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자기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자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사건〉[공2016상,769]
【판시사항】
토지 소유자가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한 경우, 거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이때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 하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헌법 제35조 제1항,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토양환경보전법(2011. 4. 5. 법률 제10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및 구 폐기물관리법(2007. 1. 19. 법률 제82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취지와 아울러 토양오염원인자의 피해배상의무 및 오염토양 정화의무, 폐기물 처리의무 등에 관한 관련 규정들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토지를 개발·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자신의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토양을 오염시켜 토지를 유통시킨 경우는 물론 타인의 토지에 그러한 행위를 하여 토지가 유통된 경우라 하더라도, 행위자가 폐기물을 매립한 자 또는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는 토지의 전전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오염정화비용 상당의 손해에 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35조 제1항,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현행 제2조 제1항 참조), 제5조(현행 제5조 참조), 제6조(현행 제6조 참조), 제7조(현행 제7조 참조), 제31조(현행 제44조 참조), 구 토양환경보전법(2011. 4. 5. 법률 제10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10조의3 제1항, 제3항 제1호(현행 제10조의4 제1항 제1호), 제11조, 제15조, 구 폐기물관리법(2007. 1. 19. 법률 제82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제1조 참조), 제6조(현행 제7조 참조), 제7조 제2항(현행 제8조 제2항 참조), 제12조(현행 제13조 제1항 참조), 제45조(현행 제48조 참조), 제58조의2(현행 제63조 참조), 제60조(현행 제65조 참조), 민법 제214조, 제750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변경)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프라임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월드 담당변호사 문형식)
【원고보조참가인】기아자동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4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기아자동차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5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09. 7. 16. 선고 2008나928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주식회사 세아베스틸(이하 ‘피고 세아베스틸’이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 2, 3, 6점에 관하여
(1) (가) 환경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보전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이를 통하여 인간과 환경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여야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문화적인 생활의 향유 및 국토의 보전과 항구적인 국가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국가·지방자치단체·사업자뿐 아니라 국민은 환경을 보다 양호한 상태로 유지·조성하도록 노력하고,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지구의 환경상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구함으로써 현재의 국민으로 하여금 그 혜택을 널리 누릴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미래의 세대에게 계승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이 선언한 기본이념으로서(제2조), 이를 반영하여 구 환경정책기본법은 모든 국민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인정하는 한편, 일상생활에 따르는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줄이고 국토 및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의무를 지우고(제6조), 사업자에게는 그 사업활동으로부터 야기되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에 대하여 스스로 이를 방지함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전시책에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할 책무를 지우며(제5조), 나아가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으로 인하여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훼손을 방지하고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지며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임을 밝히고(제7조),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하며, 사업장 등이 2개 이상 있는 경우에 어느 사업장 등에 의하여 그 피해가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각 사업자가 연대하여 배상하도록 함으로써,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있다(제31조). 이러한 구 환경정책기본법의 규정들은 1990. 8. 1. 제정 시부터 있었던 것들로서 그동안 일부 내용이 수정·보완되었지만 환경오염원인자에 대하여 오염·훼손의 방지, 오염·훼손된 환경의 회복·복원 및 피해배상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나 취지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아울러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도 오염방지와 오염된 환경의 개선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함을 의미하며, 위와 같은 구 환경정책기본법 규정들은 헌법이 선언한 이러한 국가와 국민의 헌법상 책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에 관련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위 규정들 및 관련 법리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위한 헌법의 정신과 구 환경정책기본법의 기본이념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나) 그리고 구 토양환경보전법(2011. 4. 5. 법률 제10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 오염원인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 제1호는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시키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를 위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오염원인자 중 하나로 간주하여 그에게 토양오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시키는 한편, 제11조와 제15조는 관할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제10조의3 제3항 제1호 등에서 정한 오염원인자에게 정화조치를 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 중에서 특히 토양오염이 일단 발생하면 정화되지 않는 이상 그 오염 상태가 계속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토양오염물질의 확산을 통하여 오염토양 자체가 다른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등 토양오염이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초래하고 토양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큰 위험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러한 위해를 예방하고 아울러 토양오염 상태가 발생하여 지속되는 경우에 그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 토양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토양생태계를 보전하며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는 그 토양오염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피해를 배상함과 아울러 오염된 상태의 토지를 전전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직접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에 따른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부담한다.
(다)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정화의무의 대상이 되는 오염토양과 구 폐기물관리법(1991. 3. 8. 법률 제4363호로 전부 개정된 후 2007. 1. 19. 법률 제82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른 처리의 대상이 되는 폐기물은 서로 구별되며(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도2907 판결 참조), 구 폐기물관리법은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과 같은 피해배상책임이나 정화의무에 관한 규정을 직접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렇지만 폐기물 역시 대기, 물, 소음·진동, 악취 등과 함께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생활환경’의 하나로서, 구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훼손에 대한 방지 및 회복·복원의 책임을 진다. 그뿐 아니라, 구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토지·건물의 소유자·점유자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은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을 청결히 유지하고 폐기물의 감량화 및 자원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제6조 제1, 2항), 누구든지 구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허가·승인을 받은 매립시설 외의 곳에 폐기물을 매립하여서는 아니 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및 방법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여 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처리한 경우에는 행정상의 조치명령 및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제7조 제2항, 제12조, 제45조, 제58조의2, 제60조), 결국 폐기물은 친환경적으로 적정하게 처리됨으로써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제1조).
또한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면, 그것이 토지의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토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지 않는 이상,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이에 따라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그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의 하나로서 폐기물 처리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46331 판결 참조).
(라) 위와 같은 헌법 제35조 제1항, 구 환경정책기본법, 구 토양환경보전법 및 구 폐기물관리법의 취지와 아울러 토양오염원인자의 피해배상의무 및 오염토양 정화의무, 폐기물 처리의무 등에 관한 관련 규정들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해당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위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위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또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까지 그 토지를 개발·사용하게 된 경우 등과 같이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구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하여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음에 따라 마찬가지의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 위법행위로 인하여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그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와 달리, 자신의 소유 토지에 폐기물 등을 불법으로 매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그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세아베스틸(당시 상호는 대한중기공업 주식회사였다)은 1973년경부터 서울 구로구 (주소 생략) 등 30여 필지 35,011㎡(이하 ‘이 사건 부지’라고 한다) 지상에서 약 20년간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였고, 1982년경부터는 이 사건 부지 중 대부받아 사용한 시·국유지 2,767㎡(이하 ‘이 사건 시·국유지’라고 한다)를 제외한 부지 32,244㎡(이하 ‘이 사건 매매 부지’라고 한다)를 매수하여 소유하여 왔다.
