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공학박사의 법조 진출기 “어려운 법학, ‘스마트폰 앱’으로 척척”

Posted by

[특별 Interview]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법조계 진입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고, 서서히 그 결실을 맺고 있다.
로스쿨 3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비전공자들이 여기저기 눈길을 끌고 있다.
4월 8일 발표된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박봉철 씨 역시 그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박 씨는 경남과학고등학교와 KAIST 전자전산학부 학사·석사를 거쳐 컴퓨터그래픽스를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뼈 속부터 공학도였던 셈이다. 그런 박 씨가 법학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공학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법학과 공학은 실용학문이라는 점과 논리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질을 갖고 있다”며 “언뜻 보기에 별 상관없어 보이는 두 학문의 연결점을 찾아서 세상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공학도인 제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하였다.
다음은 KAIST 공학박사 출신의 박봉철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올해 37세로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박봉철이라고 합니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수여하는 법학사를 취득한 후 2014년 동아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전문법학석사가 되었습니다.

 



Q : KAIST 공학박사에서 법조인이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저는 법학과 공학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법학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법학과 공학은 실용학문이라는 점과 논리성을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질을 갖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별 상관없어 보이는 두 학문의 연결점을 찾아서 세상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공학도인 제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가 생각해 본 새로운 가치란, 예를 들면 법률을 시뮬레이션해주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일반 대중들이 게임을 즐기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에 젖어들 듯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법률지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법률을 시뮬레이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의 일생을 시뮬레이션해주는 “SIMS(심즈)”라는 게임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듯이, 시나리오만 재미있게 구성한다면 다소 딱딱해 보이는 법률지식도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대중들의 일상생활에 잘 녹아들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학이라는 내용물을 게임이라는 외형으로 잘 포장한다면 시뮬레이션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음과 동시에, 비법학도 출신의 로스쿨 졸업생으로서 모범적인 선례를 남길 것입니다.

 

Q : 어떤 분야의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A : 변호사시험에서의 선택과목으로 지적재산권법을 택한 것은 공학도로서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특허법, 상표법 등에 정통한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도 중요하지만 KAIST 전산학 박사출신의 대한민국 변호사로서 더 큰 영역에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하였던 바, 법학의 전문분야를 민사, 형사, 행정 등으로 나누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끝에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분야를 나누는 키워드를 “컴퓨터”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여 민사, 형사, 행정, 조세 등을 막론하고 컴퓨터와 관련된 증거가 주요증거가 되는 사건에서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발달한 요즘시대엔 컴퓨터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나 삼성과 애플간의 소프트웨어 특허침해 사건 등에서 법률지식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박사급 지식을 가진 제가 보다 설득력있는 변론을 함으로써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Q : 로스쿨에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학회, 동아리 등)



A : 비법학도로서 로스쿨에 입학한 직후부터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할 여유는 없었으며 1학년부터 기본 법학을 익히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어려운 공부를 시작했고 먹는 것을 비롯한 체력관리가 중요했기에 각각 부산과 울산인 학교와 집을 통학하였습니다. 문제는 KTX로 통학하더라도 왕복 최소 하루 4시간은 길바닥에 버리는 꼴이었고 그렇게 해서야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민 끝에 1학년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기차나 지하철에서도 손쉽게 법학 기본기를 닦을 수 있는 저만의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였습니다. 로스쿨에서 기억에 남은 과외활동을 굳이 꼽으라면 바로 이 앱을 제작한 것입니다. 중요조문과 주요판례를 중심으로 OX 퀴즈를 즐길 수 있게 제작된 앱은 자투리 시간에도 부담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학습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평소 각종 모의고사에서 객관식 점수가 유달리 좋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앱의 유용성을 스스로 검증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일 일주일 전부터는 앱 속에 내장된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선지들을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시험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 결과 객관식 문항 102개를 맞춤으로써 합격선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Q : 스마트폰 앱 개발이 변호사로서의 삶에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 스마트폰 앱을 제작하는 변호사가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그런 점이 변호사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겠습니까?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법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어려운 학습 여건 속에서도 빛나는 저만의 기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설명 드린 법학과 공학의 융합으로서의 첫 단추를 앱이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손수 실험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몇 년 안에는 신입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법률실무를 훈련할 수 있는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계획이 있습니다. 파일럿들도 비행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실전전투를 경험하듯이 변호사들도 법률실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효과적인 실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최근 문제되고 있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위한 실무수습 자리의 부족 내지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본인만의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



A : 저의 공부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본서로 시작하여 기본서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민법을 예로 들자면, 저는 권순한 저 민법요해를 공부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그 양에 압도되어 기피합니다. 로스쿨 교과과정에 비추어 필요 없는 정보가 많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원가의 요약집을 본다고 책을 당장 바꾸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양은 많지만 행간의 의미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설명이 명료했기에 비법학도인 저한테는 안성맞춤이었으며, 수험생의 입장에서 필요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민법요해를 요약서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마 한번도 민법요해를 보지 않은 탓이겠지요.

