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아아, 원통하구나. 이것이 수많은 불행 중의 마지막 불행이구나.   불타오르는 고국을 등지고 떠나가야하다니.   늙은 몸이라 비록 발걸음은 떨릴지라도 비운의 조국에 마지막 고별인사를 하러가자.   지난 날 아시아의 백성을 거느리고 우뚝 솟았던 트로이가 이제 곧 그 영광의 이름을 잃어야 한다.   적들은 성에 불을 지르고 우리를 종으로 삼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려한다.    오오, 신들이시여,   그러나 이제 신을 부른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금껏 수없이 그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건만 일찍이 들어 준 적이 없는 신들이 아니었던가.   불속으로 뛰어들자.   조국과 더불어 타 죽는다면 나로서 그 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

                                                                     - 에우리피데스, '트로이의 여인들' 중에서

 

 

  토로이성이 불타고 무너지는 날, 트로이의 늙은 왕비 헤카베의 절규입니다.   오딧세우스는 그녀를 전리품으로 삼아 종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그녀는 트로이 제일의 용장 헥토르의 어머니이고,  헬레나를 데리고 옴으로써 트로이 전쟁의 비극을 만들어 낸 파리스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아폴론이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늘 맞는 신탁을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비운의 사제로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는 카산드라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마음 속에 신을 잃고 맙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오늘 날 전해지는 그리스 비극 30여편 가운데서도 구원은 어디에도 없는 철저한 절망을 다룹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작품을 '가장 비극적'인 것으로 평했습니다.    패전국 트로이의 여인들은 포로가 되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불행이 실제로 행해지자 더 이상 '불행에 대한 두려움조차 모두 사라진 일종의 평화, 아니 오히려 영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알 수 없는 괴이한 아름다움' 속에  놓이게 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정조(情調)는 절망적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여기서 끝나지만 신화는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어집니다.    승전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데리고 당당히 귀환하지만, 귀국하는 첫날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목욕탕에서 죽임을 당합니다.   반면 헥토르에 이어 트로이 두 번 째 용사인 아이네아스는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의 시조가 됩니다. 트로이가 로마로 부활하는 것이지요.

  

 구원은 우리 안에 신성한 것을 되찾는 것입니다. 자기혁명은 새처럼 알을 깨고 나오는 것입니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하고,  알에서 깬 새는  신에게로 날아' 갑니다. 

 

그 신의 이름은 누구여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신은 반드시 우리 안에 신성하게 거주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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