(나) 피고 세아베스틸(당시 상호는 기아특수강 주식회사였다)은 1993. 12. 21. 피고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원고의 피고 세아베스틸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원고보조참가인 지위에 있다. 이하 ‘피고 기아자동차’라고 한다) 및 주식회사 기산(이하 ‘기산’이라고 한다)에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각 1/2 지분을 매도하고, 1993. 12. 30.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기산은 1993. 8. 27. 피고 세아베스틸로부터 위 주물제조공장 철거 및 매립 공사를, 1993년 말경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이 사건 부지의 복토 및 아스팔트콘크리트 피복 등 자동차 출하장 조성공사를 각 도급받아 공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사건 부지 지하의 공동구 등 지하 시설물들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상의 건물만을 철거하고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지하에 매립한 다음 복토 및 아스팔트콘크리트 피복 작업을 진행하였고, 피고 기아자동차는 1994. 7.경부터 이 사건 부지를 자동차 출하장으로 사용하였다.
(라) 엘지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엘지투자증권’이라고 한다)는 2000. 6. 28.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을 거쳐 기산의 위 지분을 매수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부지의 토양오염 사실 등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부지에 복합전자유통센터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신축·분양할 계획을 가지고(이하 위 신축·분양 사업을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 2001. 12. 17. 엘지투자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1/2 지분을, 2002. 2. 15.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나머지 1/2 지분을 각 매수하여 2002. 7. 9. 이 사건 매매 부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2004. 10. 11. 한국자산신탁 주식회사에 신탁하였고, 이 사건 시·국유지도 그 무렵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위 회사에 신탁하였다.
(마) 원고의 이 사건 매매 부지 취득 후 이 사건 부지의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6m의 범위에 불소, 아연, 니켈, 구리 등 구 토양환경보전법의 오염물질로 오염된 토양이 존재하고, 또한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1m 부근에 주물공장의 바닥층에 해당하는 두께 약 20cm 내지 40cm의 콘크리트 슬래브가 부지 전체에, 지하 공동구 및 콘크리트 매트 등이 부지 일부에 존재하는 것을 비롯하여 콘크리트 조각, 폐슬레이트, 폐아스콘, 폐타이어, 벽돌, 플라스틱, 비닐, 연탄재 등의 폐기물이 이 사건 부지의 대부분에 걸쳐 인위적으로 매립되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 사건 부지의 토양오염은 피고 세아베스틸이 약 20년간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것이다(이 사건 부지 내에 있는 위 오염토양 및 폐기물을 통틀어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이라 한다).
(바) 원고는 사업 부지 30,849㎡ 중 건축물 부지에 존재하는 오염토양 및 폐기물 등에 관하여는 2005. 3. 24., 그중 도로 부지에 존재하는 것에 관하여는 2007. 1. 25., 그중 공원 부지에 존재하는 것에 관하여는 2007. 3. 6. 및 2007. 9. 20. 각 원심판시 업체들에게 그 처리업무를 도급주어 이를 처리하게 하여 원심판시와 같은 비용을 지출하였고, 사업 제외 부지 4,162㎡에 존재하는 오염토양 및 폐기물 등의 예상 처리비용은 원심판시와 같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로 이 사건 부지에 토양오염물질을 누출·유출하거나 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또한 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되게 한 자로서, 그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하여 유통시킴으로써 그 사실을 모른 채 이를 전전 매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정화 및 처리하는 데에 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가 입은 이러한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4) 상고이유 중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위와 같은 취지로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의 성립 및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모순되고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와 엘지투자증권 사이의 매매계약서에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의 매립과 관련하여 엘지투자증권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 있으므로 원고는 이러한 책임을 피고 세아베스틸에게도 물을 수 없다는 피고 세아베스틸의 주장에 대하여, 이러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피고 세아베스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며 이를 면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전제에서, 그 주장 사실에 관련된 사정을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사유 중의 일부로만 참작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심이 설시한 이유가 충분하지 아니하나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면책약정의 효력 내지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에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된 날을 의미하며(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1) 토지 취득자가 오염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여야 할 때에 그 제거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다고 보아, 피고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는 원고가 건축물 부지에 존재하는 오염토양 등의 처리업무에 대하여 도급을 준 무렵인 2005. 3.경 그 비용 지출에 관한 원고의 손해가 현실화되어 완성되었고 원고의 손해배상채권도 그때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2) 이와 달리,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의 매립행위는 1993. 12. 21.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하기 이전에 있었던 일로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 세아베스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대한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 지출이라는 손해가 현실화된 것은 원고가 2001. 12. 17.부터 순차로 이 사건 부지를 매입하여 이 사건 부지에 관한 지반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이 사건 부지의 지하 현황을 파악한 이후이므로, 그때부터 기산하여도 이 사건 소제기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6. 1. 27. 당시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오염토양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 세아베스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 기아자동차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 3점에 관하여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며(민사소송법 제202조), 원심판결이 이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같은 법 제432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1) 피고 기아자동차가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1/2 지분을 매도한 매도인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 부지 내의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판단하는 한편, (2) 민법 제374조와 제462조의 규정이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음에도 매도인이 이행기의 현상대로 인도한 것만으로써 모든 책임을 면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아, 이와 다른 취지의 피고 기아자동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3) 또한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이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피고 기아자동차의 주장에 대하여, 판시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 기아자동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하자 있는 부지의 매도와 관련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귀책사유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정물인도채무, 채무불이행책임의 귀책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다15816 판결 등 참조). 다만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1) 원고와 피고 기아자동차가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1/2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계약서 제5조에서 ‘본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발생한 수익과 비용은 잔금지급기일과 소유권이전등기 경료일 중 먼저 도래된 일자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의 것은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그 이후의 것은 원고에게 각각 귀속한다’고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2)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그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 기아자동차와 사이에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오염토양 및 폐기물 처리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3) 오히려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위 매매계약서 제5조에서의 ‘비용’은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오염토양 및 폐기물 처리비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매매 부지의 아스팔트콘크리트 제거비용 등 매매계약 체결 당시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과 관련한 비용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부합되며,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면책약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3.