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치나요>


 

중앙일보 | 2015.09.23 00:07 관심등록하기


 

국내 들어왔던 달러 빠져나가 … 증시·부동산 돈 줄 마르죠


 

미국 금리 인상,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치나요


 

Q 최근 신문을 보니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른다, 안 오른다 말이 많더군요. 한국도 아니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금리가 뭔지는 아시죠. 이자라고 하면 더 쉬울까요. 쉽게 얘기하면 ‘돈의 가격’, ‘돈의 사용료’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빌린데 대한 이자, 즉 대출금리를 줘야 합니다. 반대로 고객이 예금을 하면 은행이 고객에게 이자를 줍니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다시 다른 사람이나 기업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예금을 한 고객에게도 맡긴 돈의 사용료인 이자를 주게 되는 겁니다.

 

 금리는 늘 고정돼 있는 게 아닙니다. 금리가 높아질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어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금리가 높아지고, 돈을 쓰려는 사람이 적어지면 금리가 낮아집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뭐든지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치가 높아지는 거죠.


 

 

경기 나빠지면 금리 내려 돈 풀기 나서


 

 이걸 좀 다른 측면에서 얘기해볼까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경기가 좋다는 얘깁니다. 돈을 빌려서 투자자금이나 기업 운영자금으로 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돈을 빌리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이 되면 두 가지 측면 때문에 금리가 높아집니다. 먼저 비싼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빌려쓰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올라갑니다.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돈의 가치는 낮아지고, 물건의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게 심해지면 인플레이션이라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진다는 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빌려서 투자해봤자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면 누가 이자를 지급하면서 돈을 빌리려 하겠습니까. 돈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니 금리 역시 계속 낮아지게 됩니다. 역시 중앙은행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지요.


 

 지금은 금리가 굉장히 낮습니다. 즉 그동안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얘기죠. 미국 기준금리 얘기는 여기서부터 본격 시작됩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금리입니다. 예금·대출금리, 채권 금리 등이 모두 이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고 변화합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입니다. 사실상 금리가 ‘0’이나 마찬가지라서 ‘제로(0)금리’라고도 부릅니다.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2006년7월에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연 5.25%에 달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9월부터 금리가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2009년 초에는 사실상 제로금리로까지 떨어졌습니다.


 

 2007년9월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시점입니다. 이 사태는 쉽게 말해 ‘부동산 대출 대란’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2000년대 초 미국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대거 낮췄습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갔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은행돈을 빌려서 부동산을 샀습니다. 대출금리를 갚고도 남을 만큼 집값이 많이 올라서죠. 그러다가 2004년부터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은행 돈을 빌린 사람은 은행 금리가 오르면서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그러다가 하나 둘 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게 됐습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상황이 나빠집니다. 작은 금융사부터 시작해서 큰 금융사까지 연쇄적으로 망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2007년 전 세계로 퍼져서 이듬해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습니다.


 

 

미국이 올리면 한국도 인상할 수밖에


 

 경기가 아주 나빠지자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나섰습니다. 금리 인하를 통한 ‘돈 풀기’ 정책을 폈는데 이걸 ‘양적완화’라고 부릅니다. 이 양적완화가 종료된 것이 지난해 10월입니다. 돈 풀기가 끝났으니 이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하겠죠. 그래서 미국 금리인상 여부가 관심사가 된 겁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세계가 주목하는 건 역시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투자국이고, 미국 달러화는 국제 금융거래와 나라간 결제의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입니다.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움직이면 세계 경제가 함께 움직입니다.


 

 

금리 오른다는 건 경기 호전 신호일 수도


 

 미국이 금리를 낮춰 시중에 푼 자금 중 상당액은 미국 밖으로 빠져나와 세계 각국에 투자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이죠. 이 돈은 각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기업 등에 투자돼 세계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이 중 상당액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다시 흘러들어가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각 국 경제가 흔들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도 국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을 만큼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 거지요. 


 

 문제는 한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도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습니다. 이 중 상당액은 부동산 시장으로 갔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상당액은 증시로 흘러들어가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곳곳으로 흘러들어가던 자금이 줄어들게 되겠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걸쳐 돈줄이 마르면 경기는 또다시 나빠지게 됩니다.

 

 

 금리가 많이 오르면 오를수록 경제 주름살이 더욱 깊어집니다. 부동산 매입자금을 빌린 사람은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게 되면 가계와 은행이 모두 힘들어집니다. 정도가 심해지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로 번지게 되는 거죠.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같은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금리인상은 무조건 나쁜 일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금리가 오른다는 건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미국이 주요 수출대상국인 한국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인 셈입니다. 다만 금리 인상 직후의 충격파가 있기 때문에 그걸 조심하자는 거죠.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게 대기에 영향을 미쳐 상당 기간 뒤 미국에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이 용어의 뜻입니다. 언뜻 보기에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여러방면에 영향을 미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지요. 하찮은 나비의 날갯짓이 그럴진대 미국의 금리인상은 오죽할까요. 다행히 미국 금리인상이 한 차례 보류돼 대비할 시간이 더 생긴 만큼, 철저히 준비해 토네이도에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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