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것이 틈으로 왔다

 

안의 어둠은 틈을 통과하지 못했다. 어느 것도 팽창한 어둠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했다

 

틈새를 통과하며 구김살을 편 빛살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온 몸에 빛살을 꽂고 어둠 속에 머문 시간들...........

 

 

 

어둠의 순수를 위해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하나하나 찾아내다 보면, 신기하게도 자신이 아주 순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거울 속 얼굴은 길들어 있었다. 참을 수 없어 비명을 질렀다. 그림자 속에는 오래전 버린 것들이 곡식 단처럼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2.

 

나는 지금껏 두 부류의 사람만 만났다

 

배부른 자와 배고픈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소통할 수 있는 자와 소통 불능의 자

 

강한 자와 약한 자

 

따뜻한 자와 냉혹한 자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슬픔을 견디는 미소

 

빛이 예감되는 어둠

 

행동을 늦추는 생각들

 

 

 

3.

 

꽃이 지는 길

 

길을 가려면 꽃길로 가라

 

꽃길 중에서도

 

꽃이 지고 있는 길로 가라

 

움켜잡았던 욕망의 가지를 놓아버린 손처럼

 

홀가분한 꽃들이 바람의 길을 가는

 

그 길로 가라

 

 

꽃들은 그늘지고 어두운 곳까지 나풀나풀 다가가고

 

꽃이 진 자리는

 

어느 순간 당신 삶의 의미를 바꾸리라

 

그러면 오랜 굴레에서 풀린 듯

 

삶이 가볍고 경쾌하리라

 

 

그 길로 가다 보면

 

수밀도에 흠뻑 취할 날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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