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스마트폰 케이스 글로벌 강자 슈피겐코리아의 급성장 비결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설립한 지 6년밖에 안 된 ‘슈피겐코리아(슈피겐)’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액세서리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네오하이브리드’, ‘슬림아머’, ‘터프아머’ 등 이 회사의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웹사이트 인기도 순위를 집계하는 ‘알렉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 중 슈피겐은 세계 3위, 미국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아이폰6 출시 후 슈피겐의 진가가 드러났다. 미국 아마존 사이트 아이폰6용 스마트폰 케이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0위 안에 슈피겐 제품 9개가 이름을 올렸다. 슈피겐이 중소기업의 한계를 벗고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한 이유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DBR 183호(8월 2호)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국내 대신 ‘해외 시장’ 집중 공략
슈피겐은 처음부터 타깃 시장을 국내가 아닌 북미 시장으로 정했다. 내수 시장에 만족하고 있는 다른 중소 케이스 업체들과 차별화된 행보다. 북미 시장의 규모가 큰 데다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보급된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경영진의 욕심이 컸다. 특히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 김대영 슈피겐 대표는 처음부터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할 게 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내 다수의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이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반면 슈피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슈피겐의 최근 3년간 성적표는 화려하다. 매출액은 2012년 526억 원, 2013년 665억 원, 2014년 1420억 원으로 3년 사이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160억 원으로 100억 원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48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3개년 미국 내 평균 매출 성장률은 무려 199%에 달한다. 미국 온라인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점유율도 7%대까지 상승했다.
○ 달콤한 B2B 유혹 뿌리치다
다른 국내 경쟁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이 부침을 겪을 때 슈피겐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업 초기부터 B2B 비즈니스를 과감히 포기한 김대영 대표의 결단력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다수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 때 특정 회사와 손잡고 그 회사 제품에 맞는 케이스나 액세서리만을 개발해 공급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업 모델은 제조업체들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해당 업체의 스마트폰이 판매 부진을 겪을 경우 액세서리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단가를 낮추라는 압력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슈피겐은 사업 시작부터 과감하게 B2B 사업을 포기하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만 집중했다.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기업의 장기 비전을 봤을 때 단말기 업체와 종속관계로 엮이는 것은 기업의 영속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선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콤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든 제조업체들이 저마진, 저성장의 악순환을 겪는 사이 슈피겐은 온라인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 철저히 현지화한 디자인으로 승부
글로벌 시장 진출은 쉽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지만 슈피겐은 초기 큰 실패를 경험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미국 소비자들은 슈피겐의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슬림한 분홍색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김 대표는 실패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쓰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관찰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어떤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호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2년에는 아예 미국 휴대전화 대리점 하나를 인수했다. 미국 고객의 취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직원들을 적극 채용했다.
직원이자 현지 소비자이기도 한 이들을 채용해 연구개발(R&D)센터 등에 배치해 미국 소비자의 취향 파악에 나선 것. 결국 김 대표는 지금까지 슈피겐이 내놓은 모델들이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슈피겐은 초기 미국 시장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아기자기한 제품을 내놓았다.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승부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택할 때 ‘디자인’보다는 ‘보호력’에 더 중점을 뒀다. 또 플라스틱 재질보다는 강한 메탈 느낌의 재질을 선호했다. 이후 슈피겐은 디자인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짰다. 색깔과 모양에 중점을 뒀던 제품에서 벗어나 보호력이 뛰어난 튼튼하고 남성적 느낌이 나는 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강하고 튼튼해 보이는 신제품들은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 신속한 신제품 출시
슈피겐은 지난해 아이폰6 출시 후 급성장했다. 아이폰6 출시 후 재빨리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해 초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이는 슈피겐의 발 빠른 제품 기획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슈피겐은 아이폰6가 시장에 나오기 전 이미 아이폰6용 케이스 개발을 완료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 출시 전 개발자 사이트에 기본 하드웨어 스펙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슈피겐은 관련 액세서리를 개발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해외 시장에 진출하지만 슈피겐코리아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과 기타 해외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라며 “해외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면 한국에서 성공했을 때보다 브랜드파워가 더 올라가게 되고 프리미엄 제품이란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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