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두려움없이 자신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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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주 성 (제10회 시험합격) |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었다. 지나간 과거가 어떠하였건 간에 새천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대해 기대가 각별한 듯하다. 나 또한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천년이 다가옴을 느끼며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지난 3년간의 고통스럽던 수험생활동안 늘 꿈꿔오던 마음의 평화와 여유로움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러한 기쁨을 모든 합격자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초조해하던 때가 생각난다. 목적지도 없이 서울근교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애쓰던 날이 많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이었다. 합격수기를 부탁받았을 때 처음에는 사양하였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수험생활이었고 남들 따라가기에 급급하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직장과 공부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야했던 나의 경험이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몇자 적기로 하였다.
공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때는 민주화투쟁이 한창이었고, 나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분위기속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결여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고, 취직을 하고 사회의 틀속에 적응해가며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에 만족하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누가해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업무에 온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생활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보다 전문적이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회의 햇병아리인 나로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커다란 벽들이 점점 크게 다가왔고 나의 무능력함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주위 가까운 분들의 불행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인생의 전환점을 개척해보고 싶었고, 보다 자유로운 삶과 자기만족, 성취감 등을 꿈꾸며 감정평가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내가 감정평가사라는 자격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다분히 운명적인 것 같다. 93,4년경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어느 감정평가사(지금 기억에 여성이었다)가 출연하여 감정평가사의 업무와 사회적 위치, 감정평가사가 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이때 내 적성에 맞는 것 같고 내가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후에 틈을 내어 좀더 정보를 수집한 결과 장래성있는 유망한 직업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1차 합격까지
95년 1월 S학원에 등록을 하고 부동산관계법규, 회계학 등을 수강한 후 그해 1차시험에 응시하였으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회사일로 인하여 강의를 빼먹는 일이 자주였고 개인적인 학습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던 당연한 결과였다. 첫 도전에서 실패한 후 직장일에 몰두하는 동안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심은 잠시 멀어졌고,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다시 한번 감정평가사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97년 8월 S학원에 다시 등록을 하였고 그때부터 평일에는 퇴근후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혼자 공부를 해나가는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시간과 체력면에서 많은 부담이 되었지만 1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1차합격이 최우선의 목표였고 2차과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행히 2년전에 했던 기억들이 남아있어 진도는 수월히 나아갔고 학원의 문제풀이반에서 마무리 정리까지 할 수 있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학원으로 가는 길은 외롭고 쓸쓸하기 그지 없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원수강을 거의 빠뜨리지 않고 다 들었다. 가끔식 들려주던 모교수님의 격려의 말도 큰 도움이 되었다.
98년7월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루었고 아마 합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다.
배수의 진을 치다
1차 합격의 기쁨도 잠시 그때부터가 진정한 고민의 시작이었다. 아시다시피 그때는 IMF 한풍이 불던 시기여서 구조조정의 이름아래 많은 직장인들의 목이 날아가던 냉혹한 현실에서 나름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합격여부가 불확실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지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N학원에 서 2차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무려 3개월이 넘게 망설이고 있었고 이러다가는 직장과 감정평가사 모두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잠 못드는 날을 며칠 보낸 후 감정평가사가 나의 길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나의 사정으로 보아 배수의 진을 친 셈이었으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섬칫해진다. 감정평가사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그 동안 들인 노력이 아무런 의미없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까웠고, 끝까지 가보자는 조금은 무모한 고집이었다. 회사일을 정리하고 실제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은 99년 2월부터였으며 N학원의 스터디에 등록하였다.
스터디를 해나가면서 나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대로 5월까지는 합격권에 근접한 수험생들과 동등한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6,7,8월에 전력투구하여 승부를 걸기로 하였다. 예상대로 스터디 시간에는 진도 따라가기 급급하였고 성적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자신감은 점점 없어졌고 그 동안 쌓인 피로로 인해 체력도 한계를 드러내 하루하루 버티어가는 형편이었다. 어려운 문제에 막힐때나 몸이 아플때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일었으나 어머님과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실패했을 때 닥쳐올 참담한 미래를 떠올리며 정신을 가다듬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말 그대로 최대한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에만 전념하자 5월경부터는 실무에서 길이 보이는 듯 했고 이론과 법규도 서브노트가 틀을 잡아가면서 조금만 더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기대감이 이후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하였고, 슬럼프라는 말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마지막 스퍼트에 성공하였기에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시험 전날 잠을 푹 잤고 컨디션도 좋았다. 시험은 어려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아니었으므로 지금까지 공부한 한도내에서 최대한 충실히 써나가는데 주력하였다. 시험이 끝나고 문제에 대해 여러 토론들이 있었으나 나는 시험이 끝났다는 것이 너무 홀가분했고 곧바로 집으로 와서 모처럼 마음편한 잠을 청했다.
