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沒
방금 새가 떠난 자리를 보면 새가 더 분명하다
새가 떠난 자리에 들어앉아 새의 꿈을 꾼다
손바닥만 한 새가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탄복하며
새처럼 웅크려 점점 멀어지는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새의 그림자에 가려진 세상을 거대한 알 같다
해질녘,
무언가가 떠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것
사라진 새의 가슴에서 투하된 당신의 꿈이 세상에 못 미쳐
자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세상이 전쟁으로 충만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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