 




법학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라고 권합니다. 더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충분한 내용과 상세한 설명이 되어있는 좋은 기본서를 골라서 시험 직전까지 반복 학습하는 것입니다. 수험경험을 해보지 못했거나 수차 실패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 해에 어떤 문제집이나 사례집이 유행을 하던지 자신이 처음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기본서를 함부로 버리거나 바꾸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례문제 몇 개 찍어서 풀어본다거나 기출선지를 외운다고 해서 합격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이 아니기에, 새로운 문제형태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확실하게 합격하는 비법은 좋은 교재 하나를 반복 또 반복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Q :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로스쿨 생활이 힘들기보다는 그 전에 학위를 받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많이 해친 것이 표면화된 것입니다. 1학년 때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 내지 자퇴를 하려고 했습니다.



방학기간에는 통도사의 암자에 들어가서 심신을 닦았습니다. 밖의 음식은 가능한 피했고 현미쌀을 불려 생식했으며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했습니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 날은 집에서 김밥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런 수고를 2년 동안 감내한 결과, 3학년에 들어서자 무사히 시험을 치룰 수 있는 체력이 생겼고 변호사시험이 끝난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학우들은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 지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Q : 현재 사법시험존치, 변호사시험합격자 결정방법, 로스쿨 출신 vs 사법연수원 출신 등의 대립구조 등에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 민감한 문제이지만 용기를 내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법조계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로스쿨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였으면 합니다. 자신이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어서가 아니라 제3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그 동안 우리사회는 법조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맹목적인 사랑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현재 모든 직업군이 그렇듯 법조계도 이제는 냉정한 시장질서의 심판을 받아 변화해야 합니다.



둘째, 로스쿨에 지망하는 자의 목표가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면 너무 볼품없습니다. 법조문을 익히고 판례를 관심 있게 보고 법학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사회를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입니다. 법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이 있다면 로스쿨의 생활은 절대 힘들거나 지겹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전공에 법학을 가미하여 그동안 없었던 시장을 창출하고 도전하는 것이 로스쿨생들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은 기존의 변호사들도 새로운 분야를 배우기 위해 다시 학교로 가고 있습니다.



셋째, 기존의 법조 선배님들이 가장 우려된다고 하시는 기본기 미달이라는 부분은 사법고시를 치룬 사법연수원생이나 로스쿨생 모두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이므로, 항상 염두에 두고 겸손한 자세로 기본기를 쌓는데 충실해야 합니다. 특히, 실무학습 기간이 부족할 수 있는 로스쿨생들은 항상 기본 법학에 대한 공부에 매진해야합니다. 졸업한 후 기존의 사법고시를 합격한 법조 선배님들에 비해 법학실력에 있어서 절대로 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부하지 않고 대접해달라는 건 있을 수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기존의 법조 선배님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편견과 선입견을 이겨내고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증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로스쿨 생활이 행복할 것입니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변호사 타이틀만 좋아 보이는 사람은 로스쿨 진학을 재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로스쿨제도가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야 법조계의 관행도 점차 사라지고 국민들에게는 보다 친절하고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들, 딸들이 태어날 때쯤이면 법학도와 공학도의 사회적 지위가 대등해 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법학은 법학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법조 선배님들은 분명 존경하고 선망해야할 대상이지만,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법학의 영역은 얼마든지 넓습니다. 미인을 차지하는 데에만 용기를 내지 말고 치밀한 준비와 긍정적인 자세로 용감하게 뛰쳐나가는 것이 로스쿨을 넘어 대한민국 법조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발전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법조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저는 공학도이기 때문에 법조인을 꿈꾸는 공학도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한 마디 남기겠습니다. 의대가면 의사 자격증, 법대가면 변호사 자격증, 그러나 공대는 박사학위를 받아도 자격증 하나 없이 열정과 노력에 비하여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처우가 문제되어 왔습니다. 법조인을 꿈꾸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다면 법학공부를 시작함에 있어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치밀한 계산력과 논리력을 겸비한 공학 마인드야말로 리갈 마인드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법조 시장은 공학전공자의 법조인에게 큰 기회를 줄 것입니다. 연구실에 앉아서 논문보고 실험하는 것도 우리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분야에 기여하면서 함께 성장하기를 원할 때는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의 길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