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기아자동차가 피고 세아베스틸의 앞에서 본 불법행위에 공모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 기아자동차가 매도한 1/2 지분 부분을 넘어서서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의 전부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불법행위 성립 및 자백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부지 중 건축물 부지의 오염토양 등에 대한 처리 공사 시점에 비하여 그 나머지 부지의 오염토양 등에 대한 처리 공사 시점의 처리 단가 상승 등으로 인하여 증가한 비용 상당의 손해는 민법 제393조 제2항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피고들이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건축물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의 오염토양 등에 대한 처리 공사에 관하여 건축물 부지의 처리 공사에 관한 ‘대우건설 단가’에 따른 비용을 초과하여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알게 되어 이를 정화 또는 처리하여야 함에 따라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음은 앞에서 본 것과 같고, 건축물 부지의 오염토양 등과 그 나머지 부지의 오염토양 등을 나누어 달리 취급할 특별한 이유는 보이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는 이상, 건축물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의 오염토양 등에 대한 처리 공사에 관하여 증가된 비용이 원고의 잘못으로 인하여 확대된 손해로서 상당 부분을 감액하여야 한다는 원심의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잘못이 있는지 여부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한 중복공제 등의 상고이유 주장도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부지 내에 있는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대한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이 사건 시·국유지 부분의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대하여는 이를 제외함으로써, 그 부분에 관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2) 먼저 피고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는, 위 피고가 매도한 이 사건 매매 부지 중 1/2 지분에 한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됨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므로, 그 매매목적물이 아닌 이 사건 시·국유지 부분에 있는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대한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은 위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속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기아자동차에 대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런데 피고 세아베스틸의 경우에는, 위 피고가 이 사건 시·국유지가 포함된 이 사건 부지에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유발하고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은 앞에서 본 것과 같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세아베스틸이 타인의 소유인 이 사건 시·공유지에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유발하고 불법으로 매립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세아베스틸이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 세아베스틸의 손해배상액에서 이 사건 시·국유지 부분의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의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을 제외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원고의 피고 세아베스틸에 대한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이유 있다.
라.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1) 청구의 선택적 병합은, 양립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청구권에 의하여 동일한 취지의 급부를 구하거나 양립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형성권에 기하여 동일한 형성적 효과를 구하는 경우에, 그 어느 한 청구가 인용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여러 개의 청구에 관한 심판을 구하는 병합 형태이다. 이와 같은 선택적 병합의 경우에는 여러 개의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적 청구 중 하나에 대하여 일부만 인용하고 다른 선택적 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1다카1120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99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부지에 있는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처리하여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오염토양 등을 처리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그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로 하여금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그 금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피고들에 대한 앞에서 본 청구들과 선택적으로 청구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세아베스틸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만을 인용하고, 피고 기아자동차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만을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선택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원고가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대한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을 지출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및 상대방이 얻은 이익 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므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과연 이 사건 오염토양 등에 관한 오염 유발 또는 매립에 공모가담하지 아니한 피고 기아자동차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그리고 원심이 인정하는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액수를 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조희대의 각 보충의견이 있다.
5.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이 사건 부지 지상에서 1973년경부터 20년 동안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토양오염을 발생시켰고, 1993년경 위 공장의 철거 과정에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으며, 1993. 12.경 이 사건 부지 중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매매 부지의 1/2 지분씩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하였고, 기산이 취득한 위 1/2 지분은 주식회사 한국투자신탁을 거쳐 엘지투자증권 앞으로 이전되었으며, 원고는 이 사건 매매 부지의 1/2 지분을 2001. 12.경 엘지투자증권으로부터, 나머지 1/2 지분을 2002. 2.경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각 매수하고 그 이후 이 사건 부지 중 이 사건 시·국유지도 매수하여 이 사건 부지 전체를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해당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위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피고 세아베스틸은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로 자신의 토지인 이 사건 매매 부지에 토양오염물질을 누출·유출하거나 방치하여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또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자로서, 그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하여 유통시킴으로써 그 사실을 모른 채 이를 전전 매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오염토양 정화 및 폐기물 처리에 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가 입은 이러한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피고 세아베스틸이 타인의 토지인 이 사건 시·국유지에도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 부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시·국유지를 매수한 원고에게 불법행위자로서 그 정화비용 및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의 법리는 불법행위 제도의 이념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은 물론 구체적 정의의 관점에서도 견디기 어려운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나. 먼저 토양오염의 경우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우선 자신의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였음에도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여 유통시키는 행위 그 자체가 거래 상대방 또는 그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게 발생한 정화비용 상당 손해의 원인이 되는지, 즉 그 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오염된 토지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유효한 사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거래의 구체적인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오염된 토지를 매수한 매수인은 토양오염의 내용을 충분히 알았을 수도 있고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토양오염이 매수인의 매수 목적에 전혀 영향이 없을 수도 있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만약 토지의 매수인이 토양오염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매수 목적의 달성에 전혀 영향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그런 토대 위에서 매매가격을 결정하여 매수하였다면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 매수인의 손해가 없는 이상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없다.
반면에 토양오염이 매수 목적의 달성에 중대한 영향이 있음에도 토지의 매수인이 토양오염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매매가격을 결정하여 매수하였다면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매과정에서 매도인의 기망 등 위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매도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결국 오염된 토지의 전전 매수인이 정화비용을 실제 지출하거나 지출하게 된 것을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손해’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그 토지의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을 뿐이고, 그 이전의 매도인이나 오염유발자와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전전 매수인에게 위와 같은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의 원인이 오염유발자가 그 토지를 유통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에서 보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1993. 12.경 이 사건 부지 중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매매 부지의 1/2 지분씩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하였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매도인인 피고 세아베스틸과 매수인인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는 같은 계열사였던 사실, 기산은 1993. 8. 27. 피고 세아베스틸로부터 위 주물제조공장 철거 및 매립 공사를 도급받아 실시하였고, 1993년 말경에는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이 사건 부지의 복토 및 아스팔트콘크리트 피복 등 자동차 출하장 조성공사를 도급받아 실시하였는데, 당시 피고 기아자동차는 기산에게 지하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복토 및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도록 한 사실, 기산은 위 공사 과정에서 이 사건 부지 지하의 공동구 등 지하 시설물들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상의 건물만을 철거하고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지하에 매립한 다음 복토 및 피복 작업을 진행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기산은 물론 피고 기아자동차도 위 매매 당시 이 사건 부지의 오염 사실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매수 목적이 자동차출하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 부지의 오염 여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세아베스틸이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오염된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한 것이 기산이나 피고 기아자동차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매매 부지의 1/2 지분을 피고 세아베스틸로부터 기산, 한국투자신탁, 엘지투자증권으로의 순차 매도를 거쳐 2001. 12.경 엘지투자증권으로부터, 나머지 1/2 지분을 피고 세아베스틸로부터 피고 기아자동차로의 매도를 거쳐 2002. 2.경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각 매수하였다. 원고는 복합전자유통센터를 신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수하였고, 그 건물의 신축을 위해서는 지하의 이용이 필요하여 오염토를 처리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상당한 정화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만약 원고가 이 사건 매매 부지의 오염 사실과 오염 정도를 충분히 알아서 그 정화비용을 고려하여 매매가격을 결정하였거나 정화비용 등의 문제를 유보한 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예상하지 못한 정화비용을 추가로 지출하는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 경우 원고에게 정화비용을 보전해 주어야 하는 문제는 생겨나지 아니하며, 따라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도 없다.
