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실무를 못하는가|자유게시판(공통)
Lest I Forget | | 조회 394 |추천 2 | 2014.09.25. 17:52 http://cafe.daum.net/appraisal/6ol/30659 

 

 

 

감정평가사 수험생이라면 애증(愛憎)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매일 풀면서도 쉽게 실력이 오르지 않는 과목인 감정평가실무는 대다수의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과목입니다.

 

 

단순히 암기한 지식을 대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자료의 해석을 바탕으로 대상의 확정에서부터 평가방식의 선정 및 적용, 평가액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논리적 사고를 추구하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논리적 사고를 갖추는데에는 상당한 경험칙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실무실력은 투입되는 공부시간에 선형적으로 비례하기보다는, 정체를 거듭하며 불연속적인 계단형 곡선을 나타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상당한 공부량이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수준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을 때이겠지요...

 

 

마치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처럼, 기존에 해오던 방식만으로는 아무리 시간을 투입해도 그 한계를 넘어서기가 어렵습니다.

 

저 또한 일개의 수험생으로서, 말이 통하지 않는 실무와 씨름하며 매일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적이 많았습니다.

 

 

실무를 정말 잘 하고 싶었고, 단순한 수험목적만이 아니라 예비 감정평가사로서의 소양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 생각하며, 실무를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인 3방식만 알았던 1년차때 32점이 나왔고, 작년 2년차때에는 3번 미보상용지를 죽쓰고도 49점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동차였지만 실무 60점 이상을 목표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보냈습니다.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대의 감정평가사 수험생으로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실무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말해보고자 합니다.

 

 

1. "생각하는 대로 풀지 않으면, 풀던대로 생각하게 된다"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매일 아침을 실무 100점으로 시작합니다.

 

 2년차가 100점을 푸는데 150분이 걸리는 이유는 머리속에서 자료들을 재구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고, 숙달된 다년차가 100점을 푸는데 95분이 걸리는 이유는 주어진 자료의 재구성이 이미 머리속에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억에는 자료해석의 결과는 포함되지만, 사고의 로직(Logic)까지 담아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출문제를 숱하게 풀어본 다년차 수험생들도 문제자료를 조금만 변형하거나, 자료제시의 선후관계가 바꾸어 놓아도 크게 흔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작년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기며 실무 100점을 다 풀지 못했던 수험생이, 오늘 아침에는 90분 밖에 안걸렸다고 웃을수가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 수험생은 내년 이맘때는 80분내에 풀어냈다며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 이 사례자료가 일체 거사비로 쓰일수 없고 토지 거사비로 쓰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문제의식을 단순히 앎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론으로 오답노트에 정리되어야 합니다. 

 

 

비슷한 패턴이 다른 문제에서 반복되더라도 우리는 매번 틀리기 때문입니다.

 

 

 

 

2. "문제 분석에서 이미 점수는 판가름난다"

 

 실무시험에서 순수하게 답안지를 작성하는 시간은 50%도 채 되지 않습니다.

 

 

계산기 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30%은 문제 자료를 분석하는 시간입니다.

 

수험생에 따라 이 시간은 1.5~2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점수는 이 문제분석 과정에서 판가름 납니다. 그 이후의 시간은 앞서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될 뿐,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분석의 성패는 '소요시간'과 '분석의 정확성'입니다.

 

 

최소한의 시간내에, 대상의 확정에서부터 사례자료의 3방식으로의 적절한 배분이 행해져야 하고, 그 밖에도 시산가액조정이나 타당성 검토의견제시 등에 필요한 자료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색출되어 문제지상에 표시되어야 합니다.

 

 

 

 

분석이 완료되면 문제지상에 mapping된 잔흔과 기억속의 잔상을 따라 답안이 작성됩니다. 

 

 

본인이 문제분석에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문제라면 자신의 문제 분석패턴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절대로 한번에 모든 자료를 순서대로 다 읽어서는 안되며, 자료의 성격(확인/요인/사례)에 따라 Reading의 순서와 강약을 달리해야 합니다. 1번급의 40점 배점의 문제라면 단번에 문제분석을 하기보다는, 자료의 위계(Hierarchy)를 달리하며 2번에 걸쳐 분석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정확합니다.

