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정 법

 

 

 

김유환(고대 법대, 행시 제 36회)

 

 

 

Ⅰ. 들어가며

 

 

모든 학문이 학문이라는 점에서 방법론에 공통점도 있지만, 사회과학이냐 자연과학이냐 또는 같은 사회과

 

학이라도 정치학이냐, 법학이냐에 따른 차이가 있다. 정치학 첫머리에 보면 모든 생활관계는 정치적 생활

 

관계이다. 정치적 무관심도 결국 소극적인 형태의 정치적 의사표시로 정치학자에게는 이해되는 것이다. 반

 

면에, 법학의 기초인 민법총칙에 보면 법률관계란 법에 의해 규율되는 생활관계이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

 

한다 하더라도 실상 많은 생활관계가 법에 의해 규율되는 관계로서의 법률관계이다. 즉, 정치학자에게는

 

생활관계가 정치적 생활관계로서의 정치관계로, 법학자에게는 법에 의해 규율되는 생활관계인 법률관계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학자나 법학도들이 생활관계를 바라보는 법적인 시각을 법학적 사고, 세칭 리

 

걸 마인드(legal mind)라고 한다. 행정법도 법과목이라는 점에서 다른 법과목과 동일하게 법학적 사고방식

 

을 갖추어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고, 수험이라는 목적을 놓고 보더라도 고득점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법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한 경험을 통해서 법학적 사고방식, 즉 법학적 관점을 구성하는 요소는 개념, 논리, 체계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법학의 경우 이 세 요소는 법학적 관점이나 사고방식(legal mind)을 구성하는 3요소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Ⅱ. 법학적 사고방식, 관점(Legal Mind)의 3요소

 

 

1. 개념

 

 

법학은 개념으로부터 시작해서 개념으로 끝난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일반적인 용어와 구별되는 수많은 법률개념(용어)으로 이루어져 있고, 엄밀한 개념정의를 특징으로 한다. 필자가 대학 입학 후 민법총칙 수업에서 김형배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말이, 그리고 그 이후 수없이 자주 들었던 말이 “개념이 흔들리면 율사가 아니에요”라는 말이었다. 개념이 법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법학을 하면서 가장 심한 표현이 있다면 “개념 없는 놈”이라는 표현이라고 할 정도로 개념은 법학의 기본이다. 개념에 대한 관념이 없다면 법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본이 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 유념해야 할 도구로서의 개념은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이 있다.

 

 

 

 

 

가. 개념의 구사

 

 

개념은 특정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개념의 구사로부터 시작된다. 개념의 구사는 어떤 상황이 주어질 때 그에 해당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행정법에서는 행정주체, 행정기관, 행정청이나 권리와 권한 등 유사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행정주체로 표현될 수는 있지만 행정기관이나 행정청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민법총칙에서도 기본적으로 접하게 되는 개념 가운데 유사개념으로서 권리, 권능, 권한을 들 수 있다. 행정주체라고 표현해야 함에도 행정청이라고 표현하거나, 권한이라고 표현해야 할 상황에서 천연덕스럽게 권리라고 사용하고도 전혀 부끄러움이나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더 이상 법학을 해나갈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개념구사의 오류는 매우 초보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오류로서 고시채점위원인 법학교수님들께는 수험생의 기본적 자질에 대한 매우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다. 모 대학 법대 교수님(故 류지태 교수님)께서 감정평가사 출제위원으로 들어갔을 때, 기본적인 개념구사도 정확하게 되지 않는 답안이 대부분임을 발견하고, 학자적 양심상 기본적인 자질이 안된 수험생을 합격시킬 수 없다고 하여 예정된 선발인원보다 훨씬 적은 합격자를 뽑은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만큼 개념의 정확한 구사는 법학공부를 위한 출발이자 기본이다.

