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장에 깜짝 발탁된 '영업의 달인'

   입력 : 2015.08.24 23:28

 

 

[KEB하나은행장에 함영주 충청사업본부장 내정]

고졸 입사 후 주경야독, 남다른 실적으로 승승장구

직원 1000명 이름·생일 기억 "하나銀 최고의 德將 꼽혀"

 

하나·외환 화학적 통합 이끌어낼 적임자로 낙점

 

 

외환銀 실적 개선이 과제

 

 

하나·외환은행이 하나로 합쳐진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에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다.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제치고 무명(無名)에 가까운 함영주(59) 하나은행 부행장이 자산 규모 290조원대의 국내 최대 은행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간 누가 초대 KEB하나은행장이 될지를 놓고 많은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한동안 김병호 행장, 김한조 행장 둘 중 하나가 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가 최근엔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은행장 겸임설이 강력히 부상했다. 물과 기름 같은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외환 노조를 직접 설득해낸 김 회장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면, 은행장 역할에 파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자, 김 회장이 겸임을 고사함으로써 없던 일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업통'으로 충청사업본부를 잘 이끌어 온 함 내정자가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외환 두 은행장 중 한 사람이 은행장이 되면 은행장을 배출하지 못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골 촌놈'에서 국내 최대 은행 수장까지

 

 


함 내정자의 별명은 '시골 촌놈'이다. 함 내정자가 태어난 충남 부여 은산면은 함 내정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다. 함 내정자는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에 들어온 뒤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은행 입행 이후 수지지점장을 지냈고,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된 후엔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을 거쳐 영업 전략·실행을 총괄하는 가계영업추진부장을 맡았다. 남다른 실적으로 영업력을 인정받은 덕에 승승장구해 남부지역본부장, 충청사업본부장을 잇달아 맡았고, 이번에 은행 수장 자리까지 꿰찼다.

 

 

 

 

KEB하나은행과 3대 은행 비교 표

 

 

하나은행 관계자는 "함 내정자는 하나은행 최고의 '덕장(德將)'으로 꼽힌다"면서 "본부장 시절부터 매

 

주 조깅과 산행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함 내

 

정자는 충청영업그룹 1000여 명 전 직원의 이름과 생일, 신상과 애로사항을 기억할 정도며, 병가 중

 

인 직원과 직원 가족의 환자까지 방문해 위로하는 등 통합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적임자로 평

 

가받는다. 함 내정자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영업통이라는 점과 피인수 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비은행 부문, 해외 영업 부분, 자산관리본부, 자산운용, IB(투자은행) 등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학적 결합과 외환은행 실적 개선은 과제

함 행장 체제의 KEB하나은행은 어려운 금융환경하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두 은행의 통합으로 IT 투자에서 779억원, 인력 재배치 및 중복 점포 개선에 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등 총 31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통합으로 해외 24개국에 127개 점포를 가지게 돼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전체의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교차 발령을 금지하고 노조의 분리교섭권을 인정하는 등의 조건 때문에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두 은행의 통합으로 비용 절감 부분은 분명히 있겠지만, 나머지 시너지 효과는 현재 시점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함 내정자는 "은행 내부에 화학적 통합을 추진하는 '변화추진본부'를 만들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두 은행 직원들 속에 뛰어들어 진정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외환은행 조직의 부진한 영업력도 KEB하나은행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외환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44%로, 신한은행 1.5%, 국민은행 1.6%, NH농협은행 2% 등 경쟁 은행들보다 낮다.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23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떨어졌다. 옛 외환은행 조직을 잘 추슬러서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가 함 내정자에게 주어져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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