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 바다로 

권 순 철

(제9회시험 합격,

 

한국감정원 대구지점)

 

 

 

 

Ⅰ. 머리말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공부였습니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었고 늘 가까이서 힘이 되준 사람이 있었기

 

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삐삐 음성메세지에 담긴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손가락으론 다 셀

 

수 없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험이 되면 천천히 은혜를 갚아가리라 다짐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건

 

만 공부할 때의 힘들었던 기억과 곁에서 힘이 되준 사람들의 고마운 기억이 벌써 희미해져 가고,

 

럴 때마다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마저도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많이

 

힘들 때가 있을 것이며, 옆에서 힘이 되주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공부한때처럼 그 마음 변치 마십시오.

 

 

 

Ⅱ. 몸말

 

1. 공부기간

 

1995년 새해가 밝았을 때 저자이름도 기억 안나는 민법책 한권을 들고 고시학원에 찾아갔었습니다. 감정

 

평가사 자격시험의 공부가 시작되었던 겁니다. 절대 흔히 말하는 마땅히 공부한 게 없어서나 취직하는 게

 

마음이 없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감정평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주위에

 

공부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시작했습니다. 그랬었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사람보다

 

는 조금은 차별화를 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이가 23살이었습니다.

 

 

그해 1차 시험(제6회)은 다행히 많은 합격생이 나왔으며 그들 중 저도 끼여있었습니다. 유난히도 객관식

 

에 강한 면을 보였기 때문에 시험장을 나왔을 때도 그다지 큰 불안은 들지 않아 합격을 기대했으나 짧은

 

기간에 맺은 결실이었기 때문에 참으로 기뻤습니다. 1달을 쉬고, 휴학계를 내고, 친구하나와 같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 둥지를 틀고 2차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에야 좋은 추억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땐 너무도 힘들고 불안했습니다.

 

 

1년을 낮설은 서울 땅 고시원에서 살았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으며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했으

 

나 쓴 소주잔의 위로를 받아야 했습니다. 실무과락…비참한 결과였습니다.

 

 

한참을 방황했으며 때 맞추어 몸에도 이상이 왔습니다. 다시 공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이 약이 되어 주기만을 바랬으며, 실지로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책을 보기

 

시작해서 1년 반이 지나서야 합격했습니다.

 

 

 

 

2. 공부방법

1) 실무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고 저를 제일 미워했던 과목이었습니다. 실무답안연습지가 쌓여 갈때마다 내

 

실력도 올라간다고 생각했었기에 타과목에 비해 투자한 시간도 들인 공도 제일 많았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다 사 보았고, 부동산고시 문제도 빠짐없이 다 풀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7회 시험에서 수험생

 

의 80%가 실무과락이었지만 42점을 받고도 105등으로 떨어지는 아픈 기억을 남긴 과목이었습니다.

 

 

제가 늘 하는 말 중 하나가 “실무 잘하는 사람은 언제 합격해도 합격한다”입니다.

 

 

실무는 무턱대고 책만 열심히 본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과목도 아니고, 답안작성요령에 의해 점수

 

차이가 나는 과목도 아닙니다. 실무에 대한 친근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근감을 기르기

 

위해 저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마지막공부로 꼭 실무문제를 풀었습니다. 즐거운 기분을 다음날까지 유지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분한 이론이나 법규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 그 지겨운 기분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대로 실무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2) 법규

 

가장 싫어했고 공부도 가장 적게 했던 과목입니다. 개인적으로 법과목 자체에 익숙해있지 못했고, 법 논

 

리적 사고가 부족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단기간내에 점수 올리기는 가장 좋은 과목이

 

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공부량에 관계없이 일정범위에서 점수가 계속 유

 

지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법규 sub-note를 만들고 나중에는 그것만 공부했습니다. 물론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몇

 

번의 개정작업을 거쳤습니다. 만약에 여러분께서 sub-note를 만든다면 꼭 다른 사람에게 검증을 받으십

 

시요.

 

(합격생에게 검증받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3) 이론

 

 

황당하기 그지없는 과목이고, 기본서를 몇 번이나 보았어도 무슨 공부를 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체계를 잡으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급한 마음에 암기위주로 공부할 게 아니라, 더디더라도 하나하나 체계를 잡고 목차연습 하는데 많

 

은 투자를 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식 이론은 필수라는 거 아시

 

죠! 이젠 안정근 교수님이 출제위원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교수님의 책은 꼭 보셔야 됩니다. 기

 

본서로 삼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study group에서는 이론 점수가 상당히 좋았던 반면 실전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아마

 

도 study group 점수를 과신하고 공부를 게을리 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3. 사견

 

어차피 시험은 사람이 내고 사람이 푸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몰라서 못 풀지 않는 한 모든 문제는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이상 2차시험에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문제가 나왔다면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반성해 보셔야 됩니다. 왜냐하면 2차공부는 예상문제만을 골라서 보는 게 아니라 두루

 

두루 전반적으로 보아야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쓰더라도 떨어지는게 시험인데 하

 

물며 자기만 처음 보는 문제가 있다면 그 해 시험은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당부하고 싶은 건 답안작성요령입니다. 같은 시간 같은 책으로 공부한다면

 

특별히 머리가 모자라지 않는 한 알고 잇는 지식의 정도는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험에서는

 

합격하는 사람이 있고 불합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답안기술요령에 의해 판기름 난다는 말

 

입니다. 보다 차별화된 답안지 구성에 신경을 쓰셔야 됩니다.

 

 

2차수험생을 1,000명으로 가정하더라도 답안지는 30,000장입니다. 복수채점이기 때문에 채점위원 1인이

 

10,000장을 보아야 합니다. 그것도 1개월 보름만에 말입니다

 

(대부분 현역 교수님이기 때문에 2학기 강의를 하면서).

 

 

그러므로 제한된 시간내에 모든 답안을 하나하나 다 본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목요연한 목차, 정성을 들인 필체, 논점의 강조, 판례가 삽입된 살아있는 답안이 요구되

 

는 것입니다.

 

 

저도 시험에 임박해서는 목차연습에 집중투자를 했습니다. 같은 문제를 놓고 점수

 

를 바꿔가면서 목차를 다르게 잡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모범답안이

 

나오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여러분께 그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Ⅲ. 꼬리말

쉽지 않은 공부였지만 늘 곁에 있어준 사람이 있었기에 합격의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욕심같이 공부가 안될 때,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질 때 항상 곁에서 힘이 되준 사람…바로 저의

 

형이었습니다.

 

 

형이라는 위치가 마치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동생 일이라면 가진 것 다 내놓고, 궂은 일 다하고, 저는

 

또 그게 당연한 듯 고마운 마음도 몰랐습니다. 박봉의 월급쟁이, 그나마 공부하는 동생을 위해 아깝다 하

 

지 않고 모두 저에게 주었습니다. 고마운 사람…

 

그 고마운 형이 얼마전 결혼을 했습니다. 예쁜 형수님과…

 

 

이젠 형의 행복을 위해 제가 기도할 차례입니다.

 

 

평생을 두고 형에게 해야 할 말, 그렇지만 한번도 해 보지 못할 것 같은 그 말, 이 글을 빌어 전할려고 합

 

니다.

 

 

“형, 고마워!! 그리고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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