 

 

 

 

 

나. 개념의 정의

 

 

법학에서는 특히 개념정의가 마치 수필처럼 늘어진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에 거부감이 강하다. 법률술어는 정확하게 구사해야 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1회독부터 개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고, 개념정의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교재를 읽는 습관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전공자들이 응시하게 되는 행정고시에서 개념의 정확한 구사 외에 깔끔한 정의까지 내려진 답안을 작성한다면 고득점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좋은 인상을 법학교수님에게 줄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을 하면서 완성된 형태의 문장으로 정확하고 깔끔하게 개념을 정의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42회 사법시험 송영천 부장판사의 채점평 중 개념정의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논제에 관한 법률적 이론의 전개는 그 정의에서부터 출발한다. 정의에 대한 올바른 기술은 그 자체

 

로서도 점수가 부여될 뿐 아니라, 그 올바른 정의를 세분하면서 각 독립된 항목으로 파생 법률문제

 

가 전개되는 원천이 되기 때문에 올바른 정의를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정의

 

는 학설․판례상의 그것과 실정법상의 그것을 대비하여 이해하고 서술하는 것이 그 정의 자체로서는

 

물론이고 향후 전개될 법률문제의 서술에서 중요한 항목을 빠뜨리지 아니하는 첩경이다. 실정법에

 

정의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설상의 그것만을 기술하고 실정법의 그것 및 조문을 누락하는 것

 

은 정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법률과목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행정법에서는 통일된 실체법이 없이 각 개별법이 규정하고 있고 그 개념도 각 개별법에서 다

 

르게 정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개별법조문을 떠난 정의는 반쪽만의 정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

 

컨대, 행정지도에 관한 학설상의 정의와 행정절차법상의 정의를 모두 기술하고 서로 대비하는 노력

 

이 요구된다. 그리고 정의를 함에 있어서 동어반복식으로 정의를 하는 것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예

 

컨대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정의를 하면서 “행정권한을 타 행정기관 등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기재하여서는 정의를 제대로 기술하지 못한 것이 된다“.

 

 

 

또한 42회 사법시험 출제위원인 류지태 교수님께서는 채점평 중 “논점위주로 정리하기보다는 개념

 

을 국어적 의미로 풀어 정리한 황당한 답안도 눈에 뜨였다”고 지적하고 계신다. 일반적인 국어식의

 

수필식 문장이 아니라 법률용어와 문장으로 정제된 법학적 문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교과서의 개념

 

정의는 이런 관점에 입각해서 정제된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는 만큼 수험생 여러분은 각자 선택한

 

교수님들의 교과서를 통해 개념정의를 엄밀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다. 개념의 유추구사

 

 

개념의 유추구사는 필자가 나름대로 만들어본 용어이다. 위에서 언급한 개념의 구사와 정의가 제대로 소화된 것이라면, 유사한 상황에서(사적인 농담 등) 그에 관련된 학문용어를 자유자재로 적시에 응용해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법대생들이 소개팅을 하고 온 후에 하는 농담을 일례로 들어본다. 만일에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하자담보책임(민법 중 채권각론에서 배우는 법정담보책임임)을 소개자에게 묻게 된다. 즉, 완전물급부청구권(새로운 상대의 소개의무)이나 대금감액청구권(소개팅비용의 일부 감액청구)을 행사해서 그 책임을 소개자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법대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학문분야를 공부해야 하는 행정고시 수험생들에게는 유용한 분석틀로서의 개념이 더욱 다양하다. 예컨대, 신문에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싸구려 논리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이런 신문을 보면서 수험생들은 정치학이나 행정학의 기본개념 가운데 하나인 영향력과 권력, 권위에 대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간단하게 그 명제의 논리적 허구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면 ‘기회비용’이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이 개념도 일상생활에서 농담할 때 자연스럽게 유추해서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 예컨대, ‘기회비용의 법적 성질에 대해 논하라’라는 농담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말을 생각해내는 사람도 적겠지만, 이런 농담의 의미를 깨닫고 즉각 답할 수 있는 수험생도 드물 것이다. 이는 기회비용이 하나의 대안을 선택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가능성이라는 개념의 응용이다.