결국 원고에게 생겨난 손해는 원고가 엘지투자증권이나 피고 기아자동차로부터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수하면서 이 사건 매매 부지의 오염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 정화비용 상당액을 매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한편 원고는 엘지투자증권과 사이의 매매계약에서는 오염 및 폐기물 매립과 관련하여 엘지투자증권의 면책조항을 인정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토양오염 그 자체, 또는 오염된 토지의 유통 그 자체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원고에게 생겨난 손해와 토양오염 또는 오염된 토지의 유통 자체와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따라서 토양오염 또는 오염된 토지의 유통을 근거로 하여 오염유발자의 전전 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긍정할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가 이 사건 부지가 오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자동차출하장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 세아베스틸로부터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수한 다음, 그 오염 사실을 충분히 모르고 이 사건 부지에 복합전자유통센터를 건축하고자 하는 원고에게(기산이 매수한 지분에 관하여는 한국투자신탁, 엘지투자증권으로의 순차 매도를 거쳐) 매도한 이 사건 사안에서, 다수의견처럼 원고가 매매계약의 상대방도 아닌 피고 세아베스틸을 상대로 거액의 정화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피고 세아베스틸로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
원고에게 생겨난 손해는 매수인인 원고와 매도인인 엘지투자증권 및 피고 기아자동차 사이의 거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고 세아베스틸의 토양오염행위나 오염된 토지의 유통행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피고 세아베스틸이 원고의 계약에 기초한 신뢰나 기대를 보호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못함도 분명하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원고에게 생겨난 손해에 대한 책임을 피고 세아베스틸에게 귀속시키고자 한다. 이는 손해와 관련된 책임의 소재를 왜곡함으로써 사회적 활동에서 발생되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를 지도 원리로 하는 불법행위 제도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매도인인 피고 세아베스틸과 매수인인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가 토양오염 사실을 알고 손실과 이익의 상황을 참작하여 합리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피고 세아베스틸의 이 사건 매매 부지의 양도행위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음에도, 그 후에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가 다른 제3자에게 양도함으로써 피고 세아베스틸이 그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와 사이의 합리적인 거래의 기회까지 포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오염된 토지라는 이유로 사실상 그 처분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으로서, 오염된 토지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유효한 사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 세아베스틸의 계약 체결의 자유마저 박탈하는 것이 된다. 다수의견의 법리는 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재산권 보장을 침해하는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이 당초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하였던 피고 세아베스틸의 양도행위가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의 양도행위에 따라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피고 세아베스틸의 양도행위(유통행위)가 아니라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의 양도행위(유통행위)나 그 이후의 양도행위(유통행위)가 피고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책임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이는 자기의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고, 따라서 자기책임의 원칙에 어긋난다. 다수의견의 법리가 이처럼 불법행위 체계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된 이유는, 그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오염행위 그 자체를 근거로 하여 오염된 토지의 전전 매수인에 대해서까지 절대적인 책임을 부담시키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오염된 토지의 유통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오염행위 자체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전적으로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이 분명한 사실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
(2) 나아가 이상에서 살펴본 오염된 자신의 토지의 유통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는 타인의 토지를 오염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즉 타인의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는 그 자체로 그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될 여지가 있지만, 그 토지가 매도된 경우 그 매수인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경우에도 매수인에게 발생된 손해는 토양오염 그 자체, 또는 오염된 토지의 유통 그 자체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매수인의 매수 목적이 무엇인지, 매수인이 토양오염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지, 궁극적으로 그러한 사정을 매매가격의 결정에 고려하였는지 하는 점 등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 세아베스틸이 이 사건 시·국유지를 오염시켰다 하더라도 그로써 오염 당시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 후 이를 매수한 원고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한편 다수의견은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가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정화의무를 부담하고 그것이 토양오염 유발자의 불법행위 성립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당해 오염원인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여야 한다. 다만 토양오염이 천재·지변 또는 전쟁으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제2조 제1호에서 ‘토양오염’을 ‘사업활동 기타 사람의 활동에 따라 토양이 오염되는 것으로서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란 토양오염으로 지하수가 오염되어 그 물을 마신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친 때나 인접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오염시킨 때와 같이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토지가 오염된 다음 그 오염된 토지의 매매가 이루어진 후 거래과정에서 오염 사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매수인에게 생겨날 수 있는 재산상 손해(오염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위 제10조의3 제1항의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오염된 토지를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상 손해(오염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까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취지라면, 이는 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다수의견의 취지가, 위 제10조의3 제1항의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오염된 토지를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상 손해(오염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 조항에서 정한 ‘정화의무’에는 오염유발자가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게 부담하는 정화의무가 포함된다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해석의 한계를 넘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위 제10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오염토양 정화의무’는 위와 같은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것임이 그 문언상 분명한데, 오염유발자가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은 해당 토지의 현재 소유자에게까지 위 조항에 근거한 정화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과 같이 오염유발자가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게 부담한 정화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지출하였거나 지출하여야 하는 오염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결과적으로 오염된 토지를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상 손해까지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 즉 위 제10조의3 제1항의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오염된 토지를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상 손해(오염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까지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또한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위 제10조의3 제1항에 대한 해석은 목적론적 해석으로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처럼 해석하게 되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화비용 지출로써 입게 되는 매수인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켜서는 아니 되는 오염유발자에게 시간적인 제약도 받지 않고 소급하여 그 책임을 전가(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제3항은 우려기준을 넘는 토양오염이 발생한 경우 관할 관청이 오염원인자에게 오염토양 정화 등의 조치를 실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토양오염 유발자가 오염원인자로서 정화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화의무는 어디까지나 공법상 의무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토양오염 유발자가 그 토지의 매수인에 대하여도 정화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나아가 다수의견의 법리에 의하면, 앞에서 살펴본 본질적인 문제점 이외에도 구체적인 손해발생의 시점이나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오염된 토지의 매수인이 실제로 정화비용을 지출한 경우뿐만 아니라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경우에도 그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더욱 수긍하기 어려운 점은 정화비용 지출의 전제가 되는 오염토양을 정화할지 여부 자체가 매수인의 의사에 의하여 임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매수인의 주관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에 의하면 손해배상을 받은 오염된 토지의 매수인이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이를 처분할 경우, 오염유발자는 새로운 매수인에게 이중으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다수의견에 의하면, 오염된 토지의 매수인이 토양오염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아니라 나아가 정화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시점이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시점으로서 ‘불법행위를 한 날’, 즉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그 시점이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지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매수인에 의하여 임의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어서, 소멸시효의 기산점도 매수인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결과는 토양오염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사실상 시효제도가 배제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다. 다음으로 폐기물 매립의 경우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본적으로 토양오염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추가로 지적한다.
