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02-06]
송전탑 설치 이유 토지 헐값 수용 안돼
한전으로부터 사용료 받거나 보상 청구할 수 있어
중앙지법, LH 패소판결


토지를 수용할 때 토지 위에 송전탑이 설치돼 있다는 이유로 값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여미숙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이모씨 등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 22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협의수용대금 청구소송(2013가합52893)에서 “토지주택공사는 이씨 등에게 덜 준 토지 매매대금 2억 989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 등의 토지에 설치된 송전탑은 토지에 고정적으로 부착돼 용이하게 이동할 수 없는 물건으로서 토지의 정착물에 해당한다”며 “공익사업법은 공공기관이 건축물이 있는 토지를 협의취득 할 때 건축물 등이 없는 상태를 상정해 토지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사가 이씨 등의 토지에 송전탑이 있다는 이유로 매매대금을 덜 지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9년 개정된 한국감정평가업협회의 토지보상평가지침에 따르더라도, 고압선이 통과하는 토지에 대한 평가는 그 제한을 받지 않은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공사가 착오로 협의매수대금을 적게 지급한 이상 이씨 등에게 덜 준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송전탑이 설치되면 땅주인은 한국전력으로부터 토지 사용료를 받거나 부당이득금을 청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철탑으로 인한 손실이 보전되고 있는데 땅 값까지 싸게 책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2004~2007년 이씨 등에게서 땅을 사들였다. 공사는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금액을 근거로 협의매수대금을 정했는데 당시 감정평가기관은 이씨 등의 토지에 송전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땅값을 깎았다. 이후 2009년 감정평가협회의 내부기준인 토지보상평가지침이 변경되자 이씨 등은 “땅값을 덜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신문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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