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지적한 '감정인 백태' 보니…
감정료는 부르는게 값… 감정인 탄핵 수단도 없어


법원 감정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법률신문 보도<▼ 하단 관련기사 참고>가 나가자 감정을 둘러싼 각종 비리에 대한 변호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들은 소송당사자가 감정을 신청해 재판부가 감정인을 정해주면 가장 가까이서 접하게 되는 만큼 그 실상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떤 부분들이 재판에서 문제가 되는지, 변호사 업계에서 지적한 감정 관련 비위를 살펴봤다.

 

 

 

 

 


감정결과 수정·보완할 방법 없어…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
재판부 서면통한 사실조회 선호… 법정증인 출석 거의 없어
‘도덕적 해이’ 가장 큰 문제… 사건 당사자와 향응 비일비재

 

 

 

◇법정에 감정인 직접 부르기 어려워=변호사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감정 결과의 문제점을 수정·보완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한번 감정 결과가 나오면 뒤집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감정 결과에 의문이 있을 때 재판부가 감정인 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을 요청하지만 감정인이 자기 옹호의 경연장으로 사용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에서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건을 맡고있는 김모 변호사는 “재판부에 감정인 신문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해도 재판부가 들어주는 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 서면을 통한 사실조회를 선호한다”며 “사실조회나 신문을 하더라도 감정인이 자신의 평가결과에 대해 변명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면죄부를 줄 기회만 마련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미국 법정에서 감정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가 증인은 법정에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재판 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소환해 양측 대리인이 직접 신문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인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는 적이 거의 없어 당사자들이 반박을 하고 싶거나 불만이 있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감정 결과 문제점 잡아낼 방법 없어=설사 감정인을 법정에 불러내도 제대로 된 신문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감정은 전문 영역인 만큼 사건 당사자는 물론이고 변호사나 재판부조차도 문제점을 알아채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효과적인 탄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들이 사적으로 고용한 감정평가사를 대동해 이들로 하여금 감정인에게 질문을 하거나 감정을 탄핵하게 하는 것만이라도 허용했으면 한다”며 “지금 있는 방법들은 허울뿐이고 실효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 만나서 밥 먹고 술 먹는 감정인= 감정 결과를 수정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감정인의 ‘도덕적 해이’이다.

 


재판에서 감정인이 선정되면 업계에서는 감정인의 신상부터 조사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신상을 파악하면 곧 접촉 방법을 찾아낸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온갖 인맥을 동원해 감정인과 접점을 찾는다”며 “소가가 100억이 넘는 사건을 단독으로 맡은 판사나 다름없는 사람을 사건 당사자들이 개인적으로 만나 밥 먹고 술 먹고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고백했다.

 


감정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감정을 엉망으로 맡아도 알아챌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서울의 한 건설감정인은 “감정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재하청을 주는 일도 있고 비용을 속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감정 분야라는 일이 어차피 사람이 다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사적 감정에 기대는 당사자들=결국 사건 당사자들이 찾는 방법은 ‘사적감정’이다. 재판부에서 내놓은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니 ‘몰라서 보는 피해’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는 셈이다. 이렇게 얻은 사적 감정 결과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에서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리 감정을 받지 않으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생각에 비용을 따로 들여서라도 사적 감정을 고수하는 편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 감정인에게 사전에 감정결과를 제시하면 이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는 앵커(anchor) 효과를 보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사적 감정을 받아볼 것을 의뢰인에게 권하는 편”이라며 “사실은 불필요한 비용이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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