(1) 다수의견은 적법한 매립시설 외의 곳에는 폐기물을 매립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구 폐기물관리법의 규정들과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를 근거로 폐기물 매립자가 그 토지의 현재 소유자에 대하여 폐기물 처리의무를 부담하고, 그러한 의무가 폐기물 매립자의 불법행위책임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 폐기물관리법의 규정들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자의 공법상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에 관하여 매매가 이루어진 후 매수인에게 생겨난 폐기물 처리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 처리의 주체나 처리비용의 분담을 정하고자 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사인(사인) 사이의 폐기물 처리의무를 도출할 수는 없다.
또한 다수의견은,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면 그것이 토지의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토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지 않는 이상,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이에 따라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그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의 하나로서 폐기물 처리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라고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46331 판결은 사업장폐기물이 500kg 단위의 점보백에 포장된 상태로 지상에 적치되어 있어 토지와 별개의 독립한 물건으로 볼 수 있었던 사안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사건과 같이 토지의 지하에 각종 건설폐기물이 매립되고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폐기물을 독립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훼손하지 아니하면 분리할 수 없거나 분리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동산에의 부합을 인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안으로 보일 뿐이다. 이와 같은 경우 부합을 부정한다면 부합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에 심대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2) 이미 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은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이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에 해당될 수는 있겠지만, 피고가 폐기물관리법에서 규정한 환경부장관 등으로부터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소유였던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등을 무단매립하여 그로 인하여 행정적인 제재나 형사처벌 등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가 자신의 소유였던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등을 매립한 행위는 피고 자신에 대한 행위로서 제3자에 대한 행위가 아니므로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등을 매립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원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자신의 소유였던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등을 매립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위 폐기물 매립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와 인접한 토지 소유자(이 사건 토지의 공유지분권자도 포함)나 거주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에 대한 불법행위는 성립할 수 있어도, 그 토지의 새로운 취득자인 원고에 대하여까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거나 당연히 그 손해배상청구권이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자신의 토지나 타인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그 토지의 매수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같이 지극히 타당한 법적 견해가 변경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라. 결론적으로 자신의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그 토양을 오염시켜 그 토지를 유통시킨 경우는 물론 타인의 토지에 그러한 행위를 하여 그 토지가 유통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행위자가 폐기물을 매립한 자 또는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는 그 토지의 전전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 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오염정화비용 상당의 손해에 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이 사건 매매 부지에 관하여 피고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책임을 긍정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세아베스틸 패소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이 사건 시·국유지에 관하여 피고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원심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정당하므로 원고의 상고이유 제5점 주장 중 피고 세아베스틸 관련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
가. (1) 다수의견에서 본 것과 같이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하는 행위는 헌법 및 구 환경정책기본법 등에서 정한 토양생태계의 보전과 환경상 위해의 방지라는 환경보전의무를 위반하여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금지되며, 그 원인행위자는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진다. 이러한 책임은 토지의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관한 환경을 오염·훼손한 경우라 하여 다르지 아니하며, 토지의 소유자 역시 그 원인행위자로서 자신의 토지에 유발한 토양오염이나 매립한 폐기물을 정화하고 처리할 책임을 진다. 즉, 토지 소유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헌법 및 구 환경정책기본법 등에서 정한 환경보전의무를 위반하여 금지된 환경 오염·훼손행위를 한 것으로서 정당한 토지 소유권의 행사라 할 수 없으며, 사회정의 및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불법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토양오염이나 폐기물 매립의 대상이 된 토지가 그 원인행위자 자신의 소유이고 그 행위 이후에도 여전히 그 원인행위자 자신의 소유로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인하여 바로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는 않으므로, 그 단계에서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토양이 오염되거나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가 처분행위 등에 의하여 유통에 놓이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토양오염이나 폐기물의 매립 행위가 유통행위를 통하여 그 토지의 직접 매수인이나 전전 매수인의 법익과 연결되어 이를 침해하는 위법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행위의 위법성은 유통행위를 통하여 그 매수인이나 전전 매수인과 같은 타인에게 미치게 되므로, 유통행위 이후로는, 타인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한 위법행위 내지는 타인의 법익 침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불법행위의 규율 영역에 포함되게 되며, 그로 인하여 타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그리고 오염된 토양이나 매립된 폐기물은 외부에서 쉽게 알 수 없는 토지 지하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하여 그 원인행위자인 토지 소유자 스스로 이러한 사정을 거래 상대방에게 알리지 아니하는 이상, 비록 그 토지의 유통 과정에 다수의 중간 매수인이 존재하는 경우라도 그들에게 인식되지 않은 채 숨겨져 있다가 토지의 지하까지 사용·수익하려고 하는 토지 소유자가 생긴 경우 등에 비로소 토양오염이나 폐기물 매립 사실이 드러나게 되어, 마침내 이러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을 정화·처리하기 위하여 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특성이 있으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손해는 토양오염이나 폐기물의 매립과 그 토지의 유통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사전에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타인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경우에, 그 당시의 토지 소유자뿐만 아니라 위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나. (1) 사회에 위험을 야기시킨 사람은 그 노출된 위험에 의하여 타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그 위험을 제거하여야 하고 그 위험의 노출·방치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진다는 이른바 위험책임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불법행위 이론이다. 따라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초래하고 토양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환경오염의 경우에, 그 위험 원인행위자에게 최종적인 환경 회복·복원 책임을 지우는 법리는 불법행위법에서도 낯선 것이 아니다.
