퍼센트 늘렸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도로의 용량은 실제로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사회적 이득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회적 비용은 차선 도색을 다시 한 값과 교통사고의 증가로 인해 치른 값의 합이었다. _282~2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