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 맛

 

 

 

노무현이 된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때, 현실을 좀 아는 사람치고

 

김대중이 된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때도 자주 국밥집에 앉아 있곤 했다

 

노태우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할 때도, 김영삼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할 때도 그랬다

 

국밥에 코를 박고 허연 기름 국물에 머리카락을 적시며

 

좀 나아가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친구는 말한다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 위로 미끄러진 비곗덩이를 얼른 입에 집어넣고 손가락을 빨고 설컹설컹 씹으며

 

그래 나아가는 맛, 국밥의 이 나아가는 맛,

 

나아가는 맛, 정치적 용어로는 進步, 나아가는 맛, 기껏

 

콜라나 피자로밖에 할 수 없는 이 진보, 다른 말로는, 나아가는 맛,

 

한없이 나아가도 한없이 모자랄 것 같은

 

이 나아가는 맛,

 

삼선시장 순댓국밥집의 길거리로 낸

 

주방의 진보,

 

쓰레기통의 악취를 덮어놓는 신문지의 진보,

 

돼지 대가리의 코를 베고 귀때기를 베고 혀를 잘라서 국밥에 넣듯이

 

나아가는 맛,

 

시 치고는 참으로 진부한

 

이 나아가는 맛,

 

 

 

버들가지가 지난 겨울의 구태를 벗고서서 시언하게 휜다

 

저렇게 나아가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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