(2)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이 토양오염원인자에 대하여 오염토양에 대한 정화의무를 부담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토양오염의 위험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 의무는 토양오염의 위험에 노출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직접 부담하는 민사법적인 의무로 봄이 타당하다.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 오염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2조 제1호는 ‘토양오염’을 ‘사업활동 기타 사람의 활동에 따라 토양이 오염되는 것으로서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의3은 오염토양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화기준 및 정화방법에 따라 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4조의2에서 정한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의 기준’을 넘는 위법한 토양오염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이미 재산이나 환경에 피해가 발생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아 바로 같은 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의 정화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토양오염이 일단 발생하면 그것이 정화되지 않는 이상 오염 상태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신체나 재산 등에 대한 새로운 법익 침해의 위험성을 누적시키는 특성을 가지며,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배상과 오염토양 정화의무의 이행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오염토양의 정화의무가 이행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양오염의 확대나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발생은 사전에 예방될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토양생태계를 보전하려는 구 토양환경보전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위와 같이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정화의무는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는 ‘토양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의무와는 구별되는 것이므로, 정화의무와 관련하여 그 피해 배상의무의 범위 등에 관하여 논의할 필요가 없고 또한 그에 관한 논의를 가지고 정화의무 내지 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 달리 볼 이유는 없다.
다. 이와 같이 토지 소유자라 하여도 자신의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하여 제3자에게 유통하는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면 공법상으로나 사법상으로나 이를 정화·처리함으로써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
그런데 토지를 매수할 때 매수인이 오염토양이나 매립된 폐기물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어 환경훼손 원인행위자인 매도인과 그에 따른 대금감액 등 이해관계의 조정을 거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거래 당시 이루어진 이해관계의 조정 결과 내지 약정에 따라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을 처리하게 되고 그 처리비용도 그에 따라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그 거래당사자 사이에서는 환경훼손 원인행위자로서의 정화·처리 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이 논의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자기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자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매수인(이하 ‘악의의 매수인’이라 한다) 사이에 오염토양이나 매립 폐기물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약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은 그 당사자들 사이에서 채권적인 효력을 가질 뿐 그 악의의 매수인으로부터 전전 매수한 소유자(이하 ‘전득자’라고 한다)에게 당연히 그 효력이 미치지는 아니하며, 또한 위와 같은 약정의 대상이 된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이 존재하는 지하 부분에 대한 사용·수익의 권능이 전득자에게까지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다228 판결 참조).
따라서 환경훼손 원인행위자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양도하면서 매수인과 사이에 그 처리에 관한 특별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이행되어 실제로 정화·처리되지 아니한 이상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이 현존하는 상태의 토지를 취득한 전득자에 대한 관계에서 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 없고, 그 전득자가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의 정화·처리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오히려 이는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최종적인 책임을 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사안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일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기에 적절하지 아니한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그 경우에는 그와 같은 특수한 사정을 반영하여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를 가리면 될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 세아베스틸이 이 사건 매매 부지의 각 1/2 지분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할 당시 기산이나 피고 기아자동차가 이 사건 매매 부지 등에 폐기물이 매립되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 및 이 사건 매매 부지 등에 관한 토양오염이나 폐기물 매립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를 취득한 원고가 전득자라는 이유만으로 환경훼손 원인행위자인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라. 또한 토지에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토양이 오염된 경우와 달리, 폐기물은 유체물로서 토지에 매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토지에 결합되어 부합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어떠한 동산이 민법 제256조에 의하여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되는데(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동산의 부합을 소유권취득 원인의 하나로 보는 것은 동산을 분리하는 것이 사회경제상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생활환경을 오염·훼손시키는 폐기물은 구 폐기물관리법이 정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처리되어야 하며 토지에 임의로 매립하는 것은 금지되므로, 폐기물이 토지에 매립되었다 하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없고 반드시 토지에서 분리하여 적법하게 처리되어야 하며 그 분리 및 처리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따라서 폐기 대상인 폐기물은 이를 분리하여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며 부동산의 효용이나 가치 면에서도 유리하므로, 이를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는 일반적인 동산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쉽게 토지와의 부합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사건에서 기산은 이 사건 부지 지하의 공동구 등 지하 시설물들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상의 건물만을 철거하고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지하에 매립한 다음 복토 및 아스팔트콘크리트 피복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이와 같이 커다란 규모의 지하 시설물 등은 그 특정 및 분리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 매립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부지에 매립된 폐기물이 토지의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이 사건 부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부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면 종전 판례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그 폐기물을 매립한 원인행위자에 대하여 처리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마. 한편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므로,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된 날을 의미하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밝혀 왔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다수의견의 견해는 위와 같은 법리를 토양오염이 유발되거나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가 유통된 사안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러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바. 결론적으로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하여 환경을 훼손한 행위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이며, 그 원인행위자가 해당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소유권의 행사에 의하여도 용인될 수 없는 환경의 훼손 및 그 방치 행위의 위법성은 토양생태계의 보전, 국민건강 및 환경상 위해의 방지라는 공공적 성격과 사회정의 및 형평의 관념이라는 특수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다른 어떠한 위법행위보다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한다.
토양이 오염되고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음에도 쉽게 드러나지 아니하는 토지 환경오염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매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환경오염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여 그 정화·처리를 위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이를 단순히 환경훼손 원인행위자와 거래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 문제로 맡길 수 없고, 위법한 토양오염이나 폐기물 매립과 해당 토지의 유통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매수인 또는 전득자의 오염토양 정화 및 폐기물 처리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책임 소재를 합리적으로 가려 규율하여야 하며, 그렇지 아니하면 위법한 환경훼손 행위로 인한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불법행위책임의 정신에 어긋난다.
따라서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함으로써 환경을 훼손하고 그 훼손 상태를 방치한 채 토지를 유통하여 매수인을 비롯한 제3자로 하여금 그로 인한 위험에 노출시킨 경우에, 그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입는 피해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는 이와 같은 반규범적 행위의 불법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한편, 제3자가 입은 피해에 대하여 충분한 전보가 이루어지도록 함이 타당하다.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환경훼손 원인행위자에게 최종적인 정화·처리 책임을 인정하고 그 정화·처리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우는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환경 오염·훼손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기존의 법리와 조화를 이룬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정의관념에 부합함을 밝히면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마친다.
