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합격수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보다 더 힘들게 공부해서 합격하신 분들도 많은데 내가 과연 합격수기를 쓸 자격이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이미 합격의 감흥이 지나 버린지도 너무너무 오랜 옛일처럼 여겨지는 지금 새삼스레 합격수기란 것을 쓰려니 괜스레 먼지 앉은 책장을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1998년 7월 서울대학교 시험장에 들어서던 그 때부터 2001년 12월 합격자 발표일까지 과연 얼마만큼이나 처음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잘 지킨 것인지, 그것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어쨌든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조그만 행운 덕택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비록 나의 어설픈 넋두리에 불과한 글이지만, 일부분이라도 선후배 수험생들에게 비슷한 처지에서 마음고생을 한 흔적을 알아차리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 과욕일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순 기술적인 점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합격자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특별한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을 것이고, 그 과정만을 생각나는 대로 옮길 수나 있을런지…….
처음이 있으면 당연히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끝이 누구에게는 빠르게, 누구에게는 너무나 멀게 다가오는 것은 시험기간 동안의 절대공부량과 시험당일의 간절한 답안 작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 능력의 5%만 발휘하면 세상의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활신조로 인해 공부의 절대량은 빠른 시일 내에 충족할 수 있었지만, 시험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무튼 시험공부에 시달리고 있을 많은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작년 시험장에서 답안을 썼던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럽게 이 글을 시작한다.
Ⅱ. 5%와 간절함을 알기까지
1. 1차 시험의 도전
98년 1월 N학원에 기본강의를 등록함으로써 5%(절대공부량)를 채우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전공이 경영학이어서 회계학, 경제학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민법과 부동산관계법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3~4월 문제풀이반은 수강하지 않고 기본강의 내용, 특히 부동산관계법규의 7법을 서로 비교․대조하면서 점차적으로 체계를 가질 수 있었다. 5~6월에 최종점검반 수업을 들으면서 합격의 확신이 생겼다. 결과는 평균 63.5점(민법50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그 해 민법은 어려워서 50점을 받았다.
2. 2차 시험의 도전
98년 9~10월 N학원에서 3과목 기본강의를, 11~12월에 신종웅 평가사님의 수업을 수강하였다. 그리고 학교생활과 병행해서 시험공부를 했기 때문에 행정법은 학원수강 대신 법대에서 행정법 수업(18학점)을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법학을 부전공으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99년 1월부터 Study를 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혼자서 공부하면서, 영어회화와 학교수업까지 병행했다.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실무과락(38점), 이론 48점, 법규 49점이었다. Study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점수가 나의 공부량에 비하여서는 좋은 점수라고 여겼기 때문에 오히려 시험에 대한 간절함이 퇴색되었고 오만감만 증대되었다.
3. 또다시 1차․2차 시험의 도전
Study를 하지 않았던 점을 위안․희망(?)삼아 S학원에 Study를 등록하는 것으로 다 채우지 못한 5%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또다시 도전을 시작하였다.
“오! 세상에 이런 곳이”,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다니….” 시간낭비, 돈 낭비만 할 뿐 배우는 것이 없다고 Study에 대해서 부정적이던 나의 小見은 愚見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시간은 벌써 흘러갔고 상황은 처음부터였다.
그래서 동차로 합격해야겠다는 마음에 대학원을 휴학하고 1~3월 Study(1기), 3~4월 1차 문제풀이, 5~6월 최종점검반을 수강했고, 1차 시험후 2차 3과목 정리반을 수강했다. 1차 시험은 대체로 평이했지만 경제학이 과락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2차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 평균 72.5점(경제학 50점)으로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차 시험 15일 정도 남짓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2차 시험만을 공부한 수험생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내년을 준비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생겼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보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각 과목별로 쟁점이 되는 상황을 30문제 정도 선정하여 7일에 다 정리한 후, 나머지 기간동안 암기를 한 후 시험에 임했다.
결과는 실무 49점, 이론 42.5점, 법규 61점으로 불합격이었지만, 나도 평가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준 시험이었다.
4. 간절함 속에서의 도전
2001년 1~3월 Study1기(H학원), 4~5월 Study2기(H학원), 6월 Study 3기(S학원)에서 하면서 3~4월에 김동건 평가사님의 법규수업을 들었다. 비록 대학원수업 및 1~2월에 SPSS수업을 수강하면서 Study를 했지만 간절함과 자신감은 있었다.
실무시험에서 실무이론문제가 30점이나 출제된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선 실무이론문제 25점을 쓴 후에 1번 문제부터 차례로 풀어간 것이 좋았던 것 같다.
평가이론은 감정평가이론에서 출제되어 누구나 예상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무난히 쓸 수가 있었으나 목차나 배점에 많은 시간을 배려하였다.
보상법규는 2번 문제의 논점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30점 분량을 채우기가 어렵게 느껴져 2번을 맨 나중에 썼다.
대학원 기말시험이 끝나고 12월 9일부터 부모님이 계신 부산 집에서 지내고 있던 중 “합격자 명단에 너의 이름이 있다”라는 말에 드디어 합격했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결과는 실무 55점, 이론 59점, 법규 55점으로 합격의 영광이 찾아온 것이다.
