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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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창 서 (제11회 시험합격, 29세, 남,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 |
Ⅰ. 여는 글
지난 2년 동안 한번도 거르는 일없이 이 부동산 고시를 구독했고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이 합격 수기란이였다.
매달 보면서 다양한 입문 동기와 공부방법을 보면서 나도 꼭 이러한 수기를 쓸 날만 고대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를 해왔다.
사실 난 매일 매일 잠들기 전 하루하루 정리할 때 항상 합격 수기 쓰는 마음으로 정리해왔다. 그만큼 합격에 대한 소망이 간절했다는 얘기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막상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난 지금 그 당시 들었던 생각과 하려던 얘기는 하나도 생각이 들지 않아 어떻게 글을 서나가야 할지 망설여진다.
나는 정확히 2년(98년 9월-2000년 8월)동안의 수험 생활을 하였기에 현재 나보다 실력이 월등하신 3~4년 혹은 그 이상 시험 공부하고 계신 분들이 아니라 입문하려는 분들, 그리고 1~2년차 수험생들에게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참조가 되고자 용감히 글을 쓰고자 한다.
Ⅱ. 왜?
보통 사람들처럼 나도 감정 평가사라는 직업을 잘 몰랐다. 98년 내가 대학 4년이 되면서 그 전에는 크게 고민되지 않았던 진로문제가 나를 심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전에 소홀했던 학점 때우기에 급급했고 졸업하고 대충 빨리 취업해서 어려운 집안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던 나에게 97년 말 불어닥친 IMF상황은 나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 해 여름, 근 한달 간 불면증에 시달리며 진로 고민에 긍긍하다가 여러 가지 대안 중 그 때 이 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정보를 좀 얻고 나의 전공(H대 도시공학과)과도 관련이 있겠다 싶었다. 그 길로 과감히 고난과 희망의 길로 들어섰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불면증은 거짓말처럼 일시 사라졌다.
Ⅲ. 어떻게?
1. 1년차
주위친구들이 나보고 어떻게 학원맨이라고 많이 놀렸다. 1년차 때는 1년 내내 학원을 다닌 거 같다.
노량진 H학원(옛N학원)에 9월부터 수강을 했는데 처음부터 1,2차 과목을 섞어서 수강했다.
하다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실상 동차를 준비하는 꼴이 되었다. 12월까지 1차 이론 수강을 끝내고 99년 1월~4월까지는 2차만 공부했다.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기간이 이 기간인데, 이기간에 2차 스터디라도 했으면 됐을 텐데 혼자 공부하다보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수준이 낮았던 공부기간 이였다.
그러나 2차만 공부하던 시기에 큰 영향을 주었던 2학기 때 복학하면서 공부를 별로 못했는데도 1차 수험기간동안 해 놨던 2차 공부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첨 하시려는 분이나 1차 공부만 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시간 날 때 2차 과목 기본강의를 들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5월달 들어서면서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차를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아서… 최종 점검반 수강하면서 외우고 또 외우고, 풀고 그렇게 준비해서, 7월 4일 시험장에 들어갔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나는, 그 날 답안지를 두 번이나 바꾸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한번은 시험지 유형을 잘못기재해서, 한번은 경제학 문제를 마킹하다가 정확히 아는 문제를 잘못 칠했는데 1문제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는 기우에 또 한번 교체하는 우둔한 짓을 하고 말았다. 이것 때문에 거의 10분 이상 손해를 보았다. 물리적인 시간문제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너무 쫓겨 끝에는 손이 너무 떨려 두 손으로 마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계 1/3이상은 찍는 사태에 이르렀다.
수험생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1문제 틀리고 몇 문제 더푸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답안지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렇게 나리는 치고 나니, 발표일까지 2차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그 해 2차 시험을 완전히 서울대 김밥 싸서 소풍가는 수준으로 치고 말았다.
조상님이 도와서 그 해 1차 시험은 간신히 커트라인으로 붙는 행운을 얻었다.
2. 2년차
99년 9월이 되자, 휴학기간이 끝나고 졸업장을 바라는 집안의 요구에 따라 4학년 2학기를 복하고 말았다.
9월부터 11월달까지 거의 공부를 못했는데, 우리과 특성상 설계 과목 때문에 일주일에 며칠씩 거기에 얽매여 밤새고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 때문에 그 이후 스터디에 약간 고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H학원 2차 스터디에 등록하여 좋은 팀장, 팀원과 함께 학원 스터디에 맞춰 공부를 해 갔다. 매일 꾸준히 시험 순서처럼 실무, 이론, 법규식으로.. 공식적인 서브는 2기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1기 때는 감이 잘 안 잡히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스터디 3기는 S학원으로 옮겨 내 실력을 검증 받았다. 스터디 3기 실력이 거의 시험성적이 연결된다고 하는데 나는 3기 내내 좋은 성적은 아니였지만, 꾸준히 상승해서 그나마 자신감이 생겼다. 경제력이 빈약해서 신림동에는 5월달부터 들어갔다. 신림동에 너무 오래 있으면 무기력해지는 등의 단점이 있으나 마지막 몇 달 정리하는 데는 괜찮은 것 같다. 8월달에 들어서는 다니던 독서실을 정리하고, 고시원에 쳐박혀 벽에 강의하듯이 혼자 중얼거리며, 서브만 계속 정리하며 외우고 하면서 결전의 날을 기다렸다.
Ⅲ. 공부는?
1. 1차
1차 공부는 전술한 바와 같이 거의 학원에 의존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객관식 시험의 성격상 학원 강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법, 관계법규는 학원 교재와 문제집만으로 경제학과 회계학은 학원교재외에 주한광문제집, 이효익 문제집만 보았다.
