瀑布

-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1

 

 

폭포는 아무 데나 있지 않다

 

폭포는 아무 데도 있지 않다

 

폭포는 고매한 절벽을 선호한 때문에

 

폭포는 그토록 急落을 사랑한 때문에

 

아무 데나 있지 않다

 

 

웃으며 웃으며

 

수수만년을 웃으며 망설임이라곤 없다

 

폭포는 한번 또 웃고

 

회고라고는 없다

 

오늘도 어제도 그 전전날도

 

회고라고는 없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다음도

 

여전히 회고라고는 없이 회고이다 또 회고이고

 

혁명이고 회고이다 하여

 

승천이고 회고이다

 

 

 

 

2

 

 

혁명이 없으니 추락을 낳았지

 

또렷한 정신이 없으니 급박한 낙하를 낳았지

 

사랑이지 사랑이지

 

마지막

 

사랑을 낳았지

 

 

 

 

3

 

 

나는 폭포를 사랑하고

 

폭포보다는

 

폭포를 사랑한 이유를 더 사랑하고

 

그보다는 다시

 

폭포를, 폭포를 더더욱 사랑하고

 

절벽을 사랑하고

 

절벽 위의 절벽을 사랑하고

 

사랑의 낙차를

 

더 더 사랑하고

 

 

 

4

 

 

폭포에

 

폭포에

 

무지개를 보았니?

 

보았니?

 

오, 무지개를 단

 

한없는 추락을 보았니?

 

 

 

 

폭포는 아무 데나 있지 않다.

 

 

* 김수영의 시 <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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