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미소가 고맙습니다!!”
나 현 희
(제11회 시험합격, 女, 32세, 세무대학 관세학과 卒)
Ⅰ. 들어가며
지난 98년 12월 28일 아침, 한 공인중개사무실에 출근한 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입문 틈새로 끼워져 있는 신문들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바로 ‘감정평가사의 공인중개업무금지 규정폐지’라는 헤드라인 아래 쓰여진 일단의 기사를 보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 붙어버리고 말았는데, 공인중개사의 고유업무이던 중개업무를 앞으로 감정평가사에게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당시 중개업무에 종사 중이던 나로서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세무대학졸업 이후 7년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지라 말씀조차 드리지 않고 퇴직하고 나름대로의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였던 공인중개사의 길이었던 지라 그 충격은 더더욱 큰 것이었다.
당시 부동산업계에서의 감정평가사의 역량, 위치 등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던 나는 “소위 동네 복덕방으로 남느냐 아니면 감정평가사라는 대세에 합류를 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서 갈등을 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좀더 나은 사회적 지위 및 경제적인 여유, 자아실현이라는 내적 욕구충족을 위해서는 감정평가사라는 대세에의 합류가 타당하다고 생각은 되었으나, 감정평가사의 시험준비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던 차라 선뜻 자신이 서질 않았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날로 사직을 하고 곧바로 광주 고향집으로 내려가,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공무원퇴직을 한 것에 대한 용서를 빌고 또한 앞으로 계속될 수험생활에 있어 나를 믿고 지지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가장 나와 가까이 있고 소중한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지가 나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Ⅱ. 수험생활을 더듬어 보며....
이렇게 하여 1999년 1월3일 노량진에 있는 한 독서실에서 나의 수험생활은 시작되었다. 여기에서 나는 분명 독서실이라고 했는데 이는 약 40명가량의 여학생들이 커다란 하나의 열람실에서 각자 공부하고 밤이 되면 그 자리에서 이불을 펴고 잠이 드는 그런 학습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아무리 닭장이라고 할지라도 개인공간이 확보되는 고시원에 비해 불편할 터인데 돈이 부족해서였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실은 오랫동안 책과는 멀리해 왔던지라 자꾸만 흐트러지는 내자신을 추스르고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데에 독서실내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 이용함으로써 나 자신을 강제하려는 나름대로의 계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러한 속셈(?)은 정확히 작용하였기에 05시에 샤워와 한잔의 커피로 하루를 열고 24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6개월에 걸친 반복생활결과로 몸에 밴 학습관은 차후 1인1실의 고시원생활에서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1년 8개월이라는 단기합격을 목표로 하였기에 3끼 식사시간, 이동시간, 휴식시간, 낮잠 30분, 신문 보는 시간 등을 빼더라도 최소한 하루 14시간 이상의 학습시간을 확보하려 하였는데, 이는 나보다 훨씬 젊은 20대 초․중반 경쟁자들의 샤프한 두뇌가 의식이 되었기 때문이었으며, 나는 이를 그네들보다 한 두시간이라도 더 앉아 있는 소위 ‘엉덩이 전술’로라도 이겨보자는 욕심과 다급함이었다. 계속되는 긴장과 에너지 소모로 나의 체력은 극도로 악화되었는데 몇 년에 걸쳐질지도 모를 수험생활이였기에 급기야 나는 공부 외에도 유달리 건강관리까지 특별항목으로 선정하여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수험주기에 따른 건강관리계획을 세웠는데, 1차시험준비기간에는 주로 규칙적인 식사, 아미노산, 비타민 영양제, 한약제 복용으로 건강관리를 하였으며, 1차시험이 끝난 7월부터는 하루에 줄넘기 1500회와 에어로빅을 하였으며, 막바지 정리기간인 6월부터는 1-2주간격으로 영양제주사택 및 영양제를 복용하였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공부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하지만 나의 경험상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최소 1년이상의 수험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체력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또한 하루 한 두 시간의 투자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같은 시간 책상에 앉아 있더라도 학습효율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다.