7.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의 법리에 의하여 토양오염 유발자나 폐기물 매립자의 현재 소유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새롭게 인정됨에 따라 생겨나는 체계의 혼란을 살펴본다.
자신이 소유하는 임야에 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자가 타인(제1매수인)에게 그 토지를 1억 원에 매도하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그 사이 지목은 대지로 변경되었다) 제1매수인이 공동주택의 부지로 사용하고자 하는 제2매수인에게 100억 원에 매도하였는데, 그 제2매수인이 오염토양을 정화하거나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 20억 원을 지출하게 된 경우를 상정하여 본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개발지역이 확대되고 지가가 앙등해 온 우리의 현실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례이다.
제2매수인이 최초 매도인을 상대로 정화·처리비용 20억 원을 청구하는 경우, 다수의견에 의하면 최초 매도인은 선의의 제2매수인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원심과 같이 70%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14억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매수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 100억 원을 받게 된 것은 수십 년이 경과하면서 지목이 변경되고 지가가 앙등하여 교환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동주택 부지로 사용된다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제2매수인이 2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는 사정이 발생되었다. 이와 같이 정화·처리비용의 발생원인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 사이의 거래에서 비롯되었고 최초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매도한 후에 발생한 지가상승과 개발이익 등을 포함하는 양도차익을 제1매수인이 독점함에도, 수십 년 전에 임야 상태 그대로 헐값에 매도한 최초 매도인에게 정화·처리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엘지투자증권과 사이에서 면책약정을 한 것처럼, 제2매수인은 제1매수인과 사이에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이 발견되더라도 제1매수인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설사 제2매수인이 제1매수인에 대하여 계약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제2매수인은 제1매수인에 대하여 그러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에 의하여 제2매수인은 최초 매도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14억 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 14억 원의 책임을 이행한 최초 매도인은, 제1매수인이 오염토양이나 폐기물 관련 위험을 인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매수인을 상대로 그 책임의 일부라도 부담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고 결국 오로지 그 자신이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에 의하면, 제2매수인의 선택에 따라 제1매수인의 책임을 면책하여 주는 한편 오로지 최초 매도인에게만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론은 당사자 사이의 형평에 반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만약 제2매수인이 최초 매도인을 상대로 14억 원의 배상을 받은 후에 제1매수인에 대하여 계약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20억 원을 청구한다면 법원은 얼마를 인정하여야 할까? 반대로 제2매수인이 제1매수인을 상대로 2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14억 원의 배상을 받은 후에 최초 매도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으로 20억 원을 청구한다면 법원은 얼마를 인정하여야 할까? 나중에 제기된 소송에서는 먼저 제기된 소송에서 배상받은 14억 원을 제외한 6억 원만을 인정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독립적인 기준으로 산정한 액수를 인정하여야 하는지가 문제 된다. 나중에 제기된 소송에서는 먼저 제기된 소송에서 배상받은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액수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인정한다면, 사전에 분배의 기준을 세워둬야 할 것이다. 각각의 소송에서 독립적인 기준으로 산정한 액수를 인정한다면 제2매수인은 자신이 지출한 정화·처리비용보다 과잉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법리는 이러한 분배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후에라도 구상 등을 통하여 조정할 장치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나, 최초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에 따른 책임을 인수시킨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최초 매도인은 제1매수인을 상대로 그 책임의 일부라도 부담시킬 아무런 권원이 없으므로 그러한 조정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이 점에 관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나.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이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가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반대의견에서 설명하였다. 이 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부연하기로 한다.
(1)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4조의2는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의 기준(이하 ‘우려기준’이라 한다)은 환경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5조 제3항은 우려기준을 넘는 토양오염이 발생한 경우 관할 관청이 오염원인자에게 오염토양 정화 등의 조치를 실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제10조의3 제3항은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뿐만 아니라,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도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때가 아닌 이상 오염원인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토양환경보전법 제4조의2, 제15조 제3항, 제10조의4 제1, 2항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현행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4는 제4항에서 정화조치 등 명령을 받은 정화책임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토양정화 등을 한 경우에는 다른 정화책임자의 부담부분에 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은 형평을 실현하는 기능을 갖는 사법(사법)만으로는 수행될 수 없는 ‘공공복리’, 즉 ‘토양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토양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 토양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목적(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조)을 달성하기 위하여 토양오염과 관련된 공법상 의무를 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곧바로 사인(사인) 사이의 정화의무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다만 다수의 정화책임자들 중 1인이 정화조치명령을 받아 자신의 비용으로 토양정화 등을 한 경우에는 다른 정화책임자의 부담부분에 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며, 오염유발자라고 하여 당연히 구상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2)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당해 오염원인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오염원인자의 타인에 대한 사법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위 조항에서 사인(사인) 사이에도 ‘정화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토양오염이 인정되면 그 자체로 이미 재산이나 환경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토양오염 유발자는 그 토지의 전전 매수인인 현재의 소유자에 대하여도 위 조항에 따른 민사법적인 정화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미 반대의견에서 설명하였듯이, 오염 그 자체를 원인으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예를 들어 그 오염이 인접 토지로 확대되어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오염원인자에 대하여 ‘위험책임’ 이론을 반영한 무과실책임을 지움으로써 그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거래관계 등이 매개됨이 없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위와 같은 피해자는 보호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다수의견처럼 정화비용을 지출하게 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이 조항에서 정한 피해자가 된다고 한다면, 현재의 소유자는 토양오염의 기준이 우려기준을 넘지 않는 경우에도 무조건 오염유발자에게 그 정화비용 상당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우려기준이 넘는 경우에만 공법상 정화책임을 부담하고 다른 정화책임자의 부담부분이 있다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제3항의 법리와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3)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형평의 실현을 통하여 정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법(사법)의 한계를 넘어 사실상 제재(제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의 정화의무가 같은 법 제15조 제3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법상 정화의무와 조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 즉 다수의견의 법리는 위 제10조의3 제1항의 무과실책임 규정의 확장 해석을 통하여 위 제15조 제3항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인정되는 공법상 정화의무의 범위를 초과하여 절대적이고도 불합리한 사법상 정화의무를 창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석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 폐기물 매립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이 폐기물 처리의무의 근거로 주장하는 소유물방해제거의무의 문제점에 관하여도 반대의견에서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그 분리 및 처리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폐기물은 토지에서 분리하여 처리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며 부동산의 효용이나 가치 면에서도 유리하므로 이를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는 일반적인 동산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쉽게 토지와의 부합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사실상 폐기물의 경우에는 토지와의 부합을 부정하고 그 매립자가 항상 현재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방해제거의무를 부담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산의 부동산에의 부합 여부를 그 부착·합체의 정도가 아니라 효용이나 가치의 정도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확히 결정되어야 할 소유권의 성립 여부를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과 같다. 부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객관적으로 그 동산이 부착·합체되어 있는 정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위 보충의견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 등에 의하더라도 부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부착·합체의 정도 외에 부합되는 동산이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도 고려하라는 것인데, 지하에 매립된 폐기물이 과연 그러한 동산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8.