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Prologue...as time goes by...

어제부터 장마비 같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벌써 5월.

 

4년 동안 이맘때면 시험을 앞두고 항상 마음이 바빠지곤 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4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인 듯하다.

 

나의 수험 생활은 98년 3월에 시작하였다. 처음 1차는 4개월 동안 준비하여 좋은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해 2차의 실무 과락으로 실패, 3년 차 때 0.5점 차의 실패로 결국 4년이라는 시간을 수험 생활로 보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수험 기간의 장기화는 나의 안일함이나 비효율적인 공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98년 1차 합격 이후 하반기 동안 2차 과목에 대한 기본을 다진 후 1월에 시작한 스터디에 임했어야 하나 학원 수업에 소홀했던 탓에 해가 바뀌어도 2차에 대한 감을 잡지 못했다. 남보다 늦게 2차 과목에 적응하여 결과적으로 시험에 실패하였다. 합격자 발표 후에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뒤늦게 다시 1차 공부를 시작하였다. 전년도의 1차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바 있어서 1차 과목에 비중을 두고 실무 문제만을 풀며, 이론과 법규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결국 2차 공부는 1차 시험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의 부족은 결국 불합격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다시 긴 방황... 주위의 권유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책을 잡은 것은, 또 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한 후인 2001년 4월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동안 암기 내용은 거의 잊어 버렸고, 답안 작성의 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5월부터 학원에 나가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것으로 워밍업을 하고, 3기 스터디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8월까지를 보내고 12월. 다행히 실무는 55점 이상, 이론과 법규는 60점 이상의 점수로 합격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들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자만과 고민, 방황으로 인한 시간의 낭비가 수험생활을 길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제는 합격생의 입장에서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얘기한다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나의 경험을 통해 많은 수험생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시험에 도전하여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던 성공과 실패원인 등을 적어 본다.


 

 


Ⅱ. Study Framework

 

1. 1차 시험

(1) 공부방법

 

1차는 자신의 전공과목에 따라 전략을 짜야 한다.

경상계열은 초기 법 과목에 대한 이해를, 법대출신의 경우는 경제, 특히 회계과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어문계열로 모든 과목이 생소하였으나 민법과 관계법규는 중개사 시험과 겹치는 과목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과목은 회계학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학원 수업을 중심으로 많은 문제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1년 차에는 전과목을 N학원의 수업을 중심으로 4개월 과정으로 준비하였고, 3년차에는 범위가 넓은 관계법규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회계학만을 수강했고, 민법과 경제학은 Tape를 듣는 방법을 선택했다.

 

 

(2) 교재

민법은 김상용 외 3인공저 문제집을 테입으로 들으면서 미흡한 부분을 학원 교재 등으로 보충했다. 경제는 정병렬 경제학연습을, 회계는 김상운 수업을 중심으로 학원 문제만을 풀었다. 관계법규는 범위의 한정을 위해 조도형 수업과 손성태 문제집을 중심으로 하였다.

 

 

(3) 제안

기본서의 완전한 이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학원 수업 등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습득한 후 문제를 풀면서 이해하고 암기하는 방법이 빠른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다. 1차 과목은 객관식이고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5월 이후에는 학원 모의고사를 활용하고, 여러 학원의 문제를 모아 시험 한 달 전에 집중적으로 스스로 시험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2. 2차 시험

(1) 실무

실무는 매년 2차 시험 당락의 관건이 되는 과목이니 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무는 기본강의를 통하여 기본적인 실무 이론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3인공저를 기본서로, 스터디 자료, 학원 강의 문제, 부고시 등의 문제를 풀었다.

 

 

정리하면 첫째, 일반과 보상평가 각 문제에 대하여 서브노트를 작성했다. 서브노트라 하여 거창한 것은 아니고 작은 노트에 문제의 유형별로 목차와 논점이 되는 부분 및 틀리기 쉬운 부분을 간단히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목차의 작성은 응용문제에서 적응력을 높여 주었던 것 같다.

 

 

둘째로 매일 일정시간(매일 100분 분량 이상)을 빠뜨리지 않고 문제를 풀었다. 이는 시험 당일에도 예외는 아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이론이나 법규의 암기 등을 위하여 실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2년 차에 불합격한 가장 큰 이유이었던 것 같다. 실무는 2~3일만 안 풀어도 그 감이 확실하게 떨어지고 시험장에서 문제를 받았을 때 당황하게 된다. 따라서 시험 당일에도 2~30점 분량의 문제를 풀어 워밍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많은 문제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형별 문제를 분석하고 이해하여 응용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에도 유의하여야 한다.

실무의 교재는 3인공저, 안정근 실무, 핵심, 신체계, 스터디문제, 부고시문제를 보았다.

 

 

 

(2) 이론

이론은 경제학, 회계학 등의 기반이 미약한 나에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과목이다. 2년차 때에는 스터디 2기말까지 50점 분량을 채우기가 어려웠다. 이론과목을 논리와 이해가 없는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보는 경우 이론에서 고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의 경우는 2기말 시점에서 3방식 이전 부분을 빠른 속도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었고, 전체적인 평가이론의 틀을 이해하자 성적의 급진적인 향상이 느껴졌다. 결국 세 번의 시험에서 2, 4년차는 60점 이상으로, 3년차에도 55점 이상의 점수를 얻는 전략과목이 되었다.

