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百日)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몸담았던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시작했던 감평수험공부...

2차시험 3과목이면 타자격시험에 비해 부담도 덜 할 것으로만 알고 시작했지만,

실상 각 단위 과목의 경계가 분명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달은것은 훨씬 뒤의 일이었네요..^^

 

불과 3~4년전만해도 타자격시험에 비해 우리 수험시장이 그다지 조직적이지도, 정보의 효율성이 높지도 않았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지금도 크게 나아진거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사러 서점에 가보아도 과목별로 몇권밖에 꽂혀있지 않고,

수험계내 지식의 상당수는 학원팀장 프린트부터 생산되고 있습니다.

복사집이야말로 조선시대 집현전과 같은 수험계 지식의 요람이 된지 오래이고요...

 

지식은 형식지와 암묵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형식지는 현시가능한 지식, 즉 인쇄된 활자로서 유통가능한 지식입니다.

암묵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으로서, 개인의 학습과 경험을 통해 체득되지만 타인에게 쉽게 전수되기는 어렵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독한 회의를 느끼는 이유는 형식지의 문제가 아닌, 암묵지의 문제에 부딫히기 때문입니다.

자료가 없어서, 강사가 없어서 공부가 힘든것이 아니라

이들을 한데 모아 요리를 하는 레서피(Recipe)를 모르기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것입니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처럼특정인의 공부방법이 일률적으로 다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본인만의 레서피를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 시점에서 2차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수험생이라면 더욱 그렇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것이 중요하죠.

감히 제가 그분들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1. 과목별 비중(실:이:법 = 6:2:2)

실무가 어렵다고 실무만 공부하지 말기.

3과목의 상호연계성을 인식하고, 이론과 법규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실무에 적용시키기.

어차피 시험장 들어가기 전날까지 정리못하는게 실무다. 그나마 이론과 법규가 잘 준비될수록 심리적 안정감은 커진다.

남은 3개월간 과목별 전범위 1 cycle 완료하기.

내년 1기때부터 치약 짜듯이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Squeeze...

 

2. 혼자 공부하지 말기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입하고 있는지는 본인도 모른다.

길을 알려주는 선생(Mentor), 파이팅 스피릿을 부여하는 동료(Mate) 2가지 유형의 사람를 꼭 찾을 것.

외로움을 느끼되 절대로 방황해서는 안되며,

수험계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초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

 

3. 수험자료는 최대한 가볍게

중복되는 자료는 최소한으로 정리(찢어버리기..X표시하기)

과목별 단권화 써브 만들기(가능한 한 3기까지 완성해서 4기때 효과볼 수 있도록 정리)

 

4. 학원강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기

강의시간에 쫓겨 내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내가 아닌 남이 정리해놓은 지식은 시험장에서 쓸 수 없음.

 

 

쏜살같이 지나가던 시간이 시험일 이후로는 느려지는 요즘입니다.

합격자 발표일까지는 아직 2.5개월 남았고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칸막이내 형광램프를 쪼이며 보낸 나날이 어언 3년 5개월..

이제는 햇빛에 까맣게 그을려도 좋으니

세상 밖으로 나아가 정말 '감정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출처 : 12월의 영광(감정평가사)
글쓴이 : Lest I Forge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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