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암에 걸리고,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암으로 죽습니다.
여러분 중에 누군가는 암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나만 해도 지금까지 전처, 장인, 친구 등 주변의 여러 사람을 암으로 잃었습니다.
나도 암환자입니다.  2007년 말 방광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했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국가적 정책 목표로 ‘암극복’을 내걸었습니다.
1940년대 원자폭탄개발이나 1960년대의 우주개발때처럼 나라의 예산과 지적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붙는다면 10년 안에 인류 최대의 난치병인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1조 엔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암 정복이란 골인 지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을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는 한층 난해해지고 암 연구는 혼미를 더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2008년 9월 15일자)’가 암과의 전쟁 총괄한 ‘우리는 암과 싸웠다. ...
그러나 승자는 암이었다 (We Fought Cancer ... And Cancer Won>라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요?)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암은 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여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병입니다. 이는 암의 근본구조와 관련한 중대한 부분이므로 반복해서 말하는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완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암과 아무리 철저하게 싸우려고 작정해도 그 투쟁은 대개 헛고생으로 끝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암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끝까지 싸운다’가 아니라
‘암과 공생한다’고 할까. ‘암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암이 흉포하게 날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동시에 암을 철저하게 타도해서 완치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는 ‘진행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깨끗한 치료도 요구하지 않으면,
그저 증상이 악화도 개선도 되지 않는 안정 상태 (종양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불변 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와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여하튼 나는 현재 그렇게 생각함을
말해둡니다.

 

 

 (세계 암 연구 유명 연구진을 만난 결과는)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암과의 투쟁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암 극복이란 골인 지점까지는
얼마나 더 달려야 합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나의 질문에 모두들 진지하게 답해주었지만,
10년, 20년이면 극복될 거라고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10년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제약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짧게 잡아도 20년이나 30년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태반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일흔 살이니, 그 대답은 곧 내 살아생전에
암이 극복될 희망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암은 세포의 병입니다.

 

정상 세포가 미쳐버려 무한증식 능력을 가진 암세포가 되는 병입니다. 정상 세포는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과정을 거듭하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 세포인데,

 

암세포는 죽지 않습니다.

 

불사의 세포입니다.

 

죽지는 않고 그저 증식만 계속할 뿐입니다.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면 그 자리에 집적되어 혹 같은 세포덩어리가 됩니다.

 

그것이 종양입니다.

 

세포 증식이 어느 한계에 머물고 어떤 경계선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양성 종양입니다.

 

그러나 경계선을 넘어 종양이 계속 커지면 악성 종약, 즉 암이라 불립니다.


 

암은 유전자의 병, DNA가 미쳐서 일어나는 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세포 증식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규칙적으로 일어나며, 착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습니다.
세포 증식 자체는 세포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정상적인 생리 과정입니다.

 

세포가 어느 한도 이상으로 증식하면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아폽토시스 Apoptosis, 세포자살)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므로, 암이 되지 않는 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는 일은 없습니다.

 

 

세포 증식을 그렇게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는 병이 암입니다.

 

이상 증식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제동이 걸려야 마땅한데,

 

그게 안 되는 병입니다.

 

정상적인 유전자의 기능은 전부 DNA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그 포로그램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프로그램 자체가 착란을 일으키는 DNA의 병이 암입니다.


 

 

인간의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세포는 그 사람 특유의 세포 설계도인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DNA는 그 사람의 유전자 집합체이며,

 

그가 가진 세포들의 운명을 관장하는 설계도입니다.

 

어느 세포가 어느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그의 몸 어느 부위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가 전부 DNA에 적혀 있습니다.


 

 

기억이든 DNA 설계도든 복제를 계속하다 보면 반드시 복제 오류가 생기고 착오가 발생하게 됩니다.
DNA의 복제 실수는 다양한 생리적 기능부전으로 발현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암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지만, DNA 복제 오류에 의한 변이의 축적이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여겨집니다.


 

 

암은 기본적으로 무서운 병입니다.

 

본질적으로 불치병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암은 기본적으로 암세포 10억개 이상이 덩어리를 이루었을 때(무게로 1그램, 직경은 1cm)가 검출 한계이며, 그 이하의 암세포 덩어리는 육안으로 발견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초음파나 CT, 내시경 등의 진단법이 발전하여, 2~5밀리미터 크기의 결절이나 용종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검출되지 않아도 그 이하의 암(마이크로 발현상태, 혹은 미세전이 상태)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암은 어느 정도 크기가 되기 전까지는 환자에게 아무 자각증상도 주지 않습니다.(무증상)

 

약간의 자각증상이 있어도 나중에 지적을 해야 비로소 깨닫는 정도의 증상이 고작이며, 기분탓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수긍할 만한 정도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므로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말을 들을 만큼 크게 자란 경우가 흔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증상도 없는데 전전긍긍하며 뻔질나게 검사를 받는다면, 이번에는 X선 부작용으로 되레 새로운 암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서문
감수자의 말

제1장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암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기존의 암 프로그램과 선을 긋다

암은 유전자의 질병

발견할 수 없는 미세전이

투명 망토를 획득하는 능력

암은 사람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암의 경로 지도

발암물질설과 암 바이러스설

엄중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완치란?

대부분은 상피암

점막은 외부의 적과 싸우는 주전장

항암제는 독

나는 분투하지 않는다

진보한 완화 치료

완화치료 개념의 패러다임 전환

암 치료의 한계와 대체 요법

모든 수를 다 써보았다

매크로파지의 배반

암의 시작

전이의 수수께끼

고령자에게 암이 많은 또 다른 이유

거금이 드는 대체 요법

치쿠시 데츠야의 죽음

황금 지푸라기가 넘쳐나는 세계

의사는 환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도즈카 요지의 메일

열쇠와 열쇠 구멍

맞춤형 의료

암은 혈관을 만들어낸다

암이 끈질긴 이유

암과 생명 진화

암에 져도 인생에서는 이길 수 있다

축복으로서의 죽음

생명의 고리


 

제2장 나는 암 수술을 했다

1. 선고

그냥 척 봐도 방광암인 줄 알겠네요

적갈색 혈뇨

말기일 가능성은?

방광암의 향방을 놓고 벌어지는 첫 전투

마츠다 유사쿠의 선택

방광전적출의 가능성도 있었다

암과의 동거는 계속된다


 

2. 주치의와의 대화

병실 생활

암과 처음 만나다

전처의 암 투병

암과 싸우는가 의사와 싸우는가

거대 폴립이 발견되다

 

카메라 앞에 내 몸을 드러내기로 하다

수술 하루 전의 인폼드 콘센트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블링타임 3개월이 의미하는 것


 

3. 방광에 메스가 들어갈 때

도쿄대병원이란 세계

세이요켄과 암스트롱포

 

이동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가다

온몸이 스파게티 상태

모니터에 수술 중인 몸속이 보이다

내시경이 방광에 들어가다

요도 관광

암세포를 깎아내다


 

4. 암이라는 적의 정체

애초에 암은 무엇인가

나이가 들면 암에 잘 걸린다

도뇨 카테터 장착

하루 100리터의 폐액

고마운 신장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는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암을 가지고 있다


 

옮긴이의 말

부록 NHK스페셜_ 방송대본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자신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다치바나 다카시, 정말 이 사람은................

 

이 책을 보다보면

 

암이 인간의 기원때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애기가 나온다

 

암은 결국 인간과 대결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인가?

 

 

책 내용은 객관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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