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나면 은하계가

 

너무 커서 우리 귀엔 들리지도 않는

 

비명을 내지르며 돌고 돌다가

 

내 가슴에 안경알 고정시키는 나사못만큼

 

작은 소용돌이로 붙박여올 때

 

 

저기 저 남태평양쯤에서

 

몰려다니던 미친 태풍이

 

구름을 몰고 천둥 벼락 치며 휘몰려 다니다가

 

내 발끝에서부터

 

내 새끼손가락의 보일 듯 말 듯한 지문만큼

 

작은 소용돌이로 북상해올때

 

그때 나, 창문 위로 피어오르는 성에 꽃 같은 말들

 

삼겨버려야 할 때

 

 

지구 한 덩이가 파문을 그리며

 

바닥없는 깊이로 떨어져갈 때

 

그 파문의 주름 하나하나에 맺혀 터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꽃들

 

세상 처음 깨어나 우짖는 새들, 첫 걸음마 떼는 아가들

 

 

그리고 몸속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파문들

 

이 검은 연못 밖으로 쏟아지고 싶어

 

내 몸에서 잉크병 속의 잉크처럼 앙탈하며

 

흐느끼는 수백 개의 동심원들

 

몸 밖에서 나더러 나오라고 어서 나와보라고

 

부르르 부르르 온 몸을 떠는 연못가의 나뭇가지들

 

 

저 멀리 대륙 한 가운데 사막들마다

 

바다를 부르는 소라고둥 화석들의 애처롭게 타는 목소리 들릴 때

 

그 소리 듣느라 일평생 한시도 잠 못 자고

 

화답하는 세상의 모든 파도들 왔다가 다시 밀릴 때

 

 

 

그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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