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묘'…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허용 여부 놓고 대법원 22일 공개변론

신지민 기자  shinji@lawtimes.co.kr 입력 :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제사 등을 위해 땅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가. 관습법상 인정돼 온 이른바 '분묘 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대법원 공개변론이 열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원도 원주시의 임야 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 철거 소송(2013다17292)에 대한 공개변론을 22일 개최한다.


A씨는 B씨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없이 묘지 6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1년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나머지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철거 청구가 기각된 분묘 5기 가운데 1기는 1733년 안치된 것이고, 4기는 1987년에서 1990년 사이에 다른 곳에서 이장했거나 새로 설치한 분묘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남의 땅에 허락없이 묘지를 설치했다고 해도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점유했다면 사용 권한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토지 사용료도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판례였다.


그러나 이후 20년간 장묘 문화가 변화한 점과 제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뀐 점, 관련법 시행 등으로 상황이 변화된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A씨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이날 공개 변론을 열어 집중 심리하기로 했다.


공개변론에서는 대법원 판례로 인정된 분묘기지권 시효가 관습법상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를 놓고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대법원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장사법은 허락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분묘와 제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변화 등도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개변론에는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원고 측 참고인으로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반대하는 법적 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는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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