Ⅲ. 과목별 공부방법
학교생활과 병행했다는 점에 실제 공부시간으로 봐서는 절대량(5%)이 부족했던 편이지만, 내가 공부했던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1. 1차 시험
먼저 기본적인 사항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평가사시험이 절대평가제인 만큼 학원의 스케줄에 맞춰 가면 반드시 합격한다고 생각한다. 학원의 모의고사는 꼭 응시해서 항시 실전과 같은 연습을 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시간 배정문제에도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나의 경우는 회계학, 민법, 부동산관계법규, 경제학 순으로 풀면서 시간을 조정했다.
(1) 회계학
학원강의 위주로 충실히 하되, 학원강의 기본교재 및 문제집(최종점검, 김상운)으로 될 수 있는 한 기본문제 유형별로 반복 연습하였다.
(2) 경제학
철저한 이해가 요구되는 과목으로 3인 공저를 기본서로 하되, 문제집은 정병열著 경제학연습, 최종점검 교재를 활용했다.
(3) 부동산관계법규
전체적인 체계를 이해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특히 연관성이 있는 법률(예를 들어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은 서로 비교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첩경이다. 참고도서로는 조병욱著 기본서와 최종점검 교재, 부동산고시 문제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된다.
(4) 민법
철저히 이해만 하면 전략과목으로 가장 만만한 과목이다. 10회 시험에 판례, 다수설을 묻는 형태의 문제가 출제된 바 있으므로 판례 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참고도서로는 조병욱著 총칙과 물권법의 기본강의 교재와 최종점검 교재를 중심으로 했고, 내 경우에는 물권법이 취약해서 도서관에서 사시출제위원급 문제집 중 하나를 복사해서 6월경에 풀었는데 물권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2. 2차 시험
(1) 감정평가이론
기본서로 철저한 이해와 기본정리를 한 후 각종 논문이나 기타자료를 통하여 추가정리를 하여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시사성 있는 문제에도 비중을 두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하여 협회 논문이나 교수님들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근著 부동산평가이론․현대부동산학, 이창석著 부동산감정평가이론를 기본서로 했고, Study자료를 참고로 하여 정리했다.
(2) 감정평가실무
평가실무는 크게 일반평가부분, 보상평가부분, 실무이론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별도 정리가 요구된다. 실무이론부분은 각 논점별로 10점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평가부분(보상평가부분)은 평가이론(보상법규 및 조문)의 바탕 하에서 논점파악과 동시에 계산숙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무문제를 푼 후 목차, 배점, 논점, 오답, 실수사항 등을 기록함으로써 특히, 동차 수험생에게는 6월경에 1차 시험에 전념할 때 오답노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실무 감을 유지시켜 준다.
안정근著 평가실무, 유영조․홍병각著 신체계실무, 동기회 문제집을 반복하여 풀면서 논점을 파악했다.
(3) 보상법규
행정법과 보상법규 기본서를 중심으로 이해한 후 각종 논문, 사례문제집으로 체계적인 정리가 요구된다. 출제위원이 행정법 교수들이므로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에서 최근 출제된 문제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정법 교재로는 김남진, 김동희, 유지태著 중 한 권으로 하되 쟁점 부분은 각 교수님들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해야 하고, 보상법규 기본서로 유해웅著를 선택하면 충분하다. 특히, 보상법규는 조문 암기와 목차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각종 고시잡지의 논문 및 사례문제를 틈틈이 정리해야 하며, 이재화著 사례문제와 서정욱著 사례문제를 매일 하나 정도 정리하는 것이 좋다.
3. 간절함을 지니기 위한 마음가짐
① 평상시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하라.
② 실제시험에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라. 오히려 시간배분에 실패할 수 있다.
③ 학원 모의고사 및 Study에 꼭 참석하되, 성적을 과신하지 마라.
④ 생활의 엑센트를 위해 규칙적 운동과 영양섭취, 휴식을 가져라.
⑤ 규칙적인 공부시간을 확보하고 지켜라.
(2차만 할 때에는 아침9시부터 저녁10시까지 10시간 이상 꾸준히 했다.)
⑥ 조금이라도 매일 3과목을 다 공부하라.
⑦ 각종 고시의 합격수기를 읽어라.
⑧ 모든 자료와 기본서는 단권화 하라.
⑨ 문제와 배점을 2번 이상 확인하라.
⑩ 간절한 마음으로 답안을 작성하라.
Ⅳ. 마치면서
수험기간 동안 본의 아니게 주위사람에게 심려를 많이 끼쳤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합격이라는 말에 소리내어 우신...... 끝까지 믿어 주셨던 부모님께 감사 드린다. 평소 격려와 어려움을 같이 했던 Jennifer, 이충원, 현호운, 김용출, 정민근 그리고 끝까지 시험을 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윤영미․조수호 감정평가사님께 지면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12기 시험에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았을 실력임에도 아깝게 수석으로 불합격한 문소정, 조경이 누님, 박순호A․B, 강자영 씨에게 13기 시험에 꼭 수석합격하기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는 최동영 포함 모든 수험생에게 합격의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
자신의 능력을 5% 발휘하고, 간절히 답안을 작성하십시오.
그러면 합격의 영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졸필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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