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2.14. 선고 201220953 판결

[현상변경등불허가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문화재 주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공사 등을 제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2] 한국전력공사가 하남 이성산성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설치된 기존 철탑을 신형 철탑으로 교체하기 위하여 문화재청장에게 이를 허가해 달라는 취지의 국가지정문화재 형상변경 등 허가신청을 하였으나 문화재청장이 위 신청을 불허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문화재보호법 제13조 제1, 3, 35조 제1항 제2, 36조 제2,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2항 제1() [2] 문화재보호법 제13조 제1, 3, 35조 제1항 제2, 36조 제2,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2항 제1(), 행정소송법 제27

전 문

원고, 상고인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이재환 외 1)

피고, 피상고인문화재청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원심판결서울고법 2012. 9. 11. 선고 2012139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제2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2은 허가사항 중 하나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해당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행위’[1()]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란, 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하여 시·도지사가 문화재청장과 협의하여 원칙적으로 지정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안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지역을 말하는데(문화재보호법 제13조 제1, 3), 문화재보호법 제36는 위 허가기준 중 하나로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하지 아니할 것’(2)을 들고 있다.

문화재는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크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여 보존·관리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 자체뿐만 아니라 그 주변 자연경관 등과 같은 역사문화환경 역시 함께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에 따라 문화재 주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공사 등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건설공사 등으로 인한 문화재의 훼손가능성, 문화재 보존·관리에 미치는 영향 등의 공익적 요소와 그 건설공사 등의 내용, 건설공사 등의 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 정도 등의 사익적 요소를 비교·교량하여야 하고, 그 비교·교량은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남 이성산성은 삼국시대 신라가 한강유역을 확보한 후 신주(신주)를 설치할 때 주성(주성)의 목적으로 하남시 춘궁동, 초일동, 광암동 등에 걸쳐 있는 해발 209.8m의 이성산에 높이 45m, 둘레 1,844m로 축조한 포곡형(포곡형) 석축산성으로서 북서쪽으로 한강 유역, 아차산, 풍납토성, 몽촌토성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그 동안 실시된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를 통하여 삼국시대 건물지와 부대시설, 각종 토기 등이 발견되는 등 역사적 중요성이 인정됨으로써 2000. 9. 16.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422)로 지정되었고, 아직까지 발굴이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이다.

이성산성의 외곽경계로부터 반경 약 500m 거리 내에 있는 지역은 이성산성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한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피고는 2006. 6. 23. 문화관광부령 제137호로 개정된 구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시 그 보존지역에 대한 현상변경 등 행위의 범위를 고시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2008. 7. 10. 이 사건 보존지역에 대한 이 사건 현상변경허용기준을 고시하였는데, 거기에서는 위 보존지역을 4개의 구역으로 구분한 다음, 각 구역별로 건축물 등의 신축 및 재·개축 허용 여부, 건축물 등의 최고 높이와 층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보존지역 남쪽 경계선 부근으로는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그 안쪽으로는 서하남로(왕복 4차로)가 각 동서 방향으로 통과하고 있고, 위 도로 사이에는 춘궁저수지가, 서하남로를 따라 좌우에는 이성산성 진입로, 각종 음식점과 사업장 건물들, 2개의 송전선로와 이를 지지하기 위한 수개의 철탑 등이 위치하고 있다.

원고는 정부가 자본금의 51% 이상을 출자한 시장형 공기업으로서 전력자원의 개발과 발전, 송전, 변전, 배전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원고는 하남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1979년경 설치된 이 사건 송전선로(2개의 송전선로 중 서하남로 남쪽에 위치한 것이다) 중 춘궁저수지를 통과하는 부분의 지상고가 내부규정으로 정한 19m보다 낮은 11m에 불과하여 낚시대, 낚시줄 등과 접촉하는 사고가 빈발하자 자칫 인명피해나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아 춘궁저수지 옆 하남시 춘궁동 (지번 생략) 등 부지에 설치된 높이 34m의 이 사건 기존 철탑을 높이 46m의 신형 철탑으로 교체하여 위 송전선로의 안전 지상고를 확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공사를 실시하기로 계획하였다.

이 사건 공사 계획에 의하면, 이 사건 기존 철탑 바로 옆 부지에 가설철탑과 가설선로를 설치하여 전기공급을 계속하면서 이 사건 기존 철탑을 신형 철탑으로 교체한 후 가설철탑을 철거하고 가설선로를 신형 철탑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철탑 형태를 삼각주에서 원통형으로 변경하여 바닥너비를 7m에서 2.5m로 줄이며(다만 철탑 부지면적은 변경이 없다), 공사에 제공되는 부지면적은 1,097(=작업장 및 가설 철탑 부지면적 978㎡+이 사건 신형 철탑 부지면적 119), 공사기간은 약 3개월이다.

이 사건 현상변경허용기준에 의하면, 위 공사면적 중 557(작업장 및 가설 철탑 부지 중 일부이다)는 건축물 등을 신축할 수 없고, 기존 건축물 등 개·재축만이 가능한 제1구역에 속하고, 나머지는 전부 평스라브 지붕의 경우 최고높이 11m 3층 이하, 경사지붕(경사 3:10 이상)의 경우 최고높이 15m 3층 이하로 제한되는 제3구역에 속한다.

이 사건 공사 부지는 이성산성 외곽 경계로부터 남쪽 450m 지점 평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에 사업장 건물 등이, 서쪽에 춘궁저수지가, 남쪽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북쪽에 서하남로가 위치하고 있다. 이 사건 공사 부지와 이성산성 사이에는 수목이 숲을 이루고 있는 구릉이 형성되어 있어 양쪽 모두에서 서로가 육안으로 관찰되지 아니하며, 이성산성 최정상부에 설치된 산불감시초소나 기타 산성 내 다른 지점에서 이 사건 기존 철탑은 보이지 아니하고, 다른 철탑들과 주변 건축물만이 관찰된다.

원고는 2011. 6. 1.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 부지에서 이 사건 공사를 실시하는 것을 허가하여 달라는 취지의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11. 7. 19.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문화재 주변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부결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위 신청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이 사건 공사는 기본적으로 송전선로의 안전 지상고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존 철탑을 그 보다 12m 높은 신형 철탑으로 교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성산성에서 이 사건 기존 철탑은 조망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신형 철탑이 조망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나 이미 다른 다수의 철탑들과 건물 등이 조망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설령 12m 부분이 새로이 조망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사 부지면적 중 건축물 등의 신축이 금지되는 제1구역에 속하는 557를 포함한 978는 작업장 및 가설 철탑 부지로 임시 사용되는 것에 불과하고, 3구역에 속하는 나머지 철탑 부지면적은 종전과 변경이 없는 점, 이 사건 공사부지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이성산성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하여 지정된 보존지역에 속할 뿐이므로 공사과정에서 미발굴 매장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고,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자 등은 그 사실을 신고하여야 하고, 신고하지 아니하고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현상변경허용기준은 이 사건 보존지역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에 관한 인가·허가 등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해당 건설공사의 시행이 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데 필요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행정행위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자체로 문화재보호법 제36가 정한 허가기준을 법정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일반 건축물 등이 건축된 경우와 달리 이 사건 기존 철탑이 교체되었다고 하여 인구나 교통량이 증가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감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나 대규모 정전사태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안전 지상고 확보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별다른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성산성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라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재산권 행사의 자유뿐만 아니라 감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나 대규모 정전사태 예방이라는 또다른 공익보다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의 허가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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