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제22회 감정평가사 시험 최고령 합격수기

 

정 두 진

 

 

 

 

 

 

꿈꾸는 것 같아 볼을 꼬집어 보았다. 현실이다. 오전 8시경 최고령 합격자로 통지받은 순간 환희가 밀려들고 정신이 먹먹해지는 듯 했다. 지나간 1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이 좋은 소식에 감격의 눈물이 나올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 동안 마음의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인 것 같다.

 

 

 

 

 

 

인생행로에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에 길이 삐끗 어긋나게 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격증이 공인중개사일 것이다. 나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당장 활용할 생각은 없던 차에 다른 자격시험 공부하는 친구로부터 감정평가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40대 중반에 도전하게 되었다

 

 

 

 

 

 

다행히 1차 시험은 내가 강점이 있는 과목들이고 객관식이라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은 없으나, 2차 시험의 벽은 매우 높았다. 당초 시작할 때 감정평가실무는 차치하고라도 감정평가이론과 보상법규의 그 많은 내용을 암기해서 답안지를 메울 수 있는지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한 게 현실로 나타났다.

 

 

 

학원 스터디는 매년 빠지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였으나, 소위 ‘내공’이 쉽사리 쌓이지 않았다. 실무는 물론이지만 이론과 법규에서 전 문제를 풀고 답안지를 일정 분량 이상 채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 도전할 때 4년 차에 합격률이 가장 높다는 정보를 들었으나 나의 경우에는 4년 차가 되니까 모든 과목에서 합격에 도전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4년차에 (16회) 또 다른 장벽이 나타났다. 1교시 실무시험이 전혀 색다른 유형으로 너무 어렵게 나온 것이다.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지만 그런 상황에 부딪쳐도 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 투쟁심(?)을 기르는 것도 이러한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요건이고 ‘내공’의 하나라는 것을 그 후에야 깨달았다.

 

 

 

 

 

또 하나. 동차에 해당하는 해는 1차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2차 시험을 치르기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나이가 된 점이 문제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본다는 심정으로 노력하여 18회, 20회 시험에서 합격 가능성을 엿보고 이번 시험에서 그 동안 고생한 걸 보상받았는지 행운의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쉬운 건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외적인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시험에 죽을 각오로 시간투자를 더 했다면 공부 기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혹시 나같이 40대 이후에 감정평가사 시험에 도전하는 분들을 위하여 내 경험상 조언을 세 가지로 나누어 해 드리고 싶다.

 

 

 

 

첫째, 우리 시험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2차 시험 과목은 3과목밖에 안되지만, 과목의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방면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감정평가 이론과 보상법규는 답안지를 거의 모두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론의 경우가 더 하다.

 

 

 

 

둘째, 시험의 특성과 연계하여 자신의 지적능력의 특성이 시험에 적합한지 고려하여야 한다.

 

 

‘논리력’, ‘수리능력’, ‘암기력’ 을 요하며, 위에서 언급한대로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지를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신속한 논리파악과 기술능력을 요한다. 이러한 요건을 심사숙고하여 대응이 가능한지 고려 후 시작하여야 수험기간을 줄일 수 있다.

 

 

 

 

 

셋째, 나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개별스터디를 하는 것이 수험기간 단축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학원스터디와 개별스터디를 병행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사람은 대개 가정의 경제문제 때문에 집중력이 분산되기 쉽다.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이 일정 기간 경제에 신경 쓰게 되면 그만큼 수험기간은 길어지게 된다. 나도 그랬고, 주위에서도 보았지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위험부담은 어느 경우든 지게 되겠지만,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면 시험에만 전력투구하는 것이 기간을 단축하고 나중에 후회도 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가족에게 큰 그늘을 지게 만들었다. 큰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제 역할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 온 우리 가족이 고맙고, 앞으로 살아나가는 데 더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

 

 

수험기간 동안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잠깐이라도 옷깃을 스쳤던 모든 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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