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시키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자가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에 의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위반하거나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를 위반하여 오염토양을 정화하거나 폐기물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유통되게 한 경우에는 전전 취득한 토지 소유자의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이론을 구성하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세아베스틸 간에는 다수의견이 근거로 삼고 있는 오염토양 정화의무와 소유물방해제거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거나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이 생기지 않으며, 설령 불법행위가 성립하더라도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1)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에 의한 오염토양 정화의무가 공법상 의무가 아니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밝힌 것처럼 민사법적 의무라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피고 세아베스틸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도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 본문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당해 오염원인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위 규정을 민법상 불법행위의 특칙으로 보는 것이라면, 토양오염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면 그 효과로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지는 것임이 위 규정의 문언상 명백하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토양오염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효과로 규정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역으로 토양오염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 구성하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이나 순환논법의 오류가 있다. 그리고 위 규정에서 ‘피해’는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환경상의 피해를 말하는데, 위 ‘피해’에 매매의 대상이 된 토지 자체의 토양오염이나 오염토양 정화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 규정에 따라 오염토양 정화의무가 발생하기 위하여는 매매의 대상이 된 토지 자체의 토양오염이나 오염토양 정화비용 외의 피해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에 관한 아무런 주장이나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 세아베스틸이 위 규정에 의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의 오염토양 정화의무가 불법행위의 효과로서 규정된 것이 아니라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의 특칙으로 규정된 것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피고 세아베스틸은 이미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 부지에 대한 사실상 지배권을 상실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제3항에서 ‘오염원인자에 의한 정화가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함은 이와 같은 사태를 예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달리 이 사건 매매 부지 소유자가 피고 세아베스틸에 이 사건 매매 부지에 대한 점유를 이전하면서 오염토양 정화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으로 피고 세아베스틸이 오염토양을 정화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는 한, 이미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한 피고 세아베스틸의 이 사건 매매 부지에 대한 오염토양 정화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세아베스틸은 이 사건 부지 지상에서 1973년경부터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토양오염을 발생시켰고, 1993. 12.경 이 사건 부지 중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매매 부지의 1/2 지분씩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원고는 그 후 이 사건 매매 부지를 전전 취득하였다. 그런데 2001. 3. 28. 법률 제6452호로 개정되어 2002. 1. 1. 시행된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23조에서 처음으로 오염원인자의 오염토양 정화의무가 규정되었고, 2004. 12. 31. 법률 제7291호로 개정되어 2005. 7. 1. 시행된 구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위 ‘제23조’가 ‘제10조의3’으로 조문 위치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위 오염토양 정화의무에 관한 규정이 피고 세아베스틸에게 소급하여 적용될 수 있는지와 별개로, 피고 세아베스틸로서는 주물제조공장 운영을 종료하고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할 당시에는 그 당시의 법률에 따라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부담하지 않았고, 또 그 후 8년이나 지나서 제정·시행될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에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자신이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세아베스틸이 이 사건 매매 부지를 매도하고 난 뒤에 제정·시행된 구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전전 매수인인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이유로 피고 세아베스틸이 불법행위자로서 오염토양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2) 대법원은 그동안 소유권이 방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위하여 인정되는 민법 제214조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은 그 방해하는 사정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상대방으로 하여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66. 1. 31. 선고 65다218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54951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다27663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방해하는 사정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는지는 그 방해를 발생시켰다는 사실과는 무관하므로, 현존하는 방해상태를 지배하는 자만이 그 방해배제청구권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세아베스틸은 1993. 12.경 이 사건 매매 부지를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하였고,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매매 부지에 대하여 사실상의 지배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민법 제214조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한 형태로 폐기물 제거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피고 세아베스틸을 상대로 그와 같은 제거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세아베스틸에게 민법 제214조에 의한 폐기물 제거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다수의견이 피고 세아베스틸에게 폐기물 제거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3) 설령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에 의한 오염토양 정화의무를 위반하거나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무 위반과 불법행위의 성립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서, 위와 같은 의무 위반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토양오염을 유발시키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토지 소유자가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오염토양 정화의무 또는 폐기물 제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정화의무 또는 제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고의나 과실, 위법성, 손해의 발생, 인과관계 등 다른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 별도로 인정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4) 만약 다수의견이 피고 세아베스틸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거나 매립된 폐기물을 제거하지 않은 채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여 유통시킨 행위 자체가 매수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라면,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성립하더라도 매매의 대상 토지 자체에 대한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은 피고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매매 부지 자체에 생긴 손해로서 이 사건 매매 부지의 매도 당시에 이미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소가 제기될 무렵에는 이미 10년이 지나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무릇 토양오염이나 폐기물 매립으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건강 등에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에 의한 책임이나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그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원고의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이라는 손해는 매매의 대상 토지 자체에 생긴 재산상 손해일 뿐이고, 이러한 손해는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의 ‘피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가 토양이 오염되거나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를 유통시킨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건강 또는 매매의 대상 토지가 아닌 타인의 다른 재산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와 매매의 대상 토지 자체에 대한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과 같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뿐인 경우를 구별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은 후자에 해당하므로, 후자에 한정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원고의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1항의 ‘피해’ 배상의무와 구별하여 논의하면서도 그 설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 이론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오염토양 정화비용은 물론이고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위 ‘피해’에 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환경오염·훼손에 대하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고,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도 그러한 추세를 반영한 규정임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불법행위책임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서 문제 되는 일반적인 책임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을 요한다. 그런 점에서 환경오염·훼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수의견은 환경오염·훼손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목적에 집착하여 실정법의 해석은 물론이고 불법행위 이론과 전체 법체계에 맞지 않는 무리한 법리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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