 

 

즉, 기회비용은 복수행위간의 선택의 자유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성립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이를 행정법적으로 설명하면 바로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경제학과 행정법을 같이 공부해야 하는 행정고시생에게서나 가능한 농담인 것이다. 이처럼 어떤 과목을 공부할 때나 아니면 식사 후의 휴식 시간에 농담을 할 때도 다른 과목의 개념을 유사한 상황에 유추해서 구사함으로써 개념의 이해도를 높이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태도를 생활화해야 한다. 굳이 토론을 하거나 모의고사를 치르는 순간에만 비로소 관련개념이 떠오른다면, 아직 그 개념이 소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합격이 가능한 수험생과 불가능한 수험생, 중간적 수험생을 탄력성의 개념으로 논하라’라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수험생들은 과연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라. 개념의 재정의

 

 

개념의 재정의는 학문적 영역에 속한다. 그러므로 수험생 여러분은 개념을 스스로 재정의하려고 하기보다는 교수님들이 기존의 개념을 부정하고 왜 새로이 정의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독서를 해야 한다. 예컨대, 행정법에서 부관의 개념에 대해 기존에는 ‘행정행위의 효과를 제한하기 위하여 주된 의사표시에 부가된 종된 의사표시’라고 정의하였는데, 김남진 선생님께서 부관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는데 기존의 견해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행정행위의 효과를 제한 또는 보충하기 위하여 주된 행정행위에 부가된 종된 규율’이라고 재정의한 바 있고, 지금은 오히려 다수의 지배적인 견해가 되었다.

 

(음양화평지인 첨언 : 필자는 종전의 부관의 의의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부관의 개념은 틀리다고 본다)

 

 

이처럼 개념은 단순히 고립된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논의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수험생 여러분은 유의해야 한다. 결국 다음에 설명할 체계와 개념은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정의를 토대로 필요한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고, 새로운 체계에 의해 개념이 재정의 될 수 있는 것이다. 개념 따로 체계 따로의 이해는 매우 위험한 사고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마. 개념의 창조

 

 

개념의 창조는 그야말로 학문의 영역에 속한다. 기존의 개념을 가지고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없다고 판단할 때 새로운 개념의 창조가 요구되게 된다. 헌법과 행정법에서 개념의 창조에 관한 예를 든다면, 특별권력관계라는 전통적인 이론 자체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강한 문제의식에서 기존의 특별권력관계라는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재정의하는 것으로 불충분하다고 보고, 아예 ‘특별행정법관계’니 ‘특수신분관계’니 하는 개념들을 창조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은 새로운 개념의 창조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교수님들께서 기존의 개념사용을 거부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사용하는 그 이유와 기존개념의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2. 체계

 

 

체계는 개념과 개념의 유기적인 결합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개념정의를 엄밀하게 내릴 줄 알아야 되고, 그러한 개념정의가 다른 개념과 어떤 배경 하에서 체계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념은 논리학에서 말하자면 하나의 명제이다. 그러나 학문은, 특히 법학은 수많은 명제와 명제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따라서 법체계라고 부르는 것이다. 특정의 명제만 단편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법학이나 경제학과 같이 정교한 체계를 갖고 있는 과목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공부방법론이다. 흔히 말하듯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체계를 쉽게 설명하자면 연계된 사고이다. 교과서의 어느 특정 부분을 읽고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이 체계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 다른 부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법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행정법의 체계는 이론적 부분인 총론(또는 행정법 Ⅰ)과 개별법에 관한 부분인 각론(또는 행정법 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체계의 분류이고, 기능적으로 재구성한다면 행정의 조직․작용 및 구제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체계이고, 그 중심은 행정구제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공부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행정법의 성립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법치국가를 들고 있다. 수험생 여러분은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도 행정관념의 성립 전제조건이 무엇이라고 단순하게 암기할 게 아니라, 이 내용과 행정의 개념이 ‘행정의 조직․작용 및 구제에 관한 국내공법’이라는 내용과 연계하여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행정법의 성립조건이 법치국가일 정도로 행정법에 있어서 으뜸되는 지도이념은 법치국가이고, 이는 행정의 조직․작용 및 구제 모두에 관해 타당하지만, 궁극적으로 법치국가의 실현은 권리구제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행정구제의 대표적인 예인 헌법재판이나 행정소송을 보면 크게 소송요건과 본안판단으로 나눌 수 있다. 이의 구분은 나중에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될 때 사례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특정되어야 할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그 외에도 행정소송 제기기간이나 절차, 심리, 판결의 효력 등의 문제가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강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아래에서는 행정구제의 핵심인 소송요건, 본안판단사항과 행정의 조직 및 작용이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관해 설명하기로 한다.