덤으로 수험생활동안의 우울증 예방도 되리라고 믿는다. 또한 혹자는 물을 것이다. 학원비, 교재비, 식비 등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영양주사나 한약, 운동비까지 할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는 것은 검소해야 할 수험생입장에서는 사치가 아니냐고...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것이냐고.... 그러나 그건 결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합격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최대의 지름길은 자신이 공부에만 전념하기에 가장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으로 물심양면으로 자신에게 투자하여 최대한 단기간에 합격하도록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떨어질 경우 또 공부해야 하므로 절약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자신이 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싸움이기에 이길 승산도 거의 없으므로 시작할 가치도 없다고 본다. 승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과 신뢰를 가지고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고 새기며 앞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여 나아갈 때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Ⅲ. 학습교재 및 학습방법
우선 1차,2차 공히 적용되었던 나의 학습기준은 어느 과목이든 반드시 1개의 교재를 완벽하게 내것으로 만든 뒤에 추가로 1~2개 교재로 보완한다는 점이다.
특히 1차시험은 H학원 감정평가사 1차 종합반 강의를 가장 기본으로 이해한 후 그날 배운 부분은 곧바로 독서실에서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1차는 무엇보다도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내야 하므로 많은 문제를 실전처럼 풀어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참고로 어느 학원강사에게 강의를 듣든 중요한 것은 항상 초심자의 마음으로 나를 합격으로 이끄는 전도사라는 신뢰를 가지고 수강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2차는 1차대비기간 중에도 짬짬이 내서 공부를 하였었다. 2차를 1차시험끝난 그때부터 1년간 하는 것으로는 공부의 절대량이 있어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차시험 1달전까지도 실무는 매일 2~3시간씩 하였으며, 법규와 이론은 시간상 수업은 듣지 못하고 강의테이프를 구입하여 혼자 암기할 정도로 반복 들어보고 모의 답안 작성해 보는 식으로 공부하였다.
2차 대비시 스터디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다면, 개인적 경험상 필수적이라고 본다. 특히 본인은 학원스터디 외에도 신림동 모 독서실에서 6인의 소그룹 스터디를 조성, 매일 오전은 모두 모여 실무를 풀었는데, 2차 합격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1차대비 교재로는 정병열 경제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학원강의 교재 및 문제집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였다. 감정평가사 1차시험은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최단기간내 합격을 위해서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은 학원 강의 일정에 맞추어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평가사시험을 소위 ‘개구리 시험’(시험문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수험생들간에 부르는 은어)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2차시험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2차시험은 3과목밖에 되지 않지만 각 과목별로 담고 있는 분야와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기 때문에 총괄적인 기본서라고 할만한 교재가 없고, 따라서 초심자들이 접근하기에 상당한 애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차시험 전체의 학습 Boundary와 학습량을 가늠할 수 있을 수준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수험생 스스로 체계있는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경우 실무는 감정평가론(신종웅외2인 공저), 이론은 현대부동산학, 부동산평가이론(안정근), 감정평가이론(서동기), 법규는 감평행정법(유지태) 신수용보상법론(유해웅)을 가지고 기본적 학습체계를 갖추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교재와 학습범위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렇게 조언해 주고 싶다.
실무는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 스터디 문제등 최대한 다양한 문제를 접하여 적응력과 응용력을 높여야하며, 법규는 반복학습분량을 자신에게 맞게 최대한 축소해야 하며, 이론은 부동산학 개론, 감정평가이론(미국, 일본식), 부동산금융론, 부동산 컨설팅관련이론, 재무관리 등 얕고 넓게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공부와 관련해서 수험생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첫째, 어떤 시험이든 그 시험의 특성에 맞게 잘 적응하는 사람이 빨리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며, 둘째, 시험공부하는 사람과 학문하는 사람의 차이를 마음 깊이 새기라는 것이다.
Ⅳ.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지극히 평범한 내가 합격수기라는 원고청탁을 받고도 겁없이 받아들인 데에는 수험시절부터 합격하고 나면 반드시 세상에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시간에도 테이프강의를 듣는다는 이유로, 공부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독서실내 친구들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항상 혼자서 식사하고 혼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나, 그래서 너무너무 사람이 그립고 외로웠던 나에게 비록 영업상 그렇게 했다하더라도 항상 나에게 미소를 보내준 식당 사람들, 문구점 직원들, 학원직원분들, 강사님들, 나의 수험친구들, 은하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의 눈동자로 지켜보아 주시며 물심양면 도와주신 부모님, 형부, 동생, 언니,,,,
“그대 ....그대의 미소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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