 

 

 

문제 자료의 제시패턴은 평가목적별로 다르기 때문에, 문제분석의 패턴도 달라져야 합니다. 평가목적별 담보/경매/보상/타당성/검토심사 등 전형적인 자료제시 패턴은 경험칙을 통해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전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한 분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3. "학원팀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수험 연차수가 늘어날수록 당연히 지식도 늘어납니다. 내용을 몰라서 문제를 못푸는 것이 아닌데도, 학원팀장은 열심히 문제의 예시답안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출제자의 시각은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며, 그러한 관점에서의 강평은 결과론적 해설이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수험생은 언제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스스로 주어진 자료에 숨겨진 출제의도를 찾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문제지를 처음 받는 순간에서부터 자료를 분석하고 답안지로 표현되는 과정은 팀장의 예시답안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왜 나는 사례선정이나 평가방법을 달리했는지, 나와 팀장의 논리상의 간극의 차이와 그 이유를 명백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복기해야할 대상은 불과 몇시간전 문제지상에 맞땋뜨렸던 나의 상황이었지, 결코 학원팀장의 예시답안이 아닙니다.

 

 

강평이 끝났더라도 수시로 팀장을 찾아가 질문하는 것은 이러한 간극을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4. "답안작성의 기술적인 Touch"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답안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습니다.

 

내공이 많은 수험생일수록 답안지는 간결하고, 촌철살인의 키워드만 적시된 채로, 가볍게 치고 나갑니다.

 

오히려 어쭙잖은 중하수 수험생일수록 어젯밤 공부했던 내용이 나오면 필요이상의 답안작성에 시간을 쏟아, 결국 100점을 완주하지 못한채로 용두사미가 되고 맙니다.

 

안 다고 다 쓸수는 없고, 절제된 표현으로 가독성과 전달력 높은 답안지를 추구해야 합니다.

 

어차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DCF 테이블이라면 모두 표현해서 지저분해보이기보다는, 1기의 현금흐름과 이후의 간략한 패턴만 보여주는게 낫습니다.

 

증축건물의 내용연수 조정은 n/(n+n') 간단한 산식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됨에도, 어쭙잖은 중하수는 "감칙7조3항 구분평가로서 증축으로 구분평가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합니다.

 

1개월된 연인의 숱한 사랑고백이 없더라도, 엄마의 따뜻한 밥 한공기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할수록 더욱 강렬합니다.

 

   

5. "실무, 이론, 법규의 삼위일체"

 

 실무실력이 더디게 향상되는 이유는 실무,이론,법규가 따로 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최유효이용분석에 관한 실무문제를 풀더라도 그 이론적 바탕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실무문제만 풀어서는 사상누각이 되고 금새 잊혀집니다. 나지상정분석과 개량물하에서의 분석이 어떻게 다른지, 예외적인 최유효이용으로서 단일이용이나 중도적이용 등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풀었던 오늘의 실무100점은 시간이 지나면 금새 또 헷갈립니다.

 

 

 보상과 같은 법정평가에서는 항상 법전과 병행하여 풀어야 그 근거가 틀림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공부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많은 실무 문제를 풀지못한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애매하게 1000점 푼것보다 확실하게 500점을 푼것이 오래 기억에 남고 틀림이 없습니다.

 

 

6. "천부적인 재능은 많지 않다. 개발된 것일 뿐"

 

 간혹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무 능력자를 보게 됩니다. 저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꼭 그런 사람을 보았습니다.

 

 

 도저히 물리적으로 따라갈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은 물론, 논점의 강약마저 조율하는 여유가 드러나는 답안이 있습니다.

 

 

 보잘것 없는 내 답안과 비교하면서 '이 사람은 어떠한 문제분석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합니다.

 

 

그러한 노하우는 쉽게 체득하기 어렵고, 학원시스템만으로 전달받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굳게 믿는 사실이 있다면 탁월한 실력은 5만점, 10만점을 풀었다고 이에 비례해서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질적인 차원에서 사고와 논리를 정교하게 정제하는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기에 가능하고,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아 남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할 뿐입니다.

 

 

머리속에 정리된 문제분석의 틀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있는지, 다양한 문제유형에 따라 원칙과 예외로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을 도외시 한채, 이미 익숙한 문제를 그저 시간내에 다 풀었다고, 마지막 정답을 맞추었다고 위안을 삼는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저기 쌓여있는, 그동안 무심코 풀었던 실무문제지를 쉽게 버리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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