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데이즈
보급소 소장이 욕을 했다. 병신 새끼, 미칠 듯이 더
운 여름 옆집 난쟁이 아저씨가 나의 개를 잡아먹었고
나는 그 집 딸의 주근깨를 증오했다 계절마다 배불리
웃고 다니는 국화 엄마의 부풀어오른 배를 너무 꼬챙이로 찔러보고 싶었다
푸른 면도날과 붉은 꽃을 상상하다가 잠이 들고 매
일 아침 엄마는 울면서 깨어났다 밤마다 이불이 축축
하지? 옆집 주근깨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죽 웃었
다 일요일 저녁에는 은빛 자전거를 닦고 연탄재 옆에
쭈그리고 오줌을 눴다 몹시 땀이 났다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 있는
사차원 세계는 언제나 방과 후였다 방과 이전과 방과
후 세계는 나에게 두 가지뿐이었다 영어 선생은 추한
여자였다 긴 화상 자국이 블라우스 아래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붉은 꽃을 보여준 건 주근깨였다 엄마는 어느 날 아
침인가부터 울면서 깨어나지 않았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따위 노래는 이제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은빛 바퀴느 어디론가 굴러갔다 나는 초록색 철대문집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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