 

 

가. 소송요건

 

 

⑴ 원고적격

 

 

원고적격은 처분 등의 취소를 소구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하는데, 행정소송법 제12조 제1문은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법률의 의미는 당해처분의 직접적인 근거규정만이 아니라 관계법규까지 포함하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처분의 근거규정과 관계법규는 결국 특별행정작용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각론상의 개별법을 말한다. 특히 2차시험에서 사례문제의 경우는 추상적으로 원고적격에 관한 학설과 판례만 소개해서는 고득점이 불가능하고, 구체적인 개별법의 법조문과 관련해서 법의 취지가 개인의 사익도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처럼 특별행정작용에 관한 각론의 내용은 원고적격과 관련됨으로써 행정구제와 연계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⑵ 피고적격

 

 

항고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행정소송법 제13조). 조직법과 관련해서는 권한의 위임이나 내부위임, 권한의 대리 등의 경우에 누구에게 권한이 있고 누가 피고로 되는가의 문제로 논의된다. 또한 조례의 경우도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공포기관인 지방자치단체장 중에 누가 피고로 되는지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행정조직법과 특별행정작용에 관한 개별법은 피고적격과 관련됨으로써 행정구제와 연계되고 있다.

 

 

 

⑶ 대상적격(처분성)

행정소송법 제19조에서는 취소소송의 대상을 처분과 행정심판의 재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처분개념은 실체법상의 행정행위와의 관계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결국 취소소송을 포함한 항고소송을 제기하려면 처분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처분성 여부는 행정법 총론에서 다루는 다양한 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통적인 행정작용인 행정입법․행정행위․행정강제 외에 행정기능의 적극화로 인하여 행정계획, 사실행위, 행정지도, 행정계약, 확약 등의 새로운 행정작용이 대두되고 있는바, 이들 행정작용이 처분에 해당하느냐가 항고소송을 통한 구제가능성과 직결되는 것이다.

 

 

 

2차시험의 사례문제에서도 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이 처분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설문이 소송요건에 관한 문제냐 본안판단에 관한 문제냐의 확정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이처럼 행정작용을 다양하게 분류하는 이유는 이론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에 따라 권리구제의 방법(항고소송이냐 당사자소송이냐, 취소소송이냐 무효확인소송이냐, 행정소송이냐 민사소송이냐 등)상의 차이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행정작용법이나 특별행정작용법도 처분성을 매개로 행정구제와 연계된다고 할 수 있다.

 

 

 

나. 본안판단

 

 

본안판단은 처분의 적법성․위법성에 관한 실체판단의 문제이다. 이는 주체․절차․형식․내용에 있어서 적법한가로 세분할 수 있다. 먼저 주체의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권한이 없는 기관에 의한 처분은 위법무효가 되므로 행정조직법상의 사항적 한계를 벗어났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내용상의 위법으로는 법률우위의 원칙과 법률유보의 원칙이 위법성 판단기준이 되는데, 기속행위의 경우는 법률에 어긋나지 않으면 바로 적법하다고 판단됨에 비하여, 재량행위의 경우는 법률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내용 면에서 일반법원칙(불문법) 위반, 즉 재량의 남용여부를 추가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즉, 일반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이 재량행위이냐 기속행위이냐에 따라 본안판단에서 위법성의 구조와 심사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행정조직과 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은 본안판단상의 위법성을 매개로 하여 권리구제와 연계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정의 조직과 작용 및 구제는 각각 별개의 독립된 것이 아니라, 행정의 구제라는 법치국가의 궁극적 이념에 의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행정법이 행정의 조직과 작용 및 구제간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체계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유기적 결합이 가능함으로써 행정법의 개념을 행정의 조직․작용 및 구제에 관한 국내공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행정조직과 작용 및 구제가 분리될 수 없는 내적 연관성이 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개념정의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개념은 체계와 연관해서 이해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논의의 편의상 행정조직과 특별행정작용에 관한 것은 각론에서 다루고, 일반행정작용과 행정구제에 관한 것은 총론에서 다루지만, 총론과 각론은 절대 분리된 채 이해해서는 안 된다.

 

 

 

 

⑶ 논리

 

 

논리는 체계를 구성하는 각 구성요소들이 어떠한 내적 연관성이 있어서 하나의 체계로 포함될 수 있느냐를 설명하는 실질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둘 이상의 개념(명제)이 아무런 내적 연관도 없다면 단순한 개념의 나열이고 집적일 뿐 결코 독립된 체계를 이루지는 못한다.

