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과수 '人蔘 지문' 찾았다


 

이정원사회부 기자E-mail : jardin@chosun.com

입력 : 2015.08.24 03:06

      

 

 


 


원산지마다 동위원소 비율 달라

도난 인삼 확인에 큰 도움


 

 


 

작년 10월 충북 음성경찰서는 인삼밭 7곳을 돌며 1t이 넘는 인삼을 훔친 곽모(43)씨 일당을 붙잡았다. 시가 5000만원에 달하는 양이었지만 피해 농민들은 도둑맞은 인삼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다. 곽씨가 팔아버린 인삼을 경찰이 추적했지만, 어떤 인삼이 장물(贓物)인지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원산지를 밝히기 위해 경찰이 전국 각지에서 압수한 도난 인삼이 차곡차곡 쌓인다. 국산으로 알고 산 인삼이 중국산인지 확인해 달라는 의뢰까지 포함해 매년 인삼 원산지 관련 의뢰는 20~30건에 이른다.

 

 


 

하지만 국과수는 그동안 대부분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국과수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인삼의 산지(産地) 등을 규명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인삼 원산지 추적에 어려움을 겪던 국과수가 최근 인삼의 '화학적 지문(chemical fingerprinting)'을 이용해 원산지를 추적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국과수 화학분석과 관계자는 "같은 종(種)의 인삼도 재배 지역이나 사용된 비료에 따라 토양에서 흡수하는 동위원소 함량비가 다른 점을 이용하는 분석 기법"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연구 과정에서 6개 지역(강화군·파주시·김포시·영주시·화천군·충주시)에서 재배된 인삼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안(강화·김포·파주)에서 재배된 인삼은 내륙(영주·충주·화천) 인삼보다 수소와 산소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바다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비율이 높아 강화산 인삼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난 인삼이라도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율이 사용된 비료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민지숙 국과수 화학분석과장은 "재배된 지역과 농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고유 특성을 이용해 인삼이 자란 곳을 역추적할 수 있다"며 "주요 인삼 산지와 농장별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면 장물 인삼의 원래 주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삼 산지별 동위원소 비율 데이터가 수집되면 값싼 중국산 인삼 모종을 수입해 국내에서 1년 정도 키워 국산 인삼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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