공부방법
사람의 개성이 다양한 만큼이나 공부하는 스타일도 다양하여 누구의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고, 수험생의 증가로 환경변화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 독자가 판단하여 취사선택하였으면 한다.
1. 1차과목
감정평가사 1차 과목은 그 수에 있어 수험생에게 큰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다만 법률과목과 상경계과목이 동시에 포함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며 시험 난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민법의 경우 김주수교수, 권용우 문제집, 이덕환 문제집, 부동산고시문제로 공부하였고 학원강의는 듣지 아니하였다.
경제학원론은 조순교수, 홍종인교수, 조정조 문제집, 부동산고시 문제, 학원 강의회계학은 S학원 강의에 많이 의존하였다. 회계원리는 기초가 있었으므로 혼자 공부하였다. 감정평가사 회계학은 출제범위와 수준에 있어 정해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므로 실력이 쌓이면 고득점도 할 수 있는 과목이다. 비전공자는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관계법규는 생소하고 독학이 어려운 과목이므로 반드시 학원강의를 요한다. 개인적으로 S학원에서 S교수의 강의를 듣던 때가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손성태교수 기본서, 문제집, 부동산고시 문제.
2. 2차과목
2차과목은 1차과목과 밀접한 연관성이 없으나, 여유가 되면 1차준비를 하면서 2차 기본강의를 부담없이 들어두는 것이 유익한 듯 하다. (개인적으로 그러하지 못하여 2차 공부시 초반에 고전하였다)
실무가 난해하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끈기와 지속적인 반복연습밖에 없다고 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문제를 풀어나가되 기본적인 문제에 통달해야 하며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는 접해보기는 하되 이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교재는 3인공저, 정영철 이상주문제집, 감정원문제집, 스터디문제, 부동산고시문제, 안정근 실무교재, 기출문제등을 이용하였다.
보상법규는 오히려 행정법시험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드시 행정법 기본강의를 들은 후 행정법 일반이론을 보상법규에 적용해 나가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 듯 하며, 학설간 대립이 첨예한 부분이 중요하다. 교재는 김동희교수, 김남진교수, 류해웅교수, 임형욱교수, 박귀경평가사, 서정욱교수, 백종철 진현철 평가사, 기타 스터디자료, 논문등을 이용했다.
이론은 초기에 기본 틀을 잘 잡은 후 살을 붙여가는 식으로 공부하면 무난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은민수 평가사의 강의가 이론의 큰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교재는 허장식, 전영주외2인, 정영철 서동기 공저, 일본기출문제, 안정근교수, 은민수 강의교재, 기타 스터디자료, 논문 등을 이용하였다.
끝으로 합격의 길로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수칙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이 중요하다. 각 과목의 기본서를 여러번 숙지한 후에 응용력을 키워야하며 시험이 다가올수록 기본적인 내용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둘째, 과목간의 공부량에 있어 균형을 이루어야한다. 다시 말해 각 과목의 성적이 비슷비슷하여야 한다. 한 과목은 면과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다지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본다.
셋째,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 시험에는 중요한 내용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으므로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정력을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넷째, 최근의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수집에도 늘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감정평가사가 될 것을 다짐하며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합격의 영광을 얻은 지금은 그 동안의 마음고생과 힘들던 날들이 눈녹 듯 사라지고,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열심히 문제를 풀던 내 모습을 뿌듯하게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그 동안 소원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구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설계에 수험기간 못지 않게 바쁘게 보내고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많은 일들이 궁금해지며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싶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 새 생명이 탄생한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환경과 맞서가며 공부하는 분들이 도중에 포기함이 없이 끝까지 전력투구하시기를 바라며, 끝으로 상업 형, 수찬씨, 노철씨에게도 내년에는 합격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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