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삶의 도구로 되돌려 놓자” | ||||||||||||||||||||||||||||||
화정도서관 인문학 강의에 초대된 엄기호 사회학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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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공부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시대
“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은 불가피하다’라는 말에 동의하고 자신만의 안전을 도모하며 타인의 고통에 침묵할 때 우리는 제 이웃을 뜯어먹으며 외면하는 괴물이 된다. 백성의 한쪽은 먹이로, 다른 한쪽은 괴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위험과 안전으로 양극화하여 통치하는 국가다.”- 엄기호의 『단속사회』중
지난해 출간된 『단속사회』를 통해 동일성에 대해 끊임없이 과잉접속하고, 타자성에 대해서는 과잉 차단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갈파했던 엄기호 사회학자<사진>가 지난달 23일 화정도서관 ‘인문학을 권함’의 강사로 초빙됐다. 그는 ‘가르칠 수 없는 것, 배움의 기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이날 강의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은 대개 ‘학교 공부와 입시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며 억지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착각일 뿐이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공부만 아니면 수업시간에 퍼져 자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고, 점심시간에 공짜로 밥을 주는 학교는 너무나 즐거운 공간이다.
공부중독에 빠져버린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사실 삶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위험이 따르고 크고 작은 상처도 입기 마련이다. 그런 위험과 상처가 두려워 공부중독에 빠진 우리의 삶은 ‘공부의 식민지’로 전락해버렸다.
학교는 망했다
온갖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공부를 위한 공간도, 삶을 위해 공부를 하는 공간도 아니다. 학교는 망했다. 설혹 대학을 간들 뭐하나. 연세대 졸업식장에 걸려있던 ‘연대 나오면 뭐하나 백수인데’라는 플래카드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멋지게 살기 위해 공부하자
멋진 삶이란 무엇인가?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을 쓰는 사람을 멋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아무 옷이나 툭 걸쳐도 멋진 사람이 있다. 왜일까?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 때문이다. 자기만의 고유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공부는 자유에 이르는 것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 수학이 아니라 오히려 스포츠(체육) 교육이다. 육체활동을 통해 내 몸에 집중하면서 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며 배우고 익히고 생각함으로써 자유에 이르는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공부를 삶의 도구로 되돌리자
삶이 공부의 식민지가 되어버려 점점 더 찌질해져 가는 세상. 이제 공부를 삶의 도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재주가 아니라 묻고 또 묻는 것이 이번 생의 이유’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덕성여대 문화인류학 강사. 펴낸 책으로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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