11회 1차 시험은 이상하게 쉽게 나왔지만, 평가사 1차 시험이 그렇게 만만한 시험이 아닌 만큼, 다시는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깐깐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2. 2차
① 실무
실무는 학력고사에 비교하면 국, 영, 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늘지도 않고 한번 잡히면 금방 수준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실무하면 하는 얘기가 매일 꾸준히 풀어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인 거 같다.
매일 꼬박꼬박 풀면서 실무의 정상고지인 정확도와 신속함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1기때까지는 약 70%를 실무에 투자해 완전히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3기말쯤 되면 안 풀어본 문제가 없게 되고 시간도 100분 문제를 85분내지 90분 정도에 풀게 된다.
올해 시험문제는 지엽적인 문제, 평이한 문제가 나왔지만, 해마다 실무가 당락을 좌우하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왔으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대하면 5분이든 10분이 걸리든 철저히 문제를 해석하고 파악한 뒤 펜을 들어야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교재는 별로 없지만, 3인공저 문제, 이상주문제집, 유영조‧홍병각공저, 안정근 실무를 주로 보았다. 각종 스터디 팀장 문제, 부고 문제 등이 유용했다.
② 이론
누구나 이론을 대하면 뜬구름 잡는 기분이 든다고들 한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면 대충의 뼈대가 잡히는데 그때까지 읽고 또 읽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교재중 나는 허장식저, 전영주저, 안정근 부동산평가이론을 주로 보았다.
은민수써브, 손연경써브, 김세중써브, 현대부동산학 등을 참조했다. 체계가 잘 안 잡히는 만큼, 여러 책을 한번에 보는 것보다, 한 책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다른 책을 참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올해 문제는 지나치게 일본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미국 이론을 중점 공부했던 분들은 곤욕을 치뤘을 것이다. 어떤 식의 문제가 바람직하냐의 문제를 떠나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빠짐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③ 법규
나는 비법학도인 공대생이어서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차츰 공부하다 보니 재미도 느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2차공부하면서 법규를 제일 공부 안 했다. 일단 범위가 좁다보니 많이 소홀하게 되나보다. 솔직히 1년차 때 오히려 법규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행정법 중심으로 공부하고, 그를 기반으로 법을 공부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큰 문제는 대부분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CASE문제 중심으로 대비하면 될 것이다. 토수법 조문은 전부 공특법과 지공법은 중요조문만, 그리고 중요 판례 정도는 외웠다. 그럼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본 교재는 행정법을 김동희, 김남진, 손실보상부분은 박윤흔, 그리고 서정욱저, 임형욱저 조금, 박평준, 박귀경 유해웅저 등을 보았고 지공법, 공특법의 경우 개별교재는 안봤다. 스터디 자료, 장선식 써브등을 참조했다.
3. 여언
시간이 많이 남은 듯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금방 지나간다. 그 시간동안 하루하루가 충실하면 그 주, 그 달이 충실해지게 된다. 그러면 합격이 보인다.
3기 스터디에서 상위권에 들면 합격률이 50%가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합격은 내 점수가 남보다 나으면 오는 것이기에 3기에서 1등 한번 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중요한 건 꼭 붙는다는 자신감이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
그리고, 학원 스터디외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개별 스터디를 꼭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개별 스터디에서 실력이 훨씬 많이 는다. 지금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고 당장 멤버를 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실제시험에선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고, 생각한다고 해도 머릿속에 담겨있는 한도 내에서 생각이 날 뿐이다. 공부할 땐 이해가 중요하지만 실제 시험에서 중요한, 암기의 역할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이해와 암기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는 여러분의 개별성에 맡긴다.
Ⅳ. 사람만이 희망이다.
소설 ‘아버지’에서 보면 그 주인공인 아버지가 자기 딸의 대학합격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딸이 지원한 학과 정원인 30에 얽매이며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들이었다. 가령, 버스도 30번이하 노선만 타고, 버스안에 손님이 30명이 넘으면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탈 때도 개찰구를 통과하는 30번째 사람안에 들기 위해 50이 넘은 나이에 뛰는 것들이었다.
12월이 들어서면서 떠오르는 한자성어는 진인사 대천명 밖에 없었다. 진인사보다는 대천명을 고대하며… 그간 독서실을 잡을 때도 100번 이상번호에는 절대 앉지 않을 정도로 시험기간 내내 정서 불안,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에게 유일한 희망은 ‘사람들’이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내곁에 다가올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2년이라는 나름대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에게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힘을 모든 분들, 그 분들이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굳굳히 이겨낼 수 있었고,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1차 시험, 2차 시험 직후 찾아가 간절히 내 소망을 읍소했던, 언제나 내소망을 다들어 주셨던 지하에 계신 우리 증조할머니, 그분이 지하에서 가장 기뻐하시리라고 본다.
한결같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부담을 안주시려던, 그러나 누구보다 애타셨던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못난 형 때문에 덩달아 고생하면서 묵묵히 성원했던 내 착한 두 동생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나에게 스터디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손연경, 송준우, 이동암 팀장님들에게 정말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누구보다 나를 위해 노심초사, 뒷바라지해주고, 보약까지 나를 위해 지어주었던 눈물나게 고마운 나의 반쪽, 정옥이가 내 합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과 후배(용만이 제상이 등)들, 그리고 대구에 있는 택근이, 그리고 윤영씨, 과동기(충래, 병석, 세윤)들 등이 반드시 올해 합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그들의 권투를 빈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같이 공부했던 내 동기들에게 먼저 합격해서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으며 그들의 앞길에 진심으로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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