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나면 은하계가
너무 커서 우리 귀엔 들리지도 않는
비명을 내지르며 돌고 돌다가
내 가슴에 안경알 고정시키는 나사못만큼
작은 소용돌이로 붙박여올 때
저기 저 남태평양쯤에서
몰려다니던 미친 태풍이
구름을 몰고 천둥 벼락 치며 휘몰려 다니다가
내 발끝에서부터
내 새끼손가락의 보일 듯 말 듯한 지문만큼
작은 소용돌이로 북상해올때
그때 나, 창문 위로 피어오르는 성에 꽃 같은 말들
삼겨버려야 할 때
지구 한 덩이가 파문을 그리며
바닥없는 깊이로 떨어져갈 때
그 파문의 주름 하나하나에 맺혀 터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꽃들
세상 처음 깨어나 우짖는 새들, 첫 걸음마 떼는 아가들
그리고 몸속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파문들
이 검은 연못 밖으로 쏟아지고 싶어
내 몸에서 잉크병 속의 잉크처럼 앙탈하며
흐느끼는 수백 개의 동심원들
몸 밖에서 나더러 나오라고 어서 나와보라고
부르르 부르르 온 몸을 떠는 연못가의 나뭇가지들
저 멀리 대륙 한 가운데 사막들마다
바다를 부르는 소라고둥 화석들의 애처롭게 타는 목소리 들릴 때
그 소리 듣느라 일평생 한시도 잠 못 자고
화답하는 세상의 모든 파도들 왔다가 다시 밀릴 때
그때 나,
'목숨을 건 독서 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빛살, 조은, 문학과 지성사, 2010 (0) | 2011.05.15 |
---|---|
새떼를 베끼다, 위선환, 문학과지성사, 2007 (0) | 2011.05.14 |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조용미, 문학과지성사, 2008 (0) | 2011.05.12 |
읽고 생각하고 쓰다 , 송숙희, 교보문고, 2011 (0) | 2011.04.09 |
이별의 능력, 김행숙, 문학과 지성사, 2007 (all in 1 *) (0) | 2011.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