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榴나무 곁을 지날 때는

 

 

 

지난 봄에는 石榴나무나 한 그루

 

심어 기르자고, 봄을 이겼다

 

내년이나 보리라 한 꽃이 문득 잎사귀 사이를 스며

 

나오고는 해서

 

그 앞에 함부로 앉기 미안하였다

 

꽃 아래는 모두 낭자한 빛으로 흘러 어디 담아둘 수

 

없는 것이 아깝기도 했음을,

 

그 욕심이, 내 숨결에도 지장을 좀 주었을 듯

 

 

그 중 다섯이 열매가 되었는데

 

열매는 내 드나드는 쪽으로 가시 달린 가지들을 조

 

금씩 휘어 내리는 게 아닌가

 

그래 어느 날부터인가 석류나무 곁을 지날 때는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중 하나가 깨어진 채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안팎을 다해서 저렇게 깨어진 뒤라야 완성이라는 것이, 위안인, 아침이었다

 

그 곁을 지나며 옷깃을 여미는 자세였다는 사실은

 

다행한 일이었으니

 

스스로 깨어지는 거룩을 생각해보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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