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저는 2006년 17기로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한 최은영 입니다. 1979년 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고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입니다. 2003년 10월 공부를 시작하여 2006년 3년 동차로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전화로 듣던 날, 그 벅차오르는 가슴속의 무언가는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만, 무한히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만은 늘 간직하고 있어 이를 나눔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 수험생활 입문
대학에서의 전공은 이공계 중에서도 환경공학과이어서 감정평가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후 복수전공 과정에서 알게 된 친구에게서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 때가 한창 갓 첫 직장에 입사하여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 길이 내게 정말 잘 맞고 내 인생에서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하는 고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미 저의 대답은 ‘아니오’로 기울어 있었고, 늦기 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하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정보를 수집하고 업무의 성격을 제3자의 시각으로나마 이해하면서 감정평가사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정말 절실히 원하고 인내하여 얻은 빛나는 결실이 있었나하는 반성의 마음도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수험과정
2003년 10월 회사를 퇴사하고 될 수 있으면 아는 사람과 마주칠 일 없는 한적한 시립도서관을 찾아들었습니다. 우선은 수험생활에 적합한 생활패턴을 만들고 적응하며 저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있는 차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주간 1차 공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재를 구입하고 전체 교재를 훑어보면서 수험계획을 세웠습니다.
1차 공부는 대부분 혼자 교재를 읽고 문제를 푸는 것으로 해결했고 민법과 회계학에서 개론적인 이해를 위해 테이프 강의를 들었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구해서 여러 번 푸는데 집중한 결과 2004년 1차에 합격할 수 있었고, 그 해 2차 시험에서는 기본강의만 들은 채로 시험장에 다녀오는 걸로 만족하여야 했습니다.
2004년 9월부터 개별스터디를 하게 되어 신림동 생활을 시작하였고, 2005년 1월부터 서울법학원 일요반 스터디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해 3월 새로운 개별스터디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고, 저로서는 비로소 그 스터디 팀원들의 도움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어 특히 법규에서 시간에 대비한 공부 효과를 크게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2005년 2차 시험에서는 실무 1번 문제에서 목차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이론에서도 내용의 부실로 불합격하였습니다.
2006년 1월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전후 기간 동안 결혼준비와 신혼 생활의 적응 등의 이유로 공부할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2월 후반에 들어서야 하루를 공부하는데 쏟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고, 3월부터 서울 법학원 월요반 스터디 참석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오가며 혼자 창원의 시립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월요반을 선택한 것은 시립도서관의 휴관일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은 3년차 동차로 1차 준비를 병행하여야 했기 때문에 3기 스터디까지 참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음양화평지인 첨언 : 이 당시 최은영 평가사님은 일요일 저녁에 서울에 올라와 찜질방에서 잠을 잔 후 월요 스터디를 다녔었음. 대단한 열정이라는 말 밖에는...)
평균적으로 아침 8시부터 밤 10시 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순공부시간은 11~12시간 정도였습니다. 4기 스터디까지 서울을 오가며 마지막 정리를 했고, 2006년 12월에는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4. 공부 방법
1) 과목별 기본서, 참고서
1차- 민법: 김준호 민법강의(기본서), 민법 총칙, 물권법 문제집
경제학 : 4인 공저, 정병렬 저
회계학 : 송상엽 회계원리, 천승호 저, 김상운 저
부관법 : 법령집, 공민달 저
영어 : 저명교수 영어
기타 : 월간 감정평가사 1차 모의고사 2002년분 이후, 각 학원 1차 모의고사
2차- 실무 : 시중 문제집 모두, 스터디 팀장님 자료, 기출문제집
이론 : 안정근 저, 토지 경제학, 일본감정평가요설, 팀장님 자료, 출제위원 강평자료,
기출문제집, 논문
법규 : 법전, 정태주 저, 이재화 저(사례집), 박평준 저, 석종현 저, 팀장님 자료,
기출문제집, 강평
2) 1차
처음 시작할 때는 공부하는 생활 패턴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따라서 첫 1달가량 우선 책상에 앉아서 일어나는 시간을 모두 기록하여 순공부시간을 목표치 만큼 채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학 개념을 익히기 위해 교양서를 읽어 지루함을 달랬고,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법과 회계학은 저에게 생소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목차의 흐름을 익히고 전체 내용을 편안하게 읽어보는데 보냈습니다. 이 후부터 본격적으로 오전과 오후, 저녁이후 시간대로 3파트로 구분하여 공부계획을 세웠고, 하루 2-3과목 정도 정하여 번갈아 공부하였습니다.