 

 

이론 시험에 있어 첫째는 기본적 사항의 암기가 요구된다. 암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내실 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없다.

 

 

다음으로 우리는 감정평가사 시험의 수험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이를 감정평가와 왜, 어떻게 관련되며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서론이나 결론으로 답안에 표현하는 것이 좋다.

 

 

셋째로 평가이론의 범위가 전통(?)적인 부분에서 부동산 투자, 금융, 재무관리 등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부분에 너무 치중하여 기본적인 부분을 도외시하여서는 안 된다. 기초가 없이 확장만 하면 부실 공사가 된다.

 

 

 넷째로 문제와 관련되는 여론 등을 언급하여 차별화 되는 답안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작은 문제에 대해서도 논술형 문제의 형식을 갖추어 쓰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론의 교재로는 안정근 감정평가이론, 현대부동산학, 전영주, 김삼식의 평가이론과 김세중 이론 서브 등을 보았다.

 

 

(3) 보상법규

보상 법규에서 Case문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행정법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보상법규의 기본적인 학습 이전에 행정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김동희, 류지태 교수님의 행정법 교재를 기본서로 하였고, 시험에 임박할 때까지 버스 안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이재화 행정법 Tape을 들었다. 이것이 이번 시험에서 나름대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둘째로 보상법규에서는 논점 파악이 중요하다. 만일 하나의 논점 파악이 어렵거나 생각한 논점에 비하여 시험의 배점이 높은 경우에는 관련 분야에 대하여 폭 넓게 사고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경우에 행정법적 지식이 답안을 풍부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로 단편적이고 지엽적으로 공부하지 말고 큰 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보상법규 전체의 흐름 안에서 각 문제의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Case문제는 실질적인 권리구제 방법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학설은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불필요하게 과다한 학설의 논의는 무의미하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손실전보, 행정쟁송 등의 권리구제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공법학회 등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여 관련 판례를 보는 것이 논리적인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

보상법규의 교재로는 김동희, 유지태 교수님의 행정법 기본서와 이재화 행정법 Tape 및 행정법 연습, 유해웅, 임호정, 서정욱의 보상법규 등을 보았다.  


 

 

3. Check Point

(1) 기본에 충실하자.

시험에 동일한 문제는 거의 없다. 단순히 몇몇 문제의 암기만으로는 다양하게 응용되는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2) 출제위원급 교수님의 강평을 반드시 본다.

수험생은 채점자가 아니다. 따라서 출제자의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된 내용을 기술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평소에 출제위원급 교수님들의 강평을 보고 자신이 부족한 점을 그때그때 서브의 관련 부분에 기록하여 수시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3) 정보는 필요악(?)

정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정보는 도리어 해가 된다. 평소에 폭넓은 자료를 수집하여 그때그때 정리하도록 하고 시험에 임박해서는 출제위원이 누군가에 대하여 떠도는 소문에는 귀기울이지 마라. 수험생은 어느 출제자가 들어가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4) 체력 관리

시험에 임박하여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슬럼프에 빠지거나 시험당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평소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체력을 관리하여야 한다. 또한 적절한 휴식은 공부의 능률에 도움이 된다.

 

 


(5) 스터디의 필요성

학원 스터디든, 개별 스터디든 스터디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가는 과정이자, 답안작성 연습과정이다. 7~8월에는 일정분량의 답안을 매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서브 작성

자신의 서브를 작성하는 것은 작성과정에서 다양한 책을 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그 의미가 있으므로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시간적인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팀장 서브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필요한 내용을 첨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7) 끝없는 고민(?)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분야가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올바른 길인지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단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 하는 고민은 수험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만을 낳는다. 나의 경우에도 2년차, 3년차의 실패 이후 이것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결과적으로 4년이라는 기간을 수험생활로 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Ⅲ. Epilogue...as new time comes in...

수험생의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합격과 불합격은 얼마나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공부했는가에 의해서 판가름된다. 1차 시험 공부기간이 긴 경우에는 일정기간 2차와 병행하여 2차의 기본을 다지고, 특히 1차 합격자 발표가 있은 후 시간낭비가 없어야 한다. 7월말 1차 합격자 발표 이후 2차 시험까지 1년여의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하여 하반기를 헛되게 보내는 것은 수험생활을 장기화하는 첩경이 된다.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4년 여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만한 이유는 다 있었던 셈이다.

 

 

이제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배들은 이미 지나온 길이지만, 나에게는 새롭게 극복하고 도전해야 할 미지의 시간들이다. 더불어 감정평가사의 세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아직도 도전해야 할 많은 시간과 흘려야 할 땀방울이 여전히 존재함을 내게 알려주고 있다.

 

 

끝으로 말없는 성원과 격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던 아버지, 어머니, 시어머님, 언니 내외, 동생 내외, 긴 수험기간의 동반자이었던 조윤수와 윤강헌 선배님에게 감사 드린다. 무엇보다 항상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남편의 외조(?)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합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금도 고시원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수험생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합격의 열매를 기원하며 이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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