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에 330㎡(약 100평) 땅을 가진 A씨. 그는 기존 낡은 단독주택을 철거하고, 목재 기둥과 기와를 갖춘 한옥을 새로 지었다. 건축 면적은 93㎡(약 28평). ‘ㄷ’자형 한옥으로 침실 3개와 화장실 2개를 넣고 방과 부엌에는 붙박이장도 달았다. 아파트에 사용하는 단열재도 사용했다. 총 건축비는 2억7000만원 안팎. 문화재청의 한옥 건축 보조금(1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A씨가 실제 들인 돈은 1억5000만원 정도다. 경주·공주·부여·익산 등 고도(古都)에 한옥을 지으면 정부가 건축비 일부를 보전해 준다.

 


이 집은 한옥 전문인 ‘정담한옥’의 안봉균 대표가 설계에 참여했다. 그는 12년 동안 한옥 240여채를 설계한 베테랑이다. 안 대표는 땅집고가 다음달 9일 개설하는 ‘건축주대학-한옥 건축 마스터 클래스’ 과정에 강사로 참여한다. 그는 “부여읍 한옥은 최신 건축자재를 활용해 단열 효과를 높이고, 현대인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공간 활용성을 최대한 살린 현대식 한옥의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단독주택 시장에서 한옥이 주목받고 있다. 한옥은 우리나라 전통 주택이지만 문화재라는 인식이 강했을 뿐, 실제 내 집을 한옥으로 짓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한옥은 불편하고, 건축비가 비싸다’는 편견이 강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한옥 설계 방식을 비롯해 시공법, 건축자재 등이 발달하면서 한옥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

충남 부여군에 있던 낡은 단독주택을 철거하고 지은 한옥 주택. /정담한옥

 

주방 가구를 입식으로 배치(왼쪽)하고 현대식 욕실(오른쪽)을 설치해 한옥이지만 아파트 못지않게 생활이 편리하다. /정담한옥

 


◇편의성·단열·비용 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한옥이 외면받았던 3가지 이유로 편의성·단열·건축비를 꼽는다. 우선 한옥은 주택 내부 평면을 구성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과거에는 국산 소나무를 썼는데, 나무 자체의 길이가 짧고 목질이 약한 단점이 있었다. 그 결과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이 2.4~2.7m에 불과해 건물 폭이나 방 크기를 건축주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벽은 대나무 쫄대를 엮어 진흙과 볏짚으로 미장하는 것이 전통 방식이었는데, 현대식 주택과 비교하면 단열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끝으로 기와 등 대부분 자재는 수공업 방식으로 생산하는 바람에 건축비가 3.3㎡(1평)당 최소 1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요즘 짓는 한옥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현대식 한옥의 목재는 대부분 캐나다산 소나무인 ‘더글러스’를 사용한다. 통상 300~600년 된 소나무를 잘라 사용하는데, 더글러스는 길게 자라는 데다 강도가 좋아 기둥 간격을 약 4m까지 늘릴 수 있다. 덕분에 한옥에서도 아파트 평면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단열재도 아파트에 쓰는 소재(경질 우레탄폼 등)를 쓴다. 창호도 단열 효과가 높고 편리한 시스템 창호를 쓴다. 기와 등 건축자재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소재로 바뀌었다.

한옥 마스터 클래스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는 박재원 하루한옥 대표는 “일반 건축주가 짓는 한옥은 현대적인 건축 소재와 공법을 적용하면서 건축비가 대체로 중상급 양옥 단독주택 건축비(3.3㎡당 700만~800만원) 정도로 내려 왔다”고 말했다.

 

 

 

◇한옥도 리모델링 가능…건축비 40% 절감

최근 짓는 한옥에는 새로운 설계 트렌드도 생겼다. 집을 빙 둘러 쪽마루를 설치하는 것이다. 쪽마루는 툇마루의 약식 개념으로, 갑자기 방문한 손님을 모시거나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꼽힌다. 쪽마루는 건축 면적에 산입이 안되면서도 비용도 저렴(1평에 240만원 안팎)해 인기가 있다.

노후 한옥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초 공사비용이나 나뭇값이 줄어 신축 대비 건축비가 최대 40% 정도 덜 든다. 한옥 리모델링의 경우 목구조만 남겨두고 창호, 벽지, 지붕 등을 전부 뜯어내 교체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부엌이나 화장실 등 재래식 주택 구조를 현대 입식으로 바꾸는 것도 빠지지 않는 공정이다.

 

다만 한옥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가 멀쩡해야 한다. 안봉균 대표는 “리모델링하려면 일단 골조를 이루는 나무가 멀쩡해야 하는데 노후 한옥은 흰개미가 갉아먹어 나무 속이 텅 비었거나 나무 자체가 썩었다면 힘들다”며 “리모델링 의뢰를 받아 현장에 가보면 절반 이상은 리모델링이 어렵다”고 했다.

최근 새로 지은 한옥은 편리성과 전통 미를 함께 갖춰 건축주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박재원 대표는 “양옥은 새로 지었을 때 가장 아름답고 건축주 만족도가 높지만, 목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물 자체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이 살아나는 특성이 있어 건축주의 만족도 역시 오래 지속된다”며 “집을 지을 계획이 있다면, 양옥과 함께 한옥도 적극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25/20210525004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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