우선 민법은 김준호 교수님의 책을 보면서 테이프를 들어 1회독 한 후 문제를 풀면서 세세한 부분을 이해해 나갔습니다. 경제학은 교양서를 읽은 후 4인 공저로 개론적인 이해를 거쳐 정병렬 문제집을 가지고 정리했습니다. 회계학은 회계 원리는 테이프를 들었고 재무회계부터는 바로 문제집을 풀면서 기본서는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 필요한 부분만 보충하는 형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부관법은 바로 문제집을 풀면서 어떤 내용이 문제화 되는지 확인한 다음 법령집을 꼼꼼히 읽으며 문제화되는 부분들을 암기하는 형식으로 공부하고 모의고사와 실전문제집 (OX형식등)으로 암기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노트정리를 하며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 모두 SUB를 만들었는데, 3년 동차할 때까지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민법과 경제학 서브였습니다. 영어는 매일 아침 2시간 정도 문제집을 풀고 단어를 암기하는 정도로 꾸준히 하였습니다.
특히 4월부터는 매주 1회 시간을 정해 실제 시험시간과 똑같은 일정으로 모의고사를 풀고 채점하였습니다. 이때 문제지에는 낙서를 하지 않고 두었다가 이 후에 다시 풀어보아 실력이 향상되었는지를 체크했습니다.
3) 2차-실무
2차 기본서로 처음 구입한 것이 ‘핵심감정평가실무’였습니다. 그러나 책을 펼쳐 읽어보아도 도통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1차 합격 후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기본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실무문제집을 혼자 풀었는데 서서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7,8월 동안 이홍규저를 2회독하고(일반평가부분만) 9월부터 개별스터디에서 오전에 실무를 꾸준히 풀었습니다. 법전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아 12월까지 법정 평가, 보상 평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내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서 일요반 스터디에 들어가서도 보상 평가부분을 공부하는 기간에는 스터디 점수가 낮았습니다. 2기 정도에 접어들자 보상 평가 부분의 내용도 차츰 정리가 되었고 3기에 들어서서야 어떤 문제도 나름의 목차를 잡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학 계열 출신인지라 어느 정도 실무에 대해서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2년차 때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실무과목이 되면서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에서 요구하는 것은 늘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었습니다.
저는 시중의 문제를 많이, 여러 번 다루었다는 것에만 만족했지, 실제 시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3년차에는 이 부분에 특히 유의하였습니다. 새로운 문제에 유연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간 단축을 위한 정형화와 문제를 읽고 간결하게 이해하는 시각이 그것이었습니다.
정형화를 위해서는 기본문제 유형별로 목차 정리 및 문제 풀이 시 포인트 등을 정리하는 서브를 만들었고, 문제에 대한 시각을 넓히기 위해서 매일 100점 정도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의 논점을 뽑아내고 그 논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15분 정도에 모두 찾아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4) 2차-이론
2년차때 가장 큰 실패원인은 방대한 공부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입한 기본서만 7권정도 되었고, 서브를 정리했지만, 그 양이 굵은 노트 3권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따라서 많은 것을 읽고 공부한 적은 있지만, 그 것을 제 것으로 모두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답안지의 목차 구성이나 각 목차 속 내용이 간단명료하고 핵심적이지 못하였다고 생각해 3년차 때는 이를 보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3년차 때 새로 만든 서브는 노트 한 권 정도의 분량으로 아주 얇았고 필수적으로 꼭 알아야 할 정의, 기본 목차 정도로만 구성하였습니다. 나머지는 서브를 볼 때마다 가지고 있는 다른 기본서와 자료로 보충하여 이해하는 정도로 공부하였습니다.
