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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급 아파트 '탁상감정'으로 전세보증금도 안 되는 평가액 산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서울 용산구의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의 분양 전환가격을 낮게 감정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감정평가사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는 29일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N감정평가법인 전 대표 김모(5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같은 법인 소속 감정평가사 류모(46)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J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인 또 다른 김모(50)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성과수당 등 명목으로 분배받기로 한 범죄수익 각각 2천700만∼3천2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함께 기소된 전 한남더힐 분양전환 대책위원장 윤모(67)씨에게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N감정평가법인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와 윤씨 등의 잘못된 행동으로 감정평가 업무의 공공성 또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고, 아파트 분양전환 절차에도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사의 의뢰로 감정평가를 진행한 법인이 평가 금액을 시행사에 유리하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임차인 입장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하려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집행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 등 3명은 2013년 9∼11월 윤씨로부터 분양전환 가격을 최대한 낮게 평가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5억8천9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실제로는 감정을 하지 않은 채 '탁상감정'을 통해 아파트 전세보증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평당 가액'을 사업 제안서에 써내고 이를 바탕으로 감정평가 업무를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평가액에 맞추기 위해 낡은 주택만을 골라 가격을 비교하는 등 비정상적인 가격 산출 방법이 사용됐다. 이에 따라 분양 전환 대상 600세대의 감정평가 금액은 실제 2조원을 훌쩍 넘었어야 하지만 1조1천620억원으로 매겨졌다.

한편 2014년 한남더힐의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7월 두 감정평가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건에 연루된 감정평가사들에게 최장 1년 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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