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3년 먹구름 사라지고… 꽃피는 태양광

  •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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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14 03:01

    [태양광 발전 原價=화석연료 발전 原價… 바야흐로 '그리드 패리티' 시대 눈앞에]

    "석탄 안되겠다"스모그 몸살 중국… 올해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설
    일본 原電사고 이후 발빠른 준비

    中 업계 구조조정, 공급과잉 해소…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 가격 올라

    3년여간 침체기를 겪어왔던 태양광발전(發電)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가 수익성 개선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발전의 가능성만 보고 제각기 뛰어들었던 전 세계 태양광발전 관련 업체들에서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중국·미국·일본·인도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올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이 석탄의 대안(代案)으로 태양광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전의 비중을 줄이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체 구조조정에 공급과잉 해소

    지난 7일 중국의 태양광 모듈(module·태양전지를 이어붙여 만든 판) 업체 상하이 차오리솔라(Shanghai Chaori Solar)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2년 전 발행한 10억위안의 회사채에 대한 이자 8980만위안(약 16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업체의 부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중국 내 회사채 시장에서 발생한 첫 부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 상반기부터 태양광 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금융 지원을 철저히 제한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곽진희 애널리스트는 "생산 규모가 큰 대형 업체들은 이익이 개선되고, 중소 업체들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투갈 아마렐레자(Amareleja) 지역에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기업 악시오나(Acciona)가 세운 태양광발전 설비. 2.5㎢(약 76만평)의 대지에 태양전지를 빽빽이 배치해 3만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당 9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한다.
    포르투갈 아마렐레자(Amareleja) 지역에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기업 악시오나(Acciona)가 세운 태양광발전 설비. 2.5㎢(약 76만평)의 대지에 태양전지를 빽빽이 배치해 3만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당 9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한다. /블룸버그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태양광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폴리실리콘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폴리실리콘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다. 2012년 10월에 1㎏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 폴리실리콘 평균 가격은 이후 줄곧 15~18달러대를 맴돌다가 올 1월 15개월 만에 2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달 들어선 22.6달러를 기록하는 등 계속 상승세다. 업계에선 연내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대 후반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好材)를 기회 삼아 폴리실리콘 공급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 다시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존 메이저 업체들이 증설을 결정한다고 해도 양산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데다, 2008년만 해도 1㎏당 400달러에 육박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몇 년 새 15달러까지 폭락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무작정 양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美·日서 태양광 주목

    태양광발전은 전기 요금이 비싼 유럽·미국 등지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 요금이 싼 데다 일조량(日照量)도 많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OCI·신성솔라에너지·현대중공업·STX솔라 등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회복세 접어든 폴리실리콘 가격. 늘어나는 글로벌 태양광 발전 수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산업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1만2278메가와트(MW)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일본(9343MW)·미국(4327MW)·독일(2500MW)·인도(1124MW) 등의 순으로 수요가 높다. 한국은 330MW 수준이다.

    올해부턴 대체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화석연료 발전 원가와 같아지는 본격적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키워드)'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는 이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 일조량이 풍부한 중동, 아프리카 등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20년쯤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신재생에너지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석탄·석유·가스·원자력·수력에너지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풍력·태양광을 비롯한 기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태양광은 2011년 전체 에너지 비중의 1.3%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2035년엔 7.1%로 확대돼 석탄·가스·수력·풍력에 이은 5번째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 화석연료의 가격이 오를수록,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시점은 빨리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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