답안지에는 정확한 용어의 정의와, 그에 관련된 간결한 목차 구성이 기본이었고, 거기에 실제 업계의 현황이나, 개인적인 판단 등이 매우 조심스럽게 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실무경험이 없었으므로 제가 업계의 현황, 판단 등을 추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서브에는 답안지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만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5) 2차-법규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법학 지식이 거의 없었던 저로서는 일정 궤도에 오르기 까지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었습니다. 내용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답안을 작성하려하면 백지가 되는 상태를 경험하면서 2년차 때는 힘들었습니다. 또, 답안 작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법 작용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목차 구성이나 문제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초반에는 행정법을 공부하는 범위를 정하고 각 파트 내용을 이해하는데 주력했고, 이 후에는 이재화 사례집 (김연태 교수님 사례집처럼 어려운 내용을 다루기에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을 보면서 사례풀이의 감각을 익혔습니다.
그러나 스터디 시험에서는 늘 목차 구성이 엉성하고 목차별 분량 조절에 실패하여 점수가 낮았습니다. 결국, 3기 때부터 개별스터디 4년차 오빠에게 답안지 참삭지도를 받으면서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원 스터디가 끝나면 그날 받은 답안지를 보고 문장 하나하나, 목차 하나까지 검토하고 의견을 말해주셨고, 그런 조언은 저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사례별 답안 구성 연습을 본격적으로 하였고, 답안지 6권정도의 분량으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4기 막바지 까지 스터디 시험 점수가 꾸준히 오르면서 그제야 법규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3년차 때는 2년차 때 만든 답안지 6권 정도의 분량이 너무 많아 다시 노트 1권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때에는 사례별로 정리하되, 행정법 개별 내용을 관련 사례를 다룰 때 꼼꼼히 같이 정리하는 방법으로 하였습니다. 법전을 암기하였는지를 점검하는 시간도 주 2회 정도 가졌고, 우리 법에서 다루어지는 행정법 내용을 모두 우리 법과 관련된 사례와 연결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법의 해석, 법의 작용, 권리 구제를 흐름에 따라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하였습니다. 법규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슬럼프 극복,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
슬럼프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고 그 상태에 스스로가 빠져들 때 슬럼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옛날 인디언들이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고통을 느끼는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보듯 말입니다.
저는 2년차 때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2년차는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경쟁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수험계에서 2년차는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회복되더라도 그 타격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들 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슬럼프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가 잘 되지 않는 날은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만 지키자는 마음을 가졌고, 아플 때는 쉬었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 지키지 못한 계획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그날 해소하지 못한 량은 반드시 일주일 안에 계획을 수정하여 다시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2년차 때는 일요일에 반드시 목욕탕에 갔습니다. 따뜻한 물속에 있노라면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기분 전환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목욕탕에 다녀오고 나면 빨래를 돌리면서 만화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사람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 것은 매우 조심했습니다. 자칫 마음이 흐트러질 수 도 있고, 과음으로 인해 다음날 일정이 무너질 때는 크게 반성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7. 글을 마치며
최근에는 감정평가업계에 대한 우려나, 공부하는 과정에서 젊은 분들은 영업에 대한 부담 등으로 막연히 공부하면서 합격 이후에 대한 걱정거리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실무 경험이 없고 이제 갓 합격한 상태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미천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부정적인 가능성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여러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면 족하고,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긍정적인 가능성을 믿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출산의 고통은 죽을 만큼 심하지만, 그 산고 끝에 새로운 생명을 마주하면 그동안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쾌통’으로 기억된다고 합니다. 수험준비를 하는 모든 분들이 합격의 기쁨으로 지난 수험기간을 ‘쾌통’으로 기억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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