 

 

 

그래서 수험생 여러분들은 체계적인 사고를 가지고 전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왜 그런 체계와 흐름으로 교과목이 구성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내적 연관성에 의문을 갖고 공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앞서 든 예로 설명하자면, 일견 서로 독립되고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행정의 조직과 작용 및 구제가 결국 헌법상의 국가구성원리인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에 의해 매개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논리적 사고이다. 행정조직과 작용에 법정주의가 요구되고 법적 근거를 요구하는 논거도 바로 실질적 법치주의이다. 이런 논리적 근거가 유사한 사안에서도 일관되게 견지될 때 비로소 체계적인 일관성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개념과 체계, 논리는 분리된 상태로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인 학습과 관련하여 세 요소를 설명하자면, 먼저 1회독시에는 체계의 엄밀성이나 개념정의에 부담을 갖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대략적인 흐름만 파악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2회독시에 비로소 체계의 흐름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두고 목차와 대조하면서 체계상의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있는지 환기하면 되고, 3회독시에는 개념의 정의와 구사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고 독서에 임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학원강의를 수강하는 수험생의 경우는 강의 전 사전 예습을 통해 개략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체계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복습시에 개념정의와 세부논리에 역점을 둔다면, 한번의 강의를 통해서 개념과 체계, 논리를 정리하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Ⅲ. 법령공부방법론

 

 

헌법은 부속법령의 양이 매우 방대하며, 행정법은 행정법이라는 단일법전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수많은 개별법들의 집합으로서 그 종류만도 수백개에 달한다. 이 많은 법을 실무자도 아닌 수험생이 모두 소화하고 암기해서 수험에 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수험생의 입장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별법령은 충실히 이해해야 한다. 수많은 행정법령을 평소에 모조리 외운다는 발상은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2차시험에서도 인용해야 할 주요 법조문은 조항과 내용 모두 평소에 학습할 때 암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어차피 고시라는 것이 상대평가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는만큼 구체적인 법조항(○○법 제○조 제○항 등)과 내용의 정확한 인용은 고득점의 비결이다. 그러한 주요법령으로서 행정소송법(필수), 행정심판법, 행정법과 관련된 헌법조항(재산권, 국가배상청구권, 손실보상청구권, 비례원칙, 위임입법, 지방자치), 행정절차법 등을 들 수 있다. 행정법 각론과 관련된 주요 법으로서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국토기본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교통․재해등의영향평가법 등을 들 수 있다.

 

 

2차시험에서 법전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평소에 관련조문을 체크하지 않으면 일일이 법전을 찾아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Ⅳ. 판례공부방법론

 

 

 

1. 교과서와 병행하는 판례학습

 

 

우선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이나 행정법이나 판례공부는 별도의 시간을 두어 나중에 정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 판례나 대법원 판례나 매년 방대한 양의 판결이 쏟아지고 있다. 방대한 판례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암기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무모한 방법이다. 이에 대비하여 판례요지 정도라도 평소에 충실히 읽는 습관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특히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각각의 입장과 논거까지 정리해야 할 것이다. 학설과 대비하여 판례의 견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흔들림이 없이 정리되어야 한다. 요즘 기본서들이 판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판례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기본서에 누락된 판례를 단권화하든 여백에 적어놓든 그때그때 정리해야 한다. 별도의 판례교재를 선택한 수험생의 경우에는 기본서의 해당진도에 해당하는 판례를 병행해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기본서에 다루어지는 주요판례는 2차시험의 사례문제의 원천이므로 세심하게 판례의 경향이나 논거를 공부해야 한다.

 

 

 

판례공부의 기본은 특정사안에서 판례의 결론이다. 2차시험에서 사례문제는 100% 판례의 변형이기 때문에 관련판례의 결론을 정확히 숙지한다면, 불필요한 쟁점에 대한 검토를 방지함으로써 답안배분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고, 판례인용 자체에 대한 배점에도 득점할 수 있게 된다.

 

 

 

판례공부의 두 번째 단계는 관련판례의 다양한 인용이다. 교수님들의 채점평에 나타난 바에 의하면 가능한 판례를 많이 인용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관련판례에 인용할 사건명을 대여섯개 정도씩 준비해서 암기해야 한다. 예컨대 인근주민의 원고적격과 관련해서는 ‘청주시 우암동의 연탄공장건축허가취소소송’ 등의 사건명을 인용해야 한다.

