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10.11.08 14:40:12 | 조회:1,040 / 추천 : 0

 92학번 구수미 동문은 우리대학 문화콘텐츠학과(구 관광영어통역전공)를 졸업하고 외국항공사 승무원을 거쳐 현재 감정평가사로서 신한은행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감정평가사란 부동산, 동산을 포함하여 토지나 건물, 항공기, 선박, 유가 증권, 영업권과 같은 유무형의 재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직업을 일컫는다. 감정평가사 자격시험은 세무사와 더불어 국가전문자격시험으로 치러지는데 1차와 2차 시험을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인원만을 선발한다. 또한 선발된 후에는 1년간의 실무 수습까지 거쳐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구수미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감정평가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감정평가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부동산 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토지, 건물, 선박, 항공기가 평가대상이며, 브랜드 가치나 기업가치 평가도 포함합니다. 비교 대상이 충분하여 가격 포착이 쉬운 아파트 같은 물건은 굳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흔치 않은 규모의 흔치 않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호텔, 빌딩, 백화점, 공장 등은 전문가의 판단에 의하지 않고서는 가격 결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은행에서는 대출을 실행하기 전에 담보물의 가치를 알기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 전직이 네덜란드 항공사 승무원이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때 이야기 좀 부탁드려요.


 지금은 사라진 호주의 대표적인 민항사인 안셋호주항공사와 네덜란드의 국적기인 KLM네덜란드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승무원으로 보낸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은 어쩌면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쉬워 보이는 외국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평생 직업으로 하기에는 2%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다, 다른 직업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고 게다가 저 또한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어떤 회사로 옮기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직을 결심하신 뒤,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사실, 이직을 결심하긴 했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습니다. 로스쿨로 전향되며 사라질 예정인 사법고시와, 나이제한이 있는 외무고시, 행정고시를 제외하고 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감정평가사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2년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합격자의 평균 공부기간이 4년이라는 말에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실업자가 된 후라 계속해서 빨리 합격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등 뒤에 낭떠러지가 있는 기분으로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짧은 시간에 합격을 하고 원하던 대로 새로운 직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하신 후, 기분은 어떠셨나요?


 물론 합격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합격의 달콤함도 잠시……. 자격증을 받기까지 1년의 연수기간은 어쩌면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외국회사에서 지내다가 한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도 상당했고, 무엇보다 전문자격자로서의 책임감이 무서웠습니다. 내 판단에 따라 잘못된 대출이 될 수도 있고,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될 수도 있으며, 억울한 세금을 납부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공부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이었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은 느낌으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수기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변화’는 정말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익숙했던 항공사의 승무원이라는 업을 버리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힘든 공부기간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연수기간 중에 포기 했을 수도 있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득 되돌아보니 그토록 두려웠던 일을 이제는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제가 얼마나 변한건지 스스로 놀라웠습니다. 변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마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상황이 저를 변화하도록 떠밀었죠. 제가 원해서 변한 건 아니었는데, 뒤돌아 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 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두렵긴 하지만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발전하는 대가는 바로 두려움을 이기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다던가요. 새는 자신의 세상인 알을 깨고 나와야만 비로소 더 큰 세상을 만나고 날 수 있다고……. 세상인 알을 깨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때는 더 큰 어려움이 있겠죠. 두려움은 물론 말할 수 없이 클 겁니다. 그렇지만 가치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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