 

 

 

판례인용의 세 번째 단계는 판례문장의 인용이다. 당해 사안의 결론과 관련판례의 다양한 사건명 외에 판례가 판시한 주요 문장에 대한 인용이 가능하다면 수석답안이 될 것이다. 암기해야 할 판례지문은 다양하고 강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겠지만, 예를 든다면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란 당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고 제3자가 당해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등의 문장이 그러하다.

 

 

 

2. 헌재결정례와 대법원 판례의 유기적 이해

 

 

행정법은 구체화된 헌법이듯이 행정법에 대한 판례도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와 유기적으로 관련하여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국가배상청구권, 손실보상청구권,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행정판례로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양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가 더욱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주제에 관한 헌재결정례를 구체화한 대법원판례와 종합하여 이해한다면 헌법이나 행정법에 대한 판례정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행정법을 공부함에 있어서는 헌재결정례가 대법원 판례에 비해 효력의 우위를 가지지만 수험과 관련하여 적용의 우위는 대법원판례가 가진다는 점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즉, 헌재결정례와 대법원판례의 입장이 다른 경우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므로 꼼꼼히 그 차이를 파악해야 하지만, 동일한 판례이론을 밝히고 있는 경우에는 판례인용이 대법원판례가 우선한다는 점이다. 즉, 헌법공부에서는 헌재결정례를 우선으로 하고 대법원판례를 참조로, 행정법공부에서는 대법원판례를 우선으로 하고 헌재결정례를 참고로 하는 방법이다.

 

 

 

 

 

3. 판례의 종합적 학습의 중요성

 

 

판례는 유사판례를 모두 정리한 교재로 학습함이 정도이다. 미묘한 사실관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특정 판례만 공부하면 시험장에서 전혀 엉뚱하게 판례를 선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유사판례를 함께 정리하지 않는다면, 판례가 밝힌 원칙과 예외를 혼동할 수 있다. 판례지문은 대단히 신중하게 사용되고 있고, 따라서 원칙과 예외에 관해서도 매우 신중한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예외적 사례에만 적용한 특정한 판례의 입장을 마치 대법원의 원칙적이고 주류적인 입장이라고 이해한다면 판례독해가 전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기본판례와 함께 유사판례, 관련판례를 모두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견 분량이 많아서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충실한 판례교재를 교과서와 별도로 선택해서 교과서 진도에 따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4. 사실관계의 중요성

 

 

2차시험의 경우 항상 사실관계를 염두에 두고 공부해야 한다. 미묘한 사실관계의 차이에 따른 판례의 차이를 이해함은 판례의 입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사례문제의 경우 대부분 쟁점이 된 판례사안의 변형이므로 사례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사실관계의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관계의 미묘한 차이는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판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기본판례와 유사판례를 종합적으로 공부함으로써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판례의 경우 판례요지에 나타난 정도로도 사실관계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데 손색이 없기 때문에, 처음 공부할 때 부터 판례요지에 나타난 사실관계도 꼼꼼히 읽어보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공부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본격적인 2차 학습에서 주요판례에 대한 사실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공부하게 된다면 사례공부가 수월하게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참고】 사건별 부호문자

사건명

사건부호

사건명

사건부호

행정제1심사건

구합

민사항소사건

행정제1심재정단독사건

구단

민사상고사건

행정항소사건

형사항소사건

행정상고사건

형사상고사건

행정항고사건

위헌법률심판

헌가

행정재항고사건

탄핵심판

헌나

행정특별항고사건

위헌정당해산심판

헌다

행정준항고사건

권한쟁의심판

헌라

행정신청사건

헌법소원심판

헌마

특수소송사건(지방자치)

위헌소원심판

헌바

 

 

 

Ⅴ. 맺는말

지금까지 법학과목의 하나로서의 행정법의 공부방법론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러나 방법론보다 더욱 중요한 본질적인 것은 실천과 행동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필요한 공부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합격할 수 없을 것이다.

 

 

“실천하고 행동하라! 인생은 한 만큼만 정직하게 남는다.”

모쪼록 행정고시를 삶의 한